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먼저 쓴 패러디입니다.
생각보다 잘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이번에 글을 올리려고 하는 이유도 이것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완결을 내야한다는 일념입니다.
정말 저게 다입니다.
거짓말과 거짓말쟁이의 차이는 꽤 크다고 생각합니다.
커플링에 주의하시고, 오그라드는 부분이 있다는 걸 미리 주의드립니다.
덜 수줍고 싶은데 어렵네요.
자신감의 유무를 떠나 그냥 부끄럽습니다.
어째서일까요?
클릭하셔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잘 들으세요.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넌 보스잖아요.]
그래도 싫어!
[잊지 마세요, 내가 누구였는지.]
아아, 넌 지독한 거짓말쟁이.
거짓말과 거짓말쟁이
파란 새벽, 사와다 츠나요시는 힘겹게 눈을 떴다. 심장을 에는 감각이 눈물까지 앗아간다.
그는 벌써 근 1달째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기분 나쁜 꿈. 살을 붙이자면, 두 번 다시 꾸기 싫은 악몽. 꿈에서 그는 누군가를 죽이고, 그 시체를 필살염으로 태웠다. 그러는 내내 웃었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자면 개꿈이라고 할 그런 꿈인데 너무 생생해서, 손에 남은 그 감각이 섬뜩해서 밤새 떨었었다. 그러면서도 너무 슬퍼서 미칠 것 같았다. 앞도 보이지 않는 슬픔, 그건 절망과 닮아서 울지도 못했다. 아니, 울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랬었다.
같은 꿈이 반복될수록 그 모든 감각이 일그러졌다. 왜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은 그저 그 모든 것이 무언가를 이어주는 끈처럼 느껴졌다. 너무 소중한 끈이라 아프면서도 놓을 수 없다. 그 고통까지도 소중하다. 그렇게 느낀 이유조차 모른다. 무심코 시계를 찾았다. 오전 5시, 꿈에서 깨어나면 언제나 같은 시간이다. 단지 시간을 확인했을 뿐인데, 심장이 아려온다. 이것도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그는 머리를 흔들었다. 알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게 꿈인지 현실인지도 애매하다. 무엇보다 요즘 자신에게서 뭔가가 빠진 것 같다. 그걸 알지만, 역시 지금도 깨어 있다는 현실감이 없다.
오늘도 그는 몽롱한 하루를 시작했다.
아, 또 저 꼴이다.
리본은 오늘도 멍하니 있는 제자, 츠나를 보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벌써 근 1주일간 같은 상태다. 처음에는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싶어서 하루쯤 쉬게 해줬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1주일이 지난 지금은 그냥 못마땅했다. 그래도 그동안 제재를 가하지 않은 것은 ‘보스’로서 훌륭한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넋은 빠진 것 같은데 훌륭한 보스라니, 이것도 웃긴 일이다.
저렇게 넋 놓은 꼴을 보기 싫어서 오늘은 특별히 양도 질도 훌륭한 과제를 내줬거늘…….
“여어, 츠나. 왜 그렇게 멍하게 있는 거지? 오늘 하라고 한 과제는 끝낸 거냐?”
“으, 응. 다 했어…….”
‘그걸 다 했다고?’
리본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단순히 조금 많은 정도의 양이 아니다. 그로서도 작정하지 않으면 하루 안에 다 하기 어려울 정도의 양과 질이다. 그런데 지금 츠나는 그걸 다했단다. 그것도 과제를 준 지 고작 4시간 만에! 예전이라면 그 1/10밖에 안 되는 양에도 기겁해서 난리 쳤을 녀석이! 츠나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있던 그의 눈매가 의심으로 가늘어졌다. 간이 부어서 넋과 함께 꺼내놨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말 그대로 가능성일 뿐이지만, 차라리 그쪽이 그가 생각하는 정답에 가까웠다.
그런 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츠나는 한쪽 구석에 치워뒀던 과제를 하나하나 꺼냈다. 진짜 다 한 거냐? 어이가 조금 달아났다. 그래도 일단 확인은 해야지 싶어서, 그는 끊임없이 나오는 과제 중 하나를 들고 꼼꼼히 살펴봤다. 그가 고른 건 봉골레의 보스가 되어야 하니, ‘이탈리아어는 기본, 라틴어는 교양’이라는 논리로 낸 라틴어 중급 과제물이었다. 상당한 양이기도 하고, 중급이라지만 사실상 전문가급의 문제다. 그럼에도, 빼곡히 메워진 정답이 혼란스러운 그의 머릿속을 다시 어지럽힌다.
“기습 테스트다. 친구는?”
“Friend(영어), Amicus(라틴어), Amico(이탈리아어), Ami(프랑스어), Freund(독일어). 믿을 수 있는 동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
덤으로 넣어놨던 프랑스어와 독일어의 발음까지 깔끔하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중간쯤에 있던 과제를 뽑아서 확인해본 리본은 얼이 빠졌다. 정말, 농담이 아니라 그의 어리바리한 제자가, 진짜 이 산처럼 많은 과제를 다 한 거다. 그것도 죽을 각오가 아니라 멍하니 넋 놓은 상태에서!
“27+69는?”
“96.”
“1894×569는?”
“…… 1,077,686.”
이번에는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4자리와 3자리의 곱을 암산했다. 이건 솔직히 자신도 힘들다. 아니, 일반적으로 대부분 못해! 이쯤 되니 그는 츠나의 상태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뭐에 씌었던가, 그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던가, 둘 중 하나다. 그리고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
“로쿠도 무쿠로인가?”
“응? 무쿠로가 왔어? 없는데?”
츠나는 두리번거리지도 않고 직감적으로 대답했다. 봉골레 특유의 초직감이 틀림없다.
초직감은 일종의 기술(Skill)이다. 게임으로 따지자면 패시브 스킬인 셈이지만, 무쿠로가 사용하려면 아귀도(제2도)를 발동시켜야만 한다. 그는 예전에 무쿠로가 그걸 사용하는 모습을 봤었기에 츠나를 유심히 관찰했다. 그러나 오른쪽 눈동자를 아무리 봐도 붉게 변하지도, 숫자(二)가 나타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멍하니 넋을 떠나보낸 표정 그대로다. 즉, 로쿠도 무쿠로가 범인은 아니다. 그래도 범인에 근접한 건 그 녀석밖에 없다.
그는 머릿속을 헤집는 생각 속에 마땅찮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리고 한참을 고민한 끝에 결국 그럴싸한 상황 타계 법을 찾았다.
가냘픈 소녀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무서워하면 안 돼! 마음속으로 그렇게 다짐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너무 갑작스럽고 무섭다. 신뢰하는 두 사람이 쓰러졌다. 게다가 가장 믿는 이에게 지금 자신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다.
“크롬, 그를 불러라.”
“안…… 안돼!”
이들의 기세로 볼 때, 그가 나타나면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 힘이 되지는 못할망정, 그를 팔아버릴 순 없다. 크롬 도쿠로는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 창을 꼭 쥐었다. 이건 그가 그녀에게 준 것이라 그러는 것만으로도 조금 진정된다. 그리고 몸을 날려 쓰러진 두 사람 앞에 섰다. 이 둘을 버리고 도망칠 순 없다. 그녀는 무서웠지만, 싸우기로 했다.
약한 소리를 낼 순 없다. 약해지는 순간 진다. 하지만, 그래도 무서워요, 무쿠로님…….
[많이 약해졌군요, 나의 크롬.]
정말 듣고 싶던 목소리가 들렸다. 어떡하지? 어쩌면 좋지? 정말 반가운 목소리지만 대답할 상황이 여의치 않다. 그런 마음이지만, 몸은 반가움에 그를 반긴다. ‘무쿠로님!’ 저절로 튀어 나간 말에 그가 조금 웃었다. 그게 어쩔 수 없는 아이라는 것 같아 괜히 뺨이 화끈거린다. 그런 그녀를 다독이며 그가 다정하게 다가왔다.
[자, 조금 쉬어요. 지금부터는 내가 처리하겠습니다.]
‘안돼요, 지금 그들이 노리는 건 무쿠로님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나의 크롬. 날 믿지요?]
‘네, 믿어요. 그렇지만…….’
누구보다도 믿는다. 그는 그녀에게 있어서 단 하나밖에 없는 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나쁘다.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녀의 그런 마음을 느낀 그가 조금 더 다가섰다. 만약 지금 상황이 아니라면 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으리라.
[그럼 나에게 모든 걸 맡기세요. 한숨 자고 일어나면 모두 끝나있을 겁니다. 나의 귀여운 크롬.]
그 절대적인 말에 그녀는 그를 받아들였다. 자욱한 안개가 천천히 그녀를 감싼다.
안개 너머 어스름이 보이는 그림자의 키가 커진다. 천천히 안개가 가시면서 나른한 표정의 남자가 나타났다. 독특한 형태의 검푸른 머리카락이 오른쪽 얼굴을 가리자, 그게 귀찮은지 나긋한 손길로 치운다. 그제야 선명히 드러난 붉고 푸른 눈동자가 이질적이면서도 아름답다. 아직 앳된 얼굴이건만 금방이라도 사람을 홀릴 듯, 색기를 풍긴다. 그런 주제에 결벽하고도 금욕적인 구석이 있다. 이율배반, 그 말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존재. 그가 바로 로쿠도 무쿠로다.
무쿠로는 자신의 무기인 창을 매만지며 뒤쪽에 쓰러진 둘의 상태를 훑어봤다. 둘 다 그리 많이 다치진 않았다. 그냥, 강한 충격으로 기절한 것뿐이다. 그는 그 사실에 내심 안도하며 “그래도 양심이 남아는 있군요.”라고 빈정거렸다.
“그래, 무슨 일입니까. 폭풍과 비도 모자라 저 히바리 쿄야까지 끌고 온 것에는 이유가 있겠지요, 아르꼬발레노?”
목소리에 스산한 살기가 감돈다.
리본은 고개를 끄덕이며 남몰래 웃었다. 그가 알고 있던 무쿠로는 인간을 장난감 취급하던 녀석이다. 동료도 적도 모두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 가지고 놀다가 고장 나면 버리면 되는, 그런 것. 그렇다 보니 크롬을 설득해서 그를 부른다는 건 사실상 도박이었다. 실패할 가능성이 아주 큰, 그런 도박 말이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의 상황은 계획에 없던 것이다. 설마하니 그의 부하인 카키모토 치쿠사, 죠시마 켄을 쓰러뜨리고, 크롬을 압박하는 상황까지 갈 줄 몰랐다. 그건 다 그가 말리기도 전에 앞장서서 쓸어버린 히바리의 탓이 컸다. 덕분에 무쿠로가 나타날 가능성이 절망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가 아는 무쿠로라면 이렇게 불리한 상황 속에서 이들을 버릴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는 그 언젠가 츠나가 했던 그 무쿠로가 변했다는 이야기에 기대를 걸었다. 그는 그 말을 믿었고 지금처럼 도박은 성공했다.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 이거다.”
“그 결론이라는 게 떼 지어 나타나 아이들을 협박하는 거였습니까?”
“그렇게 된 거지.”
리본의 말에 그가 피식 웃었다. 묘하게 비웃는 것 같은 미소다. 단정한 얼굴이 살짝 비틀리며 애매한 웃음을 가득 담는다. 소리죽여 웃던 그가 잔뜩 비꼬는 기색으로 한쪽에 혼자 따로 있던 히바리에게 화살을 날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히바리 쿄야, 너는 무리 짓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만…… 착각이었군요.”
리본의 귀에는 마지막 말이 어쩐지 ‘너도 한물갔군요.’로 들렸다. 아무래도 치쿠사와 켄을 쓰러뜨린 이가 히바리라는 걸 알아차린 눈치다. 크롬이 알려줬을까? 리본은 잠시 고민하다가 곧 고개를 저었다. 크롬은 그렇게 미주알고주알 말하는 타입의 소녀가 아니다. 차라리 치쿠사와 켄의 상처나 부상의 정도를 보고 짐작했다는 말이 맞으리라. 저건 맞아서 생긴 흔적이고, 리본이 끌고 온 이들 중 마땅한 이는 히바리 밖에 없다.
누군가를 화나게 하는 것에 천부적인 자질이 있는 무쿠로의 도발이다. 아니나 다를까, 얌전히 상황을 지켜보던 히바리가 톤파를 들며 으르렁거린다.
“난 아가의 부탁으로 왔을 뿐이야. 네 부하나 더 단련시키지?”
“이런이런, 난 그저 네가 무리 지을 정도로 약해졌다는 것을 지적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켄과 치쿠사를 네 똘마니와 같은 취급하지 마세요. 격이 다릅니다.”
“호오? 약한지 강한지 한번 실험해 볼까?”
“쿠후후, 꼭 그런 존재가 있죠. 말로 해서는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얼간이. 못 본 사이에 많이 한심해졌네요.”
“와오, 입만 살아서 지껄이긴.”
“그러게 왜 계속 짖습니까? 시끄럽게.”
“물어 죽인다.”
“네가 짐승이라는 걸 그렇게 피력하지 않아도 잘 압니다.”
둘 사이에 살기가 몰아치기 시작한 건 순식간이다.
역시나 이렇게 되는구나. 리본은 예상했던 전개에 ‘발전이 없는 놈들!’이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둘의 성격과 악연을 잘 알면서도 히바리를 끌고 온건 이런 상황을 위해서다. 무쿠로를 상대로 진지한 싸움이 가능한 존재는 리본, 츠나, 히바리가 다다. 나머지는 그냥 발려 버릴 가능성밖에 없다. 격투능력이 뛰어난 환술사, 거기에 영악하니 까다롭기 그지없다. 리본은 싸울 수 없고, 츠나는 넋을 빼놨다. 그러니 히바리가 싸울 수밖에.
“리본 씨, 이대로 괜찮을까요?”
“내버려 둬. 그보다…….”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히바리와 그걸 여유롭게 피하는 무쿠로를 보며 조금 걱정하는 고쿠데라다. 그는 정확하게 왜 끌려왔는지 모른다. 그냥 츠나에게 무쿠로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에 좌절하면서도 따라온 거다. 그렇기에 무쿠로에게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는 것도 이해했다. 하지만 저 히바리와 싸우는데 무사할 리가? 당연한 그의 걱정에 리본은 문제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다음 지시를 내리려 했다.
“봉골레가 평소와 다르다 해도 난 아직 손대지 않았습니다만?”
히바리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고 뒤로 물러선 무쿠로가 가벼운 어투로 말했다.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말투다. 빨리 알아차리리라 생각했지만…… 리본은 가볍게 감탄했다.
지금 무쿠로가 아는 건 자신이 찾아왔다는 것과 그에게 볼일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일에 츠나가 나서지 않았다는 것. 그 정도가 다다. 그런데 고작 그 정도로 츠나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무쿠로는 별로 생각하는 기색도 없이 단번에 그 사실을 꿰뚫었다. 알아차리기 전에 협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 생각이었는데…… 실패다.
“저 자식이 어디서 변명을!?”
“뭐,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에? 리본 씨, 그게 무슨…….”
“너라면 그냥 계약하고 녀석의 몸을 인질로 잡으면 잡았지, 그렇게 넋만 빼놓진 않았을 테니까.”
“그런 겁니까?! 과연 리본 씨!”
고쿠데라가 곁에서 감탄한다. 그리고 그러고 나서야 이상한 걸 깨달았다. 그렇게 알고 있으면서 왜 무쿠로의 도움이 필요한 거지? 아무리 무쿠로가 변했다고 해도 적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가 수호자가 되어준 건 엄연히 계약에 따른 거다. 즉, 잘못하면 무쿠로에게 빚을 지게 된다. 적에게 빚을지는 불편한 상태를 어째서 강행하는 거지? 고쿠데라의 머릿속에 의문이 피어올랐다.
무쿠로는 다시 달려드는 히바리를 멀찍이 피했다. 어쩐지 싸울 생각이 없다는 티가 확연한 태도다. 도발은 전부 자기가 해놓고 싸울 생각이 없다는 듯, 그는 들고 있던 창을 치워버렸다. 싸우지 않겠다는 확실한 의사표시다. 덕분에 히바리의 눈에 고뇌가 감돌았다. 이대로 후려 팰 것인가, 후에 다시 싸울 것인가……. 다른 이였다면 그냥 밟았겠지만, 상대는 무쿠로다. 그는 아직도 그때의 굴욕을 잊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무쿠로가 이렇게 싸울 의지조차 없어 보이는데 달려들고 싶지 않았다. 이왕이면 정식으로 싸워서 이기고 싶다. 그래야만 한다.
히바리도 결국 톤파를 거뒀다. 그 꼴을 지켜보던 리본이 혀를 찼다.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던 탓이다.
“그래서 내가 히바리 쿄야와 싸우는 동안 아이들을 인질로 잡고 협조를 요구할 생각이었군요.”
“네 말대로다. 난 널 믿지 않아.”
“쿠후후, 나도 너희를 믿지 않습니다.”
마피아 따위를 믿을 거 같습니까?
무쿠로는 서늘하게 웃었다. 하지만 딱히 싸울 의사는 없다. 무기조차 꺼내지 않았으니 그건 확실했다. 그러면서 이런 반응이라……. 리본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무엇을 원하는지 예상할 수 없는 무쿠로의 반응이 그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예전처럼 증오와 혐오 일변도였다면 상대하기 쉬우리라. 지금 무쿠로는 그만큼 애매한 상태다. 태도에도 그게 드러났다. 협조하려는 건 아니지만, 거부할 생각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어느 쪽인 거지?
그는 결국 대놓고 물었다.
“협조하지 않을 생각이냐?”
“협조하죠.”
의외로 긍정적인 대답이 순순히 나왔다. 그러나 당장 움직일 생각은 없어 보였다. 거기다 여전히 차갑고 알 수 없는 미소를 달고 있다. 도통 생각을 읽을 수 없는 표정이다. 어린 녀석이 얼마나 굴렀으면 이렇게 속내를 감추는데 익숙한 걸까? 리본은 급속도로 피곤해졌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를 바라봤다.
그럼에도, 무쿠로는 느긋하게 서 있을 뿐이다.
“봉골레의 상태가 언제부터 나빠졌습니까?”
“그건 왜 묻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해 두죠.”
“1주일 전이다.”
“그렇군요.”
무쿠로의 표정이 알게 모르게 굳어졌다. 미세한 변화였지만, 날카로운 그의 눈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무엇이 걸린 건지 알 수 없지만, 뭔가 심각했다. 혹시 무쿠로가 츠나의 이상상태와 관련된 건 아닐까? 하지만 분명히 자신은 관계없다고 했었다. 그럼 뭐지? 거짓말을 한 걸까? 리본은 날카롭게 그를 노려봤다.
“뭔가 아는 게 있는 건가?”
“이런이런, 벌써 결과를 기대하는 겁니까? 성미가 급하네요.”
“농담 따먹기 할 때가 아니다.”
“넋 나간 상태가 오래가선 좋을 게 없으니까, 말이죠?”
“역시 뭘 아는 거냐?”
“어떨까요? 알까요, 모를까요?”
무쿠로가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알쏭달쏭한 말을 던진다. 결국, 보다 못한 고쿠데라가 한소리 하려고 성큼 앞으로 나섰다. 생각 같아서는 멱살이라도 잡고 싶지만, 쉽게 잡혀주면 무쿠로가 아니다. 헛손질할 바에는 말만이라도 하자, 그런 생각으로 나선 거다. 하지만 역시 저 면상을 보자니 한대 패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주먹을 꾹 쥐고 뻗으려 할 때, 무쿠로의 뒤쪽에서 누군가가 앞으로 튀어나왔다.
“치쿠사, 켄.”
“무쿠로님. 괜찮으십니까?”
“무쿠로 씨!”
둘의 모습을 확인한 무쿠로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정확하게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리본은 다시 예상외의 상황에 당황했다. 족히 하루는 누워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 둘도 확실히 강해졌다. 히바리도 의외였는지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는 눈으로 “와오.”라는 특유의 감탄사를 날렸다. 그런 그를 경계하며 둘은 조심스레 무쿠로의 상태를 살폈다. 어차피 진짜가 아니라 환각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무사한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둘은 안심했다. 그들의 행동에 무쿠로가 살짝 웃는다.
“난 괜찮습니다. 괜히 걱정을 끼쳤군요. 두 사람이야말로 괜찮나요?”
“멀쩡해요! 무쿠로 씨야말로 괜찮으세요?!”
“무쿠로님, 혹시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두 사람이 걱정할 일은 없었습니다. 그보다 별다른 상처가 없어 다행이군요.”
무쿠로의 말에도 둘의 표정은 쉬이 풀리지 않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리본의 표정도 살짝 굳었다. 무슨 일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한동안 무쿠로의 연락이 끊겼던 게 확실하다. 그것도 예상치 못하게, 갑작스레. 이상할 정도로 쉽게 깨진다고 했더니……. 이렇다면 크롬의 상태가 가장 나쁠 것이다. 저 무쿠로가 히바리와의 싸움을 흘려버린 건 그런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지? 무쿠로를 막을만한 환술사는 흔하지 않다. 그를 붙잡아 둘 존재는 그보다 더 드물다. 누가 그런 거지? 리본의 머릿속이 다시 복잡하게 얽혔다.
무쿠로는 걱정했다고 이래저래 말을 이어가는 켄과 치쿠사의 말을 자르고, 답지 않게 다정히 웃는 얼굴로 ‘명령’했다.
“켄, 치쿠사. 크롬과 함께 아르꼬발레노를 따라가도록 하세요. 둘의 역할은 크롬을 지키는 것입니다. 알겠습니까?”
뜬금없는 그 말에 반박하려는 둘에게 그는 부드럽지만, 무섭도록 단호한 목소리로 “명령입니다, 아시겠습니까?”라며 잘라버렸다. 그제야 둘이 수긍하자 웃으며 착한 아이란다.
조금 의외의 상황에 리본이 날카롭게 물었다.
“무슨 생각이냐?”
“협조할 생각입니다만? 설마 대가 없는 협조를 바란 거였습니까?”
“대가를 치르라는 거냐?”
“물론입니다. 그게 너도, 나도 편하지 않나요?”
하긴, 차라리 그편이 좋으리라. 리본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쿠로가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역시 말이 잘 통하네요.” 따위의 말을 던진다.
“너에게 빚지는 건 위험하지. 뭘 원하지?”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내가 원하는 건 크롬과 켄, 치쿠사가 푹 쉴 수 있는 곳입니다. 잘 먹고 잘잘 수 있는 곳.”
“…… 그게 다 인가?”
“그렇습니다. 쉽죠?”
쉽긴 쉽다. 무슨 속셈이 더 있을 듯, 너무 쉬운 요구였다. 의심으로 가늘어지는 리본의 눈을 보면서 그는 특유의 웃음을 흘리며 “정말 그게 답니다.”라고 속삭이듯 말했다. 리본이 분명히 자신의 눈으로 그가 변한 것을 확인했지만, 이건 좀 과하게 변했다. 이미지가 잘 매치되지 않을 정도랄까? 그에게 호되게 당했었던 고쿠데라나 히바리의 표정이 괴이하게 일그러진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성격이 좀 좋아지니 정신적인 데미지는 주는군. 리본은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그쪽에도 필요한 일입니다. 지금은 크롬이 많이 약해져 있어서 실체화를 오래 할 수 없습니다.”
“알겠다. 그렇게 하지.”
“그럼…… 크롬의 체력이 회복되었을 때, 다시 뵙지요.”
무쿠로는 저 할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사라졌다. 그야말로 신속, 그 자체였다. 어쩐지 갑작스럽게 말을 한다 했더니 그런 이유였던가? 유난히 창백한 안색의 크롬을 치쿠사가 받는 걸 보니 얼마나 시급했는지 알 것 같았다.
“리본 씨, 그럼 무쿠로는 크롬의 체력이 회복되는 대로 오는 걸까요?”
고쿠데라가 지적하고 나서야 리본은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다. 무쿠로가 돌아오는 건 그의 주관적인 시선에서 크롬이 건강해졌을 때라는 거 아닌가? 그럼 정확하게 언제인 거지? 그는 속으로 당황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태연히 입술을 끌어올리고 웃었다.
“아마도 그렇겠지.”
로쿠도 무쿠로, 아무리 변했다 해도 만만히 볼 남자가 아니었다. 그걸 잠시 잊은 대가는 제법 컸다. 자기 할 말만 하고 떠나게 하다니! 어쩐지 어딘가에서 ‘쿠후후후’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아르꼬발레노도 쉽군요. 등등의 말이 이어질 것 같다. 망할 녀석! 다음에는 이쪽이 그래 주마! 답지 않게 분노에 화르르 타오르며 리본은 앞장서 츠나 네로 향했다.
어쨌든, 크롬을 회복시켜야 복수를 하든, 뭘 하든 하니 말이다.
츤데레 비율에 8:2인 무쿠로랄까요.[…]
일단, 제 머릿속에는 그렇습니다.[…]
무쿠로->츠나 구도가 대부분이라…… 츠나->무쿠로 구도 틱하게 해봤습니다.
실제로는 무쿠로->츠나 인데 츤비율이 너무 높아서 티가 안나는 것 뿐입니다.[…]
나중에 결국 츠나->무쿠로 틱해질 수 밖에 없더라고요.[…]
무쿠로는 조곤조곤하지만, 비꼬는 말투가 특징인데 잘 못살리겠습니다.
참고로 배신자 기믹이 들어가지만, 일반적인 거랑은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생각하는 배신자 기믹이 좀 특이해서 말이죠.[…]
이미 다 밝혀졌지만, 그래도 그냥 진행하렵니다.
그건 그렇고 이걸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건 진짜에요.
없으면 자급자족 정신에 따라 쓰기 시작했을 뿐입니다.
바라는 배신 기믹이 좀 남달라서 말이지요.[…]
요즘 네타를 봤는데 말입니다.
몸은 돌려줬지만, 뭔가 어이없이 끝나서 스토리를 기대하면 안된다는 걸 실감시켜준 애들입니다만…
그래서 무쿠로는 출옥인건가요?[…]
오묘한 기분이 듭니다.
생각보다 잘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이번에 글을 올리려고 하는 이유도 이것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완결을 내야한다는 일념입니다.
정말 저게 다입니다.
거짓말과 거짓말쟁이의 차이는 꽤 크다고 생각합니다.
커플링에 주의하시고, 오그라드는 부분이 있다는 걸 미리 주의드립니다.
덜 수줍고 싶은데 어렵네요.
자신감의 유무를 떠나 그냥 부끄럽습니다.
어째서일까요?
클릭하셔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잘 들으세요.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넌 보스잖아요.]
그래도 싫어!
[잊지 마세요, 내가 누구였는지.]
아아, 넌 지독한 거짓말쟁이.
- 作 Kamar
파란 새벽, 사와다 츠나요시는 힘겹게 눈을 떴다. 심장을 에는 감각이 눈물까지 앗아간다.
그는 벌써 근 1달째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기분 나쁜 꿈. 살을 붙이자면, 두 번 다시 꾸기 싫은 악몽. 꿈에서 그는 누군가를 죽이고, 그 시체를 필살염으로 태웠다. 그러는 내내 웃었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자면 개꿈이라고 할 그런 꿈인데 너무 생생해서, 손에 남은 그 감각이 섬뜩해서 밤새 떨었었다. 그러면서도 너무 슬퍼서 미칠 것 같았다. 앞도 보이지 않는 슬픔, 그건 절망과 닮아서 울지도 못했다. 아니, 울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랬었다.
같은 꿈이 반복될수록 그 모든 감각이 일그러졌다. 왜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은 그저 그 모든 것이 무언가를 이어주는 끈처럼 느껴졌다. 너무 소중한 끈이라 아프면서도 놓을 수 없다. 그 고통까지도 소중하다. 그렇게 느낀 이유조차 모른다. 무심코 시계를 찾았다. 오전 5시, 꿈에서 깨어나면 언제나 같은 시간이다. 단지 시간을 확인했을 뿐인데, 심장이 아려온다. 이것도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그는 머리를 흔들었다. 알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게 꿈인지 현실인지도 애매하다. 무엇보다 요즘 자신에게서 뭔가가 빠진 것 같다. 그걸 알지만, 역시 지금도 깨어 있다는 현실감이 없다.
오늘도 그는 몽롱한 하루를 시작했다.
아, 또 저 꼴이다.
리본은 오늘도 멍하니 있는 제자, 츠나를 보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벌써 근 1주일간 같은 상태다. 처음에는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싶어서 하루쯤 쉬게 해줬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1주일이 지난 지금은 그냥 못마땅했다. 그래도 그동안 제재를 가하지 않은 것은 ‘보스’로서 훌륭한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넋은 빠진 것 같은데 훌륭한 보스라니, 이것도 웃긴 일이다.
저렇게 넋 놓은 꼴을 보기 싫어서 오늘은 특별히 양도 질도 훌륭한 과제를 내줬거늘…….
“여어, 츠나. 왜 그렇게 멍하게 있는 거지? 오늘 하라고 한 과제는 끝낸 거냐?”
“으, 응. 다 했어…….”
‘그걸 다 했다고?’
리본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단순히 조금 많은 정도의 양이 아니다. 그로서도 작정하지 않으면 하루 안에 다 하기 어려울 정도의 양과 질이다. 그런데 지금 츠나는 그걸 다했단다. 그것도 과제를 준 지 고작 4시간 만에! 예전이라면 그 1/10밖에 안 되는 양에도 기겁해서 난리 쳤을 녀석이! 츠나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있던 그의 눈매가 의심으로 가늘어졌다. 간이 부어서 넋과 함께 꺼내놨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말 그대로 가능성일 뿐이지만, 차라리 그쪽이 그가 생각하는 정답에 가까웠다.
그런 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츠나는 한쪽 구석에 치워뒀던 과제를 하나하나 꺼냈다. 진짜 다 한 거냐? 어이가 조금 달아났다. 그래도 일단 확인은 해야지 싶어서, 그는 끊임없이 나오는 과제 중 하나를 들고 꼼꼼히 살펴봤다. 그가 고른 건 봉골레의 보스가 되어야 하니, ‘이탈리아어는 기본, 라틴어는 교양’이라는 논리로 낸 라틴어 중급 과제물이었다. 상당한 양이기도 하고, 중급이라지만 사실상 전문가급의 문제다. 그럼에도, 빼곡히 메워진 정답이 혼란스러운 그의 머릿속을 다시 어지럽힌다.
“기습 테스트다. 친구는?”
“Friend(영어), Amicus(라틴어), Amico(이탈리아어), Ami(프랑스어), Freund(독일어). 믿을 수 있는 동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
덤으로 넣어놨던 프랑스어와 독일어의 발음까지 깔끔하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중간쯤에 있던 과제를 뽑아서 확인해본 리본은 얼이 빠졌다. 정말, 농담이 아니라 그의 어리바리한 제자가, 진짜 이 산처럼 많은 과제를 다 한 거다. 그것도 죽을 각오가 아니라 멍하니 넋 놓은 상태에서!
“27+69는?”
“96.”
“1894×569는?”
“…… 1,077,686.”
이번에는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4자리와 3자리의 곱을 암산했다. 이건 솔직히 자신도 힘들다. 아니, 일반적으로 대부분 못해! 이쯤 되니 그는 츠나의 상태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뭐에 씌었던가, 그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던가, 둘 중 하나다. 그리고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
“로쿠도 무쿠로인가?”
“응? 무쿠로가 왔어? 없는데?”
츠나는 두리번거리지도 않고 직감적으로 대답했다. 봉골레 특유의 초직감이 틀림없다.
초직감은 일종의 기술(Skill)이다. 게임으로 따지자면 패시브 스킬인 셈이지만, 무쿠로가 사용하려면 아귀도(제2도)를 발동시켜야만 한다. 그는 예전에 무쿠로가 그걸 사용하는 모습을 봤었기에 츠나를 유심히 관찰했다. 그러나 오른쪽 눈동자를 아무리 봐도 붉게 변하지도, 숫자(二)가 나타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멍하니 넋을 떠나보낸 표정 그대로다. 즉, 로쿠도 무쿠로가 범인은 아니다. 그래도 범인에 근접한 건 그 녀석밖에 없다.
그는 머릿속을 헤집는 생각 속에 마땅찮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리고 한참을 고민한 끝에 결국 그럴싸한 상황 타계 법을 찾았다.
가냘픈 소녀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무서워하면 안 돼! 마음속으로 그렇게 다짐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너무 갑작스럽고 무섭다. 신뢰하는 두 사람이 쓰러졌다. 게다가 가장 믿는 이에게 지금 자신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다.
“크롬, 그를 불러라.”
“안…… 안돼!”
이들의 기세로 볼 때, 그가 나타나면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 힘이 되지는 못할망정, 그를 팔아버릴 순 없다. 크롬 도쿠로는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 창을 꼭 쥐었다. 이건 그가 그녀에게 준 것이라 그러는 것만으로도 조금 진정된다. 그리고 몸을 날려 쓰러진 두 사람 앞에 섰다. 이 둘을 버리고 도망칠 순 없다. 그녀는 무서웠지만, 싸우기로 했다.
약한 소리를 낼 순 없다. 약해지는 순간 진다. 하지만, 그래도 무서워요, 무쿠로님…….
[많이 약해졌군요, 나의 크롬.]
정말 듣고 싶던 목소리가 들렸다. 어떡하지? 어쩌면 좋지? 정말 반가운 목소리지만 대답할 상황이 여의치 않다. 그런 마음이지만, 몸은 반가움에 그를 반긴다. ‘무쿠로님!’ 저절로 튀어 나간 말에 그가 조금 웃었다. 그게 어쩔 수 없는 아이라는 것 같아 괜히 뺨이 화끈거린다. 그런 그녀를 다독이며 그가 다정하게 다가왔다.
[자, 조금 쉬어요. 지금부터는 내가 처리하겠습니다.]
‘안돼요, 지금 그들이 노리는 건 무쿠로님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나의 크롬. 날 믿지요?]
‘네, 믿어요. 그렇지만…….’
누구보다도 믿는다. 그는 그녀에게 있어서 단 하나밖에 없는 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나쁘다.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녀의 그런 마음을 느낀 그가 조금 더 다가섰다. 만약 지금 상황이 아니라면 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으리라.
[그럼 나에게 모든 걸 맡기세요. 한숨 자고 일어나면 모두 끝나있을 겁니다. 나의 귀여운 크롬.]
그 절대적인 말에 그녀는 그를 받아들였다. 자욱한 안개가 천천히 그녀를 감싼다.
안개 너머 어스름이 보이는 그림자의 키가 커진다. 천천히 안개가 가시면서 나른한 표정의 남자가 나타났다. 독특한 형태의 검푸른 머리카락이 오른쪽 얼굴을 가리자, 그게 귀찮은지 나긋한 손길로 치운다. 그제야 선명히 드러난 붉고 푸른 눈동자가 이질적이면서도 아름답다. 아직 앳된 얼굴이건만 금방이라도 사람을 홀릴 듯, 색기를 풍긴다. 그런 주제에 결벽하고도 금욕적인 구석이 있다. 이율배반, 그 말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존재. 그가 바로 로쿠도 무쿠로다.
무쿠로는 자신의 무기인 창을 매만지며 뒤쪽에 쓰러진 둘의 상태를 훑어봤다. 둘 다 그리 많이 다치진 않았다. 그냥, 강한 충격으로 기절한 것뿐이다. 그는 그 사실에 내심 안도하며 “그래도 양심이 남아는 있군요.”라고 빈정거렸다.
“그래, 무슨 일입니까. 폭풍과 비도 모자라 저 히바리 쿄야까지 끌고 온 것에는 이유가 있겠지요, 아르꼬발레노?”
목소리에 스산한 살기가 감돈다.
리본은 고개를 끄덕이며 남몰래 웃었다. 그가 알고 있던 무쿠로는 인간을 장난감 취급하던 녀석이다. 동료도 적도 모두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 가지고 놀다가 고장 나면 버리면 되는, 그런 것. 그렇다 보니 크롬을 설득해서 그를 부른다는 건 사실상 도박이었다. 실패할 가능성이 아주 큰, 그런 도박 말이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의 상황은 계획에 없던 것이다. 설마하니 그의 부하인 카키모토 치쿠사, 죠시마 켄을 쓰러뜨리고, 크롬을 압박하는 상황까지 갈 줄 몰랐다. 그건 다 그가 말리기도 전에 앞장서서 쓸어버린 히바리의 탓이 컸다. 덕분에 무쿠로가 나타날 가능성이 절망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가 아는 무쿠로라면 이렇게 불리한 상황 속에서 이들을 버릴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는 그 언젠가 츠나가 했던 그 무쿠로가 변했다는 이야기에 기대를 걸었다. 그는 그 말을 믿었고 지금처럼 도박은 성공했다.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 이거다.”
“그 결론이라는 게 떼 지어 나타나 아이들을 협박하는 거였습니까?”
“그렇게 된 거지.”
리본의 말에 그가 피식 웃었다. 묘하게 비웃는 것 같은 미소다. 단정한 얼굴이 살짝 비틀리며 애매한 웃음을 가득 담는다. 소리죽여 웃던 그가 잔뜩 비꼬는 기색으로 한쪽에 혼자 따로 있던 히바리에게 화살을 날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히바리 쿄야, 너는 무리 짓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만…… 착각이었군요.”
리본의 귀에는 마지막 말이 어쩐지 ‘너도 한물갔군요.’로 들렸다. 아무래도 치쿠사와 켄을 쓰러뜨린 이가 히바리라는 걸 알아차린 눈치다. 크롬이 알려줬을까? 리본은 잠시 고민하다가 곧 고개를 저었다. 크롬은 그렇게 미주알고주알 말하는 타입의 소녀가 아니다. 차라리 치쿠사와 켄의 상처나 부상의 정도를 보고 짐작했다는 말이 맞으리라. 저건 맞아서 생긴 흔적이고, 리본이 끌고 온 이들 중 마땅한 이는 히바리 밖에 없다.
누군가를 화나게 하는 것에 천부적인 자질이 있는 무쿠로의 도발이다. 아니나 다를까, 얌전히 상황을 지켜보던 히바리가 톤파를 들며 으르렁거린다.
“난 아가의 부탁으로 왔을 뿐이야. 네 부하나 더 단련시키지?”
“이런이런, 난 그저 네가 무리 지을 정도로 약해졌다는 것을 지적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켄과 치쿠사를 네 똘마니와 같은 취급하지 마세요. 격이 다릅니다.”
“호오? 약한지 강한지 한번 실험해 볼까?”
“쿠후후, 꼭 그런 존재가 있죠. 말로 해서는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얼간이. 못 본 사이에 많이 한심해졌네요.”
“와오, 입만 살아서 지껄이긴.”
“그러게 왜 계속 짖습니까? 시끄럽게.”
“물어 죽인다.”
“네가 짐승이라는 걸 그렇게 피력하지 않아도 잘 압니다.”
둘 사이에 살기가 몰아치기 시작한 건 순식간이다.
역시나 이렇게 되는구나. 리본은 예상했던 전개에 ‘발전이 없는 놈들!’이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둘의 성격과 악연을 잘 알면서도 히바리를 끌고 온건 이런 상황을 위해서다. 무쿠로를 상대로 진지한 싸움이 가능한 존재는 리본, 츠나, 히바리가 다다. 나머지는 그냥 발려 버릴 가능성밖에 없다. 격투능력이 뛰어난 환술사, 거기에 영악하니 까다롭기 그지없다. 리본은 싸울 수 없고, 츠나는 넋을 빼놨다. 그러니 히바리가 싸울 수밖에.
“리본 씨, 이대로 괜찮을까요?”
“내버려 둬. 그보다…….”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히바리와 그걸 여유롭게 피하는 무쿠로를 보며 조금 걱정하는 고쿠데라다. 그는 정확하게 왜 끌려왔는지 모른다. 그냥 츠나에게 무쿠로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에 좌절하면서도 따라온 거다. 그렇기에 무쿠로에게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는 것도 이해했다. 하지만 저 히바리와 싸우는데 무사할 리가? 당연한 그의 걱정에 리본은 문제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다음 지시를 내리려 했다.
“봉골레가 평소와 다르다 해도 난 아직 손대지 않았습니다만?”
히바리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고 뒤로 물러선 무쿠로가 가벼운 어투로 말했다.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말투다. 빨리 알아차리리라 생각했지만…… 리본은 가볍게 감탄했다.
지금 무쿠로가 아는 건 자신이 찾아왔다는 것과 그에게 볼일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일에 츠나가 나서지 않았다는 것. 그 정도가 다다. 그런데 고작 그 정도로 츠나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무쿠로는 별로 생각하는 기색도 없이 단번에 그 사실을 꿰뚫었다. 알아차리기 전에 협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 생각이었는데…… 실패다.
“저 자식이 어디서 변명을!?”
“뭐,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에? 리본 씨, 그게 무슨…….”
“너라면 그냥 계약하고 녀석의 몸을 인질로 잡으면 잡았지, 그렇게 넋만 빼놓진 않았을 테니까.”
“그런 겁니까?! 과연 리본 씨!”
고쿠데라가 곁에서 감탄한다. 그리고 그러고 나서야 이상한 걸 깨달았다. 그렇게 알고 있으면서 왜 무쿠로의 도움이 필요한 거지? 아무리 무쿠로가 변했다고 해도 적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가 수호자가 되어준 건 엄연히 계약에 따른 거다. 즉, 잘못하면 무쿠로에게 빚을 지게 된다. 적에게 빚을지는 불편한 상태를 어째서 강행하는 거지? 고쿠데라의 머릿속에 의문이 피어올랐다.
무쿠로는 다시 달려드는 히바리를 멀찍이 피했다. 어쩐지 싸울 생각이 없다는 티가 확연한 태도다. 도발은 전부 자기가 해놓고 싸울 생각이 없다는 듯, 그는 들고 있던 창을 치워버렸다. 싸우지 않겠다는 확실한 의사표시다. 덕분에 히바리의 눈에 고뇌가 감돌았다. 이대로 후려 팰 것인가, 후에 다시 싸울 것인가……. 다른 이였다면 그냥 밟았겠지만, 상대는 무쿠로다. 그는 아직도 그때의 굴욕을 잊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무쿠로가 이렇게 싸울 의지조차 없어 보이는데 달려들고 싶지 않았다. 이왕이면 정식으로 싸워서 이기고 싶다. 그래야만 한다.
히바리도 결국 톤파를 거뒀다. 그 꼴을 지켜보던 리본이 혀를 찼다.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던 탓이다.
“그래서 내가 히바리 쿄야와 싸우는 동안 아이들을 인질로 잡고 협조를 요구할 생각이었군요.”
“네 말대로다. 난 널 믿지 않아.”
“쿠후후, 나도 너희를 믿지 않습니다.”
마피아 따위를 믿을 거 같습니까?
무쿠로는 서늘하게 웃었다. 하지만 딱히 싸울 의사는 없다. 무기조차 꺼내지 않았으니 그건 확실했다. 그러면서 이런 반응이라……. 리본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무엇을 원하는지 예상할 수 없는 무쿠로의 반응이 그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예전처럼 증오와 혐오 일변도였다면 상대하기 쉬우리라. 지금 무쿠로는 그만큼 애매한 상태다. 태도에도 그게 드러났다. 협조하려는 건 아니지만, 거부할 생각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어느 쪽인 거지?
그는 결국 대놓고 물었다.
“협조하지 않을 생각이냐?”
“협조하죠.”
의외로 긍정적인 대답이 순순히 나왔다. 그러나 당장 움직일 생각은 없어 보였다. 거기다 여전히 차갑고 알 수 없는 미소를 달고 있다. 도통 생각을 읽을 수 없는 표정이다. 어린 녀석이 얼마나 굴렀으면 이렇게 속내를 감추는데 익숙한 걸까? 리본은 급속도로 피곤해졌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를 바라봤다.
그럼에도, 무쿠로는 느긋하게 서 있을 뿐이다.
“봉골레의 상태가 언제부터 나빠졌습니까?”
“그건 왜 묻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해 두죠.”
“1주일 전이다.”
“그렇군요.”
무쿠로의 표정이 알게 모르게 굳어졌다. 미세한 변화였지만, 날카로운 그의 눈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무엇이 걸린 건지 알 수 없지만, 뭔가 심각했다. 혹시 무쿠로가 츠나의 이상상태와 관련된 건 아닐까? 하지만 분명히 자신은 관계없다고 했었다. 그럼 뭐지? 거짓말을 한 걸까? 리본은 날카롭게 그를 노려봤다.
“뭔가 아는 게 있는 건가?”
“이런이런, 벌써 결과를 기대하는 겁니까? 성미가 급하네요.”
“농담 따먹기 할 때가 아니다.”
“넋 나간 상태가 오래가선 좋을 게 없으니까, 말이죠?”
“역시 뭘 아는 거냐?”
“어떨까요? 알까요, 모를까요?”
무쿠로가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알쏭달쏭한 말을 던진다. 결국, 보다 못한 고쿠데라가 한소리 하려고 성큼 앞으로 나섰다. 생각 같아서는 멱살이라도 잡고 싶지만, 쉽게 잡혀주면 무쿠로가 아니다. 헛손질할 바에는 말만이라도 하자, 그런 생각으로 나선 거다. 하지만 역시 저 면상을 보자니 한대 패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주먹을 꾹 쥐고 뻗으려 할 때, 무쿠로의 뒤쪽에서 누군가가 앞으로 튀어나왔다.
“치쿠사, 켄.”
“무쿠로님. 괜찮으십니까?”
“무쿠로 씨!”
둘의 모습을 확인한 무쿠로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정확하게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리본은 다시 예상외의 상황에 당황했다. 족히 하루는 누워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 둘도 확실히 강해졌다. 히바리도 의외였는지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는 눈으로 “와오.”라는 특유의 감탄사를 날렸다. 그런 그를 경계하며 둘은 조심스레 무쿠로의 상태를 살폈다. 어차피 진짜가 아니라 환각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무사한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둘은 안심했다. 그들의 행동에 무쿠로가 살짝 웃는다.
“난 괜찮습니다. 괜히 걱정을 끼쳤군요. 두 사람이야말로 괜찮나요?”
“멀쩡해요! 무쿠로 씨야말로 괜찮으세요?!”
“무쿠로님, 혹시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두 사람이 걱정할 일은 없었습니다. 그보다 별다른 상처가 없어 다행이군요.”
무쿠로의 말에도 둘의 표정은 쉬이 풀리지 않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리본의 표정도 살짝 굳었다. 무슨 일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한동안 무쿠로의 연락이 끊겼던 게 확실하다. 그것도 예상치 못하게, 갑작스레. 이상할 정도로 쉽게 깨진다고 했더니……. 이렇다면 크롬의 상태가 가장 나쁠 것이다. 저 무쿠로가 히바리와의 싸움을 흘려버린 건 그런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지? 무쿠로를 막을만한 환술사는 흔하지 않다. 그를 붙잡아 둘 존재는 그보다 더 드물다. 누가 그런 거지? 리본의 머릿속이 다시 복잡하게 얽혔다.
무쿠로는 걱정했다고 이래저래 말을 이어가는 켄과 치쿠사의 말을 자르고, 답지 않게 다정히 웃는 얼굴로 ‘명령’했다.
“켄, 치쿠사. 크롬과 함께 아르꼬발레노를 따라가도록 하세요. 둘의 역할은 크롬을 지키는 것입니다. 알겠습니까?”
뜬금없는 그 말에 반박하려는 둘에게 그는 부드럽지만, 무섭도록 단호한 목소리로 “명령입니다, 아시겠습니까?”라며 잘라버렸다. 그제야 둘이 수긍하자 웃으며 착한 아이란다.
조금 의외의 상황에 리본이 날카롭게 물었다.
“무슨 생각이냐?”
“협조할 생각입니다만? 설마 대가 없는 협조를 바란 거였습니까?”
“대가를 치르라는 거냐?”
“물론입니다. 그게 너도, 나도 편하지 않나요?”
하긴, 차라리 그편이 좋으리라. 리본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쿠로가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역시 말이 잘 통하네요.” 따위의 말을 던진다.
“너에게 빚지는 건 위험하지. 뭘 원하지?”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내가 원하는 건 크롬과 켄, 치쿠사가 푹 쉴 수 있는 곳입니다. 잘 먹고 잘잘 수 있는 곳.”
“…… 그게 다 인가?”
“그렇습니다. 쉽죠?”
쉽긴 쉽다. 무슨 속셈이 더 있을 듯, 너무 쉬운 요구였다. 의심으로 가늘어지는 리본의 눈을 보면서 그는 특유의 웃음을 흘리며 “정말 그게 답니다.”라고 속삭이듯 말했다. 리본이 분명히 자신의 눈으로 그가 변한 것을 확인했지만, 이건 좀 과하게 변했다. 이미지가 잘 매치되지 않을 정도랄까? 그에게 호되게 당했었던 고쿠데라나 히바리의 표정이 괴이하게 일그러진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성격이 좀 좋아지니 정신적인 데미지는 주는군. 리본은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그쪽에도 필요한 일입니다. 지금은 크롬이 많이 약해져 있어서 실체화를 오래 할 수 없습니다.”
“알겠다. 그렇게 하지.”
“그럼…… 크롬의 체력이 회복되었을 때, 다시 뵙지요.”
무쿠로는 저 할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사라졌다. 그야말로 신속, 그 자체였다. 어쩐지 갑작스럽게 말을 한다 했더니 그런 이유였던가? 유난히 창백한 안색의 크롬을 치쿠사가 받는 걸 보니 얼마나 시급했는지 알 것 같았다.
“리본 씨, 그럼 무쿠로는 크롬의 체력이 회복되는 대로 오는 걸까요?”
고쿠데라가 지적하고 나서야 리본은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다. 무쿠로가 돌아오는 건 그의 주관적인 시선에서 크롬이 건강해졌을 때라는 거 아닌가? 그럼 정확하게 언제인 거지? 그는 속으로 당황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태연히 입술을 끌어올리고 웃었다.
“아마도 그렇겠지.”
로쿠도 무쿠로, 아무리 변했다 해도 만만히 볼 남자가 아니었다. 그걸 잠시 잊은 대가는 제법 컸다. 자기 할 말만 하고 떠나게 하다니! 어쩐지 어딘가에서 ‘쿠후후후’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아르꼬발레노도 쉽군요. 등등의 말이 이어질 것 같다. 망할 녀석! 다음에는 이쪽이 그래 주마! 답지 않게 분노에 화르르 타오르며 리본은 앞장서 츠나 네로 향했다.
어쨌든, 크롬을 회복시켜야 복수를 하든, 뭘 하든 하니 말이다.
일단, 제 머릿속에는 그렇습니다.[…]
무쿠로->츠나 구도가 대부분이라…… 츠나->무쿠로 구도 틱하게 해봤습니다.
실제로는 무쿠로->츠나 인데 츤비율이 너무 높아서 티가 안나는 것 뿐입니다.[…]
나중에 결국 츠나->무쿠로 틱해질 수 밖에 없더라고요.[…]
무쿠로는 조곤조곤하지만, 비꼬는 말투가 특징인데 잘 못살리겠습니다.
참고로 배신자 기믹이 들어가지만, 일반적인 거랑은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생각하는 배신자 기믹이 좀 특이해서 말이죠.[…]
이미 다 밝혀졌지만, 그래도 그냥 진행하렵니다.
그건 그렇고 이걸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건 진짜에요.
없으면 자급자족 정신에 따라 쓰기 시작했을 뿐입니다.
바라는 배신 기믹이 좀 남달라서 말이지요.[…]
몸은 돌려줬지만, 뭔가 어이없이 끝나서 스토리를 기대하면 안된다는 걸 실감시켜준 애들입니다만…
그래서 무쿠로는 출옥인건가요?[…]
오묘한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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