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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25-

by 깜냥이 2015. 4. 11.

우어어 현재 배경은 교토인데 교토 아닌것 같지만 교토입니다.

교토에 가고싶어요... 8ㅁ8... 교토....

 

"어머-! 이거 이쁘다!"

"역시 보는 눈이 있다니까? 그거랑 이 가디건을 걸치고 저 가방은?"

"최고네! 진짜 잘 어울릴거야!"

"어때 서향? 입고 나와봐!"

"... 치이랑 미부치군 사이 좋구나."

"레오네- 나 배고파-"


치즈루와 약속한 쇼핑가는 날, 휴일 아침부터 피곤할 텐데도 기꺼이 나와준 미부치군과 그가 함께 데려온 하야마군까지 넷이서 즐겁게 쇼핑을 하러 출발 했다... 는 것 까지는 좋았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쇼핑에 인형이 된 나는 물론 자신이 가고 싶은 곳에는 가지 못하고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하야마군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지쳐서 정신을 놓거나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반쯤 정신을 놓고 골라주는 옷을 입어보기를 반복했다. 벌써 몇벌째인지 모를 옷을 입어보고 나서야 미부치군과 치즈루가 만족한 듯이 입었던 옷들 중에 가장 괜찮았었던 것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대부분 평소에는 잘 입지 않을 살랑살랑한 시폰 원피스나 짧은 스커트와 반바지라 이걸 어쩐다 싶어 망연히 있자 치즈루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마음에 안들어?"

"아니... 너무 짧지 않아?"

"짧은가? 하야마군 짧아보였어?"

"에? 보통 아닌가? 요즘 더 짧게 입던데?"


쇼핑이 끝나간다는 것이 즐거운 듯 신나있는 하야마에게 갑작스럽게 질문을 하자 그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대답만큼은 성심성의껏 해 주었다. 그의 말에 치즈루가 그렇다니까! 하며 즐겁게 옷을 골라 카운터로 가져갔고 점원 또한 즐겁게 계산을 진행하고 있었다. 점점 커지는 숫자에 불안해 하는 나와는 달리 길어지는 영수증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치즈루는 모든 옷 값을 카드로 긁고는 옷 봉투를 들고 즐겁게 그 곳을 빠져나왔다.


"잠깐, 치즈루! 그 큰 금액을 다 결제하면 어떡해!"

"괜찮아! 오빠가 우리 서향쨩 옷 산다니까 기꺼이 내어준 오빠카드니까! 금액 정해둔 한도 안에서만 써야해. 넘어가면내 용돈에서 깎이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있지, 우리 저기 들렸다가자. 응?"

"저기? 어디?"


결제 문제로 치즈루와 내가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하자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하야마가 가려던 길의 반대편에 위치한 가게를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그곳에는 제법 큰 규모의 스포츠 용품점이 있었다. 운동부 매니저도 아니면서 이런 곳에 흥미가 많은 치즈루는 선뜻 가자고 하려다가 내 눈치를 살폈다. 스포츠 용품점 정도야 뭐, 어께를 으쓱해보이고 그에 함께 가자 말하니 신이나서 냉큼 뛰어가 버린다.
그런 그를 보며 어휴 저 코카 같은 놈... 하고 중얼거린 치즈루가 천천히 앞장섰고 나와 미부치는 나란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이름이 뱌쿠... 였던가? 발음 힘드네..."

"미안, 그렇게 부르면 못알아 들어. 외가 어른들은 진쵸우라고 부르시는데 발음 힘들면 그렇게 불러도 상관 없어."

"정말? 진쵸우쨩이라고 불러도 괜찮을까?"

"응, 편한대로."

"어라- 둘이 벌써 요비스테하는거야?"

"어머, 치즈루쨩- 질투하는 거야?"


역시나 이름을 부르기 힘들어하는 미부치에게 아예 외가에서 쓰는 이름을 알려주자 치즈루가 중간에 불쑥 끼어들었다. 장난기 가득한 미소에 미부치는 적당히 받아치며 그녀의 장난에 어울려주었고 나는 그저 키득키득 웃어주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하야마는 이미 자신이 필요한 것이 있는 곳으로 가버렸는지 잘 눈에 띄지 않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것으로 보아 그쪽으로 올라간 것 일 수도 있을 것이다.
1층에는 리스트 밴드같은 보호용구나 바벨같은 것들이 구비되어있고 프로틴 같은 보조제 또한 함께 구비되어 있었다. 안내도를 보아하니 2층은 신발과 의류, 가방이나 공 같은 것이 있는 모양이다. 미부치는 하야마를 찾아 2층으로 올라갔고 나는 1층에서 리스트 밴드를 몇가지 보다가 치즈루와 함께 2층으로 향했다.


"농구화 보고 있어?"

"엉- 슬슬 다시 사야 할 것 같아서!"

"진쵸우쨩은 어떤 모델 신어? 나는 이거."

"그거 전 주장이 신었던 건데. 난 이쪽에 이거."

"어머! 그것도 괜찮다!"

"그렇지? 발도 편해서 이것만 신었어."


여성용인데 미부치 정도의 발 사이즈가 나오는 걸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가도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져와 지금쯤 신발장 한쪽 구석에 놓여있을 농구화와 같은 모델을 잠시 바라보다가 하야마가 자신의 사이즈에 맞는 농구화를 집어 들자마자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다 골랐는데 더 필요한 것이 더 있느냐 묻는 그에게 딱이 없다고 대답하며 그를 따라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계단 위에서는 가게가 한눈에 보여 슬적 둘러보며 내려가다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이 있어 바로 그것을 찾아 집어들었다. 물온 이 것을 당장 내가 쓸 것은 아니고 나는 잘 쓰지 않는 종류이기 때문에 잠시 고민 했다가 사기로 결정했다. 계산 후 가게 밖의 모두와 합류하자 슬적 내 곁으로 다가와 내가 산 것을 확인한 치즈루가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 표정의 의미를 어렴풋이 짐작한 나는 그녀에게 그저 왜 그러냐는 듯이 평소같은 표정을 지어주었다.


"이제 배고파- 뭐 먹으러 가자. 마지바라던가."

"여기까지 와서 마지바라니? 저쪽에 맛있는 가게 찾아뒀으니 가자."

"오오, 어떤 가게인데?"


다행이도 먹는 주제로 분위기를 바꾸어준 하야마 덕에 치즈루는 다시 그에게로 다가가 음식점을 향해 안내하듯 앞장섰다. 신나서 따라간 그곳은 어느 작은 규모의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친구들과 자주 오던 가게라고 한다. 흔한 체인점이 아니라 독특한 메뉴도 많다는 이야기에 살펴보니 확실히 그렇긴 했다.
운동하는 남고생 답게 스테이크 정식을 주문한 하야마와 얌전하게 크림스파게티를 주문한 미부치, 패기롭게 신상 메뉴를 주문한 치즈루와 익숙한 치즈 오븐 스파게티를 주문한 나. 각각의 특성에 맞게 주문을 마친 우리는 잠시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 몰라 조용히 입을 다물고 음식을 기다렸다.


"그러고보니 너는 왜 일본에 왔어?"

"사정이 있어서."

"으음?"

"음... 비밀?"

"에에- 그럼 어째서 치즈루쨩이 있는 라쿠잔이 아니라 도쿄야?"

"혼자서 적응하고 싶었거든. 아무래도 치즈루랑 있으면 조금 많이 기대게 될테니까."

"그렇구나. 치즈루쨩 의외로 과보호 하는 경향이 있는건가?"


조용한 분위기를 이기지 못한 하야마가 내게 관심을 보이며 이것저것 질문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곤란한 질문에 슬그머니 넘기자 그는 딱히 다시 캐묻거나 하지는 않았다. 몇가지 더 이어지는 그의 질문에 착실하게 대답해 주고 있으니 어느새 요리가 준비되어 테이블에 올려졌다. 상당히 배가 고팠는지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하는 하야마와 얌전히 포크를 집어든 우리 세사람은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가 조용히 식사를 시작했다.
평범한 토마토 소스인데도 흔히 먹는 그런 소스와는 조금 다른 느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는데 엄청 맛있다.


"어때? 괜찮지?"

"응, 맛있어!"

"이 크림 파스타, 느끼하지도 않고 괜찮은데?"

"완전 만족! 응! 응!"


치즈루의 질문에 침착히 대답한 우리 둘과는 다르게 하야마는 먹을 것이 들어가 기분이 좋아졌는지 신이나서 대답을 해왔다. 그 모습에 내가 키득거리며 웃으니 그가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사람을 보고 웃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 그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라라 여기며 헛기침을 한번 하고 슬그머니 사과를 건넸다.


"에, 아니. 그렇게 웃을 줄도 아는구나 했지."

"무슨 뜻이야?"

"계속 웃고는 있는데 웃지 않는 것 같았어. 치즈루쨩의 사촌이 맞는걸까 까지 생각 했었는데."


순간 무언가가 강하게 내 뒤통수를 후려친 기분이었다. 자신의 말에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자 자신이 말 실수를 한 것이라 생각했는지 모두의 눈치를 살살 살폈다. 그 모습이 주인에게 혼날까봐 불안해하는 강아지 같아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다. 미부치는 물론 치즈루 조차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라 분우기를 쇄신하려 방금 하야마를 보고 웃었을 때 처럼 키득키득 웃었다.


"뭘 그렇게 걱정하고 있는거야? 그냥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살짝 감기 기운이 있어서 기분이 별로였던 것 뿐이야."

"에에? 그럼 진작에 말하지!"

"네가 오늘만을 고대하고 있었잖아. 모두에게 걱정 끼치기 싫었을 뿐인데 오히려 걱정을 끼쳐서 미안."

"아. 아냐, 아냐! 나 너무 말을 막해서 미안..."

"아냐, 혹시 내가 웃어서 기분 나쁘거나 한건 아니지?"

"아냐! 응! 역시 치즈루쨩 처럼 이쁘다고 생각했어."

"어머나! 칭찬 고마워."


다시 화기애애해진 분위기 속에서 함께 웃으면서도 나는 사실 조금 마음 한켠이 불편해졌다. 나는 오늘 처음 본 사람이 눈치 챌 정도로 나는 지금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라는 것을 티를 내고 다니는 걸까? 오래 만나지 않은 미부치나 심지어 오늘 처음 만난 하야마까지 알아차릴 정도로?
교내 농구선수인 미부치와 하야마를 불러도 괜찮으냐 물었던 치즈루에게 기꺼이 그러라 말한 것은 자신 이었으면서도 그들이 부러워 괴로울 정도라는 것을 그렇게까지 티를 냈다고 생각하지는 않은데.
또 다시 그들이 걱정할까 나는 다시 즐겁게 웃었다. 그렇게 걱정할 정도까지 괴롭지 않아. 그래도 지금은 하루 하루 즐겁게 지내고 있으니까.

 

저에게 하라는 비글찡이고 하야마는 코카로(오타아님) 입니다 ㅇㅂㅇ! 3대 지라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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