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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작은 서가

우리는 패기로운 막내!

by 깜냥이 2018. 2. 21.

한가로운 주말, 새로운 요리책이 있나 둘러보러 나온 근방의 서점에서 예상치 못한 사람을 만났다. 겁에 질린 것 같기도 하고, 놀란 것 같기도 한 동그란 눈이 더욱 동그래지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손을 휘적휘적 흔들어 인사를 건네었다. 그러자 당황한 듯 어버버하더니 곧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해온다. 그런데 그 죄송합니다 는 안 붙여도 괜찮은데 말이지. 아무래도 내가 이 녀석을 괴롭히는 것으로 착각한 듯 사람들의 시선이 따끔따끔하게 느껴졌다. 

이 녀석도 요리책을 사러 온 것인지 품에 안긴 책에는 요리가 그려져 있었다. 아니면 심부름이라던가? 어쨌든 우리가 서 있는 위치는 요리책 코너니까.


"카.. 카가미상도 요리.. 좋아하세요? 아, 멋대로 질문해서 죄송합니다!"

"아니 사과 안 해도 괜찮으니까. 네가 그러면 내가 널 괴롭히는 것 같잖아."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다니까? 그런데 무슨 책이야? 나도 참고할 만한 책을 사러 온 건데, 혹시 추천이라던가."

"아, 저... 어떤 요리를..? 저는 잘 해보지 않은 쪽으로 해 보려고..."

"나도 뭔가 새로운 걸 해보려고."


혼자 살 때는 별 상관없었지만 지금은 세이린의 모두가 자주 집에 놀러오곤 하니 같은 것만 대접하기가 애매하다. 물론 미토베 선배가 요리를 해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매번 비슷비슷한 음식이니 조금 색다른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얼마 전 부터 요리책을 한권 두 권 모으기 시작한 참이다. 추천대로 이것저것 살펴보고 서로 책을 골라주기도 하며 이야기를 나눠보니 제법 대화가 잘 통했기에 사적인-농구부라던가 농구라던가- 이야기로 흘러가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라인에서는 주로 타카오가 대화를 주도하다보니 직접 사쿠라이와 대화할 일은 적었기에 이렇게 잘 맞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뭐, 내가 자주 메세지를 보내는 편이 아니었던 것도 한 몫 하긴 했을 테지만.


"그럼 세이린 모두는 카가미상 집에 자주 모이는 건가요?"

"아아, 주로 놀러오는 건 쿠로코랑 후리이긴 한데."

"후리..?"

"우리 12번. 후리하타라서 후리라고 불러."

"아 그 치와와... 아니, 죄송합니다!"

"아니 사람이니까, 그 녀석."


후리 녀석, 다른 학교 학생들한테는 치와와라고 불리는 건가... 조금 느낌은 닮았으려니..?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오미네가 그렇게 표현해서 어느 순간 그런 호칭으로 정착되었다는 모양이다. 아오미네 이 자식... 남의 부원을 개로 정착 시키다니 너무한 거 아냐?
한참을 떠들다보니 어느새 점심 시간대가 다가와 슬슬 배가 고파졌기 때문에 연습 삼아 새로운 책에서 괜찮은 것을 골라볼까 하며 책을 펼치니 사쿠라이도 옆에 다가와 기웃거린다. 

"앗, 이거 맛있을 것 같네요."

"수제 버거인가..."

"카가미군 수제 버거라니 먹고 싶네요."

"맛있겠다―!"

"우왓? 뭐야 너네! 어디서 나타난 거야!"

"저는 사쿠라이상이 사과할 때부터 있었고."

"나는 방금 왔어!"

"쿠로코오! 처음부터 있었으면 말을 해!"


대화에 갑자기 끼어든 두 사람의 목소리에 놀라 돌아보니 의기양양한 표정의 쿠로코와 타카오가 서 있었다. 뭐야 너희 왜 그렇게 사이 좋아. 사이좋게 사람 놀래키지 마라. 왁왁 거리며 쿠로코와 다투다가 소란스러움에 주변 사람들이 눈총을 주기 시작해 조용히 입을 다물고 서둘러 책을 구입한 뒤 서점을 빠져나왔다.
좀 더 구경하려고 했다고 투덜거리며 따라 나온 쿠로코와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는 사쿠라이, 그리고 두 사람을 보며 미친 듯이 웃어대는 타카오를 보며 그냥 다 여기다 버리고 집에나 가버릴까 하고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그걸 눈치 챈 쿠로코가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안다며 2호를 집에 데려오겠다는 협박을 해댔다. 


"2호?"

"농구부에서 키우고 있는 개 입니다."

"응? 개?"

"시끄러- 이제 장 보러 갈거니까!"

"돕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는데."


장을 보러 간다면 도울 것은 짐을 드는 것뿐이고, 솔직히 다른 녀석들에 비해 10센티 이상 큰 내가 다른 녀석에게 짐을 넘기는 것도 모양이 이상하다. 그래도 지금 이 곳에서 투닥거리고 있는 것 보다야 저 셋을 데리고 움직이는 편이 더 효율적이니 터덜터덜 시장으로 향했다. 그래도 사쿠라이는 요리를 할 줄 아니 장을 보는 것에 도움은 되겠지만... 결국 짐은 내가 다 들겠지.
그리고 역시나, 각자 제 몫의 짐을 들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짐은 내 손에 들려졌다. 하지만 내가 무리를 하고 있다 생각한 건지 사쿠라이가 짐을 힐끗거리며 안절부절못해서 내가 많이 먹으니 더 드는 게 맞다고 진정시켜야 했다. 내 말에 타카오가 모두의 짐을 한 번씩 보고 확실히 많이 사긴 많이 샀다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제일 신나서 이것저것 담아대던 녀석이 이제 와서.


"너무 많이 산거 아냐? 돈은 나누긴 했지만 카가미가 대부분 냈고."

"너희에 비해 많이 먹으니 내가 내는 게 맞지. 그런데 쿠로코 너 많이 못 먹지 않냐?"

"카가미군 만큼은 못 먹지만 저는 보통입니다."

"아니거든!"

"텟짱. 절대 보통 식사량 아니니까!"


본인의 평범함을 주장하는 쿠로코의 말을 타카오와 내가 동시에 부정하니 사쿠라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우리들의 눈치를 보았다. 혼자만 모르는 이야기니 저런 반응이 단연하려나, 말보다는 직접 보는 것이 나을 테니 일단 모두를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다 같이 부엌에 들어와 다른 재료를 꺼내오고 샐러드를 만드는 타카오와 쿠로코는 야채만 씻어서 식탁으로 쫒아냈고 나와 사쿠라이는 각자 분담을 해서 후라이팬을 하나씩 들었다.
제법 요리에 익숙한 사쿠라이의 실력에 서로 그 점에 감탄한다던가, 할일을 일찍 끝낸 식탁조가 기웃거리다가 거실로 쫓겨난다던가 하며 점심 준비를 순조롭게 진행했다. 간만의 시끌벅적한 집의 분위기가 제법 즐겁다. 물론 세이린의 모두가 온다던가 세이린의 1학년만 모인다던가 하는 일도 제법 있었지만 그것과는 다른 느낌? 어찌 되었든 이런 분위기 도한 나쁘지 않아 실실 웃게 된다.
어느새 샐러드부터 시작해서 메인인 수제 버거가 왕창 쌓여있고, 웨지감자와 너겟 역시 큰 접시에 가득 올려져있었다. 각자의 그릇에 적절히 배분해서 식탁으로 이동하자 타카오와 쿠로코의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에- 료짱 데코 귀여워!"

"엣! 아니, 죄송합니다!"

"아니, 거기서는 '감사합니다.' 잖아?"

"그렇죠."

"텟쨩, 설마 그걸로 끝은 아니겠지? 자, 자. 이것도 먹으라고?"

"맞아요. 쿠로코상 조금 더 드세요. 앗, 참견해서 죄송합니다!"

"료쨩... 우리들 끼리 있을 때는 '죄송합니다.' 금지!"

확실히 아무리 다른 사람이 말 주면이 없더라도 타카오가 있으니 식사 시간조차도 조용하지가 않다. 타카오의 감탄에 뿌듯해 보이는 사쿠라이와 상차림을 사진 찍어 나중에 라인에 올리겠다는 타카오, 그리고 하나하나 다 맛있다며 조금씩 맛보는 쿠로코, 그리고 그의 접시에 조용히 음식을 더 덜어주는 나. 뭔가 몇 년 지기 친구랍니다- 같은 느낌의 허물없는 모습이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 타츠야와 이러고 놀았지, 주로 내가 돌봐지는 쪽이었고 지금은 내가 돌보는 쪽이라는 느낌이긴 하지만.
쿠로코의 식사량을 지적하던 타카오가 이번엔 내 식사량을 보고 웃는다. 위장이 어떻게 생겨먹은 거냐기에 너희가 적게 먹는 거라 하니 그건 절대 아니라고 정색한다.


"맞습니다. 카가미군이 많이 먹는 겁니다."

"그리고 네가 적게 먹는 것도 맞는 말이지. 은근 슬쩍 내 그릇으로 옮기지 마."

"너희 세이린 콤비의 위장은 어떻게 되먹은 거야. 반반 섞으라고!"


우리 둘의 대화에 타카오가 도 웃어대고 사쿠라이 또한 웃음을 참으려는 듯 입가를 파르르 덜고 있었다. 그냥 웃기면 웃으면 되는데, 아니 그런데 어디가 웃긴 거야?
웃어대느라 식사 속도가 느린 타카오를 쿠로코가 구박하며 소란스러운 식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니 사쿠라이와 내가 슬금슬금 빈 그릇을 수거했다. 과식해서 못 움직이겠다고 엄살을 부리는 쿠로코를 끌고 타카오가 설거지를 하러 부엌에 들어가고 나와 사쿠라이는 소파에 앉아 그들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만난 김에 모여서 식사를 한 것 까지는 좋지만, 이제 뭘 해야 할까 하는 생각에 둘이 눈치만 살피고 있으려니 설거지를 마치고 온 타카오가 즐거운 목소리로 놀자고 소리쳤다.


"뭐 하고 놀까요?"

"농구!"

"뭐, 역시 그렇지."

"그러네요."

"뭐야, 세이린 콤비. 그럼 너희는 뭐하고 놀려고 했는데."

"농구."

"농구죠."

"역시 그렇잖아! 뭘 나만 농구 바보라는 표정을 하는 거야!"


갸웃거리는 사쿠라이의 말에 당당히 농구를 외친 타카오를 조금 놀려주니 대뜸 소리를 질러댄다. 그에 웃음이 터진 사쿠라이에 단단히 토라진 듯 했지만, 그래도 길거리 농구장에 도착하자마자 기분이 풀려서 뛰어다니는 걸 보니 제법 성격이 괜찮은 녀석이다. 


"자! 그럼 팀은 우리 셋! 카가미 덤벼!"

"3대 1은 비겁하다!"

"피지컬 적인 의미로 공정합니다."

"에? 에에?"

"자, 자. 료쨩 당황해하지 말고! 거인을 구축하자고!"

"구축은 또 뭐야!"


방금 한 말 취소. 저 녀석은 그냥 이상한 녀석이다.

 

사실 패기로운 시리즈는 누구누구누구가 같이 뭐를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하면 쓰게되는 글입니다

시간 흐름의 큰 순서는 정해져 있지만 세세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막 글()이고 의식의 흐름대로 쓰기 때문에 총체적난국()인 시리즈 인 것을 감안해서 봐 주시면 됩니다><

굳이 말하자면 파트너조 조아 그림자조 조아 1학년 귀여워!!!(격 이런 식입니다 (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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