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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37-

by 깜냥이 2015. 7. 18.

지지난주에는 어떠한 이유로 쉬었습니다아아... 그리고 이번주엔 잠깐 일을 하고 왔습니다...

그랬더니 시간이 없어쪄요 8ㅁ8 용서해주세요!!

 

중간고사가 끝나고 이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오리라 여기고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로 향했다. 평소보다 조금 소란스러운 복도를 지나 교실의 문을 연 나는 곧 활기차게 문을 열었던 나를 책망하며 조용히 문을 닫아야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교실안에서 들려오는 다툼 소리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도대체 왜 부활동은 안가고 아침부터 싸움질인지 모르겠네...


"교실에 들어가야하나 말아야하나..."

"왜? 무슨 일 있어?"

"매우 좋지 않은 일이 있어."


교실 앞에서 문만을 노려보며 가만히 서 있으니 어느샌가 조용히 내 옆에 선 하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녀석이 언제 내 옆에 온건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니 그저 침착하게 대답 했지만 문제는 교실 안의 상황이다. 들어가자니 그 꼬라지를 봐야하고 가만히 이러고 있자니 교실 안에 두사람을 뜯어 말릴 만한 사람이 없다. 즉, 내가 들어가서 두 사람을 뜯어말릴 때 까지, 혹은 선생님들이 달려와 말릴 때 까지 저 꼬라지 일 거라는 이야기다.
표정이 좋지 않은 내 주위를 알짱거리며 무슨 일이야? 왜 그래? 하며 왕왕대는 비글을 밀쳐내며 왠지 비장한 기분으로 문을 열었다. 안절부절한 히마리와 코하네를 붙잡고 버티는 미오, 그리고 그 맞은 편에서 하나미야의 앞을 가로 막고 말리고 있는 듯한 후루하시의 모습에 하라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건드리지 마!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약속을 먼저 깬건 어디의 누구셨더라?"

"네 놈이 먼저 건드렸잖아!"

"내가? 내가 언제."

"이 여우같은 놈이!"


약속은 뭐고, 건드렸다는 건 또 뭔지... 일단 두 사람을 말려야 겠다는 생각에 가방을 하라에게 맏기고 둘에게 달려가 코하네를 등지고 섰다. 그리고 일단 주위에 몰린 아이들을 안심시키고 상황 파악부터 하기 위해 방긋 웃으니 하나미야가 질색을하고 싫다는 표정을 한다. 그에 심술이 나서 장난치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맞지 않다.
애써 장난기를 억누르고 둘의 싸움을 중제하기 위해 최대한 발랄한 목소리로 하나미야의 눈을 마주보며 질문을 던졌다.


"아침부터 이게 무슨 일이야? 반 아이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도 어느 정도지."

"폐 끼쳐서 미안하네."

"알면 이제 그만. 코하네도 이제 진정해."

"그렇지만!"

"그만. 더 이상 소란 피우는 건 좋지 않아."


단호한 내 말에 코하네는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에 안심한 미오가 붙들고 있던 손을 슬그머니 놓았다. 내가 코하네를 다독여 자리로 데리고가니 하나미야의 주변에 앉는 아이들이 그를 데리고 자리로 향했다. 그리고 몰려있던 학생들도 모두 제 자리로 돌아간 뒤 미오와 히마리가 슬금슬금 우리 곁으로 가다왔다. 코하네는 여전히 화가 단단히 나서 무슨 일인지 묻는 내 말도 전부 무시하고 엎어져만 있다. 미오와 히마리는 이미 둘이 싸우기 시작한 뒤에 등교한 터라 사정은 전혀 모른다고 하니 다음으로 물어볼 사람은 하나미야 뿐이다. 그렇지만 그가 묻는다고 순순히 대답해줄 위인도 아니니 나는 그저 한숨을 내쉬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코하네, 나하고 이야기 하기 싫어?"

"... 아니."

"그런데 왜 나 안봐? 나 좀 봐봐."


단단히 화가 난 듯 고개를 들지 않고 엎드려 있는 코하네를 어르고 달래어 겨우 한마디를 하게 만들었더니 그 외에 전혀 입을 열지 않는다.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가 다시 숙이는 모양새가 절대 이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는 것 같아 결국 나는 포기 해야만 했다. 개인적인 일 일지도 모르니 더 이상 묻는 것을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 일단 선생님이 들어오신 탓에 우리는 각자 자리로 서둘러 돌아갔고 그렇게 이 일에 대한 것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넘어갔다.


"일부러 그러는 거야."

"응? 뭐가?"

"서향한테 일부러 접근하는거! 호의던 적의던 그거로 인해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널 싫어하게 하려고...!"

"그런다고 해서 내가 가만히 당하고 있을 것 같아?"

"일단 내가 네 편이라는 걸 인식시켜둬서 괜찮지만, 만약이 있으니까..."


하교길, 아이들과 헤어지고 나서도 계속 아무말 없이 나를 따라오던 코하네가 뱉어내듯 던진 한마디를 시작으로 속에 숨기고 있던 것을 쏱아내었다. 코하네는 오로지 내가 걱정인지 안절부절하며 내가 하는 말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자신의 걱정만 줄줄 늘어놓았다. 정 내가 불안하면 민폐이겠지만 사촌 오빠에게 연락을 하는 방법도 있다. 일단 진정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그녀를 데리고 근처의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코하네가 금새 욱하는 것이 있긴 하지만 원래 침착한 성격 탓인지 금새 진정하고 침착하게 내게 절대 혼자 다니지 말라며 신신당부했다.


"저녁에는 되도록이면 외출 하지 말고!"

"응, 응. 요즘에는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들어가니까 걱정 마."

"경호원이라도 붙혀주고 싶지만..."

"절대 싫어. 하지마."


경호라니,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절대 싫다는 내 반응에 그럴 줄 알았다며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한번 조심하라 신신당부한다. 도대체 옛날에 둘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코하네가 이렇게까지 히스테릭 해지는지 이해가 안될 정도다. 일단 걱정이 많은 코하네에게 친척이 근처에 살고 있으니 부탁을 하면 된다고 하니 조금은 안심한 듯한 기색을 띄었다. 그렇지만 완전히 안심은 안되는지 한참을 잔소리를 하고는 더 늦기전에 빨리 집에 가야한다며 서둘러 나를 집으로 보냈다.
일단 얌전히 집에 들어온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핸드폰을 열어 메일함을 열어보았다. 새로운 메일은 전혀 없고 부재중 전화 같은 것도 없어 대충 핸드폰을 침대에 던져두고 옷을 갈아입었다. 이런 심난한 때에 쿠로코에게 연락이라도 왔다면 수다나 떨텐데, 지금 쯤 수험 기간이라 바쁠테니 먼저 연락하기도 미안하다.
오늘 저녁은 뭘 먹어야하나 싶어 터덜터덜 거실을 지나 부엌으로 향하려던 찰나 창문 너머, 담장 위로 무언가 빠르게 지나갔다.


"뭐지? 고양이인가?"


창문을 계속 응시하며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았지만 핸드폰을 침대에 던져두었으니 무언가 잡힐리 만무했다. 길고양이가 지나간 것을 잘못 보았으려나 싶었지만 뭔가 고양이라기엔 움직임이 달랐던 것 같다.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다시 방으로 올라가 방 창문을 힐끗거리니 분명 사람이 있었다. 핸드폰을 집어들어 일단 급한대로 오빠에게 전화를 거니 언제나처럼 침착한 목소리가 아닌 놀란것이 그대로 느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지금 상황을 설명하니 대답 대신 우당탕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갈테니 절대로 나가거나 하지마라!]

"알았어요."

[지금 차 시동 걸었어. 5분이면 가니까 조금만 기다려. 무서우면 계속 통화할까?]

"아뇨, 운전하면서 통화하면 위험해요. 일단 끊을게요."

전화를 끊고 아직 날이 밝아 방의 불을 켜두지 않았으니 안심하고 커튼에 숨어 힐끗 힐끗 밖을 바라보니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보였다. 아까 본 것이 저 모자일까? 몸을 살짝 숙이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저 정도라면 담 위로 모자만 보였을 법하다. 그 남자가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자세를 바로하고 현관 쪽으로 향하면서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곧 차임벨 소리가 울리며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집에 불이 켜 있지 않아 빈집털이를 하려는 건가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지금 시간이 애매하다. 지금쯤이면 부활동이 없는 학생들은 이미 집에 있을 시간이니까. 계속해서 울리는 벨소리를 들으며 긴장을 하고 있는 그때 차임벨 소리가 갑자기 멈추고 잠시 누군가 다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조용해졌다.

차임벨을 누르는 소리나 이야기하는 소리, 발소리도 들리지 않아 의아해서 거실로 나와 창문 밖을 내다보니 담 너머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담 아래에 숨어있는 건 아닐까 커튼 뒤로 숨으며 밖을 살피니 익숙한 차가 집 앞에 멈추는 것이 보였다. 차에서 내린 오빠가 한쪽으로 달려가더니 반대편에서 나타났다. 계속 주위를 둘러보던 오빠가 창문에 붙어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나오라는 듯이 손을 까닥였다.


"도망친 모양인데? 없어."

"아까 다투는 소리 들리더니 조용해졌어요."

"음... 역시 혼자 사는건 너무 위험한데, 우리 집으로 올래? 어머니께 말씀 드릴테니까."

"학교에서 너무 멀어요. 교통편도 그렇고..."


아직 걱정이 가시지 않은 오빠가 어쩌면 좋을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가장 좋은건 이모 댁에서 같이 사는 거지만 학교가 너무 멀다. 한참 둘이 옥신각신 하고 있으니 농구 코트 쪽 골목에서 하나미야가 나타나 나를 보고 인상을 쓰려다가 오빠를 보고 싫은 기색을 지우고 친절한 미소를 띄우며 내게 다가왔다.
내 시선이 그에게 닿아있어 뒤늦게 하나미야를 발견한 오빠가 뒤를 돌아보았다가 그를 알고 있는 듯이 인사를 건넸다. 하나미야가 예의바르게 인사를 하는 모양을 보며 내가 헛웃음을 속으로 삼키고 있으니 둘이 친하다는 듯이 안부를 묻는다.


"둘이 아는 사이에요?"

"어- 하나미야 가 하고는 교류가 조금있으니까."

"아까 이쪽에 길을 착각한 사람이 있더라, 길을 다시 알려주고 왔어. 혼자여서 무서웠을텐데. 괜찮아?"

"어... 응. 그랬어? 고마워."

"그런데 둘이 무슨 사이? 친해보여서."

"사촌이야."


주치의라던가 그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서둘러 대답하며 웃으니 오빠가 갑자기 머리를 쓰다듬어댔다. 머리가 엉망이되는 것을 막으며 오빠를 바라보니 그저 슬적 웃어보인다. 그러고는 하나미야에게 일의 진위를 상세히 묻더니 내게 해가 올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그저 나를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는 차로 향했다. 그걸 쪼르르 따라가니 나중에 연락을 하겠다고 하며 정 혼자 있기 무서우면 이모에게 말하겠다고 했지만 걱정을 끼치기 싫으니 거절했다.
오빠가 망설이면서도 연락이 끊이지 않는 핸드폰 때문에 결국 조심하라 당부하고 돌아갔다. 그걸 그저 바라보고 있다가 아직 그 자리에 서 있는 하나미야를 돌아보니 요즘에 자주 보이는 재수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에 나는 방긋 방긋 웃으니 곧 있는대로 인상을 써댔지만.


"언제나 도움만 받아서 어쩌지? 고마워 하나미야군."

"유학생이 그렇게 적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도 신기해."

"음? 누구 덕분에 그렇게 됬네?"


내가 한 것은 감사 인사이건만 돌아온 것은 비꼼이라 나도 결국 비아냥으로 돌려보냈다. 그에 짜증을 내듯 인상을 쓰면서도 내 앞에 버티고 서 있기에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리니 빨리 집에나 들어가라며 버럭버럭 소리를 지른다. 그에게 도움을 계속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언제나 이런 반응이었다가 다음날이 되면 또 사람 열받게 시비를 걸곤 하니 괜히 곱게 보이지 않아 나도 화가 난 양 현관문을 신경질적으로 닫으며 집으로 들어왔다.
오늘 저녁은 볶음밥으로 하자. 야채를 하나미야라고 생각하며 아주 잘게 다지며 화풀이나 해야지.

 

바로 이어서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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