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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49-

by 깜냥이 2015. 10. 7.

매번 올리는걸  깜박하면 안되는데 말이에요

 

"밥 잘 챙겨먹고, 정기 검진 꼬박꼬박 다니고... 음..."

"알았어, 알았어. 비행기 시간 얼마 안 남았으니까 갈게. 집에 도착해서 카톡 보낼게!"

"츠카사가 마중 나온다고 했지?"

"응! 다녀오겠습니다!"


결국 다가온 일본으로 출발하는 날,  배웅을 위해 공항으로 따라온 엄마는 좀처럼 안심이 안되는지 당부를 계속하고 확인했다. 비행기 탑승 시간이 다가와 서둘러 짐을 챙기니 엄마가 재차 잊은 것은 없는지 확인하고 마지막까지 손을 흔들어주셨다.
두번째의 출국, 세번째의 비행기지만 매번 거리가 멀다는 것이 확실하게 다가와 기분이 묘하다. 나보다 더 멀리 유학가는 아이들도 있고 나처럼 친인척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겠지만 그냥 비행기에 오르면 칭얼대고 싶은 기분이 든다.
이런 기분도 비행기에서 내리면 아무렇지도 않는 것이 또 웃기다. 짐을 찾으며 츠카사 오빠에게 연락하니 금새 나를 찾아왔다.


"잘 지내다 왔어?"

"응! 오빠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

"괜찮아. 점심은 사줄게, 장도 봐야하지?"

"아뇨, 괜찮은데."

"피곤한데 돌아다니기 힘들잖아. 차 타는 김에 다 해결해버려."


어차피 집에는 아무 것도 없으니 그러는 편이 좋을테지만, 폐는 끼치고 싶지 않은데...
내 생각을 알기라도 하 듯 쓸데 없는 생각은 말라며 딱밤을 때렸다. 차에 올라 집으로 향하는 길에 넌지시 물어보니 오늘은 병원 정기 휴일이라 쉬는 날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그랬구나, 하고 수긍하니 한국에 얼마나 다녀왔다고 그걸 잊었냐며 핀잔을 준다. 그에 그럴수도 있지 하고 투덜거리니 웬일인지 그럴수도 있다며 수긍한다. 내가 놀란 눈을 하던 말던 운전수 멋대로 오빠가 자주 다닌다는 라멘집에 들려 점심을 해결하고 장을 보기 위해 마트로 향했다. 야채나 간단히 요리할 수 있는 재료를 카트에 담으니 조그만게 많이 먹는다며 투덜거리기 시작한다.


"설마 혼자 다 먹겠어요? 두고두고 먹는거지."

"아냐, 많이 먹어. 많이 먹고 커야지."

"이래뵈도 한국 평균 키 이상 인데요."

"일본 평균 키 보다도 커."

"그럼 많이 안 커도 되는데."

"키 말고 나이를 빨리 먹고 우리 병원에서 의사해라."

"의사 하기 싫어요-"


장을 보는내내 이런 저런 이야기로 투닥거리기도하고 시답잖은 말로 시간을 제체하다보니 집에 도착한 시간은 5시가 다 되어갔다. 오랫동안 비워둔 집은 한기가 살짝 돌았고 그간 쌓인 먼지가 군데 군데 보였다. 오빠는 집으로 돌아가보아야 해서 짐을 옮겨 준 뒤에 곧장 돌아갔고, 나는 캐리어를 끌어다 방에 대충 던져두고 난방을 틀고 걸레를 빨아왔다. 피곤하니 나중에 피곤하지 않을 때 하고 싶지만 내일부터 개학이라 계속 미루게 될 것 같다. 식재료들을 대충 냉장고에 넣고 구석구석 먼지를 털어내고 걸레로 닦으니 금새 저녁시간이다.
귀찮은데 저녁도 외식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미오를 만날 겸 나가는 것으로 결정하고 지갑을 챙겨 집을 나섰다.


"어서오세요- 어머! 서향이잖아?"

"응, 오늘 돌아왔어."

"식사 하러 왔지? 일단 여기 앉아. 여유 없게 돌아왔네."

"그러게 하루 이틀 여유 두고 돌아올걸."

"그러지 그랬어- 어서오세요!"


잠시 미오와 이야기를 나누려했지만 대화 도중에 들어오는 손님들 탓에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앉아 오야코동을 주문하니 안쪽에서 사장님이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주셨다. 이제 손님이 오기 시작해 한참 바쁠 시간이라 내게 신경 쓸 시간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얌전히 내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언제나 같이 특별한 서비스가 따로 딸려온 것은 아니지만 평소보다 양이 많은 것이 사장님의 특별 서비스인 모양이다. 손님이 많다보니 나만 특별히 챙겨주기 힘드니 이렇게 해 주신 듯 한데 이렇게 계속 서비스를 받아도 되나 모르겠다.
평소보다 더 많아진 손님에 미오에게 대놓고 인사는 하지 못하고 계산을 하면서 소근소근 인사를 했다. 그리고 조용히 가게를 나와 간만에 농구코트가 있는 골목으로 들어섰다.
키요시를 만나서 친해지고 세이린의 모두를 만나고 시합도 보러갔다. 그리고 사고가 나고, 이 농구 코트에는 세이린의 누구도 만나지 못했다.


"그러고보니 쿠로코는 세이린에 합격 했을까?"


한국에 다녀온다는 이야기는 일찌감치 말 했었고 잘 다녀오라는 연락도 받았다. 추천할만한 신작 서적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지만 세이린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기에 궁금해졌다. 연락해서 물어볼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나도 나대로 정신이 없었던 터라 그러지 못했다.
핸드폰을 열어 주소록에서 쿠로코를 찾았지만 지금 이 시간에 연락을 하는 것도 실례다. 다음에 확인도 할 겸, 간만에 얼굴도 볼 겸 시간을 내어 만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챙겨넣고 집 열쇠를 찾아 주머니를 뒤지다가 미처 앞을 확인하지 못해 지나가던 사람과 부딪치고 말았다. 급히 그 사람에게 사과를 하기위해 고개를 돌리니 얄밉지만 익숙한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나?"

"넌 도대체 뭘하고 다니는거야? 앞을 보고 다녀!"

"어머, 미안- 오랜만이네 하나미야군!"

"안 보이길래 조용하다 싶었더니..."

"솔직히 나 정도면 조용히 지냈는걸? 누구누구가 도와준 덕분에 사건 사고 속에 지낸거지."


저 얄미운 얼굴이 꾸깃꾸깃해지니 참 볼만 하다. 간만에 그의 성질을 긁으니 통쾌한 맛이 배가 되는 기분이 들어 더욱 화사하게 웃었다. 그러니 못 볼 꼴을 봤다는 듯이 인상을 구긴 그가 획하니 몸을 돌려 시내 쪽으로 향한다. 그것이 우스워 삐지지 말고 기분 풀라던가 내일 보자는 말을 계속 외치니 시끄럽고 집에나 들어가라며 성을 낸다. 시비걸고 성내고 도와주고 성내고 학교에서는 여유로운 듯 비아냥 거리지만사실 욱하는 성격인게 아닐까 싶다. 뭐, 그건 나와 별로 상관 없는 일이니 넘겨둘까.

이번 학기가 끝나면 1학년도 끝난다. 2학년에는 부디 하나미야와 반이 떨어졌으면 좋겠다. 코하네나 히마리, 미오와는 같은 반이고 싶은데 그렇게 될 수 있으려나? 왠지 코하네가 힘쓰면 될 것 같기도 하다는 기분인데...
이런 생각을 하며 들어선 집 안은 잠시 비워두긴 했지만 난방을 켜둔 덕에 훈훈함이 감돌아 적당히 따뜻했다.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도 이것보다 조금 덜한 훈기가 있다면 그렇게 막 쓸쓸하지도 않을텐데, 그렇다고 집을 배우는 내내 난방을 틀어둘 수도 없으니 아쉽다. 
신발을 벗어 신발장 위에 올려두며 내일 신을 단화를 꺼내어 가지런히 놓았다. 내일은 개학식이니 도시락은 딱히 필요 없겠지. 옷장 안에서 미리 세탁하고 다려두었던 교복을 꺼내어 문에 달린 걸이에 걸어두고 간단히 가방을 챙겨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이것으로 내일 학교에 갈 준비는 끝.
내일부터 시작되는 마지막 학기, 마지막 시험. 그리고 봄 방학을 끝으로 사건 사고가 많았던 1학년을 마무리 한다. 제발 2학년은 조용히 사건 사고 없이 지낼 수 있게 해주세요...

 

매 학기/방학 마다 소제목처럼 달아뒀습니다! 제가 편하려구요...ㅠ 그런데 보다보니 숫자 뒤에-가 있다가없다가 하네요... 하나하나 수정하기 귀찮아서 내버려 뒀습니다...(먼산) 

그런데 말입니다.

이 소설의 장르가 로맨스라는데 그런 요소가 어디있죠??(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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