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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24-

by 깜냥이 2015. 4. 5.

떡밥을 뿌린다고 신나게 뿌리기는 하는데 잘 안뿌려 지나봐요... ㅎㅎ

그래도 회수를 하려면 한참 멀었기 때문에 떡밥이란 것이 있구나 하시면 됩니다....

 

치즈루는 일본의 외가에 여자아이라고는 혼자여서 친인척중 유일한 자매인 나를 언제나 친근히 대하고 아꼈다. 중학생 때부터 교토에 놀러오라 노래를 부르던 그녀의 오랜 소원대로 교토에 도착하고 매일같이 둘이서 혹은 오빠까지 셋이서 놀러다니기를 몇일, 결국 체력 고갈로 외출을 안하겠다 선언하고 나서야 집에서 휴식을 할 수 있었다.
집에서 쉰다고 해봐야 집에서 그녀의 컬렉션을 구경하는 정도이지만.


"뭐? 진짜?"

"응... 진짜."

"세상에, 악동이라는 별명은 알고 있었는데 그런 녀석이었단 말이지?"


치즈루가 모아둔 농구 잡지 스크랩북을 함께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떠올라 인터하이 예선 결승전을 보러 갔었던 일을 신세한탄 하듯 털어놓자 차분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던 치즈루가 결국 큰소리를 냈다. 그녀가 내 말을 거드는 것을 들으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지금의 하나미야는 처음에 친절하게 대해주던 모습은 어디로가고 말만 했다 하면 비아냥 뿐이고 대화는 커녕 말싸움 뿐이다. 그 차이가 엄청난 탓에 처음에 당황했던 것을 생각하면 괜히 내 감정 소모만 한 것 같아 화가 난다.
그에 대해 신나게 한탄을 하고 화도 내다보니 대화는 시간을 거슬러 학기 초 그 사건까지 언급하게 되었다.


"도대체 누가? 이름 알아?"

"몰라."

"감히 내 사촌을 건드려? 요시마사 가를 우숩게 보는 멍청이가 누구래?"

"그야... 성이나 이름이 한국식이니까."


하마터면 얻어 맞을 뻔 했다는 말에 흥분한 치즈루가 기어코 성을 내기 시작했다. 방에서 계속해서 큰 소리가 나자 무슨 일이 있는가 싶었는지 아래층에서 누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 소리가 둔탁한 것을 보아하니 오빠이리라. 그리고 그 발소리가 문앞에서 멈추고 곧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방 안으로 들어온 것은 예상대로 소우타 오빠였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채 잔소리를 늘어놓으려 하다가 선수를 치고 외친 치즈루의 말에 멈칫했다.


"웬 계집애들이 서향일 때리려했대!"

"그걸 왜 또 이야기해? 이미 해결된 일 이라니까?"

"누가?"

"몰라요. 같은 반도 아니고. 학기 초 4월에 있던 일이라 얼굴도 기억 안나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되요."


역시나 남매라고나 할까, 둘의 반응이 너무나도 비슷해 곤란해졌다. 치즈루는 성격이 얌전한 편이 아니라 화가 나면 주변을 초토화 시키는 걸로 유명했다. 소우타 오빠는 평소 젠틀하고 얌전한 성격만 봐 왔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왠지 화가 나면 무서울 것 같다. 사실 얼굴도 이름도 알고 있지만 모른다 둘러대는 것이 일을 크게 벌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다.
어찌어찌 둘러댄 것이 먹혔는지 둘은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꼭 이야기 하라며 신신당부를 해왔다.


"라쿠잔으로 오는 편이 더 좋았을 걸."

"말은 고맙지만... "

"지금이라도 전학 오면 안될까?"

"미안, 그건 안되겠어."


외가에서 원래 막내인 내가 한국에 있어 평소 어린아이 취급을 받는 것이 못 마땅해 하는 치즈루는 내가 있을 때면 어른 행세를 하며 과보호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그런 행동은 성격으로 바뀌고 심지어 다른 오빠들 까지도 물들였다. 외가가 있는 교토에서 치즈루가 다니는 라쿠잔으로 진학을 하지 않은 것은 그런 치즈루의 과보호 성향으로 친구를 사귀고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 것 같아서 였다.
자신의 제의를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하자 금새 시무룩해져서는 내가 싫은거야? 하며 칭얼거리기 시작한다. 그 것과는 별개라고 그녀를 달래기 시작하는 내 모습에 소우타 오빠는 시익 웃고는 슬그머니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있지 나는, 서향이가 일본에 온다고 해서 당연히 나랑 같은 곳으로 갈 거라고 생각 했어."

"사실, 나 키리사키에 지원하고 나서 네가 라쿠잔으로 간다는 걸 알았어."

"그럼 지역이라도!"

"츠카사 오빠네 병원이 도쿄잖아. 최대한 병원이랑 가까운 곳으로 정했어."

"그런건... 어쩔 수 없지만..."


나의 설득아닌 설득에 결국 고집을 꺾은 치즈루가 그제서야 방에서 사라진 오빠를 찾는다. 그러고는 분명 냉장고에 우리 둘의 몫인 티라미수가 있을거라며 서둘러 방을 박차고 나갔다. 주인이 없는 방에 홀로 남아 치즈루의 컬렉션들을 천천히 훑어보니 테이코 중학교의 그 유명한 기적의 세대가 보였다. 에이스인 아오미네 다이키, NO. 1 슈터인 미도리마 신타로, 올라운더 키세 료타, 센터 무라사키바라 아츠시, 캡틴인 아카시 세이쥬로. 대충 타이틀만은 읽어봐도 엄청난 실력일 것 같은 그들을 보며 이게 중학생인가 생각하다가 잡지 스크랩 한쪽에 식스맨은 어째서? 라고 주석을 달아놓은 것을 발견했다. 식스맨? 그게 뭐지?


"티라미스 없어! 대신 치즈 케이크야!"

"난 치즈 케이크가 더 좋아."

"그럼 다행이고. 뭐 보고 있어?"

"기적의 세대 인터뷰. 그런데 여기 적어둔 건 뭐야?"


내가 톡톡 두드린 부분을 바라본 치즈루가 아, 그거? 하며 바닥에 간식이 담긴 쟁반을 내려놓았다. 환상의 식스맨이라는 녀석이 있어. 하고 간단히 말하고 포크를 집어 케이크를 베어문 그녀는 더 이상의 설명을 하지 않았다. 잠시 그녀의 말을 기다리듯 바라보자 뭔가 문제가 있냐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능청스러운 그 행동에 설명을 재촉하자 곧 키득키득 웃으며 마법의 패스를 하는 식스맨의 선수가 있지만 정확한 것은 모른다고 대답했다. 시합을 보다보면 갑자기 공의 방향이 바뀌는 걸 볼 수 있다고하는데 그 것이 바로 식스맨이 해내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게 가능해?"

"가능하니까 하겠지? 하고 있기 때문에 유명 한거고."

"신기한네, 누군지 만나보고 싶다."

"네, 네. 농구 바보씨."

"농구 바보는 또 뭐야..."


나 바보 아닌데... 조금 부루퉁한 얼굴로 치즈케이크를 께작거리니 연신 키득대던 치즈루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뭐하는 짓이냐며 볼을 양손으로 잡아 당기자 바둥바둥 거리더니 아프다고 칭얼거리기 시작한다. 1달 밖에 차이나지 않지만 언제나 어른스러운 내가 가끔 어린애 같은 짓을 할때마다 동생같아서 즐겁다며 내 목을 끌어안고 언니에게 애교좀 부려달라고 칭얼대기 시작한다.
언니는 무슨, 애 같은 짓만 골라서 하면서. 살짝 이마에 딱밤을 먹이니 이래뵈도 학교에서는 여왕님으로 통한다며 으스대기 시작한다.


"본인 입으로 여왕님이래..."

"그렇게 불린다구!"

"와... 이게 소문으로만 듣던 중2병인가!"

"아니야!"


중2병이라니 무슨 소릴 하는거야! 하며 투닥투닥 날 때리기 시작했다. 놀리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건 진짜 아파서 연신 아프다고 말렸지만 그녀는 기어코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투닥거리고 나서 멈추었다. 내가 다시 키득키득더리며 페이지를 넘기자 무관의 오장과 관련된 스크랩이 나왔다. 철심 키요시 텟페이, 악동 하나미야 마코토. 여기까지는 내가 아는 사람에 대한 내용이라 왠지 반가워져서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철심이라니, 이거 고교생에게 붙을 만한 타이틀이야?"

"좀 그렇지? 실제로는 그렇게 막 어른스럽다거나 하지 않은데."

"그래? 어른스러워 보였는데. 하나미야는 악동이니까 개구진 느낌? 사진으로는 이지적인 미인같은데."

"처음에는 모범생 같았는데 지금은 그냥 재수없는 놈."

"우와..."


치즈루가 그 녀석이 제대로 너한테 밉보였구나하며 깔깔 웃는다. 그 말에 그런가? 싶긴 했지만 그 때문에 키요시가 다쳤던 일도 있고 하니 그럴만 하다.
그러고보니 미부치군도 미인이고 키요시도 훈남인데 농구실력과 외모는 비례한가 하고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며 다음 장을 넘겼다가 정말로 바보같은 생각이었음에 웃었다.


"서향쨩! 나 있지. 기적의 세대 때문에 농구 실력하고 외모가 비례하는 줄 알았다?"

"나도 방금 잠깐 그런 생각 했어."

"아, 진짜? 그런데 네부야군 실제로 보고 나서... 응... 네부야군 멋있기는 하지만..."

"남자답게 생기긴 했을 것 같아."

"에이, 그건 사진이 이상하게 찍힌거야."


본래 사람의 외모에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요즘 주변에 미형의 사람들이 보이니 나도 관심이 생기려는 모양이다.
치즈루에게 은근슬적 나도 꾸미고 다녀야 할까봐- 하고 투덜거리듯 말하니 반색하며 그럼 도쿄로 돌아가기전에 하루 날잡고 쇼핑하러 가자며 신나했다.
어디를 가서 쇼핑을 하는 것이 좋을까하고 즐거워하는 치즈루에게는 미안하지만 방금 전 그런 말을 한 것이 조금 후회된다. 친구들과 다함께 넷이서 놀때 보다도 치즈루와 단 둘이 놀 때가 더 힘든 느낌이야...

 

환상의 식스맨에 대해 알게되었다! 띠링! 경험치가 50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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