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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62-

by 깜냥이 2016. 1. 25.

뭔가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아직 학기 초, 새학기 특유의 어색함이라고 해야하나 1학년 때 부터 친하던 아이들은 저들끼리 모였고 사교성이 있는 아이들이 그 무리들을 왔다갔다하며 슬슬 반 아이들이 친해지기 시작할 무렵이 되니 각각의 특성이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다.
대부분이 나에 대해 같은 반 학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감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작년, 그 사건으로 신기하게 보는 아이들도 몇몇 있고 또 타카시나의 패거리도 두엇 있었다. 새 학기부터 나를 노려보고는 있지만 내게 직접적인 언행이나 터치는 없어 무시하고 있다.
어제부터 그 아이들이 쉬는 시간마다 자리를 비워 교실에 있기가 편하다고 여길 즈음, 옆 반에서 큰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인가 밖을 내다본 아이들이 조용히 다시 교실로 돌아와 궁금증은 점점 커졌다. 그렇다고 직접 내다보자니 옆반은 바로 그 타카시나의 반이라 일이 더 커질것 같아 가만히 자리를 지켰다.


"있지, 안도상을 부르는게 나을까?"

"무슨 일이길래 코하네를 불러? 그보다 그건 굳이 내게 묻지 않아도 괜찮아."

"응... 아냐, 방해해서 미안."

"방해는 아니니까 괜찮아."


그보다 설명을 해 주겠니? 아직 이름을 외우지 못한 여학생은 조심스럽게 내게 코하네를 불러야할까 물었지만 전후 상황은 커녕 사태 파악도 못 하고 있어 그녀에게 명확한 답을 주지 못했다. 아무래도 내가 친하니 불러달라는 말인가 싶었지만 딱히 그런 문제는 아닌 듯 친구로 보이는 다른 학생에게 무어라 이야기 하고는 둘이 어디론가 가버렸다. 쉬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았았는데도 서둘러 가는 것을 보니 직접 코하네를 부르러 가는 것일까?


"소란이 더 커지기 전에 회장을 부르러가나봐."

"회장?"

"응, 아까 그 애들 학생회잖아."

"아, 그랬어? 나는 몰랐는데."

"나도 어쩌다 알긴 했지만, 코하네랑 같은 부서라고 하더라."


그래서 코하네를 부를까 물어본걸까? 그런데 왜 굳이 내게 물어본 거지? 저 소동이 타카시나가 벌인 것이라는 추측을 해 보았지만 확신도 없고 쉬는 시간이 끝나기 전에 간신히 수습 되어 관심을 꺼버렸다. 하필 다음 교시 수업이 나를 싫어하는 선생님이어서 관심을 끈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질 새가 없었던 것일 지도 모르겠다. 고작 일주일 밖에 안됬지만 오늘까지 세번째인 현대 문학 수업은 지난번 집요하게 내게만 질문 해대며 무안을 주기에 또 그럴까 하고 미리 예습까지 해왔다. 과목이 어렵더라도 선생님이 나를 기특하게 보시는 고전 문학이 더 좋아! 그 선생님은 수업에 잠만 안 자면 예뻐하시니까!


"자, 그럼 뱌쿠상."

"네."

"이 부분 읽어볼래요?"


그나마 오늘은 읽는 것 뿐인가? 일어서서 차근차근 읽으니 주면에서 오오- 하는 감탄사가 들려왔다. 할당된 분량을 다 읽으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앉으라 하셨다. 질문이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 집중하고 결국 다시 불려져서 본문을 읽기를 반복하니 어느새 수업이 끝났다. 아무래도 이번 학기 현대 문학 점수는 높을 수 밖에 없을 모양이다. 아니, 올 해 점수가.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패거리의 아이들이 쪼르르 교실을 나가는 것을 눈으로 쫒으며 그냥 저대로 안들어왔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들이 나가자마자 아까 내게 말을 걸어왔던 아이가 내게 다가왔다.


"있지, 음..."

"응? 무슨 일이야?"

"아니, 요즘 분위기가 안좋아서...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해. 조심해. 회장님께 말씀드릴테니까 안도상이랑 같이다니고..."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래도 그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아."

"응. 그래도 조심해. 학생들이 많으면 건드리지 않겠지만..."


안절부절, 수업시간동안 잠시 잊고 있던 그 소동이 타카시나라고 확신 시켜주는 듯이 불안해하는 그녀를 안심시켜주려고 했지만 그닥 소용은 없었는지 말을 끝내고 제 자리로 돌아가면서도 나를 힐끔 거렸다. 괜찮다는 듯이 웃어줬지만 그래도 불안했는지 결국 코하네에게 언질을 넣은 모양이다. 종례 이후 우리반으로 달려온 코하네가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며 신신 당부를 하며 학생회 일로 같이 하교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슬적 학생회라는 아이들을 바라보니 멋적게 웃으며 시선을 돌린다. 결국 회장을 설득하는 것은 실패했나 보구나.


"설마 무슨 일 있겠어? 어차피 오빠들이 걱정이 많아서 오늘 오후 오프인 김에 데리러 온다고 했는걸."

"오빠들? 그렇다면 좀 다행인데."

"자, 코하네- 빨리 가야하는거 아니야?"

"응... 늦었네."

"그럼 내일 봐."

"응! 조심하구!"


우리 반의 학생회 두명과 함께 서둘러 학생회 실로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고있는데 미오가 슬그머니 다가와 내 곁에 섰다. 슬적 돌아보니 내 가방을 내밀며 빙그레 웃는다. 지난번 내가 급히 오빠들을 만나러 가느라 버려졌던 것이 서운했다며 오늘은 오빠들에게 나를 인수인계하도록 해달라고 했다. 인수인계라니... 뭔가 단어 선택이 이상한 것 같아 미묘한 얼굴을 하자 미오가 개구지게 웃는다. 가방을 받아들며 생각해보니 츠가사 오빠는 친구들을 만난 적이 있으니 소우타 오빠에게도 소개 시키는 편이 좋겠다 싶어 함께 오빠들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오늘도 교문?"

"아니, 일 끝나고 연락준다고 했어."

"오빠들이 데리러 온다며?"

"응, 장보러 갈거거든."


시장으로 데리러 올거야. 나는 거짓말을 한 적 없다는 듯이 어께를 으쓱해 보이니 미오가 한숨을 내쉰다. 당장이라도 코하네에게 일러버치려는 듯이 휴대폰을 노려보다가 아주 틀린 말은 한 적이 없으니 일단은 봐주겠다며 주머니에 곱게 넣었다. 그럼 장보러같이 갈까! 하며 막 출발 하려던 찰나, 머리카락이 당기는 느낌과 함께 뒤로 나동그라졌다. 순간 사황 파악이 안되어 바닥에 쓰러진 채 생각해보니 이런 만행을 저지를 인물도 한명 뿐이며 미오가 달려와 소리치는 내용을 들으니 역시나 그 미친 계집애였음을 확신했다. 미오와 지나가던 다른 학생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키고 보니 내 머리채를 두번이나 잡아챈 장본인은 뻔뻔하게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너, 이번엔 경고야."

"뭐라는 거야? 경고? 경고 같은 소리하네. 서향이 가만히 있으니까 만만하니?"

"미오, 진정해."

"진정하게 생겼어? 쟤도 머리채 한번 잡아 뜯어버려!"

"미오 무섭다."


내가 반응이 늦어 미오가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겁이 많아 늘 뒤에 있던 미오가 앞에 나서서 삿대질을 해가며 타카시나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 모습이 제법 무서웠다. 이 아가씨야, 말 좀 어여쁘게 해주면 안되겠니? 화를 낼 타이밍도 놓치고 화난 미오를 말리려니 무서워서 말을 못 걸겠다. 내가 작년에 화 났을 때 너희가 이런 기분이었구나... 내가 잘못했어...
내가 안절부절 하고 있고 다른 학생들은 강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는 찰나 느긋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가 그녀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선생님들 오시기 전에 그만두는 건 어때? 이번에는 퇴학이야."

"난 경고만 했을 뿐이야!"

"다쳤잖아."

"자기가 넘어져서 다친걸..."

"억지 부리지 마, 타카시나."


언제 했는지 젤로 머리를 넘긴 세토가  한마디 한마디를 단호하게 내뱉으며 큰 키와 손으로 두 여자아이를 간단히 떼어놓는다. 평상시 그 잠만 자던 그가 맞나싶어 멍하니 있다가 내가 다쳤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각하고나니 볼 언저리가 쓰라린 것이 아무래도 바닥을 구르면서 쓸린 모양이다. 슬적 손으로 쓸어내려고 하다가 세토의 손에 붙들려 그대로 미오와 함께 양호실로 끌려가야했다. 타카시나는 그 자리에 버려진 채 끌려가는 나를 바라보다가 돌아서서 반대편 계단으로 가버렸다.
끌려가는 동안 화를 삭히고 진정한 미오가 세토와 내게 우물쭈물 사과를 건넸지만 세토는 뭐가 문제가 있었냐는 듯이 심드렁하게 대꾸했고 미오는 양호실에 도착할 때까지 입을 다물었다. 그냥 바닥에 쓸린 것이 아니라 바닥에 굴러다니는 모래알들에 긁힌 듯 소독을 하고 밴드를 붙여 티가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는 크기였다. 양호실을 나설 때까지 함께 있어준 세토는 신발장에 와서야 어린 여동생을 책망하듯 미오에게 쓴소리를 했다.


"다음부터는 싸움 거는 짓 같은건 하지 않는게 좋아, 스즈키."

"응, 오늘 도와줘서 고마워, 세토군."

"이 일은 내가 말하지않아도 금방 퍼질테니까 일단 내버려 둘게. 그럼 나는 이만 부활동 하러 간다."

"고마워, 세토군! 우리 때문에 지각 한 것 같은데..."

"아냐, 소란스러운 덕에 깨서 늦게라도 가는거니까."


느긋한 손짓으로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준 그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멀어졌다. 그보다, 오늘 오빠들을 만나는 것은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불안하지만 그렇다고 오빠들에게 만나지 못하겠다고 했다가는 집으로 처들어올 것이 분명하니 조용히 넘아갈 방도를 찾기로 했다.

 

저 못되먹은 계집아이의 영구퇴장이 다가오고있습니다!!!!!!!

:(.... 그리고 아이들 이름 헷갈리시는 분이 계실까봐... 안도 코하네/ 스즈키 미오/ 이시카와 히마리 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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