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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65-

by 깜냥이 2016. 4. 23.

타카시나의 퇴학이 결정 되고  분위기가 엉망이 되어있을까봐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 학교는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라는 여전히 소란스럽고 야마자키는 그를 말리느라 바쁘고 세토는 하루 종일 잔다. 하나미야와 코하네는 다시 신경전을 시작해 후루하시가 때때로 피난하러 온다. 가끔 그녀의 패거리들이 나와 눈이 마주칠까 후다닥 도망갈 뿐 아무도 내게 시비를 걸어오지 않는, 오히려 아이들이 말을 걸고 싶어서 눈치를 살피는 것이 어색하다.

그리고 그 정신 없던 와중에 시험 기간이 다가와 우리는 다 같이 성적 발표에 불안해 해야했다. 그래도 다행인건 거의 대부분의 전교생이 같은 상황이었다는 것 이었다. 성실한 학생 몇몇이 있었으니 조금 석차가 떨어지긴 했지만 새학년이 되어 첫 시험이었다는 것도 있고 크게 벌어진 것도 아니어서 안심했다.


"이걸 성적이라고 가져왔냐!"

"하라! 이 멍청아!"

"으엥! 서향쨩 하나미야랑 자키가 나 괴롭혀!"

"네 잘못이지."


여기 이 한 명을 빼면... 성적이 제법 많이 떨어진 모양인지 석차가 공개된 날 방과후에 하나미야가 화가 난 얼굴로 나타나 하라의 얼굴에 상적표를 집어던졌다. 그리고 떨어진 성적표를 집어든 야마자키가 화를 내고 뒤이어 들어온 후루하시와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세토가 야마자키의 주위로 모였다. 그리고 돌아가며 하라를 한 번씩 쥐어 박고는 목덜미를 잡아채 질질 끌고갔다.
뭐야, 얼마나 떨어졌길래 저래. 처사가 너무한 것 아닌가 싶어 슬그머니 하라와 친한 남학생에게 그의 성적을 물어보았다. 응, 평균이 50점이면 혼날 만 해.


"그런데 전체적으로 점수가 떨어진건 다행이지만 그렇게 큰 소란이었던 건가..."

"그렇지, 이런 류의 사건이 흔하지 않잖아?"

"... 작년에도 그랬었는데?"

"대상이 별거 없는 한국인에서 유명 가문의 금지옥엽이 되었으니 당연히 관심받지."


그건 그렇다. 알고보니 유명한 집안의 아가씨 였습니다-라니, 삼류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슬적 혀를 차며 성적표를 갈무리하니 성적 탓 이라고 여긴 것인지 히마리가 괜찮다며 응원을 한다. 나는 5등 가량 석차라 떨어졌고 히마리는 오른 편이다. 세토와 함께 1,2위를 다투는 코하네는 이번 성적 테러에 가장 영향을 받지 않았고 미오는 고만고만하게 유지하는 중이었다.


"나 사실 정신 없어서 시험기간도 잊었었어."

"나도 그래."

"나도, 다들 그랬을 걸?"

"코하쨩은 그래도 성적 유지?"

"응. 난 석차 떨어지면 영감... 어른들이 시끄러워져서."


이제 단어 필터링을 그만두겠다고 한 코하네는 이제 정말로 단어를 막 던지곤 한다. 그래도 정 아니다 싶은 단어들은 조금 생각을 해서 말하긴 한다는데. 글쎄... 일단 말하고 나서 생각하고 고치는 것 같다고 느껴지는 건 기분 탓 일까? 일단 가벼이 넘기기로하고 고개를 끄덕이니 코하네가 어께를 으쓱여보이곤 한숨을 쉰다. 나도 성적이 많이 떨어지면 오빠들에게 혼날 것 같지만 크게 잔소리를 듣거나 하진 않을 것 같다. 그저 내가 진학하는 데에 필요하니 하고는 있지만 정확히 어떤 학교에 갈 지는 정하지 못해서 파고들어 하지는 못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으 목표는 그저 혼나지 않을 정도일 뿐이니까.


"서향은 혼내는 사람 없지?"

"그렇지 뭐... 누가 성적 확인하는 것도 아니고, 나쁜 점수는 아니니까."

"서향은 오히려 점수 높은 편이지- 진학할거지? 한국? 일본?"

"한국이 입학이 빠르니 진학은 일본으로 해야할 걸? 이건 오빠들에게 상담 하려고. 아직 어떤 걸 하고 싶은지 못 정했으니까."


중학생 때는 그저 농구를 하는 것이 좋았고 작년에는 정신이 없어서 하루하루 버티기에 바빴다. 이제 내년에 수험생이니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더 좋을 텐데 막연히 공부만 하고 있자니 갑갑하다. 중학생 떄는 그저 현실이 즐거워서 미래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고 선수라던가 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생각 이었지만... 중학생 치고 큰 키였지만 팀 내에서도 제법 작은 키인지라 선수를 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아직까지 키가 크고 있기는 하지만 얼마나 더 자랄지는 미지수, 고등학교 농구까지만 되어도 180을 웃도는 언니들이 많아 나는 신체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뭐가 있지?


"서향쨩, 무슨 생각 해?"

"그냥, 내가 하고 싶은게 뭘까- 같은거?"

"그래서 뭔데?"

"몰라, 딱히 하고싶은 것도 없고, 그냥..."


농구하고싶다- 라고 무의식중에 튀어나오려는 말을 슬적 삼키고 웃어보이니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몰라도 미오가 아아- 하고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히마리는 아무래도 좋다는 느낌이고 코하네는 이미 무엇을 할지 정해져 있다는 모양이라 그저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그녀들도 나름의 고민이 있는 듯 시선을 굴리다가 마주치고 히히 웃었다. 이제 고작 1학기 중간 고사가 끝났을 뿐이니 천천히 생각하자며 히마리가 대화의 흐름을 끊는다. 


"중간 고사 끝났으니 놀러도 가고 그러자구? 응?"

"히마리쨩 노는데 너무 열심히 아냐? 나 이제 곧 대회인데 응원해달라구!"

"하라군 스타팅이었어? 벤치 아니야?"

"나 스타팅 멤버인데! 코하네쨩 너무해!"


대화 중 갑작스레 난입한 하라가 히마리에게 매달려 미오와 내게 밀려 떨어졌다가 다짜고짜 내뱉어진 코하네의 말에 빽빽거린다. 우울할 시간은 잠시도 주지 않는 저 발랄함이 오늘 같이 분위기를 전환할 때는 무척 고맙다. 올 해 새로 스타팅 편성이 이루어지면서 졸업생 대신 다음 학년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새로운 스타일로 바뀌었다는 모양이다. 무관의 오장인 하나미야를 주장으로 하라와 후루하시, 야마자키. 그리고 전에 딱 한번 대화해봤던 마츠모토가 스타팅이라는 모양이다.
키가 데체로 비슷비슷한데 괜찮은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신장으로 선수는 무리-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나로서는 선수 다섯 중 세명이 겨우 180언저리라는게 제법 놀라웠다. 제법 농구 강호인 축에 드는 팀인데 저런 선수층으로 괜찮을까?


"서향쨩- 서향쨩도 내가 스타팅이라는거 못 믿는거지! 너무해!"

"아니. 하라군 키면 큰 편이잖아?"

"응. 그렇지! 나 커! 190은 아직 쬐-끔 부족하지만!"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키를 자랑하는 하라를 보며 뒤에서 야마자키가 혀를 차는 것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키는 간신히 180을 넘겼을 이었으니 키가 큰 것으로 잘난 척 하는 것이 아니꼽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것과는 달리 그는 하라의 뒷통수를 강하게 후려치고는 키가 큰건 둘째치고 보충수업을 면제받기 위해 공부나 하라며 잔소리를 했다. 그러고보니 기말고사에 석차를 올리지 못하면 그는 여름 방학에 보충 수업을 받게되고 스타팅 맴버가 된 보람 없이 대회에 출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 성적은 너무했어."

"그야- 공부 하나도 안했는걸-"

"자랑이냐!"


야마자키를 거들을 겸 한마디 건네자 당연하다는 듯이 하라가 뻗대며 대답해 기어코 야마자키를 화나게 만들어 또 얻어 맞았다. 오늘따라 남아나지 않는 하라의 뒤통수에 애도를 표하며 더 이상 그가 내 앞에서 얻어맞지 않도록 입을 다물었다.

 

최근 2~3편씩 합쳐버리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충동이 듭니다...

매일 글을 쓰려 하고는 있지만 분명 퇴근하고 나서 프로그램을 키고 글은 쓰고 있지만 도통 진도가 나가지 않네요...:(

그래도 1~2주에 한편은 올리고 싶건만 뜻대로 안되네요 :( 싸구려 쬐끄만 노트라도 사다가 가게에서 글을 써야하나.. 싶기도 해요...

너무 오래 업로드가 없것도 죄송해서 8ㅂ8 짧게나마 올립니다... 여러분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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