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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33-

by 깜냥이 2015. 6. 14.

다른 것도 써야할텐데 전혀 진전이 없네요 ㅠㅠㅠ

특히 여름그림자는 말이죠....8ㅁ8... 하나는 아예 처음부터 쓰기 시작한 것도 있고...

그리고 어김없이 2주 몰아서 올리는 저란 녀자....

역시 9월이라고 할까. 아직 여름날 같았던 것이 점점 선선해져 간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아 초가을의 더위가 몸을 늘어지게 만들어 빨리 완연한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한다.
아직까지 끈질기게 매달리는 하라를 피해야했기에 학교 도서실에는 가지 못라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는 나를 보고 미오가 키득거리며 웃으며 등을 토닥여 주었다.


"서향이 고생이 많네."

"집에서 공부하면 집중이 안되는데."

"너무 조용해서?"

"응. 조용한 정도가 지나쳐."

"그랬던가?"


옆집의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동네 자체가 조용해서 공부하기 좋은 듯 했는데 오히려 너무 조용해서 필기 소리밖에 들리지 않으니 무섭다. 그렇다고 음악을 틀고 하기에는 공부하면서 들을 만한 조용하고 차분한 노래를 모른다. 계속되는 한숨에 안타까웠는지 집 근처 카페를 추천했지만  매일같이 카페에가서 돈을 낭비하기는 아깝다. 일단 집에서 공부하다가 정 집중이 안된다면 나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니 옆에서 곧 바로 반응이 돌아왔다.


"그럼 오늘은 바로 집으로 가는 거야?"

"아니, 간식거리가 떨어져서 몇가지 사가려고."

"그래? 너무 늦게 돌아다니지는 마!"

"알았어!"


언제나 혼자사는 나를 걱정해주고 잔소리도 하는 미오는 왠지 큰언니 같은 느낌이다. 왠지 따뜻한 기분에 아까까지 별로 좋지 않았던 기분이 풀리는 것 같다.
헤어질 때까지 걱정하며 가는 미오를 보며 손을  흔들어주고 나는 근방에 위치한 과자 가게로 향했다. 손님이 없어 늘어진 알바생이 늘어지는 목소리로 인사를 하는 것을 흘려듣고 가게 안을 한번 쭉 훝었다. 와 초콜렛이 카카오 퍼센트별로 있어. 신세계다.
이것저것 바구니에 담고는 있지만 하나 하나 생각하며 고르느라 시간이 오래걸리다보니 가게 안에도 손님들이 하나 둘 늘어나갔다. 바구니 안을 찬찬히 훑어보다 초콜렛도 몇개 사갈까 싶어 초콜렛 진열장 앞에서 눈으로만 훑고 있으니 내 옆에서있던 손님이 무언가를 당연하다는 듯이 집어들었다.


"카카오 100%?"

"어머, 안녕- 귀여운 아가씨? 간식사러 왔나보네?"

"아, 네..."


바구니에 신나게 초콜렛을 담던 여성은 내가 자신이 집은 물건에 관심을 보이니 밝게 웃으며 내게 인사를 해왔다. 그보다 카카오 100%인 초콜렛이 있었어? 아니 그거 카카오라고 해야하는거야, 초콜렛이라고 해야하는거야?
나도 모르게 사람이 먹는거에요? 하고 물으니 누군가를 놀려주려고 사는 거라며 한쪽 손으로 입을 가리며 수줍게 웃으셨다. 놀리는데 카카오 100%라니, 누군지 몰라도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내가 먹을 초콜렛을 집었다.


"있지, 그 교복 키리사키고 맞지?"

"네, 맞아요. 알고 계시네요?"

"아가씨는 몇학년? 우리 아이도 키리사키 다니는데."

"1학년이에요."

"어머! 우리 아이랑 같은 학년이네?"


보통의 어머니라면 우리 아이의 이름은 무엇인데 혹시 아니? 만나게 된다면 잘 부탁해! 같은 말을 할텐데 그런 언급 없이 그렇구나 같은 학년이구나 하며 웃어넘긴 여성은 내가 계산을 마치는 것까지 기다리다가 내게 잠깐 이야기를 하지 않겠느냐 청해왔다.
여자이긴 하지만 처음보는 어른이고, 초콜렛을 고르면서 능청스럽게 잘 이야기는 했지만 조금 겁이 나는 것은 사실이다. 살짝 갈등을 하고 있는 사이 그분은 요즘 여자아이들은 무얼 좋아하는가에 대해 혼잣말을 중얼거리시더니 신이 나서 나를 이끌고 그대로 근방의 분위기 좋은 카페로 향했다.


"이곳의 레몬타르트가 맛있어서 자주 온단다? 어때?"

"네, 맛있어요."

"그렇지? 다른 디저트들도 맛있지만 레몬타르트는 정말 최고거든!"


뭔가 마이페이스에, 추진력이라던가 생글생글 웃으시는 것이 누군가를 닮은 듯 했지만 외모로 본다면 전혀 다르다. 아마도 내가 알지 못하는 아이의 어머니 이리라 생각 될 정도로 연상되는 아이가 없다. 레몬타르트를 입에 넣으니 그 상큼한 향이 입 안 가득 퍼져서 슬그머니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내 모습에 그렇게 맛있어? 하며 웃으시는 그분을 보며 결국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아, 저기..."

"응? 아. 그러고보니 우리 통성명도 아직이네? 난 미야와키 메이코! 우리 이쁜 아가씨는?"

"백서향입니다. 유학생이에요."

"어머! 어머! 한국인이네? 나 한국 좋아해!"


미야와키는 확실히 내가 모르는 성이다. 한국인이라는 이야기에 신이 난 그녀의 모습은 마냥 소녀같다고 생각할 정도로 천진난만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이와 친하게 지내 달라며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출중한 외모에 공부도 잘하는 착한 아이라니, 역시 어머니다 싶은 칭찬이다. 여자 아이인지 남자 아이인지는 아직 언급이 되지 않아 그저 웃으며 듣고있으니 엄마도 밖에 나가면 이러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나저나 고등학생이 되고나서 사춘기 인것 같아. 엄마랑 이야기도 안하려 하고..."

"음... 고등학교 입학하고 적응이 느려서 그런 건 아닐까요?"

"으음... 그럴까? 사실 내가 일이 바쁘고, 그 아이도 부활동 하느라 바쁘니 서로 피곤해서 이야기하는 횟수도 많이 줄었지..."


운동부 일까? 그렇다면 피곤할 만 하다. 조금 전에 천진난만 했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갑자기 시무룩해져서는 포크로 타르트를 콕콕 찔러댄다. 원래 엄마밖에 모르는 착하고 귀여운 아이였는데 하며 시무룩한 그녀를 보니 간만에 집에 전화도 해봐야 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기분이 바닥을 쳤는지 타르트를 분쇄하기 시작하는 그녀의 기분을 달래주기 위해 애써 무언가 없을까 떠올리려 했다.


"미야와키상을 보면 자제분도 착한 아이일 것 같아요."

"응! 정말 착한 아이야. 정말, 나랑 그이의 아이라고 생각 못할 정도로 착한 아이."

"여자아이에요?"

"아니, 남자아이-"


예쁘고 착한 아이라는 말을 계속 하기에 코하네 같은 분위기의 여리여리한 아가씨일 줄 알았더니... 남학생이라니, 쿠로코 같은 분위기의 문학 소년 이려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던 상관없이 수줍게 웃으며 아들의 자랑을 다시 시작하는 그녀의 모습에 역시 어머니구나 싶었다. 나는 유학의 일로 지금은 자취를 하는 중이라는 말에 부모님과 떨어져서 힘들지 않느냐 걱정을 해온다. 마치 친인척처럼 마음을 써주며 걱정하는 것이 정말 진실되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경계심을 풀어버리고야 말았다.


"어머나! 시간좀 봐, 예쁜 아가씨를 이렇게 늦게까지 잡고 있으면 안되는데!"

"아뇨, 괜찮아요. 이 근방이에요."

"괜찮기는! 곧 우리 아들 올테니 집까지 바래다 주라고 할게."

"초면에 그런 폐를 끼칠 수는 없죠."


바래다 주겠다. 혼자갈 수 있다로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가 극구 거절하는 내 모습에 그녀는 결국 손을 들었다. 카페를 나서니 이제 붉은 빛에서 남색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니 이젠 진짜로 서둘러야 했다. 발걸음 소리가 들렸던 이후 되도록이면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려 하기 때문에 나는 그녀에게 서둘러 인사를 건네고 짐을 챙겨 집으로 달렸다.
간신히 집에 도착해서 사온 것을 정리해보니 내가 절대 구입했을리 없는 고가의 초콜렛이 하트 모양의 포스트잇이 붙은 채 봉투 안에서 나왔다.
포스트잇에는 그 모양과 어울리지 않는 우아한 필기체로 고마워(ありがとう) 라는 다섯글자가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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