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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63-

by 깜냥이 2016. 2. 1.

미오와 사이좋게 장을 보고 계산대에서 줄을 서려 가고 있을 즈음 오빠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마트 앞에 와 있다기에 둘이 짐을 나눠들고 나오니 두 오빠가 기겁을 하고 달려왔다.


"얼굴!"

"여자애 얼굴이 왜 이 모양이야? 누가 이랬어!"

"그냥 쓸린거에요."

"잠깐 떼 봐. 상처좀 보자."

"뭘 봐요. 그냥 가볍게 쓸린거라니까?"


호들갑을 떨어대는 오빠들에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대답 했지만 오빠들은 전혀 내 말을 들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쓸린 범위가 넓어 반창고를 큰 것을 붙인 탓이라고 생각 하지만 과보호가 너무 심한 것도 사실이라 한숨만 내쉬었다. 친구도 있는데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도 좋지 않으니 자중하라 한 뒤에야 겨우 조용해졌다. 츠카사 오빠는 이미 만난 적이 있으니 그리 어색해하지는 않았지만 소우타 오빠가 초면이다보니 미오가 수줍어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것도 잠시 집으로 가는 차 안에도 두 오빠가 초등학생처럼 티격태격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나와 같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는 나와 함께 두 초딩을 구박하기에 이르렀다.


"동생을 걱정하는게 뭐가 나빠!"

"네 동생이나 걱정 하시라고."

"오빠는 앞 좀 보세요-"

"서향은 보고 있어도 불안하니까요..."

"그건 무슨 의미야?"


갑자기 화살이 왜 나한테 와? 내가 울상을 지으며 무언으로 항의를 하자 미오가 어린애를 대하듯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혐한 학생들이나 선생들하고 툭하면 시비가 걸려서 다툼이 일어난다며 한숨을 내쉬고는 장난이라는 양 다시 웃었지만 소우타 오빠가 무서운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내가 오빠를 달래며 다른 친구 덕분에 말다툼 정도로 끝나고 요즘엔 그런 사람들이 없다고 말했는데도 전혀 듣지 않는다.


"정말-!"

"이번에 코하네랑 반이 갈려서 난 이래저래 불안하다구!"

"걱정할 일 없대도?"

"오빠가 내일 모교 방문 좀 해야겠네."

"오빠 내일 바쁘다면서요!"


왜 저렇게 걱정들이 많은지... 코하네와 반이 멀어져도 내가 관련된 일이라면 금방 달려와주는 덕분에 그 여자처럼 미치지 않고서야 나에게 손찌검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 뻔하다. 그 여자는 한 번 정학을 당하더니 될대로 되라며 난동을 피우는 건가?
내가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 오빠가 핸드폰을 찾아 꺼내들어 그걸 말리느라 한참 실랑이를 벌여야했다.
 

"우리 집안 남자들은 왜 이렇게 회사 근무를 물로 보는거야?"

"나는 그렇지 않아."

"거짓말 하지마. 저번에 이모부한테 혼났잖아."

"혼나서 휴일 반납했었잖아요."

"와... 진짜요?"

"진짜."

 
미오를 집에 내려주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한참 실랑이를 벌이고 나서야 내일 일을 빨리 끝내고 오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아니 그런데 나랑 합의를 본다고해서 그 시간에 퇴근이 가능한거야? 권력 남용 하지마! 내가 속으로 뭐라고 소리치던 상관 없이 집에 도착한 오빠들은 집에 짐을 내려주고 내일 보자며 가버렸다. 왜 매일 보러오는건데? 일해라, 직장인!


[걱정되니까 그러시는 거겠죠.]

[그래도 너무해!]

[다치신건 어떠세요?]

[그냥 가볍게 쓸렸어. 범위가 넓은것 뿐이야.]

[가벼운 상처라면 다음에 만날 때 없겠네요. 그랬으면 좋을텐데요.]

[그럴거야.]


다들 너무 과보호라고 쿠로코에게 상담하니 오빠들의 편을 든다. 저라도 그럴겁니다. 라며 답하는 그는 슬그머네 내 상처 쪽으로 주제를 돌렸다. 아니 정말로 살짝 쓸렸을 뿐인데 왜 저리 난리들인지. 내가 한숨을 내쉬자 타이밍에 맞춰 쿠로코에게서 답장이 왔다. 다친 것의 정도는 상관 없이 내가 다친 것이기 때문에 걱정이란다. 이게 뭔가 싶으면서도 고마워서 역시 쿠로코같은 동생이 있어서 좋네- 하고 답장하니 테츠야라고 불라달라며 정정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부터 어제 타카시나가 방과후에 내 머리채를 또 잡아챈 것에 대한 이야기가 교내에 가득했다. 코하네는 그 미친 여자가 기어코 일을 벌였다며 이를 갈았다. 타카시나는 무슨 배짱인지 코하네가 저를 노려보던 말던 다시 무리들을 이끌고 다니기 시작했다. 언제 또 내게와서 난동을 부릴지 모른다며 하라가 호들갑을 떤 탓에 야마자키가 쉬는 시간마다 날을 세웠고 학생회 여학생 둘이 언제라도 코하네를 부르러 달려갈 태세를 취했다.


"세토군 깨어있는 건 처음보네?"

"소란스러워서 잘 수가 없네."

"연습 중에도 자는 주제에 무슨 헛 소리야!"


세토도 어쩐 일인지 쉬는 시간 만큼은 깨어있어서 다들 신기하게 바라보고있었다. 그래도 점심시간 즈음까지는 아무일도 없었고, 그저 타카시나가 거느리는 패거리들이 나를 유독 사납게 노려볼 뿐 이었다. 그렇지만 매번 관심을 주는 것도 피곤하고 조용히 지내고 싶은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에 적당히 무시했고 그것으로 트집을 잡히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점심 시간은 코하네와 함께이고 왠지 하나미야도 아침부터 우리 교실에 와서 세토와 무언가 대화를 나누곤 했기 때문인지 교실에 난입하는 사태는 없었다.


"오빠 오신대?"

"오늘 외근하고 거기서 바로 퇴근이라는데... 왜 믿음이 안갈까?"

"응, 그럴만 해. 그럴것 같더라."

"서향은 외동이나 첫째같았는데, 오빠가 있었네."

"사촌 오빠야. 그런데 평소에는 그렇게 자면서, 안 졸려?"


교실에 있을 때는 세토가 굳이 내 곁에 자리를 잡고 우리의 이야기에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갑자기 툭툭 한마디씩 건네는 그 때문에 미오가 깜짝깜짝 놀라곤 했지만 금새 익숙해졌다. 그의 체격이 크지는 않지만 신장이 있어서인지 끈질긴 시선에서 어느 정도 가려질 수 있으니 나야 좋지만... 곧 학교에 도착한다는 소우타 오빠의 메일과 퇴근하니 지금 출발한다는 츠카사 오빠의 메일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둘 다 무시하기로 결정 한 후 대충 가방에 쑤셔넣었다. 


"끝날 때 쯤 오신대?"

"거의 다 와간다고 하니까 아마 그쯤?"

"응, 그렇구나...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둘이 같이 올 모양이야."

"저런... 힘내."


큰 소란만 일어니지 않는다면 좋을텐데, 비난 섞인 시선들을 버텨내는 것은 작년에 충분히 겪었으니 제발. 한숨을 내쉬며 턱을 되니 옆에서 큰 손으로 세토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후루하시처럼 툭 툭 손을 올렸다가 떼는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 다루는 듯한 쓰다듬음이 그래도 귀찮게 놀리는 느낌은 아니라 얌전히 받아내었다. 물론 미오가 세토에게 여자아이의 머리를 함부로 쓰다듬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며 트집을 잡았지만 나는 그저 아무런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가- 하고 넘겼다.
꼭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내게 연락할 것만 같던 오빠는 종례가 끝나도록 감감 무소식이라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몇몇 아이들이 지나가며 소우타 오빠의 이름을 언급 했기에 아 오긴 왔구나 하고 넘겼다. 미오가 짐을 챙기는 것을 기다리며 먼저나가서 츠카사 오빠를 기다리고 있겠노라고 메일을 보내두고 아이들과 교실을 나섰다.


"들었니? 뭐, 워낙 소란스러워야지. 들릴 수 밖에 없지?"

"무슨 이야기야?"

"네가 주제도 모르고 접근한 그 분."

"코하네 이야기야?"


타이밍을 노리고 있던 걸까. 무시하려했건만 말하는 것에 제법 궁금하여 대꾸를 해주었더니 도통 알 수없는 소리를 지껄인다. 결국 대화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시비를 거려고 했던 것 뿐이라는 느낌에 한숨을 쉬며 그녀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번에는 미오가 내 바로뒤에 있었기에 또다시 머리채를 잡힐 일이 없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에 당당하게 등을 돌린 것이건만 저 정신나간 여자는 내 머리카락에 무슨 원수라도 졌는지 냉큼 잡아채내었다. 이번에는 잡아 당기는 것이 아니라 붙들고 흔들어대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미오가 말리는 목소리와 주변에 다른 아이들이 누군가를 부르러 가는 소리가 들렸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오빠들이, 오빠들이 학교에 있는데! 데미지가 적은 선에서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쓰던 말건 하나미야와 후루하시, 세토의 목소리가 들렸고 앙칼진 코하네의 목소리가 들리고 시야가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망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너는 타카시나 가의 막내 따님?"

"네? 네.. 네!"

"그렇구나, 오랜만이라 혹시나 했는데 맞네. 그래서, 아가씨가 왜 내 동생의 머리채를 잡고 있었는지 궁금한데. 대답해줄래?"


순간 주위의 분위기가 싸해졌다. 소우타 오빠의 품안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 상황을 파악하려 안간힘을 쓰는 나를 츠카사 오빠가 빼내어 친구들 곁으로 보내주었다. 헝클어진 머리를 코하네가 챙겨온 빗으로 빗어 정리하는 동안 두 오빠는 그저 웃으며 타카시나 패거리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웃으며 패거리들 전원을 스윽 훑어본 소우타 오빠가 해사하게 웃으며 타카시나를 바라보자 그녀의 표정은 하얗다 못해 파래졌다. 슬슬 눈치를 보던 패거리들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다가 자신들은 관심 밖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나서 서둘러 이 자리를 빠져나가고, 결국 머릿수로 당당해하던 타카시는 홀로 덩그러니 두 오빠들을 상대해야했다.


"꽤 난폭한 아가씨였네- 저 얼굴도 아가씨 작품?"

"아...니, 저..."

"저 아이가 일본 이름을 말했을 리가 없으리라고는 생각 했어, 호적상 이름이 아니니까."

"아, 그러고보니 우리 사랑스런 막내 동생이 자길 귀찮게한 아이가 있다고 했었는데 그것도 아가씨?"

"구태여 묻지 않아도 딱 보니 그런 모양이네."


말을 더듬는 타카시나를 무시하고 둘이서 대화를 진행하더니 그녀를 범인으로 확정했다. 그것보다 지금 내가 보기에는 어른 둘이 여자애 하나를 괴롭히는 것으로 보이니까 그만둬 줬으면 좋겠다. 주변에 구경꾼들은 있으나 전부 지금 상황을 하나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표정을 하고 있고 그것은 불려온 농구부의 세명이나 내 곁에 서 있는 세명도 마찬가지였기에 이걸 어디부터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싶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말던 타카시나를 바라보고 있던 오빠들이 힐끗 나를 돌아보더니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능숙하게 주면 학생들을 돌려보내고 나 때문에 달려온 친구들에게 나를 부탁하며 먼저 집에 가 있으라고 했다.


"왜요?"

"라쿠잔으로 데려갈까?"

"그 이야기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얌전히 집에 가계세요, 아가씨. 어른들이 끝낼 테니까."


오빠들의 말에도 머뭇거리다가 결국 세토의 손에 이끌려 신발장으로 인도 되었음에도 오빠들이 불안해 마음이 영 편하지만은 않았다. 애들 싸움이 집안 싸움 된다고 지금 딱 그 상황인거지? 세토의 말대로 지난번에 정학을 받고도 또 사고를 쳤으니 이번에야말로 퇴학일 모양이다. 내 머리채가 잡힌건 매우 아프지만 그렇다고 권력을 휘두르는 것도 좋지 않은데... 

:( 올린다는걸 깜박해서 큰일이에여

이번편에서는 여전히오빠들의 활약과 연달아 세토군의 어필-이있습니다:3 늦게등장한 만큼 분량을 뽑아주려하는데 생각대로 잘 안되네요 그만 처자렴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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