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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30-

by 깜냥이 2015. 5. 24.

꼭 이렇게 한번씩은 빼먹고 안올리는 일이 있네요 이번주도 2회분... 입니다...

패기로운 타카오의 이야기는 지금 마무리 중이고 릴레이는 쓰다 막혀서 초반부터 다시 쓰고 있어요 :) 패기로운 시리즈에는 삽화를 전부 그릴 계획이었는데 그림 그리다가 글을 못 올릴 것 같아서 그냥 천천히 그릴 계획입니당...

30회 인데도 아직 2학기라니... 빨리빨리 달려봅시다 갈길이 멀어요 :D

 

많은 사람들의 질책어린 눈초리와 머리가 아플 정도로 수근거리는 소리는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점점 줄어들었다. 그 사건이 잊혀졌다기 보다 타카시나 사사키의 체벌이 결정되면서 점차 그녀에게로 돌아간 탓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것을 보며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도 조금 마음이 편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만큼 미묘한 기분이다. 사실은 내가 싫은 것이 아니라 이슈가 될 만큼 쉽게 말해 씹을 만한 인물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소문에 민감한 학생들과는 달리 교사들은 정말로 반한 감정인 모양이지만 소문이 잦아들고 난 뒤 부터는 크게 거슬리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는 괜찮은 거야?"

"응! 그래도 무리는 하면 안된다고 했지만."

"다행이네, 빨리 건강해졌음 좋겠다."

"음- 크게 건강이 안 좋았던 건 아니었지만..."


실력 평가 대비 겸 중간 고사 대비를 위한 공부회는 일단 모이기 편한 내 집으로 모이기로 했다. 방과후 부활동이 있는 코하네와 히마리는 끝난 뒤 함께 오기로 했고 나와 미오는 미오의 집에 들려 간단히 짐을 챙기고 함께 장을 봐서 저녁 식사 준비를 미리 하기로 했다. 둘이서
조잘거리며 어느 정도 재료 손질을 끝냈을 즈음 초인종 소리가 들리며 코하네와 히마리가 도착했다. 양 손에 간식 봉투를 하나씩 들은 둘은 어딘가 모르게 신이 난 모습이다.
일단 내일이 주말이니 신나기야 하겠지만 공부는 뒷전이고 놀 생각 가득한 두 사람에게 당장 월요일 부터 실력 평가인 것을 일깨워주자 히마리의 기분이 급 하락해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시험 싫어..."

"일단 기운 차려. 저녁 금방 만들테니까 먹고 힘내자."

"와! 서향쨩 요리! 나도 도울래, 나도!"

"이미 미오가 도와주고 있는걸?"


부엌에 많은 사람이 들어가면 복잡할 뿐이다. 미오도 그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부활동 하고 오느라 피곤 할테니 쉬고 있으라고 그녀를 달랬다. 역시 히마리를 진정시키기는 미오가 최고구나 하며 웃으니 그녀 또한 덩달아 웃었다.
약간은 수다스럽게 저녁을 준비하고 한상 차려놓고 보니 역시, 오늘따라 푸짐한 상차림도 왁자지껄한 분위기도 뭔가 어색하면서도 즐거워 한참을 수다 삼매경에 빠지게된다. 한참을 수다떨고 간식을 먹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벌써 밤 1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어떡해! 시간 좀 봐!"

"공부 하나도 못 했는데!"

"결국 공부회가 아니라 숙식회네-"


미오와 코하네가 시계를 보며 당황한 사이 히마리가 그렇다면 이제부터 파자마 파티다! 하고 패기롭게 외쳤다. 셋이 잘 수 있도록 여분 이불을 깔기 위해 방으로 가는 사이 뒤에서 시끄럽다는 미오의 호통과 그에 칭얼거리는 히마리의 목소리, 그리고 그 둘을 보며 깔깔거리는 코하네의 웃음소리가 꽤나 소란스럽다.
일부러 빈 방 중 가장 큰 방에 넷이서 다같이 잘 수 있도록 한 것이 정답이었을까. 예상외로 히마리보다 미오가 더 신이나서 합숙같다며 해맑게 웃는다. 그 모습은 히마리가 베개를 집어들면서 사라져 다시 잔소리 모드로 돌아갔지만...
계획이 무산되어 투덜거리던 히마리는 그래도 피곤하기는 했던 모양인지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더니 이내 잠이 든 듯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것을 듣고 있던 우리 셋은 그녀가 깨지 않도록 소리 죽여 웃느라 안간힘을 써야 했다.

아침에 문득 눈으 뜨여 시간을 확인해 보니 이게 웬걸, 아직 아침 6시다. 다시 자기에도 애매하니 다른 아이들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빠져나와 아침 조깅을 나서기 위해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그 잠깐사이 눈을 뜬 미오가 아직 잠이 덜 깬 얼굴로 방에서 비틀비틀 걸어나왔다.


"서향, 좋은 아침..."

"일찍 깼네? 내가 깨운거야?"

"아니- 깰만 해서 깬거야. 운동하러 가게?"

"응. 같이 갈래?"

"아니, 난 좀 씻어야 겠어..."


비틀비틀 욕실을 찾아 헤메는 미오에게 길을 찾아주고 운동을 위해 집을 나서니 아침의 그나마 선선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제 가을이 오면 참 좋을 것 같지만 좀처럼 빨리 오지는 않는구나...
느긋하게 살짝 빠른 걸음으로 그저 집 주위를 몇바퀴 돌고 돌아오니 소파에 미오와 코하네가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각자의 자세로 늘어져 있었다. 그 모습에 잠시 멈칫했다가 웃으며 둘의 자세를 바로 잡아주고 부엌으로 들어서니 미오가 도와주겠다며 따라들어왔다.


"아냐, 귀찮으니까 토스트 먹자."

"그래도 후라이랑... 셀러드 정도는..."

"내가 할 수 있네요. 대신 가서 히마리좀 깨워줄래?"

"응- 깨워올게..."


잠이 덜깨 웅얼거리는 말투였지만 그래도 잠결은 아닌 모양인지 방으로 비틀비틀 가는 것이 방향은 제대로 잡고 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건 내 착각인건지 식빵을 토스트기에 넣자 곧 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둘러 소리가 난 방향을 돌아보니 문이 아니라 벽으로 들어가려 했는지 문 옆에서 머리를 부여잡고 쪼그려 앉아있는 미오가 보였다.
그 모습에 코하네가 잠결에 웃었도 미오는 그제서야 잠이 완전히 깬 모양인지 얼굴이 빨개져서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아침 식사는 간단히 아무 야채나 대충 섞은 셀러드와 달걀 후라이를 얹은 토스트 였다.


"주말에 밥하기 귀찮을 땐 이게 최고지."

"미오 뭔가 잘 아네?"

"부모님이 주말에 집 비우시면 내 아침은 이거였어."

"귀찮으니까!"

"그렇지!"


나와 미오가 쿵짝이 맞아 깔깔거리자 잠이 덜 깬 히마리가 뭔가 웅얼이더니 셀러드를 께작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가 귀여웠는지 코하네가 머리를 쓰다듬어댔고 미오는 히마리에게 눈 뜨고 먹으라며 웃었다.
눈은 감고 있으면서 샐러드는 용케 입에 제대로 넣는다. 그게 신기한지 마냥 보고있는 코하네의 접시는 아직 손도 대지 않도 있어 뺏어먹는다 으름장을 놓고 나서야 그녀 또한 포크를 집어 들었다.


"히마리 잠에 약하구나..."

"귀여워-!"

"아무리 귀여워도 네 몫은 먹어야지."

"먹고 있는걸?"


웃느라 정신이 없던 식사를 끝내고 아침을 먹는 사이 잠이 깬 히마리와 그녀를 보느라 식사가 늦어진 코하네가 상을 치우는 것을 맡았고 나와 미오는 어제 하지 못한 공부를 위해 거실의 테이블을 정리하고 방석을 꺼내와 공부 할 준비를 했다. 히마리가 다시 공부가 싫다며 칭얼거리기 시작했지만 정작 책을 펴고나니 가장 집중해서 간식 뜯을까 묻는 말도 못듣고 과자 한 봉지를 셋이서 거의 해치우고 난 뒤에 말 안했다며 칭얼거렸다.

과학이나 수학, 영어의 경우 언어가 다른 것 때문에 읽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외울때 헷갈리는 정도 지만 역시나 문제는 언어와 일본사다. 한 학기동안 배웠다 하더라도 잘 알지 못하는 작품 뿐인 언어와 일단 무조건 암기해야하는 일본사는 고역이었다. 일단 암기 과목은 계속 반복해서 읽는 수 밖에 없다.


"일본사 어려워... 이름도 어려워..."

"그렇긴 하겠다. 나도 엄청 고생했었는데."

"언어랑 일본사가 제일 어려워. 그래도 고전문학이 없는게 어디야."

"중간고사 때는 있겠지만."

"지난번에 하라가 알려줘서 그나마 점수 괜찮았던 건데..."

"에? 하라군이 알려줬어?"

"시험기간에는 도서실에서 공부하니까. 후루하시군이랑 하라가 조금 도와줬었어."


도서실에서 공부 한다는 것을 안 뒤로 연습 끝난 뒤에 자주 와서 도와주고 가곤 했었다.  하라 같은 경우 워낙 시끄러워서 도서실에서 몇번이고 눈총을 받았었지만 반면 후루하시는 그런 일이 없어 꽤 많은 도움을 받았다. 언젠가 답례를 해야할텐데...
잠시 손을 멈추고 생각에 빠지니 히마리가 꽤나 짖궂은 표정으로 시익 웃었다. 그러고는 후루하시와 하라 중에 누가 더 좋나며 물어보기 시작하는 그녀 탓에 딱 봐도 날씨가 좋았던 토요일 오전의 공부회는 연애 수다판으로 바뀌어 버리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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