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27-

by 깜냥이 2015. 5. 6.

또다시 글을 올리는 걸 잊었고.... 저는 빠가인가바여... 8ㅁ8...

 

공원에서 아무런 대화도 없이 그저 곁에 앉아 그는 바닥을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있기를 몇 분. 무언가 생각을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재촉하지 않고 조용히 그가 스스로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 정답이었는지 한참 뒤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시간은 많으니 괜찮아."

"문득 지난번에 주신 주소가 보여서 저도 모르게...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습니다만..."

"응? 부끄럽다니?"


그는 말을 하면서도 내게 시선을 마주치기는 커녕 고개를 들지도 않았다. 나직하게 중얼거려진 그의 부끄럽다는 말에 어리둥절한 내가 되묻자 그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걸까. 다시 이어진 침묵에 이번에는 나도 입을 다물고 있어선 안될 것 같아 이왕 여기까지 부른 것 하고 싶었던 말 전부 하라고 말하자 그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다시 내게서 시선을 돌리고 정면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승리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사실, 이번에 저희 학교가 전중 3연패를 달성 했습니다만..."


그는 잠시 주저하더니 일단 자신이 환상의 식스맨이라 불리고 있다고 말하며 내 눈치를 살폈다. 내가 놀란 표정을 짓자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느냐 물었다. 사촌이 스포츠 광이라 들은 바가 있다고 하니 그는 설명할 만한 것이 줄었다며 이번 대회의 결승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해주었다. 결승전 이전부터 기적의 세대들은 이어진 시합의 지루함을 느껴 진심으로 시합하기 보다 자신들 끼리 점수 내기를 해 왔었고 파트너는 자신을 외면한지 오래라고 했다. 그리고 그래도 기대하고 있던 친우와의 결승전에서는 전광판의 점수를 모두 같은 숫자로 맞추는 게임을 했다는 사실에 절망했다고 한다.


"친우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한건 이기적 일까요."

"쿠로코..."

"이제... 농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아냐, 농구 좋아하잖아. 응?"

"좋아하는 것 만으로는..."

"일단 쿠로코, 지금 너무 혼란스러운 것 같은 데 일단 진정하자."


부정적인 말만을 하고 있는 그의 등을 토닥이며 어떻게든 달래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워낙 그런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몰라 안절부절 해야했다. 그만두는 것은 너무 극단적이니 일단 시간을 두고 생각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내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그는 잠시 내가 토닥이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후배들이 기운이 없었을 때 나는 어떻게 해줬었지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가 아무래도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는 좀 다르니 그 방법은 안되겠다 싶어 토닥이는 손도 거두고 곁에 앉아 한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한참이 지난 뒤에 그가 다시 늦인 시간까지 시간을 빼앗아 미안하다는 사과를 해오면서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저녁을 먹어야 할 때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자니 배가 고파져서 나온김에 외식을 하는 것으로 결정 했다.


"있지 쿠로코군."

"네."

"이번에는 내가 시간을 조금 뺏어도 괜찮을까?"


방긋 웃는 내 모습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그는 내 손에 억지로 끌려가면서도 아무런 저항 없이 순순히 따라왔다. 부모님께 저녁 먹고간다고 연락드리라는 말에 그가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그래도 잘 따라오기에 안심하고 데리고 갔지만 덮밥 집 앞에 서니 자신이 준 것에 비해 비싸다며 극구 거절했다. 그 탓에 의도하지 않게 가게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다가 가게 사장님의 눈에 띄어 둘 다 가게 안으로 데려가 졌다.
주문을 하면서도 소리없는 실랑이를 벌이던 우리는 내가 먼저 계산을 마침으로 일단락 되었다.


"오랜만에 왔네? 옆에는 남자 친구인가?"

"아뇨, 친구에요."

"그래? 이거 그래도 여자랑 키가 비슷하면 쓰나. 오늘도 서비스 줄테니 먹으련?"

"아니에요! 안주셔도 괜찮은데."

"아뇨, 많이 못 먹습니다."


조카의 친구라는 이유로 계속 특례를 받는 것도 곤란하고 솔직히 양도 꽤 많았기 때문에 언제나 다 먹지 못하고 남겨야해서 곤욕이었다. 음식의 양이 많은 것은 쿠로코 또 한 마찬가지 인 듯 곤란한 기색을 표했고 우리 둘의 단호한 거절에 사장님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셨지만 그래도 기분이 상하신 것은 아닌 듯 해 다행이었다.
저녁도 먹고 지난번 사준다고 했던 것도 사줘서 나는 만족했지만 쿠로코는 해준 것에 비해 과하다며 불만을 표했다. 그렇다면 다음에 또 네가 사면 되지. 하고 뻔뻔스럽게 나오니 그는 특유의 포커페이스를 깨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벌써 많이 어두워졌네. 빨리 돌아가야 겠다."

"혼자 괜찮으시겠습니까?"

"바로 코앞인데 뭘. 나는 괜찮으니 빨리 들어가."

"그래도..."

"빨리, 난 괜찮대도?"


내 고집을 꺾지 못한 그는 걱정된다는 표정은 여전했지만 한숨을 내쉬고는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계속해서 나를 둘아보는 그는 확실히 만났을 때 보다는 기분이 한결 나아진 모습이라 조금 안심했다.
생각보다 더 어두운 골목을 홀로 걸으니 학기 초에 느꼈던 알 수 없는 인기척이 문득 생각나 걸음을 빨리 했다. 가로등이 적어 어두운 지름길 보다는 밝은 길로 발걸음은 빠르게 해 거의 반쯤 뛰듯이 집으로 가던 중, 시야에 집이 보이니 조금 안심해서 발걸음을 좀 더 재촉했다. 그러던 중 옆 골목에서 튀어나온 사람에 속도롤 제어하지 못하고 제대로 부딪혀 버렸다.


"으... 저,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괜찮...?"

"어라?"

"켁."

"사람을 보고 반응이 그게 뭐야, 실례네!"


골목에서 튀어나온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하나미야 였다. 나와 부딪히면서 떨어트린 듯 바닥에 널브러진 가방과 농구공을 보아하니 농구하러 온 모양인데, 도대체 집이 어디기에 농구를 하러 여기까지 오는 건지는 몰라도 마침 무서웠던 차에 아는 사람을 만나니 정말 반가웠다. 바닥에 구르는 짐으 챙기며 투덜거리는 모습에 안심이 되어 키득키득 웃으니 시비를 거는 것으로 생각했는지 미간을 구긴다. 버럭 소리를 지를것 같던 그는 이내 한숨을 내쉬고 짐에 묻은 흙먼지만 털어내고 내게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무시하는 것 같은 모습에 괜히 심술이 나는 그의 소매를 꼭 잡고 최대한 환하게 웃었다.


"있지, 하나미야군. 밤길이 어둡고 무서워서 그러는데 좀 대려다 주지?"

"웃기네. 너네집 바로 저기잖아!"

"어머나! 기억하고 있었어? 대단하네!"

"그딴 말투 집어 치워!"


괜히 과장되게 웃으며 능청스럽게 말하자 바로 버럭 소리를 지른다. 너무 장난을 치는 것이 티가 났는지 계속해서 버럭버럭 소리 지르며 대꾸하던 그는 아직도 소매를 잡고있는 내 손을 뿌리치고 집 방향으로 나를 밀쳐냈다. 괜히 시비걸지말고 집에나가라고 소리지른 그가 식식대며 지 갈 길로 가는 모습을 보며 키득거리다가 개학하고 보자고 외치니 닥쳐! 하고 성난 대답이 돌아왔다.
닥치라니 너무하잖아. 하고 투덜거리면서도 억지로 웃느라 근육이 당기는 광대를 문질렀다. 대충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벌렁 누우니 대충 던져둔 핸드폰에서 메일 도착 알림이 울렸다.


[잘 들어가셨습니까?]


계속 걱정하더니 확인 메일까지 보내는 걸 보니 이게 본래 성격인 모양이다. 웃으며 침대에 다시 누워 답장을 뭐라고 보낼까 생각하고 있는데 다른 메일이 도착했다. 저는 잘 도착했습니다 라는 내용의 메일은 답장이 너무 없어 걱정되어 다급히 보낸 모양인지 한자 변환이 전혀 없었다. 쿠로코는 신사네- 같은 시답잖은 내용으로 그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한참 키득거리다가 잊고있던 피곤함이 몰려와 어느 순간 까무룩 잠이 들었다.

'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 > 안개꽃 한다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개꽃 한다발 -29-  (2) 2015.05.11
안개꽃 한다발 -28- [1학년 2학기]  (3) 2015.05.06
안개꽃 한다발 -26-  (2) 2015.04.19
안개꽃 한다발 -25-  (2) 2015.04.11
안개꽃 한다발 -24-  (1) 2015.04.0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