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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45-

by 깜냥이 2015. 9. 6.

으하하하하하 최근뭔가 땡기는게 많아요 이렇게 다작의 길을 걷는... 아니 이미 다작인가요 8ㅁ8...

일본은 한국과 학기제가 달라 방학의 기간 또한 달랐다. 한국에서처럼 약 한 달 남짓의 방학을 생각했건만 약 2주가량의 짧은 방학이라 애매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한국에 돌아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을 만나는 데에는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방학이라 하더라도 한국에 있는 동안 어떻게 지낼지 정도는 계획해 두는 것이 좋겠지? 머릿속으로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다녀와야겠다는 것 정도를 생각하고 있으니 담임 선생님이 출석부를 세워 교탁을 두어번 두드렸다.


"그럼, 방학 동안 말썽부리지 말고. 사고 치지 말고."

"네에!"

"공부 소홀히 하지 말고... 또 할 말이 있으려나?"

"부모님 말씀도 잘 듣겠습니다!"

"오케이. 그럼 해산!"


한번 방학을 보낸 것 덕분인지 지난 방학식에 선생님이 하셨던 말을 기억한 몇몇이 호응을 한다. 그에 만족한 선생님은 오늘도 빠르게 교실에서 퇴장하셨다. 와글와글한 아이들의 소리 사이로 미오와 히마리가 다가와 꽤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자신들과 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간만에 가족들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표정만 그렇게 지어 보일 뿐, 달리 말은 없었다. 그런 둘을 대변하듯 코하네가 짓궂은 얼굴을 한다. 무슨 꿍꿍이일지 대강 짐작이 가니 그저 마주 웃어주었다.


"내일 간다고 했지?"

"응, 오늘까지는 있어."

"몇 시 비행기?"

"여유롭게 오후 비행기야. 2시쯤."


그러니 오늘 놀자는 이야기일까. 막연히 추측하며 여유롭게 대답해주고 있으니 미오와 히마리가 나와 코하네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마지막엔 셋이서 바라보며 키득거린다. 무슨 꿍꿍이들이야?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니 히마리가 내게 달라붙어 왔다. 그러니까 오늘 같이 놀자는 이야기인가? 나만 따돌리고 셋이서 뭔가 짠 것 같은 모양새라 토라진 표정을 짓자 미오가 아양을 떤다. 이런 짓을 잘 하지 않는 미오까지 옆에서 귀여운 짓을 하고 있으니 귀엽긴 하다만...


"오늘 서향의 집에서 놀자. 내일 기사 불러서 공항에 데려다줄 테니까."

"응?"

"자러 간다고."

"부루마블 가져갈게!"

"나 우노랑 할리갈리도 있는데."


놀 생각 만만으로 장소를 제공하라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으니 이걸 수락하긴 해야겠는데 왜 장난기가 고개를 드는 건지. 짓궂은 생각을 힘겹게 옆으로 치우고 일단 당장 문제인 것을 끄집어내었다. 모든 쓰레기와 음식들을 치워둔 터라 집에 먹을 것이 전혀 없고 요리를 하자니 그것도 곤란하다. 그 건은 미오가 삼촌 가게로 가는 것으로 하자며 활기차게 대답했다. 그래 차라리 외식이 낫긴 하지. 그런데 집에 와서 주전부리도 먹을 테고... 그건 내일이 일반 쓰레기 버리는 날이라 그건 괜찮지만, 비행기도 오후 비행기이니 아침에 청소하고 치우면 된다. 어차피 공항에는 츠카사 오빠가 데려다주기로 했다.


"공항에 사촌 오빠가 바래다주기로 했으니 그건 괜찮아."

"음, 그럼 가도 돼?"

"응. 놀러 와."

"와아! 부루마블 가져갈게!"


브루마블 안 가져와도 괜찮은데. 그렇지만 신난 히마리에게 이런 말을 할 수는 없어 그저 웃어 보이니 빨리 집에 가게 짐을 챙기라며 재촉을 한다. 가방을 집어 들자마자 히마리와 미오에게 양손을 붙들려 질질 끌려갔고 그 뒤로 코하네가 웃으며 따라왔다. 시내에서 각자 집에서 갈아입을 옷과 보드 게임을 가지러 헤어졌고 코하네만은 집으로 가는 골목 앞에서 기다리던 기사에게 옷과 간식 봉투를 받아들고 나와 함께 집으로 왔다. 너무 잔심부름까지 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내 말에 이것만 하고 퇴근이니 저 이에게는 이로운 일이라며 웃었다.


"짐은 다 챙겼지?"

"응, 교복은 집에 가져가서 세탁 맏겨야 하니 이것만 챙기면..."

"그래? 그럼 신경 안 쓰고 놀아도 되겠다!"


오늘따라 애들이 신난 이유를 잘 알고 있다 보니 미안해서 웃을 수가 없다. 시험홀기간에는 시험 기간이라고 시험이 끝나고는 한국에 다녀올 준비와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아이들에게 소흘하긴 했다. 그런데 방학하자마자 한국으로 간다 하니 있는 대로 시무룩해져 있었는데 그걸 오늘 알아챈 나도 나다. 한국에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거라도 사오는 게 좋겠지? 한국에만 있는 것으로... 슬쩍 한국에서 선물을 사 올까 하는 기색을 내보이자 흥분해서 꺅꺅거리기 시작한다. 무엇이 가지고 싶은가 물어보니 집에 도착하도록 정하지를 못한다.


"한국은 화장품이 귀엽다고는 하는데, 나 비싼 화장품 있으니까..."

"그럼 과자나..."

"아, 맞아! 나 한복 인형 가지고 싶어! 작은 곰 인형!"

"곰 인형? 한복 입은 거?"


인형은 비싼데... 속으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코하네가 손으로 크기를 가늠해 보이며 열심히 설명을 한다. 아, 핸드폰 고리 같은 용도로 쓰는 그건가. 그거라면 가격도 저렴하고 크기도 작으니 괜찮겠다. 옷을 갈아입고 교복을 개어서 아직 잠그지 않은 캐리어에 넣고 잊은 것은 없는지 다시 확인했다. 코하네가 사다 달라던 것을 핸드폰에 잊지 않도록 적고 있는데 조금 열린 문으로 코하네가 빼꼼히 얼굴을 들이민다. 그저 고개만 갸웃거리며 그녀를 바라보니 어느새 옷을 갈아입은 코하네가 품에 과자 상자 하나를 안은 채 쪼르르 들어온다. 그리고는 한국에 가져가라며 캐리어에 과자 상자를 올려둔다.


"와! 고마워!"

"우리 회사에서 나오는 거라 엄마한테 달라고 해서 가져왔어! 안에 편지가 있을지도 모르겠네. 어머니가 일본인 이실 테니 읽으실 수 있겠지?"

"응, 그렇지."


겉으로는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없으니 있다면 안에 있을 것이다. 궁금해도 예쁘게 리본이 묶여있어 풀어볼수도 없고, 그러면 안 되겠지. 리본이 망가지지 않도록 넣으려다 어차피 망가질 것 같아 그냥 대충 넣어버렸다. 옷이 있으니 과자가 부서지거나 하지는 않겠거니 하며 캐리어를 반쯤 잠가두었다.
방에서 나와 코하네와 다른 과자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으니 얼마 안 있어 차임벨이 울렸다.


"부루마블!"

"얼마나 부루마블이 하고 싶었던 거야, 히마리는."

"많이!"

"으음..."

"오빠가 사놓고 나랑 안 놀아줘!"

"오빠가 너무했네."


우리 셋은 그런 것으로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함께 몇 번 고개를 끄덕이고 집 안으로 들어와 간식과 보드 게임을 한쪽에 정리해 두었다. 점심은 간단히 집에 있던 컵라면들로 해결하려 하니 컵라면을 처음 먹는 코하네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한국 컵라면과 일본의 컵라면을 꺼내놓으니 호기심 많은 히마리가 육개장을 가져갔고 미오와 코하네는 몇 없는 일본 컵라면을 가져갔다. 그럼 나도 오랜만에 육개장을 먹기로 하고 코하네의 것을 먹는 법을 설명한 뒤 커피포트에 물을 올렸다.


"오! 맛있어!"

"그래? 다행이네. 그러고 보니 히마리는 매운 거 잘 먹었지?"

"응! 코하네쨩은 어때?"

"신기해. 육수를 내서 만드는 라멘은 먹어봤지만 이런 건 처음이야."


라면 하나로 이렇게 활기차질 줄이야. 라고 생각했건만, 점심을 다 먹고 부루마블을 시작하자마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히마리가 가격이 제일 낮은 곳을 점령해서 잔돈을 모두 쓸어갔고 코하네는 아가씨답게 가격이 제일 높은 곳을 하나씩 차지해갔다. 그리고 나와 미오는 중간에서 사이좋게 파산을 하고 승부욕이 강한 히마리와 파산할 이유가 없는 코하네를 남기고 젠가를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가 젠가에 질려 할리갈리를 시작할 즈음 지친 코하네가 결국 파산을 하고 잔돈을 모으던 히마리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왜 파산했어?"

"게임을 계속해서 내가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을것 같아서..."

"아하..."

"서향쨩! 내가 이겼어!"

"그래, 그래. 잘했어."


코하네는 게임 한판에 진이 빠져서 소파에 널브러졌고 히마리는 신나서 부루마블을 다시 하자고 하다가 이미 할리갈리를 시작한 우리를 보고 시무룩해져서는 정리를 시작했다. 차분하게 시작한 할리갈리는 기분이 풀린 히마리와 기운을 차린 코하네가 합세하면서 다시 열기를 띄었고 이런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금새 떨어져 나갔다. 아이들이 하는 것을 지켜보며 시간을 살피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다 되어 언제쯤 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야할까, 잠시 고민했다. 그 고민도 잠시 배고프다며 히마리가 카드를 던졌고 미오가 질 것 같으니 행패를부린다며 깔깔거린다. 심통이 난 코하네가 덩달아 카드를 던지며 밥먹으러 가자는 것으로 결정을 내리고 모두 함께 집을 나섰다.

 

원래 블루마블 입니다만! 일본이니까 일본 식으로 부루마블. 입니당~

그리고 저 블루마블 사건은 제가 한이 맺힌(왈칵) 사건입니다만... 감기로 골골대다가 블루마들을 하고있길래 슬적 끼었더니 저를 세시간동안 놔주질 않은 천원 수집가 김모군 너랑 안 놀아 나쁜 넘...

한 판을 세시간동안 해써요 천원이 은행에 없어... 왜 천원을 수집해...8ㅁ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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