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려고 쭈욱 쟁겨뒀던 글입니다.
이것도 완결 내야지, 언제까지 묵혀둘 순 없어!!!
라는 이유로 지금 올려봅니다.[쳐맞음]
구미호를 좋아하는 건 역시 풍성한 털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쳐맞음]
아, 파생캐가 주요하게 나오니 모쪼록 유의해주시길 바랍니다.[아득한 눈]
이상, 모쪼록 즐겁게 읽어주세요!
零. 解裘衣之 (해구의지 : 은혜를 입히다.)
그는 한바탕 날뛰고 집에 돌아가던 길이었다.
동생을 통해 구한 집은 이케부쿠로에서도 한지(閑地)에 있는 터라 어둑한 골목을 굽이굽이 돌아야 나온다. 가는 길은 대게 좁은 담벼락 틈이 곳곳에 있어 고양이의 낙원이다. 그 때문에 밤이 되면 한결 음침해진다. 낮은 고양이 울음소리, 어둠 속에 떠오른 고양이의 눈동자 등이 꽤 음산해서다.
그가 성큼 걸으니 왼손에 들린 묵직한 봉지가 바스락거린다. 그 소리를 신호로 어두운 골목 곳곳에 다양한 색의 묘안(猫眼)이 나타났다. 탐색하듯 이리저리 움직이는 녀석부터 기다렸다는 듯 다가오는 녀석까지 수십 마리가 넘었다. 그는 늘어난 식구와 조달한 음식의 양을 비교했다. 반 정도는 먹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유난히 어둑한 담벼락 틈 앞에 섰다. 거칠게 봉지를 바닥에 놓고 담배연기를 길게 뿜으니, 회색 고양이가 살며시 나타났다. 여타 고양이보다 덩치가 훨씬 큰 그 녀석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그의 다리에 털을 비빈다. 드문 애교에 그는 설핏 웃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싶어 휴대용 재떨이에 피던 담배를 끄고 쪼그리고 앉아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양이는 그의 손길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며 먹이가 든 봉지를 톡톡 건드린다. 그는 어쩐지 여유로운 기분으로 고양이 캔을 꺼내 땄다. 그 소리에 몰려드는 고양이를 녀석이 앙칼진 울음으로 물러나게 만든다. 이 주위의 대장답다. 녀석은 경계어린 울음으로 고양이를 물린 후, 신입으로 보이는 삐쩍 마른 새끼 고양이를 살짝 물어서 데려왔다. 그래도 그와 대장이 만났을 때 보다는 양호한 새끼다.
그가 대장을 봤을 때는 거의 죽어갔던지라 동물병원 신세까지 져야했었다. 딱히 기를 생각도 없고 기를 수도 없지만, 죽어가던 녀석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그 후로 매일 밥을 챙겨줬더니 덩치도 커지고, 이 주위의 대장이 되었다. 당연히 먹을 것도 알아서 조달하더라. 잘 지내는 것 같아 이제 먹이주기를 그만하려 했더니, 녀석은 쫄쫄 굶고 병약한 새끼를 물고 나타났었다. 자기 새끼인가 싶어서 봤더니 누가 상자에 넣어 버린 새끼였었다. 자기랑 비슷해서 두고 볼 수 없었던 걸까? 고양이에게 그런 의리가 있었나 싶었다. 그 후, 자연히 늘어나는 입을 책임지게 되었다.
“신입을 소개하고 싶었어?”
다른 캔을 따 주위에 늘여놓으며 대장에게 사람 대하듯 말을 던져본다. 새끼가 먹는 걸 지켜주던 대장은 아니라는 듯 꼬리로 바닥을 툭툭 때린다.
“그럼 왜 그래?”
게걸스레 먹는 고양이를 정리하며 툭 내뱉으니 대장은 담벼락 틈을 응시했다. 말귀를 알아듣는 영리한 녀석이니, 저 틈바귀에 있는 것 때문에 이러노라 알리는 거다.
그는 대장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슬쩍 틈새를 바라봤다. 새까만 어둠 속에서 그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새파란 빛 둘이 떠오른다. 요요하게 빛나는 푸른빛은 꽤 높아서 쪼그리고 앉은 그와 눈높이가 맞았다. 다른 사람과 머리 하나는 큰 그인지라, 그와 앉은키가 비슷하다는 건 적어도 대형견 크기의 뭔가가 이 틈에 끼인 모양이다. 그는 혀를 차며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목덜미를 잡고 끄집어 낼 요량이었다. 그는 어차피 할퀴거나 물더라도 흠집나지 않는 몸인지라 저 동물이 겁을 먹고 안으로 깊이 파고들지 않기를 바랐다.
야생 동물이라 한바탕 실랑이를 할 각오였건만, ‘그건’ 의외로 얌전히 들려 나왔다.
그건 그의 예상대로 대형견 중에서도 큰 편인 사모예드 성견과 비슷한 크기였었다. 이건 별로 놀랄 일이 아니었지만, 그게 여우라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시내 한 복판에 여우라는 것도 놀랄 일인데, 이 여우는 아주 귀해 보이는 매끄러운 금모(金毛)를 지녔다. 그것도 관리를 잘 한 모양인지 이 어둑한 골목에서도 화사하게 빛난다. 풍성한 꼬리와 귀 끝은 맑은 파란색으로 염색까지 했다. 거기다 여우에 대해 잘 모르는 그가 봐도 잘생겼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미호(美狐)였다. 누가 소중히 기르던 여우임이 틀림없다. 그는 여우를 조심스레 내려놓으니 여우는 고운 자태로 바닥에 앉았다. 이렇게 보니 더 귀해 보인다.
“길 잃은 녀석인가?”
그가 중얼거리니 여우가 똑바른 시선을 보낸다. 신기할 정도로 새파란 눈동자였다. 신기하게도 바다를 담은 것 같은 그 빛깔에 어울리는 현명함이 깃든 눈이었다. 여우에게 현명함이라니 웃기고 신기한 일이다. 어쩌면 요호(妖狐)일지도 모른다. 목 없는 라이더가 지우(知友)인 사람답게, 그는 대수롭지 않게 그 기이함을 흘렸다.
“네가 여기에 있으면 이 녀석들이 불편한 것 같다. 갈 곳은 있냐? 없으면 데리고 가 주마. 하룻밤정도는 재워 줄 수 있어.”
사람을 대하듯 말하니 여우는 신기한 기색으로 그를 바라본다. 그리고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요호인건가? 그는 가볍게 감탄했다. 감탄은 감탄이고 뒷정리는 뒷정리다. 주위를 돌아보니 빈 캔과 대장만 남았다. 그가 구겨진 봉지를 여니 대장이 캔을 물어 봉지에 넣는다. 그 모양새에 여우도 제 주위에 있는 캔을 물어 봉지에 넣었다. 역시 사람같은 녀석들이라 생각하며 그는 몸을 일으켰다. 알아서 따라오라고 하려는데, 여우가 그의 바지자락을 밟았다. 가만히 바라보니 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귀를 접는다.
“못 걷겠냐?”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인 여우를 가볍게 들어 안고, 그는 대장에게 인사를 던졌다. 대장이 회답하듯 운다. 여우의 풍성한 꼬리가 걸음걸음마다 힘없이 살랑인다.
헤이와지마 시즈오는 끝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여우의 풍성한 꼬리가 절대 하나로는 나올 수 없는 모양새였다는 것을! 그의 기묘한 여름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시즈오는 이상한 곳에서 무심할 것 같습니다.
자기가 너무 강하다보니(육체적으로) 어지간한 건 그냥 넘길 것 같아요.[…]
그래도 구미호를 몰라보는 건 좀 심했나 싶네요.[쳐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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