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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19-

by 깜냥이 2015. 3. 4.

근데 쓰다보니 이제 이번주로 20회네요 스토리 진행이 느린걸까 생각되네요

3년 스토리인데 20회에 지금 기말 고사 기간이니 7월이나 됬으려나...? 느려!! 8ㅁ8!!!!

 

아이들에게 그런 거짓말을 한 탓일까 아니면 무의식 중에 내 몸 상태를 이야기 한 걸까. 실제로 병원 진단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주 나쁜 곳은 아니었고 말 그대로 '좋지는 않다.'의 정도.



"요즘도 운동 하나?"

"아침 조깅으로 주변을 두 바퀴 정도요."

"한 바퀴로 해. 뛰는 것 보다 걷는 것으로 하고."

"네..."


검진을 오는 병원은 외사촌 오빠가 있는 병원이다. 주치의도 오빠가 해준다기에 엄마가 연락했겠구나 하는 생각은 했는데 다짜고짜 연락해서 해달라 해서 엄청 놀랐다는 이야기에 괜히 미안했다. 죄송하다 사과를 하니 오빠는 어차피 돈 받고 하는건데 뭐 어떠냐는 식이다. 오히려 내가 다쳤다는 말에 더 놀랐다는 식이다. 아마 내가 선수로써 건강 관리에 신경을 쓰는 편이라 스타팅으로 선발되자마자 오빠에게 연락해 부상 방지나 응급 처치 같은 것을 물어보곤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키리사키였나?"

"네, 친구도 많이 사귀었고. 좋아요."

"다행이네, 곧 방학일텐데 방학하면 본... 아니 외가에도 다녀와. 할머니께서 선물 사두셨대."

"선물요?"


컴퓨터로 차트를 작성하던 오빠는 시선을 그것에 집중 한 채로 이것저것 말을 걸었다. 세심하지만 성격이 무뚝뚝해 표현을 잘 못하는 오빠이니, 무언가 말 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돌려 말하는 것을 못해서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해대는 것임을 잘 아는 나는 그저 그 말에 적절히 대답하며 하고 싶은 말을 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것이 정답이었는 듯 곧 나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농구는, 아직도 무섭고?"

"조금... 조금요. 이번에 친구 시합하는 것도 보고 오기도 했는걸?"

"그럼 나아지고 있는건가? 정신과 전문의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맞다면 다행이네."


계속 뭔가 기분이 좋지 않은지 뚱한 표정을 하고 있던 오빠의 얼굴에 옅게나마 미소가 떠올랐다. 내가 알아듣기 쉽게 간단한 단어로 근육을 마사지 하는 법을 설명하며 천천히 시범을 보였다. 저녁마다 하라는 말을 끝으로 진료가 끝나자 내 머리를 톡톡 두어번 두드리고 날 데리고 진료실을 나왔다. 생활비와 병원비가 들은 카드로 진료비를 결제를 하고 마침 원장실에 계시는 이모부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가 진료비 만큼 용돈을 받아 나오자 오빠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날 바라보았다. 왜 그러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 거리자 괜히 내 머리를 우악스럽게 헝클어대고는 자신의 진찰실로 쏙 드러가버렸다.
왜 저래.


"오빠! 나 가요!"

"어-"


진찰실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여전히 딱딱했지만 기분이 상했다던가 하는 기색은 없어 간호사 언니들의 배웅을 받으며 병원을 나왔다.
큰 이상은 없음! 그래도 운동은 아직 무리라네. 이렇게 메일을 적어두고 잠시 더 뭔가 더 적을 것 없나 잠시 생각 했다가 전송을 눌렀다. 보내진 것을 확인하고 주머니에 넣으려 하니 그새 답장이 와서 확인 해 보니 짧게 진짜로? 라는 메일이 와 있었다. 그에 진짜. 라고 답장을 보내니 곧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진짜 이상 없어?

"그렇다니까. 아직 과한 운동은 무리인건 그대로지만."

-다행이다... 걱정했는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듯 중얼거린 그녀의 목소리에 키득키득 웃자 웃지말라며 투덜거려댄다. 그래서 지금 뭐해? 하고 귀엽게 물어보는 그녀에게 집에 가는 길이라 말하자 그렇구나- 하고 대답이 돌아왔다. 그녀의 반응에 연신 키득거리자 뭐가 웃기냐며 부루퉁한 목소리를 내었다.


"지금 공부하기 싫지?"

-어라, 들켰네.

"그럼 나 버스 탈 때 까지 전화 통화 할까?"

-그러면! 함수 y는 x분의 3, x는 0보다 클 때...

"잠깐! 전화하면서 공부하지마!"


와아 수학 싫다! 꺅꺅거리며 통화를 하다가 저 멀리서 내가 타야하는 버스가 보여 일단 통화를 종료했다. 버스에 타고 나서도 문자로 계속 문제를 보내며 풀어달라 하는 코하네 탓에 종이가 없어 못 푼다고 한참 실랑이를 벌였다. 집에 도착하고 나서도 계속된 문자에 하마터면 문 옆의 벽으로 집 안에 들어가려 할 뻔 했다. 내가 해놓고도 우스워서 키득거리며 코하네에게 보고하자 바-보- 라는 두 글자가 돌아왔다. 너무하다며 칭얼대듯 답장하니 그래 서향은 바보였구나. 하며 장난을 쳐댔다.


"너무하네- 그럴수도 있지."


키득키득 그녀의 문자에 답장을 보내고 핸드폰을 침대에 던져두었다. 그러고보니 운동 금지라고는 했는데 스트레칭도 하면 안되는건 아니겠지? 병원 이외에 들른 곳 없이 외출을 끝내버렸더니 더 나가있고 싶은 마음을 주체하지못해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조금 공부하다가 집중이 흐트러지면 산책이나 다녀와야지 하는 생각으로 책상에 앉았다.

딴 생각으로 집중이 힘들지 않을까 했지만 의외로 집중이 잘 되었다. 한참 몰두해서 현대 문학과 고전 문학의 정리를 모두 끝내고나니 어느 새 5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럼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침대에 던져주었던 핸드폰에는 코하네에게서 문자가 몇통 와 있어 적당히 답장을 보내놓고 부엌으로 향했다. 밥 해먹기 귀찮다- 따위의 생각을 하며 냉장고의 문을 여니 적당한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장은 어제 봐둔 터라 냉장고가 비어있지는 않았지만. 결국 외식을 결정하고 핸드폰과 지갑만을 챙긴 채 집을 나섰다.


"어서오세요-"

"어서오세요- 에? 서향!"


그다지 크지 않은 규모의 가게에 들어서자 작은 종이 울리며 주방에서 먼저 인사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서빙을 하던 종업원이 들고 있던 그릇을 내려놓고 나를 바라보더니 나를 보고 이름을 부르며 쪼르르 달려왔다.


"웬일이야? 저녁은 외식하려고?"

"응- 미오는 여기서 뭐해? 바이트(バイト:알바)?"

"여기 삼촌 가게, 가끔 와서 일손 돕고 그래. 자! 서 있지 말고 이쪽으로 앉아."

"응, 응."


주방이 들여다보이는 바 형식의 테이블의 한쪽에 자리를 잡아준 미오가 메뉴판을 가져다 주고는 몇가지 추천 메뉴를 가르쳐 주었다. 느긋하게 메뉴를 살피다가 여기저기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미오를 돌아보았다. 학교에서의 다른 학생들이나 선생님 앞에서의 모범생 적인 모습이 아닌 우리와 함께일 때 간간히 보이는 활발한 모습이라 보기 좋다는 생각을 문득 할 즈음 내 앞으로 챠슈 몇 조각이 담긴 작은 접시가 놓여졌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다가 들고 있던 매뉴판을 내려두고 접시를 내려놓은 사람을 올려다 보았다.


"그래, 미오 친구라고?"

"네, 백 서향입니다."

"그래. 한국인 유학생이라고 들었는데, 혼자 산다며? 밥 해먹기 힘들텐데 자주 와. 서비스도 줄테니까!"


순한 인상의 중년 남자분은 모습 그대로 순하고 친절하게 나를 대해주었다. 가끔 길을 가다가도 완벽하지 않은 발음 때문에 외국인, 그것도 한국인이라는 눈총을 받곤 했는데 그런 것 없이 그저 조카의 친구를 대하듯 온화한 모습에 나도 그러겠다 라고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면서 내 이름의 발음이 어렵다며 미오가 왜 그토록 등교 전에 발음을 연습해대는지 이해가 간다며 웃으셨고 그걸 들은 미오가 얼굴이 빨개져서는 우아아 하며 달려들었다.


"삼촌!"

"요즘에도 그래요?"

"그렇다지. 처음엔 아침부터 웬 주문을 외우나 했어."

"삼촌 그마안!"


울상이 된 미오를 보며 한참 키득거리던 우리는 미오가 그만 하고 밥이나 먹으라며 성을 내는 바람에 나는 주문을 하고 미오의 삼촌은 조리대로 향하셨다. 밥이 나올 때까지 단무지를 조금씩 먹다가 눈에 들어온 차슈 한 조각을 입에 넣으니 많이 짜지도 않고 담백한 맛이 마음에 들어 다음에 오면 차슈로 먹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잠시 기다리자 주문한 오야코동이 나와 감사합니다. 하고 웃어보이고 수저를 들었다. 챠슈와 함께 먹으니 왜 이리 맛있는지. 양이 조금 많아 다 먹을 수 있을까 생각했더니만 오히려 배는 부른데 더 먹고싶어졌다. 꼭 다시 와서 챠슈 돈부리를 먹어야지 하고 다짐하며 계산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섯다.


"맛있지?"

"너무 맛있어! 다음에 꼭 다시 와야겠어."

"꼭 와! 나, 이 시간에는 늘 있으니까."

"응, 그럼 월요일에 보자!"

"응! 그때 봐!"


미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주방에서 빼꼼히 머리를 내미신 삼촌분께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린 뒤 배가 불러서 조금 둔해진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한참을 걸었는대도 둔한 걸음에 아무래도 조금 멀리 돌아서 조금 소화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농구 코트가 보이는 갈림길에서 멈춰섰다. 이 골목에서 농구 코트쪽으로 직진하면 빙글 돌아서 가겠지. 하고 걸음을 내딛으려던 찰나 농구 코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키요시를 떠올리고 설마 하면서도 성큼성큼 걸어서 무작정 농구 코트의 문 앞에 섰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안으로 보이는 인영은 키요시보다 작은 체구였기에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키요시가 아니었네. 하고 뒤돌아 집으로 가려던 찰나 안을 들여가보느라 문을 붙들고 있던 손이 힘없이 떨어지며 펜스를 쳐서 차강! 하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하? 거기 누구야?"


안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대답을 해야하나 도망가야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을 때 안에 있던 사람이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나를 알아보고 내가 도망가기 전에 펜스의 문을 열고 나왔다. 결국 들킨거 뻔뻔하게 나가자고 생각하며 웃는 얼굴로 그를 마주보았다.


"늦은 시간까지 열심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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