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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51-

by 깜냥이 2015. 10. 19.

타카시나의 정학이 끝난 뒤, 그녀의 복귀는 많은 아이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 덕분인지 한달이 지나도록 그녀는 내 앞에 보이지도 않았고, 어쩌다 지나가는 것을 본 일도 없었다.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종례가 끝날 때 교실로 들어와 하루 종일 가만히 앉아있다가 종례 전에 가버린다는 모양이다. 담임 선생님은 그 행동을 묵인하고 있고 다른 아이들도 선생님이 아무 말 없으니 그러려니 한다고 한다.


"하나미야와 후루하시한테 한 마디 듣고, 나와 적대했잖아? 절대 이 학교에서 고개 못 들고 다니지. 그럴 만 해."

"차라리 전학가는 게 마음이 편할텐데..."

"이 학교에 있는게 뭔가 메리트가 있나?"


점심시간에 살짝 그녀에 대해 언급하자 도도한 자태의 코하네부터 시작해서 미오, 히마리가 한 마디씩 했다. 본인이 잘났으니 혹여 누가 괴롭히거든 마음껏 이용해 먹으라 말을 하면서도 코하네는 우아하고 도도한 자태를 유지했다. 평소에나 좀 그럴 것이지...
평소에는 나 순진해요- 같은 얼굴로 청순하게 웃는 편이라 가끔 이 갭을 버티기 힘들다. 그것은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인지 어색하게 웃고 있어 나도 그 대열이 합류했다.
물론 그 모습에 코하네가 어린애 마냥 칭얼거리기 시작했지만.


"서향을 건드린게 잘못이야! 원래 고등학교에선 권력 남용 같은거 안하려고 했는데!"

"권력 남용이라니..."

"원래 징계로 교내 봉사 정도로 끝내려는걸 내가 정학 처분하라고 시켰어."

"에- 교내 봉사는 너무했어! 서향쨩 다칠 뻔 했었는데!"

"퇴학 시킬 걸 그랬나?"

"그건 심해."


정학 당했다가 돌아온 지금도 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퇴학은 심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말하니 미오와 나는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히마리는 워낙 순진해서 그렇구나 하는 모양이지만 그러면서도 표정이 미묘하다.
코하네의 발언에 이미 교실 안은 경악스러운 분위기였고 그걸 뒤늦게 알아챈 코하네가 무슨 일이냐 물을 때까지 교실은 어떠한 소리도 없이 조용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엄청난 발언을 해대는 통에 가끔 이렇게 반 전체가 경악해하는 일이 자주 있다보니 아이들은 그러려니 하면서도 놀라고, 경악하면서도 그러려니 한다.
시간이 지나며 놀랐다가 마음을 추스리는 것이 빨라진 아이들은 이제 코하네가 무슨 말을 하던, 내가 무슨 시비에 휘말리던, 하나미야가 무슨 막말을 하던 그 때만 잠시 놀랄 뿐 금새 잘 해결 되겠지, 되었겠지, 또 저러는구나하며 넘어가는 경향이 생겼다.


"내년에 코하네와 같은 반일 아이들도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겠지?"

"그리고 그 가운데 우리 반 아이들은 편온 할거야."

"그럼 우리도 평온하게 음료수나 마실까."

"거기 두 사람. 무슨 만담을 하고 있는거야?"


미오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태클거는 것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코하네가 태클을 걸어왔다. 그에 우리가 깉이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으응? 하고 대꾸하니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한다. 확실히 조금 바보같은 대화였음을 인정한 우리 둘이 키득키득 웃으니 코하네가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어찌되었건 그 여자가 나에게 시비를 걸러 올 일은 없고, 친구들과의 사이에 문제는없고 하나미야가 시비를 거는 것은 옛 이야기니 이번 학기는 평탄하겠구나 생각했다. 부디 내년에는 골치 아픈 사람이 같은 반이 아니길...


"아, 코하네쨩 우리 넷이서 또 같은 반 하자고 할 수 있지 않아?"

"더 이상의 권력 남용은 안하기로 해서... 회장이랑 약속했어."

"에- 아쉽네."

"다른 반이 될거라는 보장도 없는걸? 두고 보자."


다른 반이 된다고 해서 헤어지는 것도 아니고 연락해서 만나면될 일이다. 그래도 저 아이들이 저렇게 서운해 하는 이유는 매일 얼굴을 맞대고 있다가 그러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쉬운 거겠지. 전원 같은 반이 무리라면 반반씩 같은 반 이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턱을 괴고 아이들이 반배정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 있으니 어김 없이 들려온 코하네의 한마디, 절대 하나미야와 같은 반이기 싫단다.


"만약 둘이 같은 반이면 나는 다른 반이길."

"미오, 너무해!"

"미안, 코하네쨩... 나도 다른 반이길..."

"히마리?"

"어, 나는 그냥 하나미야랑 다른 반이길."

"서향이 날 버렸어!"

"아니, 그거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둘의 싸움을 말리는 것은 이제 거절한다. 이미 시달릴대로 시달린 미오와 나는 애초에 하나미야 자체를 다른 반이길, 하고 바랐고 히마리는 어찌되었던 코하네와 하나미야가 같이있는 공간이 무서운 모양이다.
코하네가 시무룩해져서 책상에 엎어져 우리는 그런 그녀를 달래느라 안간힘을 써야했다. 점심 시간을 마치는 종이 울릴 즈음에야 겨우고개를 든 코하네가 여전히 심통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선생님이 들어오신 시점에서 더 이상 그녀를 달래줄 상황이 아니니 전부 제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일본사는 정말 싫다.


"이 부분은 중요하니까 졸지마세요. 다들 일어나!"

"으아아..."


여기저기서 좀비소리가 들려온다. 졸다가 선생님의 호통에 비실비실 일어나는 아이들이 괴상한 소리를 내어 뭔가 우습다. 시험이 얼마 안 남았으니 힘내자는 선생님의 말씀에 겨우겨우 기운이 나는 듯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나마도 살아나다 말은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일어나는 원동력이 된 것일 뿐이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분명 들리는 대로, 칠판에 보이는 대로 썼건만 이게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다. 슬슬 나도 좀비들의 대열에 합류하려던 찰나 지긋지긋한 일본사 수업이 끝이 났다. 선생님이 한숨을 쉬시며 교실을 나선 뒤 좀비들이 살아나는 마법을 보았다.


"일본사 어려워..."

"지루해- 암기과목 싫어. 이거 또 스터디 해야하나?"

"미오가 암기 과목을 잘 했던가?"

"히마리가 의외로 잘했던걸로 기억하는데..."


시험 전에 모여서 공부를 해야하나 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는 결국 암기는 싫어-로 결론짓고 책상에 엎어졌다. 하다못해 공식이 정해진 수학이나 과학이 쉽다는 코하네가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아무리 그래도 과학이 좋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지만... 과학도 엄연히 암기 과목이 아니던가? 내가 이런 생각을 하던지 말던지 코하네는 단순 암기가 싫다며 칭얼대고 있었다. 과학이나 수학보다는 역시 문학이 더 쉽지 않던가? 고전 문학은 이중독해 같아서 싫지만 그래도 문학까지는 읽을 수 있는 선이니 그것이 더 쉽다.
한국에선 이렇게 문과와 이과가 나뉘는 건가? 

 

저는 예체능이라 문과 이과 그냥 다 어려워여 8ㅁ8

랄가 안개꽃 말고 다른 것도쓰던거 마저 써야할텐요ㅠㅠ 우리 패기로운 타카오군 이라던가...

다작러의 근성이란 놈이 참 얇팍해서.... 그래도 써보려구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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