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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외전 [그 즈음 다른 곳에서]

by 깜냥이 2015. 11. 2.

슬슬 노을로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에 이제 조금 있으면 두 사람 중 한명이 오겠구나- 하며 침대를 세웠다. 어제 리코가 왔으니까 오늘은 휴가가 오려나 하는 생각을 하며 그저 창 밖을 내다보고 있으니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나처럼 네- 하고 느긋하게 대답하니 곧이어 문이 열리고 웬일로 세이린 농구부의 모두가 우르르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코가네이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것은 무엇 때문이야?


"여- 키요시! 다같이 왔다구!"

"키요시, 몸은 좀 어때?"

"어어- 괜찮네. 그보다 모두 다같이 오다니, 왠일이야?"

"어차피 곧 방학식이고, 이럴 때도 있으면 좋잖아?"


간만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온 병실 안이 와글와글하니 즐겁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언제나 와 계시고 리코나 휴가가 자주 오긴 하지만 오늘같이 사람이 많은 일은 드물었기에 이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 좋겠다. 감독이 훈련의 강도를 높여 고생 중이라던가 연말고사가 어려웠다는 일상 이야기부터 이즈키의 말장난 수첩이 40권을 돌파했다는 시답잖은 이야기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왠지 당연하게 말장난 수첩에 대한 이야기가 무시당한 이즈키가 시무룩해져서 침대에 앉자 다들 키득거린다.
즐거워 보이는 그들을 보며 봄 방학이 지나면 신입생들이 올테니 괜찮은 녀석들이 많았으면 좋겠네- 하고 주제를 돌리자 모두 수긍하며 응 이라던가 그러네하며 가볍게 대답했다.


"후배니까 코가처럼 조금 말썽도 부릴거고."

"에에? 츳치?"

"그러네, 코가처럼, 캡틴 힘내."

"코가네이군처럼이네."

"하하하!"

"키요시, 웃지마!"


어느새 코가네이를 놀리는 분위기로 돌아가자 그와 미토베를 제외한 모두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미토베도 웃고 있기야 하지만 같이 놀리고 있다기보다 우리가 노는 모습을 보고 흐뭇해하는 표정이니 굳이 그에게 태클을 걸지 않았다. 신나게 놀려먹어진 코가네이가 와악 하고 소리지르면서 다같이 웃고 넘어갔지만 결국 혼자 시무룩해서는 미토베에게 얌전히 토닥임을 받았다.
한참 웃어대던 이즈키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아- 하고 탄성을 내지르더니 간만에 들어보는 이름을 언급했다.


"얼마 전 시내에서 서향을 봤는데."

"에? 정말? 이야기는 해봤어?"

"스치듯 본거라 이야기는 못했는데, 잘 지내는 것 같긴 하더라. 표정이 좋았어."

"에- 소-햔. 병문안 안 왔어?"

"그 녀석도 나름의 아픔이 있어서, 날 보면 더 힘들거야."

"하긴, 그때 완전 패닉이었지."


아직도 발음을 힘들어하는 코가네이가 더듬더듬 그녀의 이름을 말한다. 인터하이 이후 우리중 어느 누구도 서향과 직접 만난 일은 없는 모양이다.
키리사키와 시합 직후 서향은 공포에 질린 듯 한 얼굴로 선수 대기실에 찾아와 울며 나를 찾았다고 한다. 리코가 달래준 덕분에 병원에 왔을 때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였지만 그 때는 완전한 패닉 상태로 위태한 느낌이었다는 모양이다.
생각해 보면 그도 그럴 것이 본인도 시합 중 사고로 부상을 당해 트라우마까지 생겨 그토록 좋아한다던 농구를 무서워하던 아이였다. 어쩌면 내 모습이 자신의 사고와 겹쳐보였을지도 모른다. 이런 내용을 알고 있는 것은 나 뿐이니 다른 아이들로서는 무슨 사정이 있었겠거니 하며 넘기는 모습이다. 눈치가 빠른 이즈키는 그 날 나와 서향의 대화를 듣고 그 사정이 무엇인지 대강 파악하고 있을테지만 그도 굳이 다른 아이에게 말하지 않았겠지.


"한 번 쯤은 왜 그 뒤로 오지도 않고 메일도 없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서향도 서향 나름의 일이 있는거겠지?"

"에? 감독, 메일 주소 알아?"

"아니, 내 것만 알려줘서 연락 오기만 기다리는 수 밖에 없네."


리코는 처음부터 서향을 마음에 들어했으니까 당연히 메일 주소를 줬겠지. 리코는 서향과 친해지고 싶다고 이야기를 자주 했었고, 그래서 인지 타교인인데도 불구하고 연습에 놀러오라던가 하는 것을 권유했었다. 그런데 인터하이 이후 서향과 만날 일이 없어지자 눈에 띄게 서운해해서 휴가가 자주 한숨을 쉬곤 했다.
서향의 이야기가 나오니 리코가 서운한 모양이었지만 다른 부원들 앞이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즈키는 서향에 대해 말을 꺼낸 뒤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꺼냈다.


"그런데 이건 혹시인데 말이야-"

"말장난이라면 그만둬."

"아니야! 휴가는 내가 언제나 말장난만 하는 줄 아는거야?"

"아니, 언제나 하고 있잖아?"

"서향의 이야기라고!"

"아, 그거냐."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게 유학생이니 공부하기도 바쁠거라고, 키리사키고는 진학교니까. 휴가가 그녀의 사정일 가능성이 높은 것에 대해 적절히 이야기하니 이즈키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 그럴수도 있지 같은 말로 막연하게 대답했다. 그것에 당연하게도 성격이 급한 휴가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냐며 성을 낸다. 휴가는 조금 성격을 죽이는 편이 좋겠네 하고 내가 웃으니 나는 천연인 것을 어떻게 하는 편이 좋겠다며 지적했다. 나는 천연이 아닌데?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하고 하하 웃으니 저 천연 자식이... 하며 휴가가 투덜거린다. 글쎄 천연이 아니래도?
나와 휴가가 무슨 대화를 하던 깔끔히 무시한 이즈키가 다시 진지하게 어디선가 들었는데- 하며 서두를 떼었다.


"한국인은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단체에 대한 소속감이 강하다고 하던데, 그것 때문 아닐까?"

"무슨 소리야?"

"서향은 키리사키 학생이야. 그리고 하나미야도 키리사키 학생이지."

"... 같은 농구부도 아니고, 서향이 시킨 일도 아니잖아."

"소속감이 강하다고 했잖아. 그리고 그 것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고."


이즈키는 말을 마친 뒤 잠시 생각하는 듯 조용히 했다가 그래, 확실하지 않지. 하고 중얼거린 뒤에 입을 다물었다. 하나미야의 잘못을 본인이 죄책감을 가지고 우리들을 만나러 오지 않는다는 말인가? 나는 도무지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이해가 안가 고개만 갸우뚱 거렸다. 이즈키의 추측일 뿐이니 그것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게 홀로 수긍하고 있는데 어느새 대화가 끊겨있고 분위기가 어색해져 있었다.
그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슬금슬금 눈치를 보던 코가네이가 그런거 잘 모르겠다며 으아악 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 덕에 분위기는 조금 풀렸고 휴가와 리코는 금새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이즈키는 자신 때문에 분위기를 흐린 것이 못내 미안했던지 다른 사람을 보며 한숨을 쉬듯 웃어보였다. 


"뭐- 아무튼, 서향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확신이 없다고 햇으니까. 뭐, 설마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바보냐! 하고 꿀밤 한 대 정도는..."

"에-? 휴가, 여자애를 때리는거야?"

"얌마, 이즈키! 말을 그렇게하면 나만 나쁜 사람 같잖냐!"

"여자 때리면 나쁜 사람! 휴가 나빠!"

"안 때려!"


와- 와- 하고 어느새 다시 소란스러워진 병실 안을 기나가던 간호사가 슬적 들여다보곤 웃으며 돌아갔다. 더 소란을 피웠다가는 혼이 날 것 같았지만 모처럼이니 일단은 내버려 둘까하고 여전히 휴가와 장난을 치느라 소란스러운 무리들을 보았다.  과연 언제까지 저러고 싸울까 하고 하하하 웃으며 관전하고 있자 곧 민폐라며 아이들을 제지했다. 그리고 덩달아 뭘 웃고만 있느냐며 혼나버렸다. 억울하다.


"자, 그럼. 이제 우리는 갈게. 더 소란피우면 안되니까."

"더 있어도 괜찮아. 리코-"

"다들 얼굴 보라고 데려왔더니 폐끼치는 것 같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은걸? 조용한 것 보다 덜 심심해서 좋아."

"내일 방학식 이니까, 일찍 올게-"


아이의 엄마가 유치원에서 잘 놀고 오후에 데리러 오겠다고 말하는 것 처럼, 리코는 차분하면서도 강단있게 말하며 모두에게 짐을 챙기도록 했다. 천천히 이지만 하나 둘 짐을 챙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조금 아쉽다.
그럼 다음에 또 모두 데리고 오겠다는 리코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어쩌면 그 전에 퇴원 할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에 모두들 그러면 좋겠다고 웃으며 손을 흔들고 병실을 나섰다.
모두가 병실을 나서고 나는 벽에 가지런히 놓인 목발을 가져다 지지하며 병실 창가로 향했다. 병실을 나선지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야 병원 입구를 나서는 무리가 보였다. 역시 흰색 져지가 눈에 띄긴 하는구나.
한참 그 자리에 서서 모두가 병원을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보이지 않게 되었을 즈음 침대로 돌아왔다.
아, 농구... 하고싶다.

 

짜잔 이쯤 올려야할것 같아서 쓴 세이린 편 입니당 :3

그리고 저는 글을 쓰다가 왼손 약지를 삐엇어요.. 왜지... 왜 약지가 아프죠... ㅆ를 치다가 삐엇다구요?

새끼손가락으로 쉬프틀를 누르고 검지로 ㅅ을 눌렀는데 왜 약지가 아플까요!!! 아파!!!!!!

병원가기 시른데 8ㅁ8 병원 시러요!!! 아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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