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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32-

by 깜냥이 2015. 5. 31.

계속 다른 글을 못쓰고 이것도 겨우 쓰고 있네요...

안밖으로 일이 너무 많아요 8ㅁ8 날 내버려 두라!!!

 

우리 반에서 가장 유명한 하나미야와 코하네는 그저 그들의 집안같은 것으로 인한 유명세도 있지만 두 사람의 관계로도 유명하다. 어쩌다 마주치기라도 하면 물어뜯을 듯이 노려보기에 각 일행들이 그들을 떼어놓느라 안간힘을 쓴다던가 하는 그런 것. 코하네는 거의 나와 함께 있으니 하나미야가 보이면 바로 방향을 틀어 아예 만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지만 같은 반 이기에 어쩔 수 없이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때마다 나는 코하네를 뒤에 숨기채 사람 속 뒤집어놓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성질을 돋구고 그가 성질을 내는 동안 교실로 코하네를 밀어넣곤 했다.
하지만 최근 며칠간 그럴 일이 없어 꽤나 마음 편히 지내고 있는데 코하네는 그것이 이상하다 여긴 모양이다.


"그 녀석하고 무슨 일 있었어?"

"응? 무슨 소리야?"

"평소라면 서향이 그 녀석 짜증나게 만들고 성질 내는 동안 우리는 먼저 교실로 들어오고 그랬잖아?"

"응... 왠지 내가 나쁜 사람 같네."

"아무튼, 요즘 그 녀석 아무 것도 안해도 짜증 내면서 휑하니 가버리잖아."


그랬던가, 라고 한다기 보다 그랬던 것 같다. 그냥 요즘 그가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것도 있지만 혹시라도 그가 나를 보면 있는대로 인상을 쓰고는 도망치듯 자리를 피해버려 속을 긁어놓기는 커녕 얼굴도 보기 힘들다.
어쩌다 코 앞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멱살이라도 잡고 왜 도망다니냐고 물어볼 텐데... 그렇다고 일부러 그의 자리까지 가서 왜 도망다니냐 묻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
뭔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여차하면 오빠들도 있으니 괜찮겠거니 하며 가볍게 넘기기로 했다.
읽던 책을 그저 손으로 눌러 고정한 채 창 밖을 내다보니 텅 빈 운동장이 보인다. 날이 더우니 아무도 없구나...


"그나저나 대답은?"

"어떤 대답?"

"저 녀석하고 무슨 일 없던거야? 그럼 왜 저러지? 뭔가 꾸미고 있는 것 아니야?"

"어- 나랑 같은 생각 했네."


운동장을 보며 멍허니 있으니 코하네가 재차 질문을 하더니 자문자답을 한다. 서점에서의 일이 있었지만 그것과 그의 이상 행동은 연관성이 없을 것이다. 그가 나를 자의나 타의로 도와줬던 것은 그 때가 처음이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그 일이 있은 후 몇일 뒤 부터 이상 행동을 보이고 있으니 아주 아니라고 하기도 힘들다.

우웅- 하고 갑자기 주머니에 들어 있던 핸드폰의 진동에 화들짝 놀라자 나를 바라보고 있던 코하네도 덩달아 놀란다. 당황해하는 그녀를 진정시키며 핸드폰을 들어보이니 한숨을 내쉰다.
지금 누가 연락을 할 만한 사람이 없을텐데 누굴까 하며 확인을 해보니 생각지도 못한 사람의 이름이 보였다.


[오늘 시간 있으신가요? 지난번 그 작가의 신간이 나왔는데.]


쿠로코다. 지금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이 아닌가? 신간이 나온 걸 확인하려면 서점에 가야할텐데. 아니면 어제 나왔으니 같이 가자는 걸까? 그러면 오늘 부활동은? 이것저것 걱정이되기 시작해 머리가 점점 아파온다. 그렇지만 간만에 그가 먼저 청한 약속이니 고지식한 말로 파토를 내는 것 보다 일단 수락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방과후에 서점 앞 까지 쓴 나는 잠시 손을 멈추었다. 서점의 알바생이 고백 비슷한 것을 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작성한 내용을 주르륵 지우고 마지바에서 볼 수 있을까? 하고 답장을 보냈다.


"누구야?"

"어쩌다 알게된 다른 학교 친구."

"진짜? 어쩌다 알게 됬는데? 여자? 남자? 학교는 어디야?"

"좀... 한 가지씩 물어봐!"


물건을 주워서 우연히 만났고 아직 중학교 3학년, 뭔가 어른스러운 남학생이라하니 반년만 기다리란다. 뭘 기다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여전히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이상한 생각은 집어치우고 앞이나 보라며 대꾸하니 금새 시무룩해진다. 곧 수업 시작할거야-라는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울리는 종소리에 코하네는 투덜거리면서도 뒤돌아 앉았다.

하교길에 그 아이를 만나러 간다고 하니 흐뭇한 표정으로 즐겁게 놀으라며 손을 흔들어주는 코하네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면서도 다급히 시내의 마지바로 향했다. 가게에 들어서서 테이블을 둘러보니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지 보이지 않는다.
주문 중일까 싶어 카운터 쪽을 돌아보는데 갑자기 눈 앞에 인영이 보여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쿠... 쿠로코?"

"죄송합니다. 많이 놀라셨습니까?"

"으응? 아냐! 아닌데?"

"익숙하니 저는 괜찮습니다만..."

"아냐! 아니라니까?"


갑자기 나타난 쿠로코 때문에 놀란것을 애써 부정해보지만 그는 익숙하다는 듯이 넘기고 나를 이끌어 카운터로 향했다. 오늘도 고작 바닐라 쉐이크 하나만을 주문하려는 그를 다그쳐 너겟 몇조각을 더 주문하도록 했다. 운동을 하는 남학생이 먹는 양이 이렇게 적어서야 버틸 수 없을테니 걱정도 되지만 사실 같이 먹다보면 여자인 내가 더 많이 먹는 것에 왠지 모를 자괴감이 든다.
그리 배가 고프지 않다면서 버티기에 꾸중을 하니 조금 못마땅해 하면서도 주문을 한다.
테이블에 마주앉아서 천찬히 보니 예전보다 그리 표정이 좋아보이지 않는다. 남이 본다면 그저 무표정이겠지만 그를 처음 봤을 때의 왠지 모를 공허함같은 것이 지금 그에게서도 느껴진다.
그렇지만 무슨 일 있느냐 묻기보다 먼저 말해주길 기다리는 것이 좋겠지...


"이번 신작은 청춘에 대한 이야기라는 모양입니다만, 거의 몽환적인 로맨스였던 그로서는 도전이겠죠."

"편안해지는 것 같은."

"고민이 없어질것 같죠."


자신의 감상을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우리는 같이 키득거렸다. 식사를 마치고 마지바를 나선 우리는 그 작가의 신간에 대해 추리를 시작했다. 청춘 로맨스이지 않을까. 말 그대로 청춘에 대한 것이지 않을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서점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신간 코너로 향했다. 함께 같은 책을 들고 지금 내용을 훑어보기보다 집에 가서 각자 감상을 말해주기로 하며 즐겁게 카운터로 향했다.
쿠로코가 앞에 섰음에도 멍하니 있는 직원 탓에 그는 소리가 나도록 책 등으로 강하게 한 번 내리쳤다. 놀란 직원이 계산을 한 뒤 내 차례가 되고 보니 알바생이 여자로 바뀌어있었다. 그 사이에 직원이 바뀌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책과 영수증을 받아 그와 함께 서점을 빠져나왔다.


"학교에 있을 시간에 연락이 와서 놀랐어."

"간만의 신간 소식에 조금 들떴었습니다."

"그러게, 이 작가 꽤 오랫동안 신간이 없었다고 했었지?"

"네, 친구가 오늘 말해줘서. 바로 연락 드렸습니다."

"그랬구나..."


그러고보니 3학년 이었지. 전국대회가 끝났으니 은퇴해서 부활동을 안 했을 지도 모르겠다. 부활동에 대해 물어보려던 것은 넘기고 책에 대한 주제로 즐겁게 추측하며 책이 든 봉투를 계속 힐끔거렸다. 그것은 쿠로코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동시에 한벌 힐끔거리고나서 다시 눈을 마주친 뒤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쿠로코가 저렇게 웃으니 아직 괜찮은 것이 아닐까 하며 조금 혼자 안도했다. 팀과의 불화는 은퇴를 하면서 멀어졌을 거고, 교 내에서 마주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이제 고입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어느 학교로 갈지 정했어?"

"글쎄요..."


내 생각에는 세이린이라면, 그 팀이라면 쿠로코의 아픔도 돌봐줄 좋은 팀이 되어 줄텐데. 이 말은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아직은, 쿠로코 스스로가 길을 찾아봐야 할테니까.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쿠로코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 뒷모습이 안타깝다. 저 작은 아이에게 안겨진 아픔이 너무 커 제대로 버텨줄 수 있을까 걱정이다. 좋아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하는 아픔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더더욱 저 아이는 좋아하는 것을 계속 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기도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아직 밝은 하늘을 보며 슬그머니 농구 코트가 있는 길로 들어섰다. 나도 도망만 다닐 것이 아니라 극복하려고 노력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였다. 여전히 아무도 없는 코트에 버려진 공 하나. 어린아이의 것인지 핸드볼 같은 크기에 살짝 집어드니 농구공 같다는 느낌이 아니어서인지 별로 크게 무섭지 않다. 벤치에 앉아 공을 옆에 올려놓고 살며시 눈을 감은 채 즐겁게 농구를 했던 때의 추억을 하나 둘 떠올렸다.
이것까지는 무섭지 않은데... 후배들에게 혹시 있다면 우리 시합 영상 좀 보내달라고 할까? 발을 쭉 펴고 눈을 뜨니 보이는 푸른 하늘이 예쁘다.


"덥다."


집에 가야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쭉펴고 조금 장난치듯 발걸음을 옮겼다.

 

코하네쨔응 그거 그린라이트아니야 초록불이야 어허 그러지마

나름 키리사키 루트라고 쓰고는 있습니다만... :3

주요인물은 하나미야, 후루하시, 하라, 세토, 야마자키, 마츠모토 입니다 :D 그 다음으로 중요한 인물은 세이린즈네요 하지만 딱히 중요하지만은 않아요! 거의 키리사키즈와 서향이 주변인들 뿐이니까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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