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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52-

by 깜냥이 2015. 10. 29.

그리 길지 않던 3학기는 순식간에 지나가 시험도, 종업도, 선배들의 졸업도 어느새 끝나버리고 마지막 방학만을 남겨두었다. 부활동을 하는 아이들은 어제 엄청 울어대고 오늘 익숙해지지 않은 듯 조금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내일부터 방학이라 신난 아이들도 있긴 하지만...



"그래서, 교토에 언제 쯤 가?"


"개학하기 전 주에."


"날짜가 안 맞네... 친구 소개시켜주려 했더니만."



방학 초반엔 다른 사촌들이 모일 계획이라기에 나는 그들이 돌아간 날 부터 외가에 가는 것으로 했다. 시간이 촉박하여 2박 3일쯤 보내고 돌아올 예정이니 금방 돌아올 테지만, 코하네는 못내 아쉬은 모양이다.
방학에 우리가 다같이 모여서 놀 수 있는 날은 고작 1주일 남짓, 학기 중에 놀지 못했으니 방학에라도 신나게 놀자던 히마리는 짧은 기간 동안 만 이라도 놀 궁리를 하느라 바쁘다. 1학년 동안 겪은 축제라고는 교내 축제뿐 이었으니 2학년에는 꽃 구경도 가고 더 신나게 놀자던 아이들은 코하네의 성적 언급에 금새 어두워졌다. 사실상 모두들 그리 낮은 성적은 아니지만 상위 1%의 코하네가 그리 말하니 뭔가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랄까?



"공부는 평소에 힘내서 하면 된다구!"


"그런 마음 가짐으로 내년엔 히마리 자취방에서 공부회를 해볼까."


"청소하겠습니다..."



언제 침울해 졌냐는 듯 활기차게 외친 히마리에게 미오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공부회를 제의하자 다시 시무룩해진다. 청소 안하는 거냐...
뭔가 막내 동생 같은 느낌의 히마리가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고 있으니 자나가던 아이들이 또 미오에게 혼난거냐며 키득거리고 지나간다. 꽤나 반 아이들에게 귀여움을 받고 있구나 싶다. 무뚝뚝한 후루하시조차 히마리가 시무룩해 있으면 한번쯤 말을 걸 정도로...



"이시카와상, 또 스즈키에게 혼났어?"


"아냐! 혼나지 않았어! 후루하시군은 내가 맨날 혼나는 줄 아는거야? 너무하네!"


"엉뚱한 사람에게 화풀이 하지마."


"흥!"


"신경쓰지마, 후루하시군. 방학에 오래 못 놀아서 삐진거야."


"아아- 그보다 이시카와상, 선배가 부르시는데?"



후루하시의 말에 문가를 돌아보니 긴머리의 여학생이 우리를 보며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에 쪼르르 뛰쳐나간 히마리를 보며 우리는 귀엽다며 키득거렸다. 얼마 되지 않아 돌아온 히마리는 방학중에 동아리에서 행사를 한다며 신나 했다. 일정이 없는 동안 할 일이 생긴 것이 즐거운 모양이다.
코하네가 없다고 못 놀 것도 없으니 가끔 책을 사거나 심심할 때 아이들과 노는 것으로 약속했다.
과연 그것을 지킬지는 미지수이지만.



"걱정되니까 방학 동안 만이라도 오라고 이모가 그러셔서."


"그럼 그리로 가는거야?"


"그럴 것 같아. 일단 사촌들 모임이 있으니 그 이후에? 아니면 점심만 가서 먹는다던가."


"위험한 건 저녁인데..."


"위험할 일 없네요-"


"웃기네."



웬일로 후루하시 자리를 뺏고있던 하나미야가 내 말에 냉큼 시비를 건다. 한동안 뜸하다 싶었더니 또 시작인가? 미오와 히마리는 한 숨부터 내쉬고 코하네는 전투태세에 돌입해 나는 방긋 웃어보였다.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일 보러 꺼져줬으면 좋겠다. 괜히 아이들에게 걱정 끼치기 싫어 조용히 있었건만, 쓸데 없이 끼어들기나 하고 말이야.
그저 방긋 방긋 웃으며 왜? 같은 말을 하니 그가 질색을 하고 도망을 친다. 그가 도망치자 코하네는 다시 얌전해졌고 히마리와 미오가 안심한듯 웃었다. 하지만 하나미야가 떡밥을 던지고 간 탓일까, 제 자리를 되찾은 후루하시가 내게 무심한 듯 툭하고 질문을 한다.



"무슨 일 있던거야?"


"응? 아무일 없어."


"그래?"


"응."



별것 없는 것 같은 대화지만 대화가 끝나고 나서도 내 눈을 지긋이 바라보기에 조금 찔리긴 하지만 뻔뻔하게 같이 마주 보았다. 곧 그는 그렇구나 하고 몸을 돌렸지만, 무언가 그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눈에게 전부 꿰뚤려 보여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후루하시 탓에 미오와 코하네가 무슨 일이냐 재차 물어봐 왔지만 그저 하나미야가 시비를 걸고 싶었던 모양이다하고 가벼이 넘겼다. 그런데 아무리 인식이 안 좋아도 이런 거짓말에 그렇구나 하고 수긍하는 두사람 너무하지 않아?



"집안 모임에 하나미야랑 만나. 싫다-"


"왜?"


"어른끼리 친하니 별수 있니? 아- 싫다."



새초롬하니 턱을 괴고 신경질을 내는 코하네는 가출하고 싶다는 무서운 소리를 한다. 이상하게 하나미야가 연관되면 극단적인 발상을 하는 코하네는 그만큼 결단력도 있어서 불안하다. 그 사실을 아는 나와 미오가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니 설마 이런 중대한 행사에 가출하는 짓은 안한다며 웃는다.
웃는데 불안해. 그리고 그건 미오도 마천가지인지 불안한 표정이다.



"그런 표정 하지마! 안 한다니까?"


"히마리 만큼이나 코하네도 불안해."


"나 만큼이나라니 그건 뭐야!"


"히마리랑 비교하다니 너무하네!"



두 사람이 각각의 이유로 화를 내거나 말거나 우리는 한숨을 쉬며 여기 큰 애가 둘이나 있다며 한탄을 시작했다. 한 명은 이제 혼자 걷기 시작했고 한명은 사춘기라며 장난을 치다가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나서 겨우 멈추었다. 코하네 또 삐졌다, 귀여워-


간만에 선생님의 설교를 마치고 금새 시작된 봄 방학, 겨울 방학만큼 짧은 시간이지만 일단 계획은 교토에 가는 것 뿐이라 일정 만큼은 여유롭다.
순식간에 우르르 몰려나간 학생들 덕에 교정이 꽤나 한산하다.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나온 우리는 방학 일정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실히 하기로 했다. 코하네가 친가에 가 있는 동안 히마리는 선배들과 동아리에서 마지막 행사를 준비한다고 하니 방학 초반엔 미오와 나뿐이다. 코하네가 다녀오고 내가 가기 전에 어디서 놀을지 직접 생각해온다며 히마리가 자신있게 손을 들었고 그럼 그렇게 하자는 것으로 간단히 이야기를 끝냈다.
언재나 헤어지는 곳에서 헤어져서 집으로 향하는 길에는-



"하나미야군이 있었습니다-"


"뭐야, 그 설명체는."


"아니, 생각하던 중에 그렇게 되었네."



막 농구 코트에 들어가려는 하나미야군과 만나버린건 우연? 그보다 그는 매일 이 곳으로 오는걸까? 문득 떠오른 궁금증에 질문을 해 보았지만 돌아온 것은 알아서 뭐 할거냐는 무성의한 대답 뿐, 결국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는 것을 굳이 따져묻는 귀찮음을 감수하는 것은 싫기 때문에 그렇구나- 하고 넘기기로 했다.



"적은 적당히 만들던가, 아님 처신을 잘하던가."


"그 건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네. 언제나의 도움은 고마워."


"안도가 귀찮을 뿐이야."


"음- 그래?"



코하네가 뭐라하던 본인은 그녀의 성질을 뒤집어 놓았으면 뒤집어 놓았지 위해줄 위인으로는 절대 보이지 않다만, 본인이 그렇다 하니 그런거겠지. 몇번 고개를 주억이고 수긍한다는 모양새를 하니 그가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 고개를 갸웃거리니 그가 괜히 신경질을 내며 내가 온 길을 되돌아가버린다.
벌써 가는거야? 하고 외쳐보아도 묵묵부답. 이제 슬슬 내가 속을 긁을때 한번 무시하면 더 이상 말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아차린 모양이다.
그럼 재미 없는데-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말이겠지. 어느 새 보이지 않는 그에게서 이제 시선을 덜리고 비어있을 농구 코트 안으로 들어서자 주인 없는 작은 공이 글러다니고 있었다.
이거, 저번에도 있었던 것 같은 은데... 160 중반의 내 손에도 들어오는 자그마한 농구공은 시간이 꽤 지나서 일까 바래고 공기가 빠져 아제 주인이 찾으러 오지 않는 모양이다. 공기는 굳이 기계가 필요한것은 아니니 조금 빨아서 불면 깔끔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믄득 떠올랐다.



"다녀왔습니다-"



여전히 텅 비어있는 집안에 오롯이 울려퍼지는 내 목소리가 썰렁하다. 옷을 갈아입기도 전에 화장실에서 적당이 작업을 하고온 나는 가져온 그것을 현관에 살짝 올려두었다.
겨울 방학에 가져온 두 사람과의 사진과 농구부 단체 사진 사이로 살며시 올려진 자그마한 농구공이 제 자리인 것 같아 스르르 미소가 지어졌다.

 

이제 봄방학만 지나면 원작시기!!! 진짜 힘들었네요 엉엉 그래도 본교가 아닌 중반에야 겨우 한 시합 하는 라이벌(이라고 쓰고 악역이라고 읽는) 학교라서 원작이 머죠 냠냠 같은 느낌이네요...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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