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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70

안개꽃 한다발 -68- 2학년부터 제대로 참가하고 있는 체육 시간, 체육 선생님은 항상 나부터 한번 힐끔 바라보시고 준비 운동을 시작 하신다. 무더운 날씨에 야외 체육 수업이 계속되니 학생들의 불만 가득한 원성에도 선생님은 당황하지 않고 수업을 일찍 끝내준다는 조건으로 수업을 강행하셨다. 그것은 같은 시간에 수업을 하는 A반의 사정도 다를 바 없는지 한참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다가 곧 조용해졌다. 중간고사 이후 한달간 계속해온 배구 리시브는 이제 어느정도 익숙해져 있어서 일단 만점은 가능해보였다. "서향은 운동에 능숙하네? 원래 운동 했었다고 했었지?" "응, 아야는 배구부지? 좋겠다... 만점은 기본이겠네?" "그건 서향도 마찬가지 일 것 같은데?" 리시브 연습을 하다가 좋친 공을 줏으러 다니니 배구부의 아이가 말을 걸어왔다... 2016. 7. 1.
안개꽃 한다발 - 67 이즈키를 만나고 생각할 것이 더 많아져 식사 중이나 쉬는 시간에 돌연 멍하니 있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에 아이들이 걱정을 하긴 했지만 생각 할 것이 있어서 그렇다는 말에 어느 정도 수긍하고 넘어갔다. 이번 건강 검진 결과도 괜찮다고 전했고 진로에 대해 고민했던 것은 아이들도 알고 있었으니 그것 때문이리라 여기겠지하며 맘 놓고 넋을 놓았다. [오늘도 이겼습니다. 승리 보고라는 것 제법 기분 좋은 거군요.] [역시 이길 줄 알았어! 축하해!!] [감사합니다. 다음주 시합도 힘내겠습니다.] 그 사이 인터하이는 예선 중반에 이르렀고 쿠로코는 첫 시합 이후 시합의 일정과 함께 긴장 된다고 전하는 것과 시합 이후에 승전보를 보내는 것 이외에 보러 올 것인지 보러 왔었는지 확인하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첫 시합날, .. 2016. 6. 6.
안개꽃 한다발 -66- 중간 고사가 끝나자마자 시작된 인터하이 예선, 나름 강호라 불리는 팀이지만 그래도 새로운 선수 구성과 연습 체계 때문인지 농구부의 모두는 수업 시간에도 반쯤 죽어있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물론 세토는 대회 기간이 아니어도 늘 잠들어 있지만... 대회 준비로 바쁜 것은 비단 우리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었는지 저녁 외출을 할 때에 가끔 들리는 농구공 소리도 이젠 전혀 들리지 않는다. 서점에 다녀오는 것을 잊어 외출하는 김에 슬적 들여다본 농구 코트에는 저번에는 없었던 낡은 농구공 하나가 홀로 굴러다니고 있을 뿐 이었다. 외출한 김에 간만에 마지바에 들려 치킨버거 세트와 습관적으로 추가 주문한 바닐라 쉐이크를 들고 다시 집으로 향하는 길. 바닐라 쉐이크를 마시고 있으니 쿠로코가 떠올라 슬적 그에게 메일을 보내보.. 2016. 5. 11.
안개꽃 한다발 -65- 타카시나의 퇴학이 결정 되고 분위기가 엉망이 되어있을까봐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 학교는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라는 여전히 소란스럽고 야마자키는 그를 말리느라 바쁘고 세토는 하루 종일 잔다. 하나미야와 코하네는 다시 신경전을 시작해 후루하시가 때때로 피난하러 온다. 가끔 그녀의 패거리들이 나와 눈이 마주칠까 후다닥 도망갈 뿐 아무도 내게 시비를 걸어오지 않는, 오히려 아이들이 말을 걸고 싶어서 눈치를 살피는 것이 어색하다. 그리고 그 정신 없던 와중에 시험 기간이 다가와 우리는 다 같이 성적 발표에 불안해 해야했다. 그래도 다행인건 거의 대부분의 전교생이 같은 상황이었다는 것 이었다. 성실한 학생 몇몇이 있었으니 조금 석차가 떨어지긴 했지만 새학년이 되어 첫 시험이었다는 것도 있고 크게.. 2016. 4. 23.
안개꽃 한다발 -64- 일단 크게 다친 곳은 없으며, 머리가 산발이라는 것 빼고는 아무런 이상이 없으니 적당히 넘어가자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소우타 오빠는 금방 조취를 취할테니 오늘 오후에 보자고 하고는 감감 무소식이고, 아침부터 웅성웅성거리며 나를 힐끗 거리는 사람이 늘었다. 어제의 일 때문일까, 보통 아침에 학생회 일로 바쁜 코하네가 교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 때문일까?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수근거리는 것이 아니라 정말 비밀의 이야기를 하듯 소근거려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에 더욱 신경에 거슬려 일단 교실로 향했다. 계속해서 소근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아 애써 코하네와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교실 문을 열었건만 교실안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코하네가 교실로 돌아간 뒤 부터는 .. 2016. 4. 2.
안개꽃 한다발 -63- 미오와 사이좋게 장을 보고 계산대에서 줄을 서려 가고 있을 즈음 오빠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마트 앞에 와 있다기에 둘이 짐을 나눠들고 나오니 두 오빠가 기겁을 하고 달려왔다. "얼굴!" "여자애 얼굴이 왜 이 모양이야? 누가 이랬어!" "그냥 쓸린거에요." "잠깐 떼 봐. 상처좀 보자." "뭘 봐요. 그냥 가볍게 쓸린거라니까?" 호들갑을 떨어대는 오빠들에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대답 했지만 오빠들은 전혀 내 말을 들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쓸린 범위가 넓어 반창고를 큰 것을 붙인 탓이라고 생각 하지만 과보호가 너무 심한 것도 사실이라 한숨만 내쉬었다. 친구도 있는데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도 좋지 않으니 자중하라 한 뒤에야 겨우 조용해졌다. 츠카사 오빠는 이미 만난 적이 있으니 그리 어색해하지는 않았지만.. 2016. 2. 1.
안개꽃 한다발 -62- 뭔가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아직 학기 초, 새학기 특유의 어색함이라고 해야하나 1학년 때 부터 친하던 아이들은 저들끼리 모였고 사교성이 있는 아이들이 그 무리들을 왔다갔다하며 슬슬 반 아이들이 친해지기 시작할 무렵이 되니 각각의 특성이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다. 대부분이 나에 대해 같은 반 학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감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작년, 그 사건으로 신기하게 보는 아이들도 몇몇 있고 또 타카시나의 패거리도 두엇 있었다. 새 학기부터 나를 노려보고는 있지만 내게 직접적인 언행이나 터치는 없어 무시하고 있다. 어제부터 그 아이들이 쉬는 시간마다 자리를 비워 교실에 있기가 편하다고 여길 즈음, 옆 반에서 큰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인가 밖을 내다본 아이들이 조용히 다시 교실로 돌아와 궁금증은 점점 .. 2016. 1. 25.
안개꽃 한다발 -61- 집에 돌아오고, 급격히 쌓인 피곤에 집안일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는 심정으로 신발도 대충, 양말도 대충 벗어던졌다. 내일 아침에 치우면 되겠지 라는 심정으로 교복까지 대충 벗어 던지려다가 이건 내일 입어야하니 곱게 걸어두었다. 침대에 널브러져서 씻어야하는데 귀찮다고 생각하던 도중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들렸다. 귀찮아서 낑낑거리다가 팔만 대강 뻗어 몇번의 헛손질 끝에 핸드폰을 잡아 펼쳤다. [좋은 분들 이시네요.] 언제나와 같은 간결한 내용. 그렇지만 어딘가 웃음이 묻어나오는 듯한 기분에 가끔 어린애 같지만 충분히 자랑스러운 오빠들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한참 뒤에 온 답장이 제법 귀엽고 부끄러워서 일부러 소리내어 깔깔거리며 웃었다. 텀이 긴 것을 보아하니 본인도 부끄러워서 한참 고민한 것 아닐까 싶다... 2016. 1. 25.
안개꽃 한다발 -60- 제법 복슬복슬한 보라색 머리가 시야의 끝자락에서 꼬물거린다. 신경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무시하고 꿋꿋이 책장을 넘기니 슬그머니 자리를 잡고 앉는 것이 보였다. 고작 10분의 쉬는 시간인데 왜 내 옆에 붙어 있으려 하는지... 결국 내가 한숨을 쉬며 옆을 돌아보자 왠지 대형견 한마리가 보이는 듯 했다. "있지, 서향쨩 무슨 일 있었어?" "딱히. 왜?" "아까 기분 안 좋아 보였잖아?" "음. 그냥." "혹시 사사키쨩 만났어? 옆반인거 몰랐구나?" "... 너는 알고 있었어?" 하라의 말에 그를 돌아보며 화가 난 듯한 어조로 캐묻자 내가 알고 있는 줄 알았다며 시무룩해졌다. 사실상 그의 잘못은 없으니 화를 낼 수도 없어 한숨만 쉬고 그의 머리를 대충 쓰다듬어 주고 제자리로 돌려보냈다. 물론 가란다고 갈.. 2016.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