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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58- [2학년 1학기]

by 깜냥이 2015. 12. 14.

교토에 다녀올 때마다 짐이 늘어나는 것은 예상은 했지만 치즈루의 선물이 이렇게나 많을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놈의 동챙이는 왜 챙겨주는 거지? 내 상반신만한 올챙이 인형은 신칸센에서 피곤을 달래주기에 적당했지만 가방에 들어가지 않아 츠카사 오빠가 올 때까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쪽팔림을 감수 해야했다.
이런 날 보자마자 괴상한 선물을 받았다는 평가를 내린 츠카사 오빠는 이런 걸 들고 집까지 걸어가면 창피할테니 집까지 데려다준다며 근무 도중 탈주를 감행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엄청 혼이 나고 월차를 뺏겼다는 모양이다.


"빨리와 빨리!"

"코하네쨩- 지금은 아직 사람이 많을텐데?"

"서둘러서 가도 사람이 많아서 못 본다구?"

"천천히 가자, 코하네-"


어찌 되었던, 오늘은 드디어 새 학년이 시작되는 날이다. 모두와 만나자마자 전력 질주 하는 코하네의 뒤를 쫒아 도착한 게시판 앞에는 반 배정을 확인하려 몰려든 인파로 복작복작했다. 인파에 휩쓸리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 사람이 줄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제법 심심했다.
인파에서 빠져나와 두리번 거리다가 내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후루하시나 나를 보고 일단 달려들으려 오다가 뒷덜미를 잡힌 하라같이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고 한참을 기다려야 우리의 차례가 돌아왔다.
그리고 하필이면,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다.


"코하네쨩, A반이네..."

"응."

"서향쨩은 미오랑 같이 L반이네..."

"응..."

"나는 D반인데."

"그러네."

"그런데 A반에..."

"하나미야군, 있네."


... 바로 옆반도 아니고 끝에서 끝인데다가 심지어 그나마 도움이 될 미오는 나와 같은 반인 상태에서 코하네랑 하나미야가 같은 반이라니! 어쩐지 1학년에 같은 반이었던 남자애 몇몇이 한숨을 쉬는 모습을 얼핏 보긴 했지만 설마 이 이유에서 였던 건가?
이미 결정된 사항을 이제와서 엎을 수도 없으니 코하네는 상당히 침울한 모습이었다. 그녀를 달래어 직접 교실까지 데려다주고 미오와 함께 정 반대편 복도에 위치한 교실까지 터덜터덜 걸었다.
그리고 겨우 교실에 도착해 문을 여니 내가 코하네를 걱정할 처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서향쨩! 미오쨩! 같은 반이네?"

"어... 그러네?"

"하라군, 안녕-"


교실 문을 열자마자 나를 보고 뛰쳐나온 커다란 비글 한 마리가 문 앞을 가로막고 내게 꼬리를 흔들어대니 순식간에 피로가 쌓이는 느낌이다. 대놓고 피곤한 기색을 보이니 어디가 아프냐며 걱정을하느라 오두방정을 떨기 시작했다. 너 때문이니까 그냥 조용히 꺼져주지 않으련?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뒤쪽에서 뭔가 화가 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라! 길 막지 말고 비켜! 민폐잖냐!"

"에- 자키, 너무해! 서향쨩이 피곤해 보여서 그런건데!"

"너 때문이겠지! 비켜, 임마!"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대는 목소리가 익숙하여 뒤로 돌아보니 언제나 하라를 끌어내던 주황색 머리의 남학생이었다. 그보다 여학생 두명의 앞 뒤로 장신의 남학생이 가로막고 있고 둘 다 인상이  좋은편이 아니라 모양새가 묘하다. 이거 새학기부터 불량학생에게 찍힌 기분....
일단 우리가 사이에  있어서 남학생이 하라에게 손을 못대는 듯 보여서 옆으로 비키자니 몰려들을 시선이 무섭다. 어느새 주위에 구경꾼들이 몰려들어 일단 교실에 들어가고 싶어졌다.


"맞고 비킬래, 그냥 맞을래?"

"서향... 선택지가 맞는거 뿐이야."

"나 아픈거 싫어!"

"그럼 비켜, 하라군."


짜증이나서 말을 막했더니 본심이 그대로 튀어나와 버리는 바람에 하라가 울상을 한다. 결국 미오가 다시 제시한 세번째 선택지에 슬그머니 옆으로 비킨다. 미오와 교실로 들어서면서 밖에서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차 잦아들었고 내 뒤로 하라가 쫄래쫄래 쫒아오다가 주황머리 남학생에게 끌려갔다. 그 방향을 확인하니 문가 두번째 줄, 그럼 나는 올해도 창가자리다. 미오와 함께 나란히 창가에 자리를 잡으러 고개를 돌리니 벌써부터 창가 맨 뒷자리를 잡은 사람이 있었다. 덩치가 크지는 않지만 길다고 표현해야할까? 장신의 몸을 쭉 펴고 목을 뒤로 젖힌채 늘어져서 자고있는 그를 그의 주변 아이들이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 미오도 그를 바라보며 슬그머니 그보다 조금 앞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키 크다..."

"그러게, 후루하시군보다 큰가?"

"그래보이지?"

"아마 190쯤 된다고 들었어."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주황색 머리의 남학생이 머슥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까 하라가 민폐를 끼쳐서 미안하다 사과를 해오는 그는 하라를 꾸짖을 때와는 달리 제법 순한 인상이라 의외였다. 타인의 잘못 때문에 자신이 사과를 할 필요는 없는데, 그래도 보기보다 상냥한 모양이다 하고 방긋 웃어주며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대답했다.
하나미야의 전적이 있어서 이런 친절함을 진심으로 받아드리기 힘들 것 같았지만 왠지 단순해보이는 외양 때문일까. 순박한 동네 백수 같은 느낌이다. 이건- 본인에게는 미안하니 비밀.


"작년에 저 녀석 데리러 우리 반에 자주 왔었지? 이름이... 야마자키군?"

"에, 우리 소개 했던가?"

"작년에 다른 농구부에... 마츠모토군이 알려줬어. 일단 나도 도움 받고 있으니까 인사하려고 생각해서기억하고 있었어."

"그때 알려준걸 기억하고 있어? 기억력 좋네, 서향..."


기억하고 있었다기보다 아까 하라가 자키- 라고 불러서 떠오른 것 뿐인데. 그 덕에 덩달아 마츠모토라는 아이도 기억이 났을 뿐이다. 그저 웃으며 넘기려하니 왠지 감동한 것 같은 얼굴의 야마자키는 하라가 괴롭히면 두들겨 패도 된다는 허락을 해주었고 나는 얼결에 그것을 받아드렸다.
물론 그걸 어떻게 들었는지 하라가 맞기 싫다며 징징대기 시작했고 우리는 한 마음 한 뜻으로 무시했다.


"일단, 내 이름은 서향이야. 백 서향. 알고 있겠지만-"

"나는 스즈키 미오."

"자키-! 서향쨩-! 미오쨩-!"

"하라군, 그러다가 서향 화나면 많이 무서운데."

"조용히하겠습니다-"


우리가 통성명을하며 친해질 기미가 보이자 저 시끄러운 멍멍이가 다시 깽판을 부리려하기에 힐끗 노려보는 사이 미오가 그를 다루는 방법을 터득했다. 금새 조용해진 하라를 보며 야마자키가 미오를 칭찬하는 것을 보니 제법 사교성이 좋은 모양이다. 아니면 하라에게 너무 시달려서 괴로운 와중에 미오가 손쉽게 해결을 하니 존경한다던가?
그리고 이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맨 뒷자리의 남학생은 꿋꿋하게 단잠에 빠져 있었다. 그의 몰골이 적잖게 충격적이라 계속 힐끗힐끗 바라보고 있는데, 목이 아프지도 않은 모양이다. 


"저 녀석은 신경쓰면 끝이 없어. 그냥 익숙해지면 그러려니 하게 될거야."

"응, 뭐... 자주 보면 익숙해 지겠지."

"그런데 목 아플 것같지 않아? 키도 커서 뒤로 넘어갈 것 같아..."

"괜찮아. 저러고 잘 일어나니까. 앗! 선생님 곧 오실텐데? 세토! 야 임마! 일어나, 이제!"


이야기를 하다가 힐끗 시간을 확인한 야마자키가 화들짝 놀라 벽걸이 시계를 확인하니 이제 슬슬 선생님이 오실 시간이다. 서둘러 맨 뒷자리 남학생, 세토를 깨우느라 소리를 높이는 야마자키를 보며 일부 학생들이 어차피 안 일어 날테니 내버려 두라던가 올해도 힘내라는 말이 웅성웅성 들려왔다. 작년에도 같은 반 이었던 모양이네. 라는 생각을하니 왠지 그가 불쌍해졌다.
그가 간신히 세토를 깨우고 자리로돌아가기 무섭게 앞 문이 열리며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올해는 여자 담임 선생님으로 활발하고 명랑하셔서 상쾌한 느낌이다.


"안녕-! 나는 이시카와 에리카, 일본사 담당이란다? 다들 일본사는 싫지? 그래도 올해도 힘내보자!"

"와아-"

"그럼 연례 행사를 진행해볼까? 창문 쪽에 예쁜 애들이 많으니 여기부터 할까?"

"네!"

"아니요!"


담임 선생님이 활기찬 분 이셔서 그런지 교실 분위기도 제법 활발했다. 그보다 나, 다짜고짜 4번째 소개인거야?

 

드으디이어어 정말로 원작시기이이이!!!!!!!!

는 무라사키바라 미니엘범 들으면서 썻습니 처음 캐러송보다 멜로디는 좋은데 가사 자비좀...미도리마는 작사가랑 작곡가가 싫어하고 무라사키바라는 작사가가 싫어하나봐요

저는 이제 후리랑 마유땅 팁오프 들으러갈꺼지롱!!! 이 맛에 덕질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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