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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54-

by 깜냥이 2015. 11. 16.

:3.....

[미안해! 。゚(゚´Д`゚)゚。]

[어쩔수 없지 뭐... 울지말고! 뚝!]

[나 빼고 셋이서라도 놀면 좋았을 걸, 미오도 시간이 안된다니..]

[개학하고 놀면 되니까 신경쓰지마. 시간은 많으니까.]


코하네가 도쿄로 돌아오는 날자가 미뤄졌다. 그리고 그와 함께 다른 아이들도 속속 일이 생겨버리는 바람에 결국 봄 방학에는 놀지 못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쿠로코와도 놀러 다니고 있고, 미오에게 연락해 쇼핑을 하기도 했으니 나는 괜찮지만 다른 아이들, 특히 히마리는 전화로 엉엉 울 기세였다. 교토에 갈 짐을 챙기며 코하네의 메일에 답장을 보내고 있노라니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든다. 오늘 도쿄에 왔다면 내일 놀면 되는데, 정확히 내가 교토에 갈때 돌아오는 건 뭐람.
서운하다고 해서 낌새를 보이면 다시 미안하다 할 아이들이라 결국 쿠로코에게 약속이 취소되어 아쉽다고 메일을 보냈다.


[힘내세요. 여름 방학도 있고 학기 중에도 놀 수 있잖아요?]

[그런 그렇지. 그래서 개학하고 꽃놀이 가기로 했어.]

[그건 부럽네요. 개학 하면 저는 연습으로 바쁠 것 같거든요.]


새로운 팀에 적응도 해야하고 학교 생활에도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 부원들이랑 어울리느라 바쁠테고, 세이린의 모두는 다들 친절하니 동기들도 좋은 아이들이면 좋겠네...
뭐야 이런거 진짜 누나 같네.


[2학년이 되시면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네요.]

[내 걱정 말고 쿠로코야 말로 좋은 선배랑 동기들 만나면 좋겠네-]

[서향상이 추천해 주셨는데 좋은 분들 이시겠지요.]


처음에 목적만 툭툭 보내던 무뚝뚝한 녀석은 어디로가고 요즘엔 사람을 추켜세울줄도 안다. 굳이 그의 말에 긍정하거나 덧붙임 없이 신설이면 학교 시설도 좋겠네- 우리학교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하고 답장을 보냈다. 얼추 챙겨진 가방을 문 옆에 얌전히 놓아두고 침대에 앉아 답장을 기다리며 다음엔 무얼 해야하나 생각해보니 딱히 할 것이 없다.
아, 이불 빨래는 개학하고 해야지- 데굴 굴러서 침대에 엎어지니 어제 바꾸어둔 봄 이불 냄새가 좋다. 교토에 다녀와서 바꿔도 좋을 것을 개학 준비로 바쁠 것 같아서 얼른 바꿔둔 터라 향기가 아직 남아 기분이 좋다. 겨울 이불은 세탁기 옆에 곱게 놓아두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아 다행이다.


"내일 아침 10시 기차고 표는 지갑에- 치즈루가 줬던 동챙이 고리도 지갑에-"
 

치즈루가 사준 옷은 얇아서 옷장에. 교토에 가면 또 쇼핑가자고 하겠지? 어떻게 도망칠 구석이 없을까?
고민하는 사이 쿠로코에게서 온 답장의 내용은 고교 입학을 미리 축하하러 외식을 간다는 것이었다. 외식 부럽다. 나도 나가서 먹을까 했지만 외식을 자주 하는 것도 좋지 않으니 적당히 집에서 챙겨먹는 것이 좋겠다.

꽤 오래 장을 보지 않았다고 생각 했는데 냉장고를 열어보니 그래도 재료라고 할 만한 것들이 있다. 그런데 갑자기 재료도 없는 떡볶이가 먹고싶어졌어.
지갑을 챙겨들고 장바구니를 챙겨 오늘은 조금 멀리 걸어 한국 수입품이 있는 곳을 찾았다. 떡볶이 떡만 있으면 되는데 너무 멀리 나와버렸나 싶긴 하지만 겸사겸사 산책을 한다는 셈 치기로 했다.
사야 할 것을 빠르게 찾아버려 일부러 다른 반찬거리도 돌아봤는데도 5분도채 안되어 끝난 장보기에 뭔가 더 돌아다니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지금 집에 돌아가야 겨우 점심시간이니 아쉽지만 얌전히 집으로 향했다.


"왜 매번 있는거야? 하나미야군, 한가해?"

"... 여기가 조용해."


이젠 내가 뭐라고 해도 신경질을 내지는 않는다. 그래도 어조에서 느껴지는 짜증은 변함이 없구나. 집에 빨리 돌아가고싶은 것은 아니지만 손에 들린 것이 있으니 얌전히 아 그렇구나 하고 대답해주니 희안하다는 표정을 한다. 손에 들린 짐을 힐끗보고 어께를 으쓱하니 그제서야 짐의 존재를 파악한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가 얌전하게 대답을 한 것이 내가 어색한 만큼 내가 순순히 넘어가는 것도 그에겐 어색하겠지. 그런데 코하네는 교토에서 하나미야를 만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방학 전에 그 아이가 있는대로 히스테리를 부렸던 것은 그 때문이 아니었던가?
코하네는 교토에서 모레가 되어야 돌아온다. 그런데 하나미야가에 방문 하는 것은 오늘 저녁이라고 분명 메일로 이야기 했었다. 그런데 그는 어째서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네.


"난 본가에 안가."

"누가 뭐래?"

"안도가 말했을거 아냐. 하나미야가에 간다고."

"아, 그러고보니 궁금했어. 코하네가 저녁에 하나미야가에 간다고 했는데-"

"그러니까, 난 본가에 안 가. 전해주던지."


내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무심하게 남의 일을 말하는 듯이 툭 던진 말이 순간 이해가 안돼서 비아냥 거리는 듯한 말투가 튀어나왔다. 그러던가 말던가 그는 슬적 핸드폰을 꺼내 잠시 화면을 확인하고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여전히 무심한 말투로 말했다.
먼가 평소와 다른 느낌에 고개를 가웃거렸지만 그에게서 읽어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원래라면 나에 대한, 코하네에 대한 짜증이 느껴진다거나, 본가에 가지 않는 다면 그에 대한 어떠한 감정이 느껴질 법 한데도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로, 자신과 전혀 상관 없는 남의 일을 말 하는 듯이. 마치 그는 거기에 안 간다고 누군가 말하더라- 라는 듯이.


"이상하네."

"집에나 가라."

"가지 말래도 갈거지만, 이상하네."

"... 궁금하다는 얼굴이라 말한거야."

"뭐, 응.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굳이 코하네에게 말하지는 않을게. 어차피 곧 알게 될테니까."

"마음대로."


무슨 일 있는 걸까. 관계는 없지만 사사건건 신경질이던 녀석이 순순하니 기분이 묘하다. 몇 번이나 마주치고서도 그가 돌아가는 모습을 계속 바라보고 있는 일은 없었는데 왠지 그 뒷모습이 이상한 느낌이라 계속 바라보게 되었다. 쓸쓸해 보인다던가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상하다.' 이외에 다른 적당한 표현을 찾을 수가 없어 이상하다고 정의 내렸을 뿐인 그런...

무슨 소리야 이게. 내가 생각하고서도 어처구니가 없다. 그래도 뭐라 설명을 할 수 없는 기분이다.
멍하니 무슨 정신인지도 모르게 집에 돌아와 부엌에 툭, 장바구니를 내려놓았다. 쨍- 하는 소리가 들린 것도 같다. 문득 정신이 들어 장바구니 안을 들여다보니 다행이 깨지거나 한 것이 아니라 유리병 두개가 부딛치면서 소리였던 모양이다. 
일단 혹시나 하고 꼼꼼히 살펴보았지만 작은 실금도 보이지 않아 조심조심 식탁에 올려두고 다른 음식들을 냉장고에 정리했다. 그렇지만 언제부터? 다시 정신이 들고 보니 떡볶이 떡을 손에 들고 냉장고를 연 채로 또 한참 멍하니 있었나보다.

그냥, 오늘까지만 레토르트를 먹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접시에 밥을 적당히 덜어내고 레토르트 카레를 부어 전자레인지에 돌리며 다시 그의 표정을 떠올렸다.

학기 초반의 친절했던 얼굴은 아니다.
타카시나 사건에서의 화난 얼굴도 아니다.
코하네와 싸울 때의 비열한 표정도 아니다.

그렇다고 무슨 생각인지 도통 알 수 없으면서 꿰뚤려지는 듯한 후루하시 같은 표정도 아니야. 하지만 언젠가 그의 그런 얼굴을 본 적이 있던가? 아니면 다른 사람의 그런 얼굴을 본 적이 있던 걸까?
삐- 삐- 삐-하고 전자레인지가 멈추는 소리가 들린다. 생각을 잠시 접고 뜨거운 그릇을 잡기위한 행주와 수저를 챙겨 카레를 꺼내와서 언제나처럼 조용히 인사를 하고 식사를 시작했다.

아, 카레 물려.

 

이번주에 떡볶이 만든다! 만들거다! 해서 3일 연속 점심으로 떡볶이를 해먹었어요

이건 백종원 집밥 때무니에요.....

오늘도 요정님은 요정님이고 하나밍은 :3...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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