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왜 이따위냐고 물으면 전 대답하지 못합니다.[쳐맞음]
생각나는대로 막 짓는지라아아아아아…….
츠루마루 빙의물이라고 보시면 되긴 합니다만, 조금 다르기도 합니다.
머리회전이 나름 빠르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주제에 순응력하나는 최고로 꼽을 수 있는 애가 주인공이라서요.[…]
복합적인 상황으로 이렇게 되었다는 긴 전제가 있지만, 일단은 하략합니다.
어쨌든 핑퐁스러운 애입니다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내가 무언가에 강한 집착이 있었다면 스스로 살려고 발버둥쳤었을까? 그래도 눈 앞에서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던 아이를 외면할 수 없었을거다. 딱히 희생정신이 투철한건 아니었다. 그냥, 양심이 시킨일이었다. 그 양심이 몸을 움직여 내가 피하기보다 아이를 밀쳐냈었다.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무사하려나? 나야…… 한순간 의식이 사라졌으니까 아마 그대로 죽지 않았을까? 폭주하는 차에 치였으니 솔직히 살아남았을 것 같지가 않다. 절대 자랑은 아니지만 건강했던 몸이 아니었으니까. 너무 짧은 삶이라 조금 아쉽다. 아니, 사실 많이 아쉽다. 하고픈 것도 많았는데 이젠 전부 버려야하는 미련이겠지.
『그렇게 여기까지 흘러왔는가? 하하핫, 그래…… 이것도 인연일테니, 어디 한번 더 살아보게나.』
누가 그렇게 웃으며 등을 떠민 느낌이 들었다.
그냥 친구라니까!
주마등을 보고 눈을 떴더니 숲 한가운데다. 여기가 어디야? 일단 죽은 건 확실하다. 거기다 한번 더 살아보라고 했으니까 일종의 환생 비슷한 걸 겪은 상황? 복잡한 머릿속을 그렇게 대략적으로 정리하면서 소지품과 복장을 확인했다. 소지품은 고급스러워보이는 진검이 전부였고, 복장은 이런 숲을 걷기엔 부담스러울 정도로 하얀 옷이었다. 까만 갑주도 보이긴 한다만, 검과 마찬가지로 아주 고급스러웠다.
뭐지? 배경 설정이 가출한 귀족 도령인건가? 조금 혼란스러워하자니 갑자기 뭔가 더러운 느낌이 스멀스멀 밀려왔다. 등골이 오싹한게 엄청 기분 나빠서 슬쩍 주위를 훑어보니…… 해골인데 근육질인 뭔가 설명하기 애매한 존재가 검을 들고 날 노려보고 있었다. 응, 이 세계가 판타지라는 거랑 지금 내가 위기 상황이라는 건 확실히 알겠다. 모처럼 한번 더 살게 되었는데 쉽게 죽어 줄 생각도 예정도 없거든?
검이야 고급스러워보이니까 잘 들겠지! 귀한 몸인거 같은데 잘 싸우려나 했더니 생각보다 너무 잘 움직여서 놀랐다. 일단, 적인건 확실한 것 같고…… 인간형이라는 건 급소도 비슷하다는 걸까? 아닐 가능성도 있지만, 같은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걸 상정해서 목이나 얼굴을 노리자. 기본적으로 회피가 최우선. 적이 하나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체력도 보존해야하니까 최소의 움직임으로 회피, 적을 친다. 이게 베스트지만 그게 쉬울 턱이 있나. 그래도 티끌 정도의 지식이 있으니 그걸로 대응해야지?
휘둘러지는 검을 피해 가볍게 뛰었다만, 어찌된게 적의 머리 위를 가르게 되었고 겸사겸사 검으로 목을 날렸더니 간단히 잘려 떨어지더라. 고급스럽더니 검하나 작살나게 잘든다! 어쨌든 뭔가가 노리는 기색에 검집으로 막았더니 단검을 입에 문 해골이라 발로 찍었다. 무게를 싣고 그대로 박살내며 착지했더니 다시 뭔가가 다가오는 기색이 느껴져서 앞으로 몸을 날려 피했다. 땅에 손도 안대고 한바퀴 돌아서 착지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뭐지, 이 몸? 굉장해!!
검을 고쳐잡고 적을 바라보니 수는 총 넷. 아까 박살낸 해골이 둘이고, 하나는 면사포 비슷한 걸로 얼굴을 가렸고 나머지 하나는 삿갓을 썼다. 면사포는 언월도로 보이는 걸 들고 있으니까…… 일단 저쪽을 공략해야하려나? 잠시 고민하는 사이, 해골이 달려들었다. 하나는 검으로 베었고, 다른 하나는 피하면서 검집으로 찍었다. 역시 검이 잘드는 건지 양단이 가능하더라. 뭐야, 이 검 쩔어! 해골의 움직임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이는 이 몸도 굉장하지만, 검의 예기도 장난이 아니다. 베려고 한건 사실이지만 그냥 스걱이라니!!
생각할 여지도 없이 내려쳐지는 언월도를 피했다. 땅에 박히지 않고 멈춘 언월도를 땅에 박으며 뛰어올랐다. 삿갓이 그걸 노리고 검을 날렸지만, 그건 검집으로 막으며 반바퀴 돌아 그들의 뒤로 떨어지며 목을 베었다. 떨어지기 직전 몸을 비틀어 무사히 착지하고 서둘러 적의 상태를 보니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진다.
이긴거냐……?
"이거 놀랐는걸……?"
내가 하고도 믿기질 않아 무심코 중얼거리니 약간 낮고 굵은 남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기에서 성별이 바뀐걸 실감하게 되네. 이야아…… 뭐, 어쨌든 이겼으니까 된거려나? 이동도 해야겠지? 일단 민가를 찾아야할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검을 챙기자니 앞에서 기이한 기척이 느껴졌다.
낯익지만 뭔가 조심스러운 그런 느낌이랄까? 조금 혼란스러워 고개를 갸웃거리자니 까만 숏컷에 보랏빛 눈동자의 소년이 나타났다. 옷은 제복… 이랑 비슷하지만 역시 갑주가 달렸다? 게다가 손에는 단검을 들었다. 소년병인가? 그렇다고해도 내가 입은 옷과 세대차이를 극히 느끼게 만드는 복장이다만? 설마하니 진짜 판타지답게 이 몸이 몇백년간 봉인 되어있었다거나 하는 뭐 그런 설정인건 아니겠지?
살짝 그런 걱정을 하는데, 소년이 선뜻 놀란 표정으로 다가온다.
"츠루영감? 다른 부대원은 어쩌고 혼자지?"
츠루영감? 그건 나려나? 에에에 그러니까 영감? 어라? 쟤, 나랑 아는 사이야? 당황한 사이, 입에서 저절로 말이 튀어나갔다.
"야겐 토시로?"
"어, 야겐 토시로다. 츠루영감, 괜찮은건가?"
"츠루마루 쿠니나가…… 는 나인것 같군."
"츠루영감?"
"미안하네만, 기억이 없어서 말이지. 그래, 우리는 어떤 관계였나?"
이후 야겐이라는 소년이 여기에서 기다리라면서 우격다짐으로 말해서 일단 기다리기로 했다.
설마하니 저절로 이름을 말할 줄 몰랐다. 어라? 내 이름은 뭐지? 라고 생각하니 이름이 툭 튀어나오더라. 솔직히 나도 엄청 쇼크지만, 야겐이라던 소년도 상당히 쇼크를 먹은 표정이라 그렇게 친한 사이였나 싶더라. 그런데 역시 이거 환생이 아니라 빙의였나? 아니, 비슷하다고는 생각하긴 했지만…… 남의 인생 스틸은 기분 나쁜데…… 어쩌지? 그렇게 고민하자니 누군가가 그런게 아니니 걱정말게!라고 해줬다. 아니,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린 느낌이랄까……? 뭐지 이거? 진짜 나 어디로 어떻게 환생한거야?
일단, 정보를 정리하지면…… 환생비슷한 걸 한건 맞다. 그리고 난 츠루마루 쿠니나가, 아까 만난 소년은 야겐 토시로. 일단 꽤 친한 사이인 것 같다. 육체 능력이 남다르다 못해 사기급이다. 그리고 원래 소지했던 검이 아주 잘 든다. 영감이라고 불리니 좀 늙었나보다. 또 뭐 있지? 아니, 있을게 없긴 하지. 아까 정신을 차렸고, 숲에 있었고, 싸웠고, 이겼고, 야겐을 만난게 전부니까. 그래도 이게 다라니 갑자기 슬퍼진다. 조금 울적해져서 쪼그리고 앉아 검집으로 땅을 긁고 있자니 시끄러운 말소리가 들렸다.
"그 영감이라면 장난질일거다!"
"아니아니, 아무리 츠루씨가 장난질이 심해도 이런 장난은 안한다니까? 그지, 쿠리쨩?"
"쿠리쨩이라고 부르지마."
"그건 미츠타다의 말에 동의합니다. 장난기가 많지만 이런 식의 장난은 안치지요."
"어이어이, 다들 진정하라고. 이쯤에서 기다리라고…… 아, 츠루영감!"
야겐이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다가온다.
역시 친한 사이였던 것 같긴한데…… 기억날게 어디 있어야 말이지. 응, 일단 츠루마루 쿠니나가지만 내용물은 다른데 빙의는 아니라고하니 아닌거 같다만…… 그래서 난 뭐인거냐? 이래도 괜찮은거냐? 일단 마주 손은 흔들어줬다. 아는 사이인거 같은데 무시하는 건 좀 그렇잖아.
야겐과 함께 온건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다섯이었다. 안대를 한 호스트 비슷한 느낌의 청년이 하나, 무애상스러운 표정의 청년이 하나, 신부복 같은 차림의 청년이 하나, 가사같은 복장의 청년이 하나, 거적데기를 둘러써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아마도 청년같아 보이는 이가 하나였다. 뭐하는 집단이야, 이거? 공통점은 검을 들었다는 건데…… 어디의 무법자이십니까? 아니, 나도 남말할 복장은 아니긴 하다만…….
참으로 착찹한 심정을 담아 바라보자니, 야겐이 무애상스러운 표정의 청년을 잡아 끌어다가 내 앞에 들이민다.
"츠루영감, 이쪽의 이름은?"
"오오쿠리카라 히로미츠?"
"저쪽 안대를 한 쪽은?"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
"저쪽 인상을 쓴 쪽은?"
"헤시키리 하세베?"
"저쪽의 미인은?"
"소우자 사몬지?"
"그럼 마지막은?"
"흠…… 모르겠군. 일단 자연히 이름이 나와 대답은 했다만…… 역시 아는 사이인가, 우린?"
순간 무애상이던 청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니, 다들 표정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묻는대로 입에서 저절로 나오긴 했지만, 기억이고 뭐고 없다니까. 아니, 있을게 뭐가 있냐고. 진짜 무슨 공통점으로 이런 집단이 만들어진거야? 이름에 많이 들어간게…… 그러니까 키리? 키리가문이냐? 그렇다고하기엔 외모적 공통점도 그다지 없는데? 미인인거 빼고. 거적대기를 쓴 쪽도 슬쩍 보이는 턱선을 보건데 미인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미인 무법자 집단은 좀 아니지 않나? 게다가 나도 그 일원인거냐…….
갑자기 기운이 빠져 헛웃음을 흘리자니, 인상을 오만상 쓰던 신부복의 청년이 앞으로 나서며 으르렁거리듯이 묻는다.
"츠루마루 쿠니나가, 쓸데없는 장난질은 치지 마라."
"음……, 그러니까 헤시키리 하세베였지? 그래, 그렇게 대답했던 것 같군. 미안하지만 장난을 칠 정도로 여유롭지 않아서 말이지. 자네도 나와 아는 사이인가? 내가 장난을 칠 정도로 자네와 가까운 사이였었나?"
다시 다들 표정이 굉장해졌다. 무애상이던 청년, 그러니까 오오쿠리카라였지? 여튼 갑자기 달려드려는 걸 안대를 한 청년, 그러니까 쇼쿠다이키리? 여튼 그 청년이 잡았다. 뭔가 눈빛이 엄청난걸보니 아는 사이가 확실한 것 같은데…… 아무리 기억을 뒤적여봐도 전생의 기억 밖에 떠오르질 않는다. 어쩐다…… 누가 상황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저쪽의 표정이 다들 굉장해서 말을 걸면 달려들 것 같으니……
결국 진짜 처음보는 것 같던, 저절로 이름이 나오지 않았던 거적을 뒤집어쓴 청년에게 다가갔다.
"난 츠루마루 쿠니나가다. 자네는?"
"……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다."
"자네와 난 처음 만나는 사이인게지?"
"…… 그렇다."
"그럼 지금 상황을 설명해주지 않겠나. 일단 내 상황부터 설명하자면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에 있었네. 해골 비슷한 녀석들이 덤비길래 베었지. 그리고 야겐… 을 만난게 전부라네."
"설마…… 당신, 지금 자신이 '무엇'인지 모르는 건가?"
"호오…… 그래, 그 표현이 옳군! 나는 '츠루마루 쿠니나가'라네. 이건 확실하네만, '츠루마루 쿠니나가'는 '무엇'이지?"
거적대기가 벗겨진 것도 모르고 경악하던 야만바기리의 표정을 난 잊지 못할 것 같다. 거기다 어느틈에 주위에 다가와 진짜냐면서 묻던 녀석들의 얼굴도. 그거 모르는게 이렇게 심각한 문제인거냐. 아니, 나한테 심각한 일이긴 하다만, 왜 너희까지 이러는 건데? 사방에서 몰아치는 질문에 결국 주먹을 들었다.
꿀방을 한대씩 맞고나니 다들 조금 진정했는지 추태를 보였다면서 미안하단다.
"지난 일이니 상관없네. 그걸 모르는게 아주 큰 문제라는 걸 알았으니 그걸로 만족했으니. 그래서 난 설명을 들을 수 있는겐가?"
내 말이 끝난 직후, 그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나와 처음 만났던 야겐이 나서서 손을 내밀었다.
"츠루영감, 설명이 길어질 것 같으니 우리 혼마루로 같이 가는게 어때?"
"혼마루? 거처인가?"
"음, 비슷하지. 어떤가, 영감?"
"그럼 신세 좀 지겠네."
어차피 남아봤자 길 찾는다고 생고생할게 뻔하니, 날 아는 녀석들을 따라가는게 차라리 낫지. 여러모로 날 신경쓰는 것 같으니까.
선선히 따라가겠다고 했더니 다들 표정이 밝아진다. 어째 날 모르던 야만바기리까지 환하게 표정이 밝아지니 엄청 묘하다. 지금까지 조금 방관자처럼 있던 미인, 소우자가 다가와서는 혼마루에 알렸다며 지금 바로 돌아가자고 옷자락을 잡아 끈다. 조금 안도한 듯 옷자락을 꼭 쥔게 어쩐지 귀여워서 이끄는대로 따라갔다. 곧 소우자의 앞에 이상한 검은 구체가 떡 하니 생겼고, 난 역시 판타지라고 생각하며 따라 들어섰다.
그랬더니…… 어딜봐도 전통가옥처럼 보이는 건물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난 여기가 동양 판타지 세계관이라고 확신했다.
이름에서 이미 확신하긴 했지만 말이지. 과연 어떤 세계관이려나? 난 기대를 담고 걸음을 옮겼다.
얘 순응력은 좀 비정상입니다.[담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괜찮다니 괜찮겠지~ 정신이란 이렇게 대단하지요.[쳐맞음]
이런 애가 노닙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려요.[아득한 눈]
생각나는대로 막 짓는지라아아아아아…….
츠루마루 빙의물이라고 보시면 되긴 합니다만, 조금 다르기도 합니다.
머리회전이 나름 빠르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주제에 순응력하나는 최고로 꼽을 수 있는 애가 주인공이라서요.[…]
복합적인 상황으로 이렇게 되었다는 긴 전제가 있지만, 일단은 하략합니다.
어쨌든 핑퐁스러운 애입니다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내가 무언가에 강한 집착이 있었다면 스스로 살려고 발버둥쳤었을까? 그래도 눈 앞에서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던 아이를 외면할 수 없었을거다. 딱히 희생정신이 투철한건 아니었다. 그냥, 양심이 시킨일이었다. 그 양심이 몸을 움직여 내가 피하기보다 아이를 밀쳐냈었다.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무사하려나? 나야…… 한순간 의식이 사라졌으니까 아마 그대로 죽지 않았을까? 폭주하는 차에 치였으니 솔직히 살아남았을 것 같지가 않다. 절대 자랑은 아니지만 건강했던 몸이 아니었으니까. 너무 짧은 삶이라 조금 아쉽다. 아니, 사실 많이 아쉽다. 하고픈 것도 많았는데 이젠 전부 버려야하는 미련이겠지.
『그렇게 여기까지 흘러왔는가? 하하핫, 그래…… 이것도 인연일테니, 어디 한번 더 살아보게나.』
누가 그렇게 웃으며 등을 떠민 느낌이 들었다.
- 作 Kamar
주마등을 보고 눈을 떴더니 숲 한가운데다. 여기가 어디야? 일단 죽은 건 확실하다. 거기다 한번 더 살아보라고 했으니까 일종의 환생 비슷한 걸 겪은 상황? 복잡한 머릿속을 그렇게 대략적으로 정리하면서 소지품과 복장을 확인했다. 소지품은 고급스러워보이는 진검이 전부였고, 복장은 이런 숲을 걷기엔 부담스러울 정도로 하얀 옷이었다. 까만 갑주도 보이긴 한다만, 검과 마찬가지로 아주 고급스러웠다.
뭐지? 배경 설정이 가출한 귀족 도령인건가? 조금 혼란스러워하자니 갑자기 뭔가 더러운 느낌이 스멀스멀 밀려왔다. 등골이 오싹한게 엄청 기분 나빠서 슬쩍 주위를 훑어보니…… 해골인데 근육질인 뭔가 설명하기 애매한 존재가 검을 들고 날 노려보고 있었다. 응, 이 세계가 판타지라는 거랑 지금 내가 위기 상황이라는 건 확실히 알겠다. 모처럼 한번 더 살게 되었는데 쉽게 죽어 줄 생각도 예정도 없거든?
검이야 고급스러워보이니까 잘 들겠지! 귀한 몸인거 같은데 잘 싸우려나 했더니 생각보다 너무 잘 움직여서 놀랐다. 일단, 적인건 확실한 것 같고…… 인간형이라는 건 급소도 비슷하다는 걸까? 아닐 가능성도 있지만, 같은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걸 상정해서 목이나 얼굴을 노리자. 기본적으로 회피가 최우선. 적이 하나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체력도 보존해야하니까 최소의 움직임으로 회피, 적을 친다. 이게 베스트지만 그게 쉬울 턱이 있나. 그래도 티끌 정도의 지식이 있으니 그걸로 대응해야지?
휘둘러지는 검을 피해 가볍게 뛰었다만, 어찌된게 적의 머리 위를 가르게 되었고 겸사겸사 검으로 목을 날렸더니 간단히 잘려 떨어지더라. 고급스럽더니 검하나 작살나게 잘든다! 어쨌든 뭔가가 노리는 기색에 검집으로 막았더니 단검을 입에 문 해골이라 발로 찍었다. 무게를 싣고 그대로 박살내며 착지했더니 다시 뭔가가 다가오는 기색이 느껴져서 앞으로 몸을 날려 피했다. 땅에 손도 안대고 한바퀴 돌아서 착지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뭐지, 이 몸? 굉장해!!
검을 고쳐잡고 적을 바라보니 수는 총 넷. 아까 박살낸 해골이 둘이고, 하나는 면사포 비슷한 걸로 얼굴을 가렸고 나머지 하나는 삿갓을 썼다. 면사포는 언월도로 보이는 걸 들고 있으니까…… 일단 저쪽을 공략해야하려나? 잠시 고민하는 사이, 해골이 달려들었다. 하나는 검으로 베었고, 다른 하나는 피하면서 검집으로 찍었다. 역시 검이 잘드는 건지 양단이 가능하더라. 뭐야, 이 검 쩔어! 해골의 움직임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이는 이 몸도 굉장하지만, 검의 예기도 장난이 아니다. 베려고 한건 사실이지만 그냥 스걱이라니!!
생각할 여지도 없이 내려쳐지는 언월도를 피했다. 땅에 박히지 않고 멈춘 언월도를 땅에 박으며 뛰어올랐다. 삿갓이 그걸 노리고 검을 날렸지만, 그건 검집으로 막으며 반바퀴 돌아 그들의 뒤로 떨어지며 목을 베었다. 떨어지기 직전 몸을 비틀어 무사히 착지하고 서둘러 적의 상태를 보니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진다.
이긴거냐……?
"이거 놀랐는걸……?"
내가 하고도 믿기질 않아 무심코 중얼거리니 약간 낮고 굵은 남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기에서 성별이 바뀐걸 실감하게 되네. 이야아…… 뭐, 어쨌든 이겼으니까 된거려나? 이동도 해야겠지? 일단 민가를 찾아야할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검을 챙기자니 앞에서 기이한 기척이 느껴졌다.
낯익지만 뭔가 조심스러운 그런 느낌이랄까? 조금 혼란스러워 고개를 갸웃거리자니 까만 숏컷에 보랏빛 눈동자의 소년이 나타났다. 옷은 제복… 이랑 비슷하지만 역시 갑주가 달렸다? 게다가 손에는 단검을 들었다. 소년병인가? 그렇다고해도 내가 입은 옷과 세대차이를 극히 느끼게 만드는 복장이다만? 설마하니 진짜 판타지답게 이 몸이 몇백년간 봉인 되어있었다거나 하는 뭐 그런 설정인건 아니겠지?
살짝 그런 걱정을 하는데, 소년이 선뜻 놀란 표정으로 다가온다.
"츠루영감? 다른 부대원은 어쩌고 혼자지?"
츠루영감? 그건 나려나? 에에에 그러니까 영감? 어라? 쟤, 나랑 아는 사이야? 당황한 사이, 입에서 저절로 말이 튀어나갔다.
"야겐 토시로?"
"어, 야겐 토시로다. 츠루영감, 괜찮은건가?"
"츠루마루 쿠니나가…… 는 나인것 같군."
"츠루영감?"
"미안하네만, 기억이 없어서 말이지. 그래, 우리는 어떤 관계였나?"
이후 야겐이라는 소년이 여기에서 기다리라면서 우격다짐으로 말해서 일단 기다리기로 했다.
설마하니 저절로 이름을 말할 줄 몰랐다. 어라? 내 이름은 뭐지? 라고 생각하니 이름이 툭 튀어나오더라. 솔직히 나도 엄청 쇼크지만, 야겐이라던 소년도 상당히 쇼크를 먹은 표정이라 그렇게 친한 사이였나 싶더라. 그런데 역시 이거 환생이 아니라 빙의였나? 아니, 비슷하다고는 생각하긴 했지만…… 남의 인생 스틸은 기분 나쁜데…… 어쩌지? 그렇게 고민하자니 누군가가 그런게 아니니 걱정말게!라고 해줬다. 아니,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린 느낌이랄까……? 뭐지 이거? 진짜 나 어디로 어떻게 환생한거야?
일단, 정보를 정리하지면…… 환생비슷한 걸 한건 맞다. 그리고 난 츠루마루 쿠니나가, 아까 만난 소년은 야겐 토시로. 일단 꽤 친한 사이인 것 같다. 육체 능력이 남다르다 못해 사기급이다. 그리고 원래 소지했던 검이 아주 잘 든다. 영감이라고 불리니 좀 늙었나보다. 또 뭐 있지? 아니, 있을게 없긴 하지. 아까 정신을 차렸고, 숲에 있었고, 싸웠고, 이겼고, 야겐을 만난게 전부니까. 그래도 이게 다라니 갑자기 슬퍼진다. 조금 울적해져서 쪼그리고 앉아 검집으로 땅을 긁고 있자니 시끄러운 말소리가 들렸다.
"그 영감이라면 장난질일거다!"
"아니아니, 아무리 츠루씨가 장난질이 심해도 이런 장난은 안한다니까? 그지, 쿠리쨩?"
"쿠리쨩이라고 부르지마."
"그건 미츠타다의 말에 동의합니다. 장난기가 많지만 이런 식의 장난은 안치지요."
"어이어이, 다들 진정하라고. 이쯤에서 기다리라고…… 아, 츠루영감!"
야겐이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다가온다.
역시 친한 사이였던 것 같긴한데…… 기억날게 어디 있어야 말이지. 응, 일단 츠루마루 쿠니나가지만 내용물은 다른데 빙의는 아니라고하니 아닌거 같다만…… 그래서 난 뭐인거냐? 이래도 괜찮은거냐? 일단 마주 손은 흔들어줬다. 아는 사이인거 같은데 무시하는 건 좀 그렇잖아.
야겐과 함께 온건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다섯이었다. 안대를 한 호스트 비슷한 느낌의 청년이 하나, 무애상스러운 표정의 청년이 하나, 신부복 같은 차림의 청년이 하나, 가사같은 복장의 청년이 하나, 거적데기를 둘러써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아마도 청년같아 보이는 이가 하나였다. 뭐하는 집단이야, 이거? 공통점은 검을 들었다는 건데…… 어디의 무법자이십니까? 아니, 나도 남말할 복장은 아니긴 하다만…….
참으로 착찹한 심정을 담아 바라보자니, 야겐이 무애상스러운 표정의 청년을 잡아 끌어다가 내 앞에 들이민다.
"츠루영감, 이쪽의 이름은?"
"오오쿠리카라 히로미츠?"
"저쪽 안대를 한 쪽은?"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
"저쪽 인상을 쓴 쪽은?"
"헤시키리 하세베?"
"저쪽의 미인은?"
"소우자 사몬지?"
"그럼 마지막은?"
"흠…… 모르겠군. 일단 자연히 이름이 나와 대답은 했다만…… 역시 아는 사이인가, 우린?"
순간 무애상이던 청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니, 다들 표정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묻는대로 입에서 저절로 나오긴 했지만, 기억이고 뭐고 없다니까. 아니, 있을게 뭐가 있냐고. 진짜 무슨 공통점으로 이런 집단이 만들어진거야? 이름에 많이 들어간게…… 그러니까 키리? 키리가문이냐? 그렇다고하기엔 외모적 공통점도 그다지 없는데? 미인인거 빼고. 거적대기를 쓴 쪽도 슬쩍 보이는 턱선을 보건데 미인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미인 무법자 집단은 좀 아니지 않나? 게다가 나도 그 일원인거냐…….
갑자기 기운이 빠져 헛웃음을 흘리자니, 인상을 오만상 쓰던 신부복의 청년이 앞으로 나서며 으르렁거리듯이 묻는다.
"츠루마루 쿠니나가, 쓸데없는 장난질은 치지 마라."
"음……, 그러니까 헤시키리 하세베였지? 그래, 그렇게 대답했던 것 같군. 미안하지만 장난을 칠 정도로 여유롭지 않아서 말이지. 자네도 나와 아는 사이인가? 내가 장난을 칠 정도로 자네와 가까운 사이였었나?"
다시 다들 표정이 굉장해졌다. 무애상이던 청년, 그러니까 오오쿠리카라였지? 여튼 갑자기 달려드려는 걸 안대를 한 청년, 그러니까 쇼쿠다이키리? 여튼 그 청년이 잡았다. 뭔가 눈빛이 엄청난걸보니 아는 사이가 확실한 것 같은데…… 아무리 기억을 뒤적여봐도 전생의 기억 밖에 떠오르질 않는다. 어쩐다…… 누가 상황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저쪽의 표정이 다들 굉장해서 말을 걸면 달려들 것 같으니……
결국 진짜 처음보는 것 같던, 저절로 이름이 나오지 않았던 거적을 뒤집어쓴 청년에게 다가갔다.
"난 츠루마루 쿠니나가다. 자네는?"
"……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다."
"자네와 난 처음 만나는 사이인게지?"
"…… 그렇다."
"그럼 지금 상황을 설명해주지 않겠나. 일단 내 상황부터 설명하자면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에 있었네. 해골 비슷한 녀석들이 덤비길래 베었지. 그리고 야겐… 을 만난게 전부라네."
"설마…… 당신, 지금 자신이 '무엇'인지 모르는 건가?"
"호오…… 그래, 그 표현이 옳군! 나는 '츠루마루 쿠니나가'라네. 이건 확실하네만, '츠루마루 쿠니나가'는 '무엇'이지?"
거적대기가 벗겨진 것도 모르고 경악하던 야만바기리의 표정을 난 잊지 못할 것 같다. 거기다 어느틈에 주위에 다가와 진짜냐면서 묻던 녀석들의 얼굴도. 그거 모르는게 이렇게 심각한 문제인거냐. 아니, 나한테 심각한 일이긴 하다만, 왜 너희까지 이러는 건데? 사방에서 몰아치는 질문에 결국 주먹을 들었다.
꿀방을 한대씩 맞고나니 다들 조금 진정했는지 추태를 보였다면서 미안하단다.
"지난 일이니 상관없네. 그걸 모르는게 아주 큰 문제라는 걸 알았으니 그걸로 만족했으니. 그래서 난 설명을 들을 수 있는겐가?"
내 말이 끝난 직후, 그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나와 처음 만났던 야겐이 나서서 손을 내밀었다.
"츠루영감, 설명이 길어질 것 같으니 우리 혼마루로 같이 가는게 어때?"
"혼마루? 거처인가?"
"음, 비슷하지. 어떤가, 영감?"
"그럼 신세 좀 지겠네."
어차피 남아봤자 길 찾는다고 생고생할게 뻔하니, 날 아는 녀석들을 따라가는게 차라리 낫지. 여러모로 날 신경쓰는 것 같으니까.
선선히 따라가겠다고 했더니 다들 표정이 밝아진다. 어째 날 모르던 야만바기리까지 환하게 표정이 밝아지니 엄청 묘하다. 지금까지 조금 방관자처럼 있던 미인, 소우자가 다가와서는 혼마루에 알렸다며 지금 바로 돌아가자고 옷자락을 잡아 끈다. 조금 안도한 듯 옷자락을 꼭 쥔게 어쩐지 귀여워서 이끄는대로 따라갔다. 곧 소우자의 앞에 이상한 검은 구체가 떡 하니 생겼고, 난 역시 판타지라고 생각하며 따라 들어섰다.
그랬더니…… 어딜봐도 전통가옥처럼 보이는 건물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난 여기가 동양 판타지 세계관이라고 확신했다.
이름에서 이미 확신하긴 했지만 말이지. 과연 어떤 세계관이려나? 난 기대를 담고 걸음을 옮겼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괜찮다니 괜찮겠지~ 정신이란 이렇게 대단하지요.[쳐맞음]
이런 애가 노닙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려요.[아득한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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