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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42

by 깜냥이 2015. 8. 17.

쿠로코를 빨리 고등학교에보내버리고 싶어요....

 

쿠로코는 그저 대답 없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날이 어두워지자 돌아갔다. 집까지 바래다 준다고 하는 것을 한사코 거부하고 오히려 그를 골목 밖까지 데려다 준 후 집으로 돌아오니 왠지 마음이 가벼웠다.
사실상 해결된 것은 없다. 나는 아직도 농구가 무섭고, 학교에는 적이 있기도 하다. 쿠로코는 농구를 그만두지는 않았지만 친구와의 일이 해결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뭔가 이제부터 잘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깜박하고 연락하는 것을 잊어 버리는 바람에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는 코하네에게는 그냥 내게 하고싶은 말이 있어서 불렀다고 전했다. 그것이 무언가 숨기는 것 같이 전해져서 토라졌는지 나쁜일이 아니면 됬다며 심드렁한 대답이 돌아왔다. 같이 걱정했었으면서 이제서 아닌 척 하는 것이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키득거리자 토라진 모양인지 툴툴거린다.


"뭐야- 삐졌어?"

"아닌걸, 안 삐졌는걸."

"얼굴은 삐졌다고 하는걸?"

"... 몰라."


고개를 홱 돌리고 투덜거리던 코하네는 이제 곧 기말이니 공부나 하라며 쏘아붙이고는 몸을 돌려 바로 앉았다. 괜지 저 뒷모습에 장난을 쳐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랬다가는 더 삐질테니 자중해야 했다.
그래도 오랫동안 꽁해있는 성격은 아니었으니 금새 잊어버리고 조잘거려줄터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고문학 수업이 끝나자마자 머리 속이 빙빙 돌고있는 내게 이것저것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슬그머니 다가온 미오도 같이 설명을 듣다가 질문을 던지며 같이 공부를 시작했다. 그래도 곧 공부가 싫다며 달려든 히마리에 의해 중단되어버렸지만...


"기말이 끝나야 방학인데!"

"그리고 개학하고, 봄 방학, 개학하면 연말시험."

"미오 나빠."

"연말 시험?"

"한국에는 없어?"

"응..."


연말 시험? 그건 뭐야? 시험이 또 있어? 패닉 상태가 된 내 모습에 오히려 당황한 세사람이 한국에 대해 조잘조잘 신나게 물어봐 온다.
그보다 나 너네랑 같이 고등학교 다니고 있는데 내가 한국의 고등학교를 어떻게 아니... 전해들은 것들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질문들을 전부 대답할 수 없으니 내가 알고 있는 것만 주르륵 설명하고 그 외에는 모른다고 대답하니 주변 아이들까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 왜 이래...


"야간 자율 학습? 학교에 저녁까지 있는거야?"

"10교시면 몇시까지야? 와... 한국이 괜히 공부 잘하는게 아니구나..."

"부활동 같은 건 안해? 진짜 힘들겠다."

"나 일본에서 태어나 다행이라고 생각해..."


내 설명에 놀란 아이들과 자신이 일본인인 것에 대해 안도하는 아이들, 그저 헐- 이라고 할 것 같은 얼굴로 멍하니 있는 아이들로 교실 안은 금새 와글와글 시끄러워졌다. 역시 한국이라던가 한국 고교생들은 대단하구나 하는 말이 대부분인 것을 보니 외국인들은 한국 학생들이 공부를 잘한다고 알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인 모양이다.
웅성웅성 소란스러운 와중에 책에 집중하고 있는 하나미야나 후루하시는 참, 대단한 것 같다. 나 같으면 집중을 못하고 난리쳤을 것 같은데...
아이들의 관심은 내가 더 이상 설명을 할 수 없어 더듬거리기 시작하며 끊어졌고 교실 안은 저들끼리 수다떠느라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그래서 쿠로코군은 세이린에?"

"모르겠어. 나는 권유를 했을 뿐이니까."

"서향이 좋은 팀이라 했으니 좋은 팀 일 것 같은데. 어떤 아이들일지 조금 궁금해."

"음- 다음에 소개시켜 줄 기회가 있다면 좋겠네."


다음에 또 시합이 있다면 함께가자며 소근소근 약속을 하고 곧 키득키득 웃었다. 사실 키요시 사건 이후 만나지 못하고 있어서 장담은 하지 못한다. 거리가 멀어서 직접 가기도 힘들어 그들과 만나기는 쉽지 않으니까. 처음,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것이 정말로 기적이라 여겨질 정도로 시내를 아무리 돌아다녀도 만나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만약 시내에서 그들을 만나게 된다면 왠지 모를 미안함에 고개도 못 들고 도망칠 것만 같다. 먼저 연락을 하는 것도 생각 못할 일이고... 생각을 마무리 지으며 작게 내쉰 한숨은 때마침 울린 수업종 소리에 가려졌다.
확실히 시험이 한달가량 남은 시점에서는 수업이 시험 위주로 진행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질문이 유난히 많아지고 선생님들은 범위까지의 진도를 진행하기 위해 바쁘다. 시험 출제로 교무실도 바쁜 모양으로 담임 선생님이 교실로 오는 시간이 확실히 늦어졌다.


"기다렸냐? 그럼 청소하고 가라."

"와아!"

"청소하자! 청소!"


그리고 담임 선생님의 쿨함이 증가했다. 아이들은 빨리 집에 가려는 열정으로 순식간에 청소를 끝내고 힘차게 뛰어 나갔다. 어쩌다 맨 마지막까지 남아버린 내가 천천히 교실 안을 살펴보니 급히 끝낸 것 치고는 꽤 깨끗히 청소 되어 있었다. 부활동이 있는 두 사람이 각각 사라지고 미오와 나는 늘 그랬듯이 함께 하교길에 올랐다. 둘이 함께 내 오늘 저녁을 뭐로 할지 이야기하다보니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귀찮은데 요즘 매일 비슷한 음식만 먹으니 새로운게 먹고싶다.


"오늘 가게에서 저녁 먹어야지."

"아, 진짜? 맛있는거 준비해둬야지."

"굳이 준비할 필요 없어."

"자취생인데, 요즘 부실하게 먹으니 좋은거 먹어!"

"그럴까-"


그래도 오야코동이 맛있는데... 다른 메뉴는 뭐가 있으려나? 무엇을 먹을까에 대해 둘이서 다시 먹을 것 이야기를 시작하자 시내에 도착했을 즈음 엄청 배가 고파졌다. 몰려오는 배고픔에 우리는 잠시 ㅈ ? 내미신 사장님이 기쁜 얼굴로 달려나오셨다.


"아니, 미오랑 친구 아냐! 저녁먹으러 왔니? 자, 자 저쪽으로 앉자. 배고프지? 뭐 먹을래?"

"저는 가츠동이랑 서향은 규동으로!"

"응? 왜 맘대로!"

"든든한걸 먹어야지!"

"그럼! 한창 클땐데!"


아니, 키는 더 안클지도 모르는데... 뒤에서 떠밀리고 앞에서 당겨져서 부엌 앞의 바에 앉자 미오가 옆에 앉으며 조잘거린다. 사장님은 기분이 좋으신지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요리를 시작하셨고 점점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그리고 평소보다 왠지 푸짐한 한 그릇이 나타나 왠지 부담스러워졌다. 그렇지만 맛있어서 왜 여길 자주 안왔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맛있는데! 저녁이 고민될 때마다 올 것을!
즐거운 기분으로 먹고 있으니 미오가 옆애서 흐뭇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그만 처다보고 먹으라며 쏘아보자 그제서야 키득거리며 숟가락을 들었다.
맛있는 밥은 기분을 좋게 만들지! 다음에 쿠로코도 다시 데려오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미오가 옆에서 키득키득 웃었다.


"서향은 맛있는거 먹으면 기분 좋아지는 타임인가보네?"

"음- 딱히 그렇지는 않은데."

"아니지 않은 걸."


너무 기분이 좋다고 티를 냈는지 미오가 계속 키득거린다. 사장님께서는 본인의 요리에 기분이 좋아졌다고 하니 본인도 기분이 좋아지셨는지 부엌에서는 내내 노래가 끊이지 않았다.

빨리 2학년이 되야 모든 키리사키즈를 만날텐데...잠이나 쳐자는 세토자식 ㅠㅠㅠㅠㅠㅠㅠ 너랑 안놀아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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