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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40-

by 깜냥이 2015. 8. 3.

다음편 짠짠!!

 

시끌벅적한 축제 분위기에 아이들은 아침부터 상당히 즐거워 보였다. 교실은 책상을 붙이고 테이블보를 씌워 완전한 가게의 모습이었고 판자를 이용해 작게 요리하는 곳이 만들어져 있었다. 오전 휴식팀은 홍보를 위해 전원 서빙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나는 오후 요리팀이라 일단 홍보를 위해 서빙 유니폼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짧은 치마에 머뭇 거리다가 디자인 팀 아이들에 의해 강제로 갈아입혀질 뻔 했던 것을 코하네의 손에 의해 구출되어 얌전히 갈아입었다.
머리 손질을 받으며 들은 말에 의하면 초반에 홍보를 해야 손님이 많다는 듯 해 나와 코하네, 남학생 쪽은 후루하시와 하나미야로 홍보를 하려한다는 모양이다.


"여자애들 무서워..."

"그러게."

"남자 옷은 수수하네?"

"여자쪽이 화려하니까."


내 준비는 끝났지만 아직 머리손질이 끝나지 않은 아이들이 많아 시답잖게 후루하시와 떠들고 있으니 왠지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모여든 아이들과 다같이 수다를 떨고 있으니 모든 아이들의 머리 손질을 끝낸 디자인팀 아이들이 왜 모여 있냐며 어이없어했다. 제일 먼저 끝난 우리가 같이 있으니 이리 모이는 건 줄 알았다며 키득거리며 각자 제 일을 찾아가며 가게의 문을 열었다. 아침부터 일하느라 바빴으니 아침도 거르고 고생한 아이들이 주린 배를 채우러 찾아왔다. 그리고 라이벌 가게 탐방이나 친구를 보러온 아이들도 기웃거리기도 했다. 일단 오전에는 휴식인 나는 판넬을 들고 코하네와 교내를 누비며 본격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저거 맛있겠다! 나중에 먹으러 오자!"

"귀신의 집이 있네?"

"꼭 어딘가는 하더라."

"비명소리 봐. 재미있겠다."

"이런거 좋아해?"


사실 홍보라기에는 들고있는 판넬과 옷 뿐이고 그저 학교 구경에 정신이 팔려 가고 싶은 곳을 점찍으며 다녔다. 그것은 다른 반도 다르지 않은지 우리 같이 판넬을 들고 가게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3학년에 우리하고 같은 메뉴를 쓰는 가게도 있었어서 복도에서 마주치고 어색하게 웃으며 넘기기도 했다. 그 덕에 음료를 하나씩 얻어마시기도 했으니 이득이지만.
아무래도 다들 구경다니느라 바쁘니 복도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기 쉬웠다. 물론 아는 사람이 많은 코하네의 경우이지만...


"코하네?"

"선배!"

"유니폼 귀엽다. 오코노미야키라고?"

"배고프실 때 들려주세요!"

"그래, 시간 나면 우리 반 연극도 보러와줘."

"네- 꼭 보러 갈게요!"


이렇게 가끔 코하네가 사교성을 발휘해 선배들을 불러모은 덕분일까? 가볍게 한바퀴를 돌고 돌아오니 교실 안에는 빈 좌석이 없이 번성해 있었다. 그 덕에 휴식인 사람들 조차 서빙하느라 정신 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대부분 학생회인 것을 보니 선배들이 후배를 데리고, 혹은 친구를 데리고 온 모양이다. 코하네는 서둘러 선배들과 동기들에게 인사하러 돌아다니다가 곧 서빙으로 빠졌고 나는 흰 겉옷을 덧입고 요리실로 향했다.
나보다 먼저 합류했는지 땀을 흘려가며 조리대 앞에서 나를 반겼다. 물론 그를 제외한 다른 요리팀들도 나를 반겨주었지만.


"손님 완전 많아!"

"김치랑 해물!"

"내가 왔으니까 힘든 사람은 조금 쉬어."

"완전 더웠어-"

"그렇지 뭐. 잠깐 쉬어."


칭얼대는 아이들에게 잠시 휴식하는 걸 권하며 비어가는 재료들을 채워넣고 요리를 할 준비를 했다. 내가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할 즈음 여자아이들 두어명이 슬금슬금 구석으로 가서 쭈그려 앉았고 교내를 둘러보다가 뒤늦게 교실로 돌아온 아이들도 합류했다. 초반부터 요리하느라 지친 아이들은 휴식 겸 교실 앞에 앉거나 서서 판넬을 흔들어댔다. 가게가 붐빈 그것 자체로도 충분한 호객 행위같이 되어서 오전의 장사는 성공적이었다. 점심 시간이 지나고 가게가 한산해지기 시작하면서 반 아이들의 친구나 가족이 몇번 다녀갔을 뿐이어서 우리는 여유롭게 쉴 수 있었다.


"학생회 대단해!"

"이게 학생회의 후배 사랑인가!"

"난 3학년 연극하는 거 보고올게."

"다녀와, 코하네쨩! 수고했어!"


손님을 모으는 것에 일등 공신인 코하네가 손을 흔들며 교실을 나서자 모든 아이들이 수고했다며 그녀를 배웅해주었다. 더워도 옷이 더러워질까봐 벗지 못하고 있던 흰 겉옷을 벗어 적당한 곳에 걸어두고 손으로 부채질을 하고 있으니 어느새 미오가 다가와서 서빙용 쟁반으로 부채질을 해줬다.
시원해서 가만히 있으니 뒤쪽에서 누군가 머리를 다시 손질해 주었다. 슬적 돌아보니 아까 머리 손질을 하느라 바쁘던 그 아이였기에 가만히 손질을 받았다.
머리 정돈이 끝나고 다시 몰려오기 시작한 손님들에 다시 겉옷을 챙겨입고 요리하러 들어가니 불판의 열기에 공기가 후덥지근해져서 답답했다.


"창문 열까?"

"그래야겠어. 답답해..."

"왜 이렇게 덥냐."

"불이 있으니까 그렇지."


투덜투덜대는 남자들을 여자들이 나부라며 요리를 시작했다. 점심 시간이 지난지 몇 시간이나 지났다고 이렇게 몰려드는지... 그래도 학생회가 몰려왔던 때보다야 한참 적은 수인지라 그렇게 바쁘지는 않았다. 다만 한번에 많은 양을 만들어야하다보니 팔이 부들부들 떨린다. 중간에 담임 선생님도 다른 교사분들과 같이 오셔서 매출을 올려주시기도 하면서 한참 요리만 하다보니 열기에 얼굴이 화끈화끈 했다.
한참 요리를 하고 있으니 조금 전 쉬러 다녀온 두사람이 돌아왔다.


"후루하시군하고 둘은 쉬고 와. 서빙쪽에서도 네 명 쉴테니까 같이."

"그래도 괜찮아?"

"지금 손님 적으니까. 아까 고생 했잖아?"

"응, 알았어. 후루하시군 다녀오자."

"이쁜 데이트 하세요!"

"데이트 아냐!"


자기가 보내놓고 데이트라니... 일단 한마디 해준 뒤에 후루하시와 요리실을 나오니 코하네와 하나미야가 서로를 노려보며 서 있었다. 당황한 나와 후루하시는 빠르게 둘을 떼어놓고 정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을 선택했다. 최근 조금 조용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속에 폭파 직전의 폭탄을 숨기고 있던 것 뿐이었나.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내 손을 질질 끌고 달려간 코하네가 한 가게 앞에서 멈추었다.


"사과 사탕 두개 주세요!"

"사과 사탕?"

"맛있어. 사줄게, 잠깐만... 감사합니다!"

"사과네 진짜 사과."

"응! 먹어봐!"


그렇게 받아든 사과 사탕은 그냥 녹인 사탕을 발라 굳힌 사과같이 생겼다. 그리고 맛 또한 사탕 바른 사과였다. 겉 부분을 다 먹고 나면 그냥 사과일 뿐이라 그냥 신기한 간식 정도였다. 그래도 사과가 맛있어서 열심히 먹으니 코하네가 하나 더 사줄까하고 묻는다. 고개를 가로 저으며 오전에 가려고 했던 곳을 빠르게 다녀오자며 등을 떠밀었다. 귀신의 집에서 비명은 커녕 귀신들을 보고 웃어대는 코하네를 보며 결국 나도 웃어버리는 바람에 그 반의 학생들이 풀이 죽은 채 그래도 서비스라서 안녕히가세요... 하고 인사한 것이라던가. 학생회 선배의 반에 갔는데 선배가 잘왔다며 머리를 신나게 쓰다듬더니 많이 먹고가라며 음식을 정말 많이 가져오시는 바람에 결국 다 못 먹고 다른 학생들하고 나눠먹은 것 같은 우스운 일이 많았다.


"잘놀았다-"

"귀신의 집이 재미있었지."

"귀신들이 웃겼어!"


아직까지 웃는거니. 아직도 생각하면 우스운지 키득키득거리며 교실로 돌아오니 다음에 쉴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뒤에 당고를 입에 문 후루하시가 도착하면서 다음 번 쉬는 아이들이 출발했다. 잘 놀았는지 아이들이 물어봐 와서 코하내가 귀신의 집에서 웃어댔다고 하자 모두 놀란 얼굴을 했다. 후루하시는 하나미야가 도장깨기를 하고 다녔다며 작게 한숨을 내쉬는데 밖에서 우와아 하고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루하시의 말로는 도장깨기하고 받은 전리품이 꽤 많다는 모양이다. 도장깨기가 뭐지? 하고 내가 못 따라가는 동안 역시 하나미야라던가 같은 말을 하며 나를 빼고 대화를 진행시키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요리실 문을 열고 빼꼼 들어온 하나미야가 너무 많다며 초콜렛이나 과자 등을 나누어 주고 더 필요하면 말하라 하고 나가버렸다.
하교 시간이 다가와 마무리를 끝내고 나니 기분이 좋으신지 담임 선생님이 싱글벙글 웃으시며 들어오셨다.


"다들 수고 많았다. 요리하던 녀석들 아직도 얼굴이 익어있구만! 여자애들은 가기전에 찬물로 얼굴 식히고 가라."

"네!"

"그럼 집에 조심히 가고, 주말동안 사고치지 마라. 해산!"

"우와아아!"


교실은 장식을 다 치우고 본래의 모습이 되어있어 축제라며 들떠서 바빴던 것이 허상같았다. 복도에 나가보면 아직 정이라 끝나지 않은 반들도 많아 조금 여운이 남아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내가 입었던 유니폼과 결국 하나미야가 마지막에 뿌리듯이 나누어준 초콜렛까지 짐을 한가득 들고서 집으로 향하는 길은 왠지 몸은 무거웠지만 발걸음 만큼은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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