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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47

by 깜냥이 2015. 9. 21.

앞으로는 일찍 일찍 쓸게요....8ㅁ8

 

"그래서, 잘생겼어?"


"그렇긴 한데... 아니, 지금 내가 하는 말 어디로 들은거야."


"츤데레라는게 대세라고 하더라고!"


"알게 뭐야!"



아이 쇼핑을 하며 신나게 놀다가 쉴 겸 들린 카페에서 한탄하듯 그동안 있던 일을 이야기하니 현지가 하는 말이 저렇다. 언제부터 남자 외모 타령을 하게 된건지... 고개를 돌려 세영 언니를 보니 날 괴롭힌 녀석이 누구냐 데려와라 하며 웃고 있어 무섭다. 양 쪽에서 다른 주제로 열을 올리고 있으니 이 이야기를 괸히 한 것일까 싶고 사람들의 시선이 몰려 부끄럽다. 그런데 양쪽에서 열을 내는 사람들은 알게 뭐야 식이고... 어째서 부끄러움은 나 혼자의 몫인지.
가장 구석자리에 앉은 탓인지 사람들의 시선을 직시하고 있어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투덜댔다. 물론 두 사람은 듣지 않겠지만.



"목소리 좀 죽여요. 일단 다 해결된 일이고..."


"그런 년들은 제대로 밟아두지 않으면 다시 설치게 되어있어. 무슨 방법 없나?"


"좋겠다- 꽃미남들..."


"최현지 시끄러."


"너 닥쳐."


"닥치라니! 선배 너무해요!"



다행이 세영언니가 진정하고 침착하게 조언을 해주려고 했으나 그마저도 현지의 헛소리에 중단되었다. 투덜거리는 현지의 머리를 한대 쥐어박고 다시 궁리를 시작하던 세영언니는 곧 모르겠다며 식어가는 커피를 홀짝인다. 일단 해결된 일이니 크게 신경 쓸 일도 아니고... 괜히 말했나? 다 먹고 생크림만 남은 허니브레드 접시를 콕콕 찌르다가 다시 헛소리를 시작하는 현지의 입에 넣어줬다. 단 맛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좀 더 먹을까 고민하기 시작하고 있으니 다시 헛소리를 하기 전에 빨리 다를 주제를 찾아야 한다.
... 라고해도 딱히 마땅한 주제는 없네.



"그러고보니 일본에는 농구 천재하고 불리는 5명이 있대요. 전부 같은 중학교 출신이라나."


"와, 천재들이서 스타팅 다 해먹었겠네."


"천재라니 좋겠다. 다 이겨먹을 것 아냐?"



부럽다. 훈련 힘들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니 잘하는 애들이 너무 많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한탄에 두 사람도 고생이 많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선배들 중에서도 뛰어난 사람들이 있을거고 라이벌 중학교 였던 아이들도 한 곳으로 모이니 사이가 나쁠 수도 있다. 중학교 때에  나의 전 주장이었던 세영 언니가 이번엔 주장 후보조차아니라고하니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차이가 확실하긴 한 모양이다.
그 모습을 잠자코 바라보다가 그들을 사람들이 기적의 세대라 부르더라- 하고 지나가듯 말하니 둘은 언제 투덜대고 있었냐는 듯이 웃어대기 시작했다. 어리둥절하지만 어쨋건 그들보다 한 살 많은, 나와 동년배에는 무관의 오장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있다고 하니 안쓰럽다며 웃는다.
이름이 오그라들긴 해도 저렇게 웃을 정도인가?



"불쌍해! 무관이래, 안쓰러워!"


"미쳤나봐! 손발이 오그라든다!"


"그렇게 웃긴가?"


"웃겨!"


"안쓰러운거지, 웃기진 않아. 계속 말해봐."



미친듯이 웃는 현지를 무시하고 안쓰럽다를 연발하는 세영 언니를 돌아보니 저 정도로 웃기지는 않다며 손을 내저었다. 웃어대는 현지의 볼을 잡아당긴 세영 언니는 내게 마저 이야기 하라며 주제를 돌려주었다. 나랑 같은 학교에 무관의 오장이 있고 다른 학교에 친해진 아이도 무관의 오장이라더라 말하고 차를 호로록 마셨다. 그리고 둘위 시합을 보러갔다가 친해진 중학생이 기적의 세대가 신임하는 동료라더라, 나 이제 인맥 엄청나다 하고 농담하 듯 말하니 눈을 동그랗게 뜬다.
현지는 이제 공포증이 없어진거냐며 화색을 띄었지만 안타깜게도 아직이라는 말에 다시 시무룩해졌다.



"그래서 무관의 오장... 둘이면 굉장했겠네. 어땠어?"


"제대로 못봤어요. 4쿼터 시작하고 들어갔고, 사고가 있어서..."


"사고?"


"우리 학교에서 일부러 부상을 냈어."


"뭐?"



놀란 현지가 마시던 컵을 엎을 뻔해서 세영 언니가 받아주었다. 상당히 놀라 보이는 두사람에 비해 내가 너무나도 담담한 모습이자 현지는 더 당황해서 안절부절못했고 세영 언니는 현지덕분에 되려 진정한 모습이었다. 어째서 나보고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냐고 물어보고 싶을 텐데도 일단 그저 많이 다쳤느냐 물어볼 뿐이었다. 하지만 똑바로 눈을 맞춰오는 것이 부담되어 슬그머니 시선을 피해야 했다. 키요시가 입원 한 뒤 사실, 안부를 묻기조차 무서워서 그 병원 근처에도 가지 못 했으니까.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 채 미안해서 세이린 아이들과 만나지 못하고 있어서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니 언니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바보냐?"


"왜요, 또."


"네 잘못도 아니면서 뭘 기가 죽어있어?"


"그렇지만..."


"그렇지만은 무슨! 넌 당당해! 웬 같잖은 놈이 설친게 네 탓이냐? 네 탓이야? 니가 하라고 시키기라도 했어?"


"아니..."


"넌 아무 잘못 없어! 만일 그 녀석들이 너를 욕하면 그것 밖에 안되는 녀석들인거야!"


"그..."


"어쭈? 또 그렇지만이라고 해봐?"



언니는 이미 다 마신 커피를 입에 털어넣고 테이블 중간에 탁, 하고 내려놓으며 노려보았다.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다며 금방이라도 주먹을 들이댈 것 같던 언니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호로록, 내가 차를 마시는 소리만 남고 조용해진 테이블에 주변 사람들이 다시 바라본다. 고개를 숙인 채 다음부터는 룸카페같이 시선이 덜 모이는 곳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차를 홀짝였다. 내가 차를 다 마시고 카페를 나설 때까지 아무말 없던 세영 언니는 어두워졌으니 집에 돌아가는 것이 낫겠다며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고 아무 말 없이 돌아갔다. 그래도 인사 대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갔으니 많이 화난 것은 아닌 모양이다.
현지랑도 헤어져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니 일찍 퇴근한 아빠가 빼꼼 고개를 내미셨다가 내가 기운이 없어보인다며 현관까지 달려나오셨다.



"오늘 세영이랑 현지 만난다며? 싸웠니?"


"아뇨. 둘다 고등학교에서 농구부 일로 힘든가봐. 셋이서 스트레스 풀고 왔어."


"근데 표정은 왜 울상이야?"


"오랜만에 돌아다녀서 그런가 피곤해서... 옷 갈아입고 올게요."



방긋 방긋 웃으며 방으로 돌아와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현지가 집에 도착했다는 카톡이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그 뿐, 세영 언니에게서 온 연락은 없다. 집에 잘 도착했고 현지도 잘 도착했다는 카톡을 보내니 금새 1이 사라졌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한참을 들여다봐도 답장이 올 기색이 보이지 않아 화면을 끄고 책상에 올려두려던 찰나 답장이 온 듯 진동이 울렸다. 서둘러 확인하니 역시 세영 언니다.



[화 안 났으니까 푹 쉬어. 네가 답답해서 그런거야.]



무슨 답장이 이런가. 허탈해져서 답답한 후배라 죄송하다는 말과 이모티콘을 보내고 핸드폰을 침대에 대충 던져두었다. 정말로 화가 풀리긴 한 모양인지 계속해서 카톡이 오는 바람에 옷을 갈아입는 것은 점점 느려졌다. 결국 옷을 바닥에 내팽겨쳐 둔 채로 침대에 주저앉아 답장을 보내기에 바빴다. 그래도 갑자기 주제가 옛날 이야기로 바뀐걸로 보아 분명 카페에서 거 할 이야기가 있었는데 화내느라 못 한 모양이다.



[너 작년까지 엄청 인기 많았는데.]


[지금도 인기 많아요. 안 좋은 쪽으로...]


[너한테 오는 러브레터 내가 다 필터링 한거 알아?]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애지중지 키웠으니 일본에서 웬 놈팽이 데려오지 말라는 소리야. 고백 받은 적 있어?]


[한 명이 끈질기게 해요. 지겨워]


[그런건 공개적으로 난 너 싫다! 해버려]


[했어요. 그런데도 끈질겨.]



어느새 다시 내 한탄 어린 내용으로 가버린 대화 내용에 세영 언니는 진지하지만 쿨하게 대답해온다. 하지만 상황이 좀처럼 쿨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그러고보니 2학년이 되어서 같은 반이 되면 어쩌지...
불길한 기분은 슬적 밀어두고 주제를 바꾸려 고민하던 찰나 세영 언니가 멋대로 주제를 진행한다. 연애 생각은 있냐 던가 가볍게 연애는 해봐야 경험이다, 후루하시인가 하는 녀석은 괜찮아보인다 등등 쉴새없이 쏱아지는 카톡에 읽느라 정신이 없다.



[그래서 하나미야인가 하는 녀석도 잘생겼다고? 츤데레?]


[걘 싫어요.]


[어머, 확정이네. 안쓰러워라. 그럼 후루하시라는 녀석은?]


[글쎄요. 매너는 좋은데.]


[아직 1학년이니까. 다른 반 아이들도 골고루 보렴?]


[네. 뭐...]


[언니는 양아치를 계도시키는 모범생물이 좋단다.]


[무슨 소리에요. 그건 또.]



어느새 알 수 없는 주재로 빠져버린 언니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혼자서 열심히 떠들어댄다. 도무지 따라갈 수 있는 주제가 아니라 그저 바라보고 있노라니 저녁 식사를 도와달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저녁 먹으러 간다는 카톡을 보내두고 서둘러 바닥에서 굴러다니는 옷을 대충 치운 뒤 거실로 달려나왔다.

 

지금 안올리면 또 잊어버릴까봐... 언니가 불 안끈다고 성질이라 어둠 속에서 조용조용 올리고 있습니다....8ㅁ8

평소에는 게임한다고 새벽 3시에 자면서 꼭 제가 글 쓸때만 일찍 잔다고 성화라니까요 ㅠㅠ...

일단 한국에서 편은 컾링 떡밥(예정)과 1학년 요약을 할 생각 입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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