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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35-

by 깜냥이 2015. 6. 23.

또 2주 몰아 올릴뻔 했네여 8ㅁ8

요즘 언니가 괴롭혀대서 글 쓰기도 힘들고ㅠ 다른 작업 하기도 힘듭니다ㅠㅠ 왜 도대체 왜 게임을 혼자하지 자꾸 같이 하자고 조르는건지 ㅠㅠ 하고 싶으면 혼자해라 ㅠㅠ 안 하기 싫다 ㅠㅠㅠㅠ

 

고급 초콜렛은 브랜드 값을 하는지 엄청 맛있었다. 그렇지만 양이 엄청 적어서 아껴 먹는다고 께작께작 먹은 보람도 없이 벌써 다 먹어간다. 오늘 집에 가는 길에 기분 전환겸 그 가게에 들려 한번 사볼까?
손에 쥐어진 시험지를 외면하고 창밖으로 눈을 돌리는 순간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서향쨩! 나 왔어!"

"응. 잘 가."

"아니, 나 지금 왔는데?"

"응. 잘 가라고."

"서향쨩 미워!"


미워 하던가...
가란다고 뛰쳐 나가버리는 그의 뒷모습을 힐끗 바라보았다가 다시 시험지로 눈을 돌렸다. 가채점이 되어있는 시험지를 힘주어 쥐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 점수가 이 꼬라지인 건 다 저 녀석 때문이야! 오늘까지 합쳐도 평균이 지난 학기에 비해 현저히 낮다. 성적표 나오면 부모님께 뭐라고 말해야할지 생각만 해도 한숨이 나온다.
시험지를 괴롭히던것을 그만두고 책상애 엎어지니 누군가 등을 토닥이는 손길이 느껴졌다. 코하네겠거니 생각하며 엎어진 채로 다시 한 번 성적을 곱씹으며 침울해 있느니 작게 힘내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평소와 별 다를 바 없어보이는 무표정한 눈이 그 안에 걱정을 가득 담고 있었다.


"어, 후루하시군 이었네? 코하네일줄 알았는데..."

"응. 성적 많이 떨어진거야?"

"조금... 응..."

"이번 시험이 어려워서 전체적으로 떨어진 모양이니까 걱정하지마."

"그래?"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아무래도 점수가 눈에 보이니 침울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오늘은 눈물을 머금고 고급 초콜렛을 사와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며 구겨진 시험지를 대충 가방에 쑤셔넣었다. 시험이 끝났지만 아직 부활동은 쉬고 있기 때문에 후루하시는 오늘 남아서 자율 훈련을 한다는 모양이다. 그에게 힘내라며 손을 흔들어주고 있으니 언제 돌아왔는지 코하네가 같이 집에 가자며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헤실헤실 웃고있는 히마리와 나랑 같은 처지인 미오도 슬그머니 끼어들어왔다. 간만에 다같이 하교하는 길은 왠지 신이난 히마리와 코하네에 의해 시끌벅적했다.


"시험이 끝난게 그렇게 좋은가?"

"성적을 본다면 절대 좋을 수 없을텐데, 히마리..."

"미오는 이번에 어때?"

"좀 떨어졌어... 그래도 기말고사 때 어느 정도 커버 할 수 있을 정도라 다행이야."


다른 아이들 말 대로 이번 시험이 전체적으로 어려웠던 거라면 다행이지만...
혼잣말하듯 우물우물 중얼거린 미오의 마지막 말에 고개를 끄덕여 동의하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신이 나 있는 코하네와 히마리를 진정시키고 강제로 내 간식 쇼핑에 동참시키니 더 신이나서 꺅꺅 거린다. 코하네가 원래 저런 성격이었냐며 물어봐오는 미오의 질문을 그저 웃음으로 넘기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고급 초콜렛을 집어 들었다. 이 돈으로 다른 과자를 세개 사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이걸 그냥 사는 것이 좋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는 나를 본 미오는 슬그머니 자신의 것을 고르러 자리를 피해주었다.


"서향쨩! 다 골랐어?"

"응... 그런 것 같아."

"그런 것 같은 건 뭐야... 아직도 고민하고 있어?"

"아냐, 살거야..."


일단 기분 전환용으로 사는 거니까 살거야. 대신 다른 간식을 못 먹겠지... 맛있으니까 살거야.
내가 손에 들은 초콜렛과 저렴한 과자를 계속 힐끗 거리니 미오가 웃음을 터트렸다. 결국 꿋꿋이 초콜렛 하나만 들고 나온 내 머리를 까치발을 들어가며 쓰다듬는 그녀의 행동에 곧 코하네와 히마리도 달려들었다.
맛있는 걸 샀다는 것이 신나서 그녀들의 행동을 그저 넘어가 주니 히마리가 내가 얌전해서 신기하다며 꺄악 거리기 시작한다.


"히히! 서향쨩 머리카락!"

"히미리 볼 말랑말랑해!"

"으프! 그므흐!"


머리를 쓰다듬으려다 까치발이 힘들었는지 바로 선 히마리는 어느 새 어께선을 넘어선 내 머리카락을 잡고 장난을 쳐댔다. 그에 보복할 겸 냅다 그녀의 볼을 양쪽으로 잡아당기니 마치 찹쌀떡 같은 감촉에 기분이 좋아졌다. 애기 같다는 생각은 자주 했는데 정말로 어린아이의 볼 처럼 말랑말랑하다. 뭐라고 하고 있지만 못 알아 듣는 척 하며 늘렸다가 눌렀다가를 반복하니 히마리가 거진 울 것 같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 손을 놓아주었다. 물론 코하네와 미오는 우리를 보며 귀여운 어린아이를 보는 듯한 표정을 하며 방관 중 이었다.


"볼 아파!"

"미안... 너무 힘을 줬나보네."

"너무해!"


한참 그렇게 실랑이를 하며 깔깔 거리고 있으니 아까 성적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았던 것이 내 일이 아니 었던 것 같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집에서 전화가 왔다며 서둘러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가는 코하네를 탓에 신났던 분위기가 금새 썰렁해 졌다. 우리 셋은 서로를 바라만 보다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학교에서 봐!"

"응- 둘 다 조심해서 들어가."

"서향쨩 바이바이!"


두 사람이 연신 손을 흔들며 나를 돌아보는 것을 위험하니 앞을 보라고 다그쳤다. 버스 정류장이 있는 곳으로 둘이 티격태격 가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나도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험도 끝났고 아직 날이 어두워지려면 한참 남았으니 간만에 동네나 한바퀴 돌아서 가볼까 싶어 평소에 다니지 않던 길로 들어섰다.

문제는 너무 오랜만에 들어선 길이라 길이 헷갈린다. 당황해서 멍하니 발이 가는 대로 걷고 있으니 어디선가 농구공 소리가 들려왔다. 길을 찾았다는 안도감에 발걸음을 서둘렀지만 문득 떠오른 과연 저 농구공 소리가 그 농구 코트에서 나는 것일까하는 불안감과 슬금슬금 고개를 처드는 공포감에 발걸음이 느려졌다. 일단 확인은 해야하니 버벅이는 발걸음을 재촉해 소리를 쫒으니 다행이도 내가 알고 있는 그 농구 코트가 맞았다. 그리고 다행일지 농구 코트에 다다랐을 즈음 소리도 멈추어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곧이어 농구 코트의 문이 열리며 그가 나타남으로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쓰고 말았지만.


"... 켁!"

"반응 참 신선하다. 그치? 하나미야군!"

"왜 아직까지 싸돌아다녀!"

"뭐 어때. 아직 환하다구? 하나미야군 걱정이 너무 심하네."


그 또한 내가 달갑지 않으니 절대 좋은 반응이 나오지 않았지만 언제나 같은 반응이 웃기다. 키득키득 장난을 치듯 그를 놀리니 버럭 소리를 지른다. 적당이 받아치니 대꾸할 말이 딱히 없었는지 인상을 쓰고는 어께에 맨 가방을 다시 고쳐 매고는 투덜거리면서도 나를 집으로 가는 방향의 골목으로 밀어 넣고는 시내 쪽으로 달려가버린다.
그의 손이 닿았던 어께를 슬슬 문지르다 곧 대충 털어버리고 나도 발걸음을 돌렸다.

 

 

서향이 성격 좋아여 서향이 성격 반만 닮았음 원이 없겠어요 8ㅁ8 그치만 남 성질 긁어서 얻어 맞을 짓 하는건 참 잘합니다... 차이점은 서향이는 맞기 직전까지하다 아슬아슬하게 그만두고 상대가 진정되면 다시 긁는데 저는 맞을 때까지 한다는 거죠(상처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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