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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22- [1학년 여름방학]

by 깜냥이 2015. 3. 22.

류엘언니 있는데 이런 말 하면 안되지만 여러분 몸 관리는 어릴때 부터 해야하는 겁니다 (죽어감)

거의 일주일 내내 고생을 했더니 아주 죽을 맛 이네요 8ㅁ8 건강 조심하세요....

하나미야를 괴롭혀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좀 지나면 키리사키즈 6명 전부 영고 상태일 겁니다 ㅇㅂㅇ 왜 6명이냐 하면 세토로 바뀌기 전에 센터를 하던 지난 번에 등장한 마츠모토군도 니까요!! 대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도 안나도 등장도 적은데 여기서라도 분량을 많이 챙겨가야죠... 그 분량이 고통일지라도....

 

 

사고가 있던 다음 날, 그 사건은 음주 운전으로 인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하필이면 그 때 교복을 입고 있었던 탓에 그 사고로 인해 다칠뻔 했던 것이 우리 학교 여학생이며, 그녀를 구한 것이 하라 녀석이라는 소문이 교내에 퍼져 그는 의도치 않게 영웅취급을 받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여학생이 누구인지에 대한 것은 소문이 퍼지지 않아 나는 그나마 조용하게 지낼 수 있었다. 하라는 굳이 나에 대한 것을 언급하지 않았고 나 또한 나라고 알리지 않으니 다들 그 여학생에 대한 추측이 난무했다. 구해진 것에대한 보답으로 하라와 사귀고 있을 것이다. 같은 말도 안되는 갖가지 추측들에 당사자인 나는 그저 우습기만 했다.


"하나미야군이랑 무슨 일 있어?"

"아니, 없는데? 왜?"

"자꾸 처다보는 것 같았는데, 아닌가?"

"창문 밖을 보려던 거겠지."


그리고 사고가 나기 바로 조금 전에 만났던 하나미야는 그저 나를 가끔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버릴 뿐 소문에 대한 것이나 그 건널목에 있던 것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대신 날 너무 처다보는 바람에 미오가 이상히 여겨 내게 물어볼 정도라는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내 대답에 만족하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수긍은 했는지 두어번 고개를 끄덕였다.
내 책상에 앉아 발을 흔들고 있던 히마리가 미오와 나를 바라만 보고 있다가 교실 분위기를 둘러보더니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곧 방학이라 심심했는데 큰 사고가 생겨서 여기저기 시끄럽네."

"좋은 일 이라기에도 안 좋은 일 이라기에도 애매하지?"

"근데 서향쨩 이번 방학에 집에 돌아가?"

"아니, 이번엔 안 가려고. 지난번에 엄마 다녀가셨으니까. 대신 외가에 좀 다녀올까 생각중이야."

"외가? 어디인데?"

"교토, 가는 김에 관광도 할까봐."


방학이 얼마 안남은 시점 이다보니 진도를 나가고 있는 수업이 얼마 없고 아이들이 심심함에 몸부림 치고 있던 와중에 이슈가 될 만한 사건이 하나 터짐으로 대부분의 아이들이 흥분상태다. 하지만 우리는 평화로운 대화를 하는 것이 이롭다 여겨 방학에 뭘 할까 정도의 주제를 정했다. 외가인 교토로 가는 나, 별장에 간다는 코하네, 가족 여행이 예정되어있는 히마리, 학원에 다니는 미오는 각각 시간이 되는 날짜를 종합해 넷이서 어딘가 놀러간는 것이 좋겠다며 각각 가고싶은 곳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일본의 관광지 같은 것을 잘 모르는 나는 일단 셋이 가고 싶은 곳을 골라오고 내게 설명을 해오면 최종 결정을 내가 하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교토에 대충 2주 정도? 있을 것 같은데."

"그래? 언제 가는데?"

"방학하고 삼일 뒤에. 집안 정리도 하고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럼 나 가족 여행 둘째 주니까, 셋째 주 쯤이 좋을까?"

"나 학원 방학이 언제인지 보고 정하자. 오늘 알려준댔어."


아이들이 어디로 갈까에 대한 것으로 주제를 바꾸고 나는 다른 생각에 빠졌다. 교토는 외가 외에는 가본 일이 없는데다 몇년 만에 가는 거라 역에서 제대로 찾아 갈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네... 누가 마중 나오지 않으려나. 막연하게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같은 생각을 하며 아이들의 대화에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그러고보니 하라는 아이들에게 시달려서 내게 달려온다거나 하는 일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어찌 되었든 그에게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해서 보답은 해야할 테니까.
하지만 그는 언제나 인파에 둘러싸여 있었고 얼마 안 남았던 방학은 빠르게 다가왔다.

어제 방학식을 해서 이제 방학이다! 신난다! 하며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놓고 아침에 운동을 다녀와서 씻은 뒤 자연스럽게 교복을 입고 있었다. 블라우스를 반쯤 걸치고 있다가 방학 임을 깨닫고 괜히 민망해져서 다시 벗은 교복을 빨래통에 던져 넣었다.


"어떻게 그렇게 놀아놓고 방학인걸 잊어버릴 수가 있지..."


방학식이 끝나고 아이들과 밥먹고 쇼핑갔다가 오락실에도 가고 노래방에도 갔다가 저녁까지 먹고서 저녁 늦게 집에 돌아와 놓고... 밥을 먹기 위해 국을 데우고 있던 가스 불을 끄고 도시락 통을 정리해 찬장에 다시 넣었다.
일단 2주간의 외박을 위해 냉장고 안의 신선도가 걱정되는 것들 위주로 먹어치워야 한다. 다행이도 냉장고 안에는 시험기간 부터 밥 해먹기 귀찮아 외식을 자주 했던 덕에 많은 양의 식재료가 들어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쪽에 쌓인 쓰레기는 미리미리 버리고 가져갈 짐도 챙겨야 할 것이다. 이것 저것 생각하다보니 귀찮다. 오늘은 여유롭게 청소만 할까 하고 생각하니 괜히 주전부리가 끌린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어차피 점심을 먹고 나서부터 치워도 세 시간이면 온 집안 구석구석을 다 쓸고 닦고도 남을 테니 여유를 부려도 될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지갑을 챙겨들고 바로 밖으로 나왔다.


"어서오세요."


편의점에 들어서자 시원한 바람과 함께 자그마한 알바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마이우봉부터 포카칩 같은 것들이 진열된 곳을 한번 둘러보고 무얼 먹을까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오늘 내일 먹을 정도의 적은 양을 사야하다보니 좀 심각하게 고민해야했다. 단것으로 초코칩 과자와 짠것으로 포카칩을 집어들고 음료 코너로 가니 바로 눈에 들어온 밀크티가 급 끌려서 고민 없이 바로 꺼내 들었다.


"시원하니까 나가기 싫다..."

"네?"

"아, 아뇨. 혼잣말 이에요."


아무 생각 없이 입 밖으로 내어버린 한국어에 알바생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가 내 어색한 미소에 같이 미소 짓는다. 고등학생 이었던 것 같은데 유학생이신가 봐요? 하고 묻는 알바생은 분명 학기중 가끔 등굣길에 올때마다 봤던 얼굴이다. 기억하고 계시네요? 하고 물으니 키가 커서 기억하게 된다 라고 답했다. 그렇게 큰 키던가? 평균 이상이기는 하지만 농구를 했던 것 치고는 작은 편인 내 키는 생각해보니 일본인 평균보다 한참 큰 키다.


"모국어가 익숙하니 혼잣말로 나올 때가 있나봐요? 주의하는 게 좋아요. 싫어하는 사람 많으니까."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그녀는 평소에 잘 하지 않을 얼굴 가득한 미소에 손인사까지 곁들여 인사를 해 주었다. 꽤 친절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침엔 수줍음 많은 여자 알바생이라 말이 들릴락 말락했고 저녁에 보는 남자 알바생은 꽤 무뚝뚝해서 되도록이면 안 가고 있었는데, 이젠 여자 알바생이 수줍어 하지 않을테니 오전 중에 가야겠다.

시원한 밀크티를 조금씩 아껴 마시며 걸으니 그리 덥게 느껴지지 않았고 과자가 담긴 봉투를 흔들며 흥겹게 콧노래를 부르며 골목으로 들어섰다. 집으로 가는 방향에는 보일 수 밖에 없는 농구 코트, 이제 대낮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긴 하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인지 농구 코트는 여전히 조용했다. 슬그머니 안을 들여다보니 바닥을 구르는 작은 농구공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안쪽에 있는 벤치에 짐을 잠시 올려두고 농구공에 가까이가니 확실히 크기가 작았다. 초등학생때 쓰던 핸드볼보다 조금 큰 공을 집어드니 농구공 같지 않은 느낌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농구공이다 라고 인식한 것 때문인지 천천히 올라오는 감정에 자세도 지대로 잡히지 않은 채로 슛을 던졌다. 그리고 역시나 공은 링을 맞고 튀어나가 벤치 근처의 수풀로 들어가버렸다.
천천히 그 자리이 쪼그려앉아 무릎을 안고 고개를 묻었다. 그냥 기분이 좋은 채로 집으로 돌아갔음 될 것을. 뭣하러 굳이 이리로 들어와서는... 하필 공이 굴러다녔을건 뭐람. 있는 대로 투덜거려보지만 가라앉은 감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벤치에 있는 짐을 낚아채듯 들고 잰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미지근해진 밀크티는 더 이상 기분을 좋게해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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