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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64-

by 깜냥이 2016. 4. 2.

 

 일단 크게 다친 곳은 없으며, 머리가 산발이라는 것 빼고는 아무런 이상이 없으니 적당히 넘어가자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소우타 오빠는 금방 조취를 취할테니 오늘 오후에 보자고 하고는 감감 무소식이고, 아침부터 웅성웅성거리며 나를 힐끗 거리는 사람이 늘었다. 어제의 일 때문일까, 보통 아침에 학생회 일로 바쁜 코하네가 교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 때문일까?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수근거리는 것이 아니라 정말 비밀의 이야기를 하듯 소근거려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에 더욱 신경에 거슬려 일단 교실로 향했다.
계속해서 소근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아 애써 코하네와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교실 문을 열었건만 교실안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코하네가 교실로 돌아간 뒤 부터는 조용해졌으니 그나마 다행인걸까...

평소답지 않게 거의 정적에 가까운 아침이었지만 조례 이후 다시 평소대로 돌아왔다. 평소 나를 노려보던 타카시나 패거리들이 나와 눈이 마주칠까 땅만 보고 부리나케 도망쳐댔고 당사자는 미오가 상황을 보겠다고 일부러 찾아가 봐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학교에 등교조차 하지 않았다는 모양이다.


"오빠들이 어떻게 했는지 설명 해 주셨어?"

"아니, 전혀. 알아서 할테니 기다리라는 말 뿐이야."

"조용히 퇴학이라던가."

"... 세토군 안 졸려?"

"방금 잠 깼어."

"좀, 그런식으로 갑자기 끼어들면 놀라잖아."

"어. 미안, 스즈키."


세토는 언제나처럼 종일 자다가 뜬금 없는 곳에서 끼어들어 우리를 놀라게했다. 그녀의 상황은 당장 퇴학을 당해도 그러려니 할 정도로 안 좋다고 말하더니 그대로 잠들어 뒤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 상태로 한참을 유지하던 그는 조금 뒤 게슴츠레 눈을 떴다가 책상에 놓인 눈가리개를 더듬더듬 집어들어 눈을 가리고 다시 잠들었다.
조용해진 그를 보고 우리는 꿀 먹은 벙어리마냥 그를 바라보다가 그렇게 쉬는 시간을 넘겨버렸다.
제법 조용히 오전 시간이 지나고 점심 시간이 되어 아이들과 어디서 점심을 먹을지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교실이 조용해졌다. 비단 교실 안 뿐만이 아니라 복도까지 조용해져서 무슨 일이 또 일어나는걸까 하고 한숨을 쉬니 미오가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러고 있던 도중 학생회 아이 둘이 안절부절하다가 내게 다가와 우물쭈물 내게 말을 걸어왔다.


"타카시나가 등교했다는 모양이야."

"가볼테야?"

"아니, 그럴 필요는 없을것 같아."

"그래? 그럼 알았어."

"우린 가볼게."


낯을 가리는 듯한 두 아이는 제 할 말을 다하고는 조용히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코하네의 눈치를 살피는 듯 보였지만 그렇다고 코하네가 험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어서인지 딱히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를 보는 시선이 든든하다고 말하는 듯 했기에 저 아이들도 고생이 많겠구나 싶었다.
내가 건성으로 대답한 탓인지 내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이 다시 평소처럼 수다를 시작하면서 교실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식사는 교실에서 하기로 하고 도시락을 꺼내들어 반찬을 뺏고 빼앗기며 신나게 점심을 마쳤다.
그나저나 저 계집애가 등교를 했다고하니 또 소란을 피우지 않으려나 싶었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가방만 놓고 어디론가 가버렸다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퇴학이려나?"

"그거 밖에 없겠지 뭐. 본인도 이 학교에 계속 다니기 힘들거고."

"... 서향이 걱정할 일은 아냐. 오히려 더한 벌을 줘야지!"

"나를 이렇게 싫어하는 사람은 처음이라서...  음... 글쎄?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요시마사 쪽 사람 같지 않네."

"응?"


조용히 우리들의 이야기를 듣던 세토가 또 다시 끼어들어 알 수 없는 말을 해댄다. 그보다 요시마사 쪽 사람이라니, 편가르기하니? 외가니까 굳이 따지자면 그 쪽이지만...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를 멀둥멀둥 바라보자 같이 말없이 바라보던 그가 그렇다고, 하며 대충 말을 마무리했다. 그에 코하네가 짜증을 부리려는 것을 간신히 말리고 다시 그를 돌아보자 그는 머리 위로 올려두었던 안대로 눈을 가리고 잘 태세를 취했다. 그리고 채 1분도 지나지않아 그대로 잠들어버려 코하네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짓게 했다.


"뭐야?"

"원래 저래. 하루 종일 자."

"하루 종일? 저러고?"

"응, 신경 쓰지마. 그래도 많이 도움을 받고 있으니까."


세토를 노려보는 코하네를 달래어 그에 대한 관심을 끊어내고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려던 그 때. 앞문이 거칠게 열리며 한 여학생이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 아이가 누구인지 확인한 미오와 코하네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의 앞에 팔짱을 끼고 버티고 섰다. 내 앞으로 다가온 여학생, 타카시나는 무언가 속으로 말을 고르는 듯이 우물쭈물 하다가 풀썩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냥 앉은 것이 아니라 무릎을 꿇은 채 안절부절 하는 모습에 주위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코하네는 기가 차다는 듯이 헛웃음을 쳤다.


"미안, 미안해!"

"사과 한다고 네가 서향한테 한 일이 없어지는 줄 아니?"

"괜찮으니까 일어날래? 보는 눈이 많아서 껄끄럽네."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알았으니까 일어나."


귀찮다. 계속 주제도 모른다는 소리를 해대던 재수없는 계집애가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있으니 나를 나쁜년으로 몰아세우려는 건가하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대신 화를 내 주는 코하네를 만류하며 애써 말을 곱게 하는데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코하네는 계속 화를 내고 타카시나는 무릎 꿇고 일어날 생각을 안하니 짜증이 밀려온다. 교실 안밖에서 웅성이는 소리, 그 안에 섞인 대상이 누구인지 모르는 악의 가득한 말을 억지로 듣지 않는 척 하니 머리가 핑핑도는 기분이다.


"정신 없으니까, 그만 가줘."

"있지, 내가 몰라서 그랬던 거니까..."

"응, 몰랐겠지. 나도 몰랐는데 너라고 알았겠니. 그러니 좀 가라."


머리가 너무 아파서 참기 힘들어 옷자락을 잡고 용서를 비는 타카시나를 억지로 일으켜 세워서 교실 밖으로 내보냈다. 웅성이는 인파로 타카시나를 던져넣 듯 밀어내고 자리로 돌아오니 그 패거리 둘이 눈치를 보다 슬그머니 나가는 것이 보였다. 자리에 앉아 아픈 머리를 감싸쥐니 코하네가 나서서 웅성거리는 아이들을 조용히시켰다. 조용해지니 그나마 아픈 것이 가라앉는 듯 해 고개를 바로 들어보니 여전히 아프다. 약이라도 받아와야하나 싶지만 귀찮아서 그냥 책상에 엎드리니 코하네가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서향 집안을 알았으니 이제서라도 만회하려는 건가? 염치도 없네."

"그렇게 대단해?"

"어머, 요시마사가 얼마나 큰 집안인데!"

"그야, 아빠는 평범한 회사원이고..."


내가 지겹다는 표정을 하며 그녀를 바라보니 코하네는 뭐가 그리 우스운지 깔깔대며 웃었고 주제에 못 따라오는 미오와 히마리는 우유 팩을 마시며 우리가 떠드는 것을 구경하고만 있었다. 아무튼 서향의 외가가 엄청나다는 거지? 조용히 있기가 어색했던지 찌그러질대로 찌그러져서 소리를 내고 있는 빈 우유팩을 내려놓고 히마리가 손을 들어 질문한다. 그에 나는 어께를 으쓱해보이기만 했고 대신 코하네가 그렇다고 대답해 주었다.


"아마 우리 집보다 더 엄청날 걸?"

"와... 상상도 안되는데."

"간단하게 말하면 네 오빠라던 그분이 화나면 아까 그 계집애 집안 말아 먹는건 소바 말아 먹는 것 만큼 쉽다는 이야기지."

"코하네... 그런 말도 할 줄 알았어?"


우아한 동작으로 머리카락을 넘기는 코하네에게 미오가 놀란 얼굴로 질문하니 뭐 어때서그러냐며 토라진 표정을 한다. 그래서 외가가 엄청난 집이었단 말이지? 하고 중얼거린 내 말에 코하네가 정말 몰랐냐는 듯이 눈을 화등잔 만하게 뜬다. 그래, 몰랐다고 내가 몇번을 말하니. 다시 아파오는 머리에 책상에 엎드리자 한국에는 그런 개념이 없나보네- 하며 웃는다. 그런 개념이 있긴 있겠지만 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곳의 이야기니까... 하지만 이 말은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그저 고개만 주억거렸다.

예비종 소리에 히마리와 코하네 자신들의 짐을 챙겨 돌아가고, 무얼 하다가 왔는지 하라와 야마자키가 늦게 들어와 선생님께 혼이 났다. 세토가 자다가 코를 고는 바람에 교실 아이들이 와르르 웃어버린다던가. 오후 시간도 여느 때처럼 흘러가고 두통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글아들었다. 혹시나 또 타카시나가 찾아오지 않을까, 코하네와 히마리가 번갈아가며 다녀가고 방과후에는 후루하시도 농구부원들을 데려가면서 괜찮냐며 슬적 물어봐왔다.


"괜찮지 않을 건 또 뭐야? 후루하시군은 걱정이 많네-"

"타카시나 이름이 계속 들려서."

"등교했다고 소란스럽던걸? 별거 없었어."

"그렇다면 다행이고."


걱정 말라는 듯이 방긋 웃어보이니 그도 보일 듯 말 듯 입꼬리를 올려보였다. 응, 거짓말은 하지 않았어. 내 입장에서는 정말로 정말 별 것 아닌 일 이었고 아무일도 없었다고 하지는 않았으니까. 혼자 속으로 변명하며 부활동으로 서두르는 그들의 배후에서 손을 흔들어주고 내 짐을 챙겨들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오빠들에 의해 집으로 귀가 했다.
두 사람 다 딱히 많은 설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타카시나의 퇴학은 확정인 모양이다. 일을 크게 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지만 두 사람은 웃기만할 뿐이었다.


"힘들면 말해, 전학 시켜 줄게. 라쿠잔 좋다니까?"

"슈토쿠도 좋아, 슈토쿠. 우리집에서 가깝고."

"안 가. 전학 안 가."


왜 자꾸 전학을 못 시켜서 안달인지. 내가 단호하게 거부하니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찬다. 그래도 안 돼. 안 가.

 

오랜만에 뵙네요 8ㅁ8 아무말 없이 사라져서 죄송합니다ㅠㅠ....

 제가 최근 취업...? 이라고 해야하나 그 비스무리한 것을 하게되어서 여수에 갔다가 처음 만져보는 기기들에 익숙해지고 본가에도 왔다갔다하느라 매우 정신이 없던 바람에8ㅁ8...!!

매주 업로드 하고 있던거지만 앞으로는 편이 완성될 때 올라올 것 같습니다아 :( 그만큼 다른 것들도 더 천천히 올라올 것 같네요.. 그래도 분발하겠습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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