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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1학년 3학기] -50-

by 깜냥이 2015. 10. 12.

조금은 불안했던 3학기는 다행이도 조용히 시작되었다. 사건도 사고도 심지어 누군가 시비를 걸거나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도 없으니 행복하다 느낄 정도다.
그래도 조금 사건을 일으킬 여지가 있는 하나미야를 주시했지만 그는 조용히 책을 보는 것 이외에 다른 행동은 전혀 없었다. 다만 오랜만에 나타난 비글 녀석이 들이대는 게 슬슬 성질이 날 것만 같았다. 여기서 얘를 업어 매치고 싶은데 신장 차이 때문에 그럴수도 없어 일단 성질나는 대로 걷어 차버릴까 하고 고민하던 중 잠시 교무실에 다녀온 코하네가 있는 힘껏 그를 걷어차 버리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왜 매일 후루하시군한테 걷어 차이면서 꼬박꼬박 오니?"

"코하네쨩 박력있다! 멋져!"

"응, 내가 좀 멋있지. 의자로 얻어 맞기 싫으면 조용히 가렴?"

"네-"


착한 어린이처럼 활기차게 대답한 하라가 교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코하네를 바라보니 그녀는 언제나처럼 순진한 어린애 같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민에 대해 모르는 부잣집 아가씨 같은 코하네지만 생각해보니 카리스마있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고 하나미야와 싸울 때도 얌전하지는 않았다. 간만에 본 의외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으니 코하네가 고개를 갸웃거리다 짐짓 도도해보이는 얼굴을 한다. 그에 갑자기 웃음이 나와 키득거리니 화를 내는 대신 같이 웃어준다.


"내년에도 같은 반이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하라 녀석을 매일 쫒아내 줄텐데."

"그러게, 저 녀석이랑 같은 반이 아니길 바래야겠어."

"응, 미오랑 히마리도 같은 반이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는 안되겠지?"

"넷이서 또 같은 반이면 좋지-"


아직 개학한지 얼마 되지 않아 종업식까지 많이 남았는데도 마지막 학기라는 것 때문인지 내년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그 이전의 일인 봄방학도...
그러고보니 이번 봄 방학에도 교토에 다녀오기로 되어있다. 할머니께서 무언가 주실 것이 있다는 모양이라 잠시 몇일 다녀오는 김에 내 방 창문가에 있는 꽃나무에 꽃이 핀 것도 보고와야지.
코하네에게 방학동안 무얼 하는지 물어보니 자신도 교토에 있는 본가에 간다며 질색을 한다. 그래도 한 가지 좋은 것은 그 곳에 있는 친구를 만날 수 있다며 가는 시간이 맞으면 소개를 시켜주겠다며 조잘거렸다.
시간이 맞다면 좋겠는데, 외가에 다른 사람들이 많을 때 가면 어색하기도 하고 눈치도 보여서 가기 전에 연락을 미리 해 보아야한다.


"친인척인데 눈치를 봐야한다는게 서럽네."

"그렇지 뭐. 나도 가면 내숭떨어야해서 힘들어."

"한국에 살다보니 별로 안 친해서... 뭔가 못마땅하게 보기도 하고."

"힘들겠네..."


초등학교 다닐적에 치즈루나 소우타 오빠, 츠카사 오빠가 아닌 다른 사촌들을 처음 만났었는데 우리는 멀둥멀둥 앉아서 서로 바라보며 30분을 보냈던 일이 있다. 그리고 그 중 몇명이 나를 보는눈초리가 매어웠었던 기억이 있어서 생각만 해도 진저리를 칠 정도로 싫다.
의자를 뒤로 넘기는 장난을 치며 교토에 못 가는 일이 생기면 어쩌나하고 투덜더리자 코하네가 키득키득 웃었다. 방학 이전에 연말 고사가 남아있지만 그건 딱히 생각하고 싶지 않다. 여전히 의자로 장난을 치며 방학에 놀을 일을 계획하며 떠들고 있으니 누군가 내 의자 등받이를 밀어 바로 서게 했다.


"어, 후루하시군?"

"그러다 뒤로 넘어지면 크게 다쳐."

"응, 그러네. 미안-"


뒤를 돌아보니 아까까지 있던 다나카가 자리를 비워 뒷자리 책상에 기대기라도 했으면 넘어질 뻔 했다. 받쳐준 후루하시에게 고맙다 말하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 자리로 돌아갔다. 확실히 무뚝뚝하지만 매너는 좋은 후루하시같은 아이가 연애한다면 좋지 않을까? 그런데 전혀 두근거림이 전혀 없고, 뭔가... 츠카사 오빠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역시 여동생이 있으니 매너가 좋은걸까? 같은 생각을 했다가 한국의 오빠을 싫어하던 아이들이 들으면 나를 두들겨 팰 것같은 생각이라는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왠지 후루하시군은 무뚝뚝해도 좋은 오빠일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어떨까-"

"응? 뭐가?"

"후루하시군은 여동생이 있다며, 왠지 좋은 오빠일 것 같은데."

"오빠라는 단어는 앞에 좋은 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없는데."

"왜? 나는 우리 오빠들 좋던데..."

"사촌이니까 그렇지."


그런가? 그래도 소우타 오빠는 치즈루에게 잘해주던데...
보통 무시하거나 매일 싸우거나 둘 중 하나인 것이 정상이라고 말는 코하네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런데 코하네는 분명 외동이었던 것 같은데 어쩜 저렇게 잘 아는 거지?
아무튼 후루하시가 여동생에게 어떻게 대하느냐는 그에게 물어보지 않는 이상 모르는 것이니 그저 상상만 하는 것으로 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후루하시군이야?"

"아니, 매너가 좋잖아."

"혹시 아까 두근거렸어?"

"전혀."


단호히 내뱉어진 말에 나도 놀라 후루하시에게 미안해졌다. 솔직히 하라가 후루하시의 매너 절반 정도 본받았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감정이라 딱히 설렘 같은 것은 없었다. 그에 코하네가 아직인가 라는 말을 했지만 그게 아직 아닌 것일지 나중에도 아닐 것인지는 두고 봐야 알 문제다. 하지만 딱히... 내 취향이라던가 하지 않은데.


"키는 좋은데... 취향이라기엔 음..."

"에? 키를 봐? 안 그래도 서향은 키가 큰데..."

"아니... 남자애들이 키가 크다고 날 싫어하는 경향이 있길래... 이상적인 키차이 뭐 이런 것도 있고."

"신경 쓰는구나..."


 키가 작은 남자애들 몇몇은 가까이 오지 말라던가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그게 그 당시에는 장난이랍시고 깔깔 거렸지만 나중에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그러고보니 쿠로코가 나랑 키가 엇비슷 했지...? 그래도 그 아이는 앞으로도 계속 자랄테고 딱히 자신의 키에 불만이라거나 하는 기색이 없었다. 기적의 세대 프로필을 보니 한 명 빼곤 신장이 꽤 컸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신장이 불만이거나 하지않은 모양이다. 귀국을 했다는 연락을 하는 것을 잊었는데 생각난 김에 연락을 하는 것이 좋지만 쉬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포기해야 했다.

개학 후 한국에 다녀온 여파인지 더더욱 머리에 들어오지 않던 일본사와 고전 문학이 이제 슬슬 적응이 되어간다. 얼추 반 정도는 이해되고 있는 중 이건만, 진도를 뺄 수록 점점 더 어려워져서 집중조차 되지 않는다. 슬그머니 시선을 돌린 창 밖에는 아무도 없는 텅 비어 황망한 운동장만 보였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누군가 교문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누구길래 지금 등교를 하는가 싶어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건만 어딘가 낮익다. 천천히 운동장을 가로질러 건물로 다가오는 여학생을 어느정도 알아볼 수 있는 거리가 되었을 즈음 그 여학생이 고개를 들어 시선이 마주치고 말았다.
아, 다시 등교를 시작했구나.

마지막 학기의 평화로움은 그렇게 끝이나는 걸까 하는 생각에 조금, 좌절했는지도 모르겠다.

 

설마했던 1학년으로만 50화라니.... 히... 히돗8ㅁ8

3학년분 쓰려면 아무래도200개 써야하는 건 아니겠져 설마 아핳하...

취준생이라 자소설을 준비중입니다. 태어나서 처음쓰는 자소설! 뭘 써야하는건지 엉어 여러분 우리 다같이 힘내여 엉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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