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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68-

by 깜냥이 2016. 7. 1.

2학년부터 제대로 참가하고 있는 체육 시간, 체육 선생님은 항상 나부터 한번 힐끔 바라보시고 준비 운동을 시작 하신다. 무더운 날씨에 야외 체육 수업이 계속되니 학생들의 불만 가득한 원성에도 선생님은 당황하지 않고 수업을 일찍 끝내준다는 조건으로 수업을 강행하셨다. 그것은 같은 시간에 수업을 하는 A반의 사정도 다를 바 없는지 한참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다가 곧 조용해졌다.
중간고사 이후 한달간 계속해온 배구 리시브는 이제 어느정도 익숙해져 있어서 일단 만점은 가능해보였다.


"서향은 운동에 능숙하네? 원래 운동 했었다고 했었지?"

"응, 아야는 배구부지? 좋겠다... 만점은 기본이겠네?"

"그건 서향도 마찬가지 일 것 같은데?"


리시브 연습을 하다가 좋친 공을 줏으러 다니니 배구부의 아이가 말을 걸어왔다. 사실 배구 리시브는 중학생때도 시험 본 적이 있고그걸 몸이 잊지 않아 다행일 뿐이지만 그녀에게는 그저 웃어만 보였다. 그녀와 나는 신장차가 있는 편 인데도 체육시간마다 라이벌이라고 여겨지고 있는 것 같아 제법 부담스럽다. 그러고보니 그녀는 에이스라고 했던가, 배구도 제법 키가 커야하는 스포츠 였구나.
제법 공을 떨어트리는 횟수가 줄어들 즈음 휘슬 소리와 함께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와 우르르 집합 장소로 이동했다. 이제 쉬려나 하고 생각하는데 마침 A반도 휴식을 시작하려는 듯 다시 한 번 휘슬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반과 A반이 나란히 모여있는 것에 어리둥절해 하며 같은 반 아이들에 섞여 무슨일인가 물으니 다른 아이들도 아직 알지 못하는 듯 고개를 저었다.


"피구로 아이스크림 내기 할거란다!"

"선생님들이 살거니까, 걱정은 하지 말고- 전원 참가는 너무 정신 없을 것 같으니 각각 10명씩 골라라."

"여왕 피구인 쪽이 더 스릴있겠지?"


아무래도 애들이 너무 더워하니까 선생님들이 계획하신 모양이다. 피구라는 말에 일단 더워서 녹아내릴 것만 같은 미오는 여학생들 몇몇을 데리고 그늘진 자리로 도망쳤고 A반에서도 코하네를 포함한 여학생들이 그늘로 피했다. 일단 우리반 세토는 언제부터인지 다시 잠들었으므로 저 아이도 참가하지 않을 셈인 모양이다.
팀 구성은 하라가 혼자 신나서 날뛰면서 정예팀이라며 아이들을 불러모았다. A반도 팀구성과 여왕을 정하느라 왁자지껄 소란스러운 가운데 참가는 안하고 심심한 남학생들 몇몇이 크네 작네 하며 발로 피구를 할 라인을 그리기 시작했다. 선이 그려지는 동안 누가 여왕을 할 것인가 상의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와아- 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을 보니 아무래도 여왕이 결정 된 모양이다.


"그럼 우리도 서향짱으로 결정-!"

"왜 멋대로 정하는거야?"

"뭐 어때 무난하네."

"불만 없으면 우리도 결정! 와아-!"

"와아-"


여학생들을 불러모으는 사이 하라가 멋대로 여왕을 결정해 그것에 반발하자 다른 아이들은 적당하다며 하라의 의견 대로 결정해버렸다. 피구는 늘 앞에서 공격을 했던 터라 내가 죽으면 게임 끝이라는 핸디캡은 제법  부담스럽다. 인상을 쓰며 여왕인데 전방에서 공격을 해도 괜찮을까, 숨어있어야할까 고민하고 있으니 하라가 내 어께를 톡톡 두드렸다.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 내가 지켜줄게!"

"오오- 하라 프러포즈-!"

"걸리적거리니까 그냥 가까이 오지마."

"엑-!"


까불거리는 하라를 진심으로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응수해주니 금새 조용해 졌다. 이 광경이 너무나도 익숙한 아이들은 그에게 동정의 손길을 보내지는 않았다. 그저 고백같은 언행이 재미있어 호흥만 가끔 해 줄 뿐이다.
선 안으로 들어오면서 농구부여서인지 당연하게 참가하는 하나미야와 후루하시에게 활짝 웃어주니 하나미야는 인상을 썼고 후루하시는 표정 변화없이 손만 흔들어보였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의 반응이 재미있어 키득거리고 있으니 선생님이 휘슬을 불며 공을 중앙으로 전져 주셨다. 그리고 중앙 선에서 한번 튀어 올라간 공을 잽싸게 낚아챈 후루하시에 의해 공을 가지러 전방에 나와있던 하라가 탈락했다.


"뭐하냐!"

"큰소리 치더니..."

"아휴... 하라군이 그렇지 뭐."


순식간에 탈락한 그를 어처구니 없이 바라보며 내 품에 날아온 공을 받아드니 남학생들이 성이 나서 소리쳤다. 그에 머슥하게 뒷머리를 긁던 하라는 이어진 내 말과 여학생들의 한숨에 기가 죽어 터덜터덜 수비 라인으로 이동했다.
일단 내 손에 공이 있으니 공격을 위해 전방으로 나와 살펴보니 역시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의 뒤로 숨어있었다. 여왕은 저 아이들 중 한명인 걸까? 한쪽 구석의 빈틈을 노려 던져보았지만 남학생들에게 공격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공을 잡은 남학생이 잠시 눈치를 살피다가 내게 공을 던졌지만 가볍게 받아내어 망설임 없이 빈틈으로 여학생 한명을 탈락시켰다.
피하려다가 다리에 스친 여학생이 툴툴거리며 수비라인으로 나왔고 여학생을 맞추고 튕겨나간 공을 잡은 하라에 의해 남학생 한명도 연달아 탈락했다.


"예에! 서향쨩! 하이터치 해줘!"

"이기고나서 해, 그런거."

"차갑네에-"

처음에는 하라 때문에 흔들렸지만 스포츠계 학생들이 많은 우리 반이 더 유리하기는 하다. 후루하시와 하나미야에 의해 우리 반 아이들도 하나 둘 탈락하고는 있지만 우리도 두 손 놓고 있는 것 만은 아니기때문에 양 팀의 인원  수는 착실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운으로라도 여왕이 발견되지 않자 양 팀은 여학생 위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꺄아-!"


그리고 A반의 마지막 여학생이 탈락하고 우리는 내심 휘슬이 울리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선생님들은 잠잠했다. 설마 했건만 남학생 쪽이 여왕역이냐! 조금 당황한 사이 어정쩡한 곳에 서 있던 이토군이 탈락했다. 그 탓에 남학생이 자키 한 명만 남아버려 여자 셋 중에 한명인 우리는 금방 여왕을 글킬 위험에 처했다.
날아드는 공에 야마자키가 홀로 셋을 보호하기는 힘들어 키가 조금 더 큰 야에가 내 대신 앞으로 나섰다. 고작 피구가 뭐라고 이렇게 살떨리게 하는거야! 하고 생각한 찰나 야에의 수비 범위에서 벗어난 메이가 탈락해버렸다.

"양 팀 인원수가 같은 이상 우리가 불리한데..."

"여왕이 누군지만 할면 좋을텐데, 아니 왕인가? 후루하시군이나 하나미야군 일 것 같지만..."

"왜 그 둘이라고 생각해, 아야?"

"'여왕'에 어울리니까!"


자신만만하게 외치며 공을 던진 아야의 탓일까, 왠일로 하나미야가 살짝 휘청거렸고 그의 앞으로 달려든 남학생이 대신 탈락 했다. 여왕, 왕을 찾았다! 역시 하나미야였다며 기뻐하는 아야가 나를 돌아본 사이 하나미야가 잽싸게 그녀를 탈락시켜 이제 남은 사람은 양 팀 모두 두 명씩이다.
공은 다시 내 손에, 빨리 게임을 끝내고 싶은 나는 빨리 하나미야부터 탈락시키고 싶어 던질 타이밍을 계산했다.


"서향짱 잘 지키라고 자키!"

"시끄러워 1순위로 탈락한 주제에!"

"지면 외주 20바퀴다, 후루하시."

"... 어."


뭔가 엄청 잔인한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내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후루하시를 보니 그의 눈에 투지가 생겨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나미야의 말에 흥미진진해진 아이들이 딴청을 그만두고 우리를 주목했다. 아 참, 하라는 50바퀴야. 이어진 하나미야의 목소리에 갸아악- 하는 하라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탈락시킨건 후루하시지만 시작하고 거의 1초만에 탈락했으니 벌을 받아도 싸다고 생각해... 농구부의 일이고 다른 팀인 야마자키에게 페널티를 주겠다고 협박하는 것도 아니니 선생님들도 웃으며 넘어가 주셨다.
하지만 하나미야를 마주보고 있는 입장의 야마자키는 힘들고 더워서인지 하나미야 탓인지 땀을 흘리고 있었다.  표정이 심상치 않지만 내가 어찌 해줄 방도가 없어 그저 그의 등만 토닥여 주었다.


"설마 졌다고 야마자키군에게 화풀이를 하겠어?"

"하. 하하! 그럼! 설마 하나미야가 그러겠어? 하하하! 난 그냥 더워서 그래! 더워서!"

"괜찮아, 야마자키군이 하라도 아니고."

"아, 그건 그래. 야마가 하라도 아니고."

"내 취급 너무하지 않아?"


내가 능청스럽게 던진 말에 하나미야가 가세하며 난데없이 까인 하라가 울상을 지었다. 그나저나, 하나미야는 야마자키를 야마라고 부르는구나. 하라는 자키라고 부르고. 왜 둘이 남의 이름을 나누어서 부르는거야?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일단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농구부 답게 가볍게 공을 받아내서 기분이 나쁘다. 그러고는 시익 웃는 꼴이 고작 이렇게 밖에 공격을 못하느냐며 비웃는 것 같아 나도 최대한 어여쁜 미소를 지어주었다. 넌 절대로 내가 탈락시킨다, 동챙이 같이 생긴 놈아. 내 미소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후루하시가 순간 흠칫해서 내 시선을 피한 것 같지만 그 딴거 알게 뭔가. 내게 곧장 날아오는 공을 받아낸 야마자키에게서 당연스럽게 공을 빼앗아 있는 힘껏 내던지니 후루하시가 당황한 것 같은 표정으로 공을 잡았다.


"더워, 아이스크림 먹고싶다. 끝내고싶다."

"동감이야."

"그러니까 탈락해줘 하나미야군!"

"너나 탈락해!"


오고 가는 공 속에 나와 하나미야만이 떠들며 후루하시와 야마자키는 외주 20바퀴만은 절대 싫은지 울 것만 같은 얼굴을 했다. 물론 후루하시는 겉으로 전혀 드러나지 않았지만. 격렬한 것 까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수비 라인에 있어야할 아이들까지 구경꾼의 자세를 잡고 구경할 정도가 되어서 결국 선생님의 휘슬 소리가 들려왔다. 곧 수업이 끝날 시간이었던 탓에 결국 무승부로 결론이 나고, 아이스크림은 각 반의 담당 선생님이 사서 점심 시간에 나누어 주시기로 하셨다.
내리쬐는 햇볕 아래서 격한 운동을 한 탓일까 지칠대로 지쳐서 교사에 들어서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바로 옆에서 연달아 한숨소리가 들려와 돌아보니 하나미야가 지친 표정을 하고있다가 나를 무심히 힐끗 보고는 인상을 쓴 채 성큼 성큼 걸어가버린다.


"하나미야군 수고했어."

"뭐가."

"설마 하나미야군이 여왕일 줄은 몰랐네. 뭐, 덕분에 재미있었어."

"하..."

"그런데 무승부인데 외주는 어떻게 되는 거야?"

"부외자가 신경쓸 일은 아니야."

"그건 그렇네- 후루하시군도 수고했어-"


신경질적으로 틱틱 대꾸하는 그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곁을 지나가는 후루하시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보는 동안 하나미야가 저만치 가버려 굳이 그를 쫒을 필요는 없으니 그를 놀리는 것을 포기했다. 작게 한숨을 내쉰 후루하시가 가만히 내 머리를 토닥이고 하나미야의 뒤를 쫒아갔다. 그러고보니 지난번에 하나미야를 화나게하면 훈련이 힘들어진다고 했던가. 미안한 마음에 오늘도 연습이 힘들어지려나 걱정하고 있으니 졸면서 걷고있던 세토가 하품을 하면서 내 머리를 토닥이고 지나갔다.
요즘 저 두 사람, 내 머리를 토닥이는 것에 재미 들린 것 같은건 내 착각일까. 이와중에 하라가 자신도 끼워달라고 달려들다가 야마자키에 의해 제지당했다. 손을 흔들어 야마자키에게 감사를 표하고 토닥여진 머리를 한 번 쓸어내리며 유유히 교실로 돌아왔다.

 

이번 편은 (제가) 쉬어가는 편 입니다!!!!!!!!

그런데도 오래걸렸어(대성통곡)

저는 서향이가 하나미야 면전에서 동챙이 같은 놈 이라고 하는 장면을 쓰고싶어요!!!!! 쓰고시퍼어어어!!!! 그런데 쓰려면 그 앞 부분을 제가 써야하는거죠 ㅠㅠㅠㅠㅠㅠㅠ 힘내겠습니다....!!!!!

그리고 후루하시랑 야마자키는 외주 추가 없었다는 후문< 하라 혼자 50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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