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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59-

by 깜냥이 2015. 12. 28.

무난하게 끝난 자기 소개는 내가 이야기 할 때 하라가 꺅꺅댄다던가 잠을 자던 장신의 아이가 소개를 하다가 선채로 잔다거나 하라가 내게 열심히 자기 어필을한다던가하는 헤프닝이 많았지만 재미있게 종료되었다. 다만 같은 교실에 혐한인 아이들이 몇몇 있어 올해도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을 모양이다. 그래도 못마땅하다는 시선은 있지만 내게 터치하는 것은 없어 다행이다.
첫날은 첫날 답게 조용히 지나가고 A반도 아직까지는 평화로울 모양이다. 둘째 날에도 나를 찾는 사람이 없는걸 보아 히마리랑 후루하시가 힘내고 있나보다. 히마리는 다른 반이라 결국 후루하시가 가장 힘들겠지만. 하나미야와 코하네 사이에 끼인 후루하시 힘내라....


"여, 후루하시."

"A반 멀지 않냐?"

"멀어도... 거기 있는 것 보다야..."


힘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네가 여기 오면 안되지! 아니 오는건 나쁘지 않은데!
아직 점심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여기로 오는거야? 그래도 저번보다 미묘하게 초췌해보이는 그의 모습에 그럴 만 했구나 하고 인정하게되어 버렸다. 선생님이 계실 때는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때에 정말 서로를 물어 뜯을 듯이 으르렁거리는 통에 반 아이들이 전부 긴장 상태라고한다. 히마리가 잠깐 잠깐 다녀가긴 하지만 정말 잠깐이라 내가 절실하단다.


"서향쨩은 못 주는걸?"

"네가 뭔데 날 못 준다는거야."

"에엥-"

"이따가 점심 시간에 이야기 할테니까. 후루하시군은 하나미야군하고 이야기 해봐."

"안 듣겠지만, 일단 해볼게."


안 듣겠지만은 뭐야. 부정적인 생각을 전제로 해봤자 결과가 좋을리 없잖아! 내가 살짝 인상을 쓰니 후루하니는 그래도 별 수 없다는 듯이 시선을 회피했다. 하라와 함께 우리의 눈치만 보고 있던 야마자키가 자신도 돕겠다고 말해주었지만 그와 동시에 하라와 후루하시가 외주 5배를 원하지 않는다면 너는 가만히 있으라고 대답했다.
와- 제멋대로잖아? 그러고보니 저번에도 하나미야가 화나면 연습량을 늘린다는 이야기를 후루하시에게 들은 것 같다.


"쉬는 시간 끝나가니까 난 돌아갈게. 하라, 너 서향 귀찮게 하지마."

"귀찮게 안했거든!"

"귀찮아."

"맞아, 귀찮아."

"에엑?"

"넌 존재 자체가 귀찮아."

"자키-!"


울망울망한 목소리로 야마자키군에게 매달리다가 걷어차이고 울며 제 자리에 얌전히 앉는다. 야마자키가 같은 반이라 다행이라며 웃는 미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손을 흔들며 돌아가는 후루하시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점심 시간에 모여서 보니 A반의 분의기가 얼추 짐작이 갔다. 히마리는 코하네의 옆에서 온갖 아양을 떨고 있었고 코하네는 그런 히마리가 귀엽다고 생각하면서도 얼굴을 펴지 못해 이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옥상으로 올라가 적당히 볕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각자 도시락을 무릎 위에 올리며 코하네를 바라보니 여전히표정이 좋지 않다.


"후루하시군 다녀갔어."

"그랬어? 뭐래"

"살려달래."

"......"


사실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 분위기였을 뿐이지. 그래도 그에게 미안하기는 한 모양인지 표정을 푼다. 이때다 하고 반 분위기가 무서워서 들어가기 힘들었다고 칭얼거리는 히마리와 미안해서인지 그녀를 꼬옥 끌어안는 코하네를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그러던 와중에 나와 함께 키득거리던 미오가 무언가 생각난 듯, 아. 하며 서두를 떼었다.


"코하네, 하나미야군이 시비 거는거야?"

"...... 아니, 그건 아니지만..."

"음... 그럼 그냥 무시해버려. 거기에 하나미야군이 없다- 라던가?"

"아, 그거 괜찮겠다."

"그래도 있는 사람을 없다고 생각하는건 좀 그렇지 않아?"


나름 좋은 생각 같았는데 히마리의 말을 들으니 그것도 그렇다. 그럼 다른 방안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도시락의 계란말이를 빼앗겼다. 반찬을 뺏어간 히마리가 미오에게 혼나는 것을 보며 방안을 곰곰히 생각하다가 생각이 잠시 다른 곳으로 빠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교토에서 치즈루가 했던 말이 떠올라 풉 하고 웃음을 터트리자 다른 세사람이 당황해서 나를 돌아보았다. 몸추지 않는 웃음을 간신히 수습하고 갑자기 웃긴게 생각나서 그랬다고 이야기하자 히마리가 즐거운 얼굴로 뭐냐고 물어봐왔다.


"나 사촌이 농구 좋아해서 스크랩하고 그러거든- 그런데 하나미야군은 일본에서 농구를 좋아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

"응, 응. 그렇지-"

"그 애에게 하나미야군하고 같은 반이라고 이야기했더니- 오타마로를 닮았다고 하는 거야."

"오타마로? 그게 뭐야?"

"아! 나 알아. 올챙이 포켓몬? 생각해보니 닮았다!"

"포켓몬? 어떻게 생겼는데?"

"미오가 모르는 건 알고 있었는데, 코하네쨩은 역시 애니라던가 안 보나보네?"


미오와 코하네가 그게 뭐냐는 듯이 갸웃거릴 동안 히마리가 홀로 알고 있다며 웃어대기 시작했다. 코하네는 피카츄 정도는 워낙 유명하니 알고 있었지만 오타마로는 잘 모른다는 모양이다. 선물 받은 스트랩이 있으니 내일 보여주겠다고 말하니 코하네는 내일 아침 일찍 오겠다며 신나했다. 왠지 그걸 보여주면 하나미야를 볼때마다 웃어서 진짜로 싸우거나 하는 건 아닐까 했지만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미리 걱정하기 싫어 나쁜 생각을 털어냈다.
다 먹은 도시락을 챙기던 중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핸드폰을 꺼내어보니 메일이 한통 도착해있었다. 지금 이 시간에 쿠로코가 메일을 했을리도 없어 누군가 확인해보니 츠카사 오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 \(^0^)/ ]


... 아니 이 오빠가 점심에 뭘 먹은거야? 매사에 침착하고 쿨한 오빠가 이런 웃기지도 않은 메일을 보내리라고는 상상도 못해서 멍하니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다시 한 번 진동이 울렸다. 소우타 오빠가 자리를 비운 사이 멋대로 메일을 보냈다는 내용에 오빠가 이런 걸 보낼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오늘은 츠카사 오빠는 오전 진료 뿐이라 마찬가지로 오늘 오후 일정이 없는 소우타 오빠와 점심을 같이 먹었다는 모양이다. 하교 때에 모교 방문 겸, 나를 마중 나오고 싶다고 옆에서 성화라며 어찌할까 물어보기에 오빠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답했다.


"서향쨩, 무슨 일이야?"

"오늘 오빠들이 하교할 때 데리러 올건가봐. 같이 못가겠다.

"에- 오빠들? 서향쨩 오빠 있었어?"

"사촌 오빠, 한명은 원래 교토에 있는데, 출장으로 몇 주간 있는 다나봐."

"헤에- 그렇구나."


코하네와 히마리는 어차피 부활동으로 같이 하교하기 힘들다고 했고 미오도 어차피 가게 일을 보러 가야해서 괜찮다고 해주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 빈 도시락을 들고 교실로 돌아가기 위해 옥상에서 내려오니 하나미야가 싫다며 코하네가 칭얼대기 시작한다. 그러고보니 옥상에저 전혀 해결이 안된 채로 다른 이야기만 하다가 내려왔잖아...? 결국 입학식날 처럼 다독이고 다독여서 교실에 들여보내고 남은 시간동안 기분을 풀어주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예비령이 울리고서 부랴부랴 교실을 나섰다.
서둘러 교실로 들어가는 아이들을 따라 교실로 향했지만 아무래도 끝에서 끝이고, 뛰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교실에 도착할 즈음엔 복도가 텅 비었다. 겨우 교실에 도착해 아직 열려있는 뒷문으로 향하던 찰나 누군가 계단쪽에서 나타나 옆을 지나가며 고의인 듯 팔을 치고 지나갔다. 뭔가 익숙한 느낌에 돌아보니 하필.


"어머, 미안."

"타카시나 사사키하고 했던가? 옆반이네?"

"그러네. 그럼, 안도상의 곁이 아니니. 너도 좀 조용히 지내렴?"

"난 언제나 조용히 있었는데, 누구누구가 먼저 안 건드리면 될 것 같네. 안녕."


옆에서 계속 소매를 당기는 미오를 모른척하고 내 속을 뒤집겠다고 덤벼드는 저 여자의 속을 되려 뒤엎어놓고 미오를 데리고 유유히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조용히 지내고싶은 나를 먼저 건드린게 누군데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어처구니가 없네. 조금 화난 표정이었던 모양인지 나를 보고달려들으려던 하라가 조용히 제 자리에 바로 앉았다. 괜히 미안해서 슬적 웃어주니 뭐가 그리도 좋은지 헤실헤실 웃는다.

그보다 하필이면 바로 옆반에 저 여자가 있을 줄이야. 운도 지지리도 없네-

 

지난주에는 감기몸살로 사망했었다구 합니다... 여러분 감기 제법 지독하네요 외출하실 때 목도리 꼭꼭하고 나가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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