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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57-

by 깜냥이 2015. 12. 7.

오랜만에 온 교토는 여기저기 꽃이 만발해서 아침에 가볍게 러닝을 하려다가도 왠지 다른 길을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익숙치 않은 길에서 함부로 이리저리 다녔다가는 길을 잃고 헤메일까봐 순순히 알고 있는 부근만 돌고 슬슬 돌아가려던 참 이었다.
집으로 되돌아가는 길, 저 앞 골목에서 낯이 익은 사람이 나타났다. 내게 등을 보이며 달리고 있는 그의 이름을 왠지 반가운 마음에 큰 소리로 불러버리고 말았다.



"미부치군!"


"응? 어머나! 쵸우쨩! 이렇게 만날 줄이야!"


"아침부터 부지런하네-"


"그건 쵸우쨩도 마찬가지인 걸? 역시 부지런하니까 피부도 좋은가?"


"그건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미부치는 운동하는 여자 친구 같은 느낌이라 대화가 수월하면서도 어색하다. 미용이라던가 전혀 모르는 터라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하니 그도 마주 웃었다. 그 모습이 제법 조신해서 내가 알고 있는 여자들과 비교하면 여성스러운 사람 축에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러고보니 치즈루가 미부치에게 베이킹을 배운다고 했던 것이 기억나 그에게 이야기하자 방긋 웃으며 성실한 학생이라 대답한다. 절대 우수하다고는 하지 않는구나. 쿡쿡 웃으니 내가 생각한 것이 무엇인지 짐작 한 듯 조금 곤란하다는 듯이 웃었다.



"아, 쵸우쨩은 마코쨩하고 같은 학교라고 했었지?"


"마코... 아, 하나미야? 응. 같은 반, 이번에 바뀔테지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지? 치이쨩의 동생이니 괜찮겠지만 거리가 머니 조금 걱정이 되네."


"무슨 일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는 걸? 조금 사이가 서먹한 정도야. 걱정이라니 하나미야가 너무 나쁘게 들리는걸?"


"음... 아무 일 없다면 다행이지만. 마코쨩보다 그 주변이 위험하거든, 무슨 일 있으면 멀더라도 꼭 치이쨩에게 이야기 해야해?"



일단 도쿄에 츠가사 오빠도 있고 걱정은 없지만 그가 걱정하고 있는 것이 진심으로 느껴져 웃으며 그러겠다고 답했다. 시스콤 오빠도 한 명 있으니까. 하나미야보다 그 주변이 위험하다 하니 왠지 무슨 일인지 짐작이 가긴 하지만 그저 웃었다. 그가 악동이라 불리는 만큼 농구 관련된 일로 적이 많을테지.
조금 더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아침 식사 전에 나온 것이고 시간을 확인하니 슬슬 돌아가야 식사에 늦지 않을 것이다. 시간을 확인 하는 것은 미부치도 마찬가지라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다녀왔습니다-"


"어머나, 시간에 맞춰 왔구나. 상 차리고 있으니 가서 씻고 오렴?"


"조금 오래걸렸네?"


"길에서 미부치군 만났어."


"헤에- 아침에 나갈 일이 없어서 몰랐는데, 이 루트로 러닝 하는구나?"



치즈루의 말을 들으며 옷을 챙겨다가 재빠르게 샤워를 하고 부엌으로 향하니 맛난 냄새가 풍겨왔다. 신나서 달려간 식탁에는 처음보는 음식이 하나 놓여져 있었다.
생경한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쪼르르 자리에 가서 앉아 냄비만 계속 바라보고 있자 할머니께서 유도후를 처음 보냐며 웃으셨다. 유도후? 그냥 두부가 물에 담겨있는 모양이라 조금 묘했다. 다른 건더기가 없이 오로지 두부 뿐 이라니...



"교토에서 유명한 음식이란다. 음식점에서 사먹는 것 만큼은 안되겠지만 먹어보련?"


"원래 겨울에 먹는게 최고인데- 겨울에 한국에 있었으니까!"



잘먹겠습니다- 하고 할머니께서 각접시에 덜어주신 두부를 조금 떠서 입에 넣으니 몰캉몰캉하니 부드러운 두부였다. 양념장이 적당히 간간하긴 하지만 왠지 김치가 끌리는건 역시 내가 한국인이어서 일까? 그래도 그런걸 말 할 수는 없으니 그저 맛있게 먹었다.
그래도 일본 가정식 정도는 맛있게 먹기는 하지만 그래도 맵고 짠 한국 음식을 주로 먹던 내게는 싱겁기 그지없다. 집에서는 내가 해 먹으니 괜찮지만 교토에 올때면 밥을 먹고나서 입이 심심해 군것질을 할 때가 많다.



"밥 먹었으니 디저트!"


"그러고보니 쵸우쨩, 내일 신칸센 몇시니?"


"아침 11시에요!"


"가다가 배고프지 않을까?"


"역으로 츠카사 오빠가 온대요. 같이 점심 먹으려구요."



정기 검진도 있어서 그대로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을거지만 그 건은 할머니께 비밀이다. 굳이 말을 할 필요도 없으니 그저 그렇게 끝내니 할머니께서 오빠가 일 하는 도중에 도망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은 자제 하는 것이 좋겠다며 웃으셨다. 점심 시간 동안이라면 괜찮지만... 하고 말을 마치신 할머니께 일에 지장이 있지 않을 정도로 하겠다 대답해드렸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과자를 한아름 안고 나타난 치즈루가 끼어들어 대화는 그대로 멈추었다. 할머니는 약속이 있어서 외출하신다며 방으로 들어가셨고 나는 그대로 치즈루의 방으로 끌려갔다.



"월농볼까?"


"나 매달 사다가 보는데?"


"엣."


"아까 미부치군을 만났을 때-"


"뭐래? 무슨 이야기 했어?"


"하나미야 주변에 적이 많으니까 조심하라고?"



그 놈의 월간 농구. 치즈루는 그녀가 좋아하는 주제만 적절히 던져주면 주제를 바꾸기 쉽기에 슬적 떡밥을 던지니 역시나 덥썩 집어문다.
과자봉지를 뜯으며 대충 대꾸하니 그건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한다. 그런 뉘앙스였다고 정정해 주고 나서야 아-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하나미야의 시합에 관한 것은 이미 이야기를 했으니 어떤 의미의 말인지 그녀도 알 것이다. 책꽂이에서 대충 집히는 대로 아무거나 꺼내 펼치며 턱을 괴니 내 입에 과자를 넣어주며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이야기하라며 당부했다.
일단 지금으로서는 코하네도 있으니까- 라고나 할까 최근 무슨 일이 생기면 츠가사 오빠가 생각 나는 것이 아니라 코하네가 먼저 떠오른다. 그녀에게 너무 의지 하는 것도 좋지 않으니 조금 자제해야 하는데 언제나 너무 그녀의 존재가 듬직해서 나도 모르게 당연히 여기고 있었다.



"오빠가 있으니 괜찮겠지."


"그런 문제가 아니거든! 에초에 시비가 안 걸리게 해야지!"


"그 하나미야를 싫어하는 애들이랑 같이 하나미야를 욕하면... 하나미야를 좋아하는 애들이 날 죽이려 들겠지?"


"... 이 겁 없는 아가씨야. 그냥 조용히 있어요. 츠카사 오빠를 부르라고."



내가 막나간다는 건 너무 잘 알고 있을텐데도 새삼스럽게 놀라는 표정을 짓는 치즈루의 입에 친절하게 과자를 넣어주었다. 입 안에 들어온 과자를씹어 삼킨 치즈루는 걱정되서 안되겠다며 라쿠잔으로 전학 오라고 했지만 그 건에 대해서는 단칼에 거절했다. 쿠로코를 못 만나게 되고세이린의 모두를 못 만나게 된다. 가장 중요한 문제들은 친구들을 못 만난다는 것이다.
내가 책장을 넘기며 전학을 가기 싫은 이유를 하나하나 꼽고 있자 말이 끝날 때까지 잠자코 있던 치즈루가 내게 등을 보이고 돌아앉았다. 궁시렁거리는 것을 보아하니 무언가 꿍꿍이를 세우는 듯 한데...



"키리사키로 전학 오는 것도 안돼."


"엣."


"도쿄로 전학 오는 것도 안돼."


"엣."



그리고 예상이 적중했다. 이 막무가내인 꼬맹이, 내가 안 가면 올 생각이었냐! 짐짓 화가 난 표정으로 볼을 잡아 당기니 다시는 안 그러겠다며 칭얼거린다. 왜 내 주변의 아가씨들은 다 이 모양인지...
한 숨을 내쉬며 손을 놓자 붉어진 볼을 손으로 문질러댄다. 한숨을 내쉬며 책을 덮으니 재차 라쿠잔으로 올테냐 묻는다. 너 때문에라도 절대 그럴 일은 없다 다짐하며 그녀의 이마에 있는 힘껏 딱밤을 날렸다.

 

:(... 1학년 분량이 횟수로만 많지 1편당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아서 2~3편씩 합쳐버려도 될것 같네요... 그러나 귀찮으므로.... (´•ω•`)

가끔 떨어지는 의욕을 줏어담기 위해 댓글이랑 코멘트(조아라)를 정주행 하곤 하는데 말입니다....:3.....

남주 궁금하지여??? 궁금하지여??!??? 나만 알고 있지렁여 에베베베 안알려줄거지롱 에베베베베베!!!!! 여러분 부럽지여 저는 남주 알구있따 에베베베베 약오르지(초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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