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머리를 안쓰는 걸로 유명하다고 해도 될 것 같네요.[쳐맞음]
사실 빙의물은 원작 파괴를 많이 시켜서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만,
도검난무는 딱히 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원작이랄게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쳐맞음]
개인설정이라든가가 엄청나게 많은 글입니다만, 모쪼록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로 유우쿄조도 나옵니다.[쳐맞음]
아주 나중이 되겠지만요.[아득한 눈]
사전지식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다이브했던지라 여러모로 착각을 많이 합니다만,
얘가 머리가 좋아서…… 눈치도 엄청 빠릅니다.
하치네 혼마루의 애들은 다 하치를 닮아서 너무 순진무구한 구석이 있는게 특징이죠.
다르게 말하면 잘 물들어요.[아득한 눈]
평범하던 혼마루여, 안녕.[쳐맞음]
아름다운 일본풍 가옥을 소우자가 이끄는대로 따라 걸었다.
생기가 가득한 초여름의 정원에는 작은 아이들이 뛰어논다. 아마 야겐보다 어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바라봤더니 한 아이와 눈이 딱 마주쳤다. 단발보다 짧은 고동빛 머리카락, 회색에 가까운 빛깔의 눈동자. 의젓한 인상의 그 소년이 대뜸 달려오며 반갑게 외친다.
"츠루마루님! 드디어 우리 혼마루에 오셨군요!"
"히라노 토시로?"
아, 아는 사이다. 이번에도 상당히 친한 사이였던 것 같다.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이름에 소년, 히라노가 아주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주위가 반짝반짝 빛나는 환각이 보인다. 우와, 이거 지금까지보다 더 격한 죄책감이 스멀스멀 밀려오는데?! 이 상황에서 기억이 없다고 말하기 어렵잖아! 일단 귀여우니까 머리나 쓰다듬어주자. 그런 심정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기쁘게 웃는다. 음, 역시 귀여운 애다.
잠시 그러자니 소우자가 옷자락을 살짝 당겼다. 슬쩍 바라보니 눈으로 기억이 나냐고 묻는다. 어째서 그걸 알아먹었냐고 물으면 대답하지 못하겠지만, 그냥 그런 것 같더라. 난 웃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소우자가 아름다운 얼굴로 살짝 인상을 찌푸리길래 미간을 꾹 눌러줬다. 그랬더니 잠시 내 얼굴을 빤히 보다 한숨을 폭 내쉰다. 뭐가 불만인거니? 조금 곤란한 심정이 되었다만, 그보다는 히라노가 반짝거리며 반응하는게 문제다.
"소우자님, 츠루마루님과 친하셨었나요?"
"네, 어느 정도는……."
역시 친했던거냐아아아아아아…… 아주 곤란하다. 이거 진짜 곤란해. 아니, 이름이 저절로 흘러나왔으니까 어느 정도 다들 친했다고 가정하긴 했지만, 역시 본인 입에서 들으니 좀 타격이 오네. 그래도 없는 기억을 있다고 할 순 없고…. 난처한 심정으로 있자니 소우자가 다시 옷자락을 잡아 끈다.
"히라노, 대화는 추후에."
"아, 네! 나중에 찾아뵙겠습니다!"
반짝반짝거리며 꾸벅 인사를 한다. 역시나 귀여워서 다시 머리를 쓰담쓰담해주고 소우자의 뒤를 따랐다. 한참을 따르자니, 작게 흘리듯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기억은 없으면서 헤픈건 여전하군요."
"그런가?"
"저 아이, 기억나지 않으시지요?"
"덕분에 죄책감이 상당하다네."
"이름은?"
"반사적으로 나오더군. 몸이 기억할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는게지. 그러니 미안하군. 아, 자네도 같다네."
소우자의 걸음이 딱 멈췄다. 따라 멈춰서니 장지문 앞이라는 걸 알았다. 목적지려나? 역시 가주? 주인? 그런 존재를 만나는 거려나? 그런 생각을 하자니 아주 작게 웅얼거리는 듯한 속삭임이 들렸다.
"그럼 됐습니다."
소우자는 미인이고 새침하구나. 뭐야, 이거 귀여워! 격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지만 참았다.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그야 이 새침한 미인이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문을 거칠게 열었거든. 장지문 한짝이 날아갔다. 괜찮은거냐, 이거? 슬쩍 날아가는 장지문을 보고 안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단발에 가까운 곱슬거리는 보랏빛 머리카락의 청년과 그보다 어려보이는 뻗뻗이 굳은 청년이 있었다. 잔뜩 긴장한 기색의 청년과 눈이 마주치니 곱게 절을 한다.
"우리 혼마루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츠루마루 쿠니나가님."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몰라 잠시 바라보자니, 소우자가 대충 방석을 꺼내 앞에 놓아준다. 자기도 한자리 차지하고 앉더니 방석을 톡톡 두드린다. 앉으라는 거겠지? 그 일련의 행동이 귀여워서 쿡쿡 웃으며 곱게 자리에 앉았다. 보자, 아직도 절하는 중인 청년의 정수리를 톡톡 두드리며 일단 대답을 했다.
"자네의 말대로 내가 츠루마루 쿠니나가네. 내 '존재'를 비롯하여 일련의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자 하는데…… 해주겠나?"
"소우자씨의 보고대로 아무것도 모르시는 군요."
"그렇다네."
몸을 일으킨 청년이 조금 긴장을 풀고 침착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내 존재는 도검남사라고 불리며, 도검에 깃든 츠쿠모가미의 분령이란다. 그래서 지금 가진 검이 본체이니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하란다. 근데 나 이걸로 땅바닥에 낙서도 했었다만? 복잡한 심정으로 검을 봐야했다. 내가 그러든 말든 설명은 이어졌다. 분령은 본령이랑 이어져 있으며, 객체이자 동일체에 근접해 본령의 기억을 공유하는게 기본이란다. 기억이 하나도 없는 난 '아종'일 거라면서 '츠루마루 쿠니나가'는 원래 '아종'이 많은 편이라 이상한게 아니란다. 그러니까 머릿속에 울렸던 목소리가 본령? 나한테 살아보라고 한것도 본령인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만, 되도록이면 정보도 줬으면 좋았잖아. 이 죄책감 어쩔거야!? 순간 울컥 치밀어 올랐지만 이제와서 달라고 할 순 없으니 일단 넘어가자.
그건 그렇다치고, 동양계 판타지 속 신의 분령으로 환생하다니… 갑자기 출세한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지.
"나와 같은 존재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과 싸우는 게지?"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도검의 츠쿠모가미라 하지 않았나. 그런 존재에게 피륙을 줬다는 건 역시 '싸움'때문이지 않나? 이를테면…… 내가 만났던 해골 비슷한 존재라든가?"
"거기까지 읽으셨군요. 맞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역사수정주의자'라고 부릅니다."
꽤나 스트레이트한 이름이네. 주 목표가 입맛대로 역사를 바꾸겠다는 애들인가?
거기다 우리? 이거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다수 대 다수…… 즉, 전쟁이라는 건가……. 이쪽은 도검남사가 중심이고 저쪽은 그 해골같은 존재가 중심으로 싸운다? 뭔가 게임스러워졌네.
그런 생각을 하자니 청년이 천천히 '적'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다.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역사를 바꾸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과거'에 개입하려고하지요."
"진짜 이름 그대로의 존재이자 우리의 주적이라는 거군. 그럼 '우리'는 그걸 막는 존재고, 과거를 멋대로 바꾸면 국가적 위기 상황을 초례할 수 있으니 '국가'라고 봐야하는가? 인간이 벌인 일에 나와 같은 존재가 개입했다는 건 '인간'이 직접적으로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 과거에 쉬이 개입할 수 없을터. 즉, '역사수정주의자'가 그 해골 같은 것을 주력으로 개입하듯, 아군도 도검남사가 주력으로 그걸 막는다. 일종의 '군대'인건가? 그럼 '혼마루'는 그런 '군대'의 초소이자 기지이고 자네는 이곳의 '관리자'이자 '책임자'로서 '국가'와 '도검남사'를 잇는 존재라고 보면 되나?"
"에, 엣!? 마, 맞습니다만 그걸 지금 설명으로 유추하신겁니까!?"
반은 때려잡았지만, 일련의 흐름으로 읽은 건 사실이니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보랏빛 머리카락의 청년과 소우자가 굉장한 눈빛을 보낸다. 특히 소우자는 어째 뿌듯해보여서 괜히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어졌다. 뭐지, 얘? 귀여워!
사실 딱히 어려울 것도 없는 유추다만? 주적의 이름이 참 원색적이라 유추하기 아주 쉬워서 주절거렸더니 그게 스트라이크였을 뿐이다.
처음부터 '도검남사'의 설명에서 같은 종류의 '분령'이 다수 존재하는 시점에서 그럴 필요성을 생각했다. 싸움으로서 완전 꽝인 내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는 이 육체는 절대 평범한게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본체라는 이 검도 보통 물건이 아니다. 그런 존재가 다수가 존재하며 그게 당연시 된다. 거기에 날 이끌때 '우리 혼마루'라고 했었지. 거점일 혼마루가 한둘이 아니며 그 혼마루마다 '분령'이 존재한다는 거잖아. 언제든 살육병기가 될 수 있는 존재가 그만큼 있다면 그건 '군대'라고 부를만 하지 않나? 거기에 소우자도 '보고'를 하고 날 이쪽으로 이끌었으니까 이 아이들의 책임자는 지금 눈앞의 청년일 가능성이 아주 높으니까.
"그럼 자네는 '누구'인가?"
"아, 저는 이 혼마루의 사니와인 하…."
"주군!"
"에에에에, 그러니까 도검남사가 사니와의 본명을 알면 관계가 역전되므로 코드명이라고 할 수 있는 예명으로서 '하치'라고 합니닷!"
아, 그래서 보랏빛 머리카락의 청년이 경계를 한 건가?
사니와가 일종의 직책명이고, 이름은 하치인거겠지? 왜 강아지 이름이냐? 나쁜 녀석은 아닌 것 같고… 그냥 조금 분위기를 타거나 경솔한 구석이 있는 거려나? 본명을 쉽게 입에 올려버리는 데다가 이거 절대 초범이 아니다. 솔직한 건 좋은 일이지만, 일의 경중을 모르는 건 나쁜일이니 여기에서는 좀 노인답게 충고를 해주면 되려나?
으음, 뭐 말석이긴해도 신이니까 이 모습에서 더 늙진 않겠지만 되도록이면 쌩쌩한 20대 외모가 좋았는데 말이지.
"난 딱히 신경쓰지 않네만, 자네는 조심을 해야겠군. 솔직한 건 좋은 일이다만, 일의 경중을 모르는 건 경솔할 뿐이네."
"아, 넷! 조심하겠습니다!"
"하핫, 알면 되었네. 그럼, 이제 내게는 어떤 선택지가 남아있는지 설명해주겠나?"
"에?"
"말석이긴해도 신의 분령. 여기저기 날 아는 얼굴이 많은 것으로 보아, 거처가 자주 옮겨졌을 정도로 '추구되었던 검'이렸다? 그건 그만큼 '격'이 다르다는 증거. 요는 나름 귀한 몸이라는게지. 강한 전력이야말로 '전쟁'에서는 귀하게 여겨지는 '자원'. 날 원하는 쪽이 있을테니 그리고 간다와 이곳에 남는다, 그 외에도 다른 선택지가 있겠지? 그리고 자네는 지금 내게 있어 일개의 인간에 불과하니 어떠한 명령권도 가지지 않지. 틀렸나?"
"…… 맞습니다."
"알려주게나."
하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보랏빛 머리카락의 청년이 그런 하치의 등을 가볍게 토닥인다. 소우자도 어느틈엔가 다시 내 옷자락을 꼭 쥐었다.
불안과 말하기 껄끄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해서 아주 안좋은 선택지가 남았다는 건 알겠다. 그건가? 스스로 부러지겠다거나 뭐 그런 식의? 이를테면 자살하겠다는 종류의? 어차피 죽을 생각이라고는 1나노밀리그램도 없다만, 일단 들어는 둘까? 느긋하게 답을 기다리니 하치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츠루마루님께는 네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첫번째와 두번째는 츠루마루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다른 곳으로 가는 것과 이곳에 남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도해, 되는 것입니다. 도해는 도검남사로서 구현된 육체와 본체인 검을 현세에서 지우는 행위입니다. 제가, 직접, 합니다. 네번째는…… 다른 도검남사와 연결되는 것입니다. 신력과 영력을 다른 도검남사에게 주는 것이지요. 당연히 구현되었던 현세의 육체와 검은 사라집니다."
"거기에 전장에서 부러진다는 선택지도 가능할터이고?"
하치가 입술을 깨물며 어렵게 고개를 끄덕인다. 보라빛 머리카락의 청년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옷자락을 쥔 소우자가 슬며시 옷자락을 잡아 끈다. 아마도 무의식적인 행동이겠지만, 이들이 이렇게까지 온 몸으로 그런 선택만은 하지 말아달라는 걸 보니 귀엽다는 생각 밖에 안들어. 어쩌지? 왜 이렇게 마냥 솔직한거냐! 귀엽잖아!
일단 분위기부터 살짝 풀어야겠다. 아가들아, 그렇게 심각해질 필요 없단다. 죽을 생각 없어, 나.
"첫번째와 두번째에서만 고를 생각이니 그리 긴장하지 말게나."
우와, 순식간에 표정이 풀렸어. 뭐야 이 애들 귀여워어어어어어어!!!
하치가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체인지했다. 아무래도 남아줬으면 하는 거겠지? 여기 넓기는 넓은데 사람 그림자가 정원에서 놀던 다섯아이 밖에 없었으니까. 절대적 수가 적다는 건 역시 전력이 딸린다는 것일테고…… 난 진짜 레어하고 강한 쪽인 것 같았으니까.
어차피 달리 아는 곳이 있는 것도 아니라 남을 생각이지만…….
어쩌지, 소우자가 옷깃을 재촉하듯이 당기는데? 이 미인, 쭉 말도 없더니 하는 짓이 귀엽잖아! 새침한게 기본인것 같았는데 아닌가? 뭐어~ 나한테는 이렇게 귀여우니 상관없으려나? 하지만 이거 그만큼 친했다는 거 아냐? 조금 미안한 마음이 늘었지만, 지금부터 사이좋아지면 되지 않으려나로 묻었다.
하하하핫, 내게 네거티브는 어려워.
그런 잡생각으로 조금 뜸을 들이니 이제는 그 기대의 행렬에 보랏빛 청년까지 합세했다. 우와, 눈빛 공격 쩔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다들 너무 솔직하고 귀엽잖아아아아아아! 아, 표정관리에 실패했다.
"푸훕, 자, 자네들! 너무 솔직하구만!!"
"넵?!"
"다른 곳에 아는 이가 있는 것도 아니니 남을 예정이었네만, 소우자는 무의식인가? 하하하핫, 이곳에 남겠네. 진정 남고 싶어졌네."
"정말입니까!?"
"그럼그럼, 진심이라네. 하하하핫, 정말 자네들 귀엽구먼."
넷상이었다면 'ㅋ'로 도배할 자신도 있다, 지금!!!
진짜, 이 애들 귀여워어어어어어!! 소우자는 지적까지했지만, 자각 못햇어! 잡아당기는 리듬이 빨라졌다! 귀여워어어어어어!!
결국 본능이 승리했다. 옆에 있던 소우자를 반쯤 끌어안고 귀엽다며 엄청 머리를 쓰다듬고 부비적거린 것 같다. 보랏빛 머리카락의 청년이랑 하치가 진정하라고 말려서 떨어졌더니 소우자가 새빨게진 얼굴로 바들바들 거리면서 주위에 꽃잎을 날리더라. 이야, 역시 미인이라 꽃날리는 것도 어울려서 엄청 눈보신이었다. 어째 다른 둘의 상태가 경악에 가까운 걸 보니 소우자의 본성은 새침인게 확실한 것 같다.
이렇게 엉망진창이긴 했지만, 난 하치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어 이 혼마루의 소속이 되었다. 이후 잠시 하치가 발광을 했지만 말이지. 내가 있었던 곳이 좀 많이 위험했던것 같다. 그런 곳에 왜 구현되었던 걸까나?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끌어안겼었다.
아, 그리고 이때 처음으로 거울을 봤었는데 말이지……. 이 얼굴이 어째서 영감이야? 어딜봐도 청아한 분위기의 미인이더만! 난! 적어도 60이상의! 노인을 생각했었다고! 피부가 좋긴 했지만! 그래도! 영감이니까!
지금에와서 외견에 맞는 말투를 쓰기도 그슥하고, 실제 '검'으로서 나이가 천은 가뿐히 넘는다니 그냥 이대로 가기로 했다. 하하하핫, 이젠 그냥 케세라세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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