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21

by 깜냥이 2015. 3. 15.

어제 올리려 했는데 티스토리가 계속 반항하는 바람에...8ㅁ8...

하나미야는 조오그음 더 욕 먹을 것 같네요...

 하지만 성격이나 설정이 그렇다보니... 제가 손을 댈 수 없는 부분도 쪼끔 있네용 하하하....;;;

 

그의 말 이후, 우리는 서점 근처의 마지바에 도착할 때 가지 단 한마디도 없이 침묵을 유지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나를 데리고 줄에 서서 주문 차례를 기다렸고 나는 어안이 벙벙해진 상태로 그의 뒤에 나란히 서 있어야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의 앞 사람이 주문을 하고 있어 무얼 주문해야하나 열렬히 고민을 해야 했다.



"데리야끼 버거와 치즈 버거, 어느 것으로 하시겠습니까?"

"아? 어.... 치즈 버거?"

"네, 그럼 치즈버거로..."


햄버거는 잘 먹지 않아 뭐가 뭔지  메뉴는 왜 저리 많은지 혼란스러워하던 도중 남학생이 두가지 메뉴로 제한해 주었다. 일단 한국에서도 흔히 듣는 이름으로 고르긴 했는데 치즈버거가 얼마지? 내가 메뉴를 살피는 동안 그가 주문을 마치더니 나를 음식을 받는 대기줄로 끌어당겼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 얻어먹기가 미안해서 메뉴판에서 치즈버거의 가격을 찾아 그에게 건네려고 하자 그가 고개를 저었다.


"바닐라 쉐이크와 버거를 사야 할인이 되는 쿠폰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래도, 무료가 아니라 할인 인거잖아?"

"고집이 강하시네요."

"그런 말 많이 들어."


끈질긴 내 말에 그는 이내 항복이라는 듯 손을 살짝 들어보이며 내게 고집이 강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에 살짝 어께를 으쓱하며 대꾸하자 그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나 곧 자신도 한 고집 한다며 단호히 내 돈을 거부하고 나온 음식을 들고 유유히 빈 자리로 향했다. 그런 그를 따라가면서도 이래도 괜찮은가 생각했지만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 에라 모르겠다하고 같이 마주보고 앉았다.


"그보다,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의도하지 않게 계속 말을 편히 해버렸는데, 괜찮은가?"

"이제와서이지만, 고등학생이시죠? 저번에 보셨듯이 저는 테이코 학생 입니다."

"미안, 학교 이름을 말해도 몰라. 유학생이라서."

"아... 중학생입니다. 3학년의 쿠로코 테츠야라고 합니다."

"그랬구나. 나는 키리사키 고 1학년, 백서향인데, 발음이 힘드니 적당히 불러도 괜찮아."


그는 내가 초면부터 말을 놓은 것에대해 당연히 여기는 듯 했다. 저번에 후루하시에게 들었던 그 기적의 세대인가 뭔가하는 녀석들이 있는 곳이 테.. 뭐 중학교였다는 것은 기억 했는데 내가 흘려듣는 바람에 알아보지 못했던 모양이다. 자신의 이름을 쿠로코라고 소개한 그는 조용히 바닐라쉐이크 만을 먹으며 본래 메인 메뉴였을 햄버거는 내 몫으로 내밀었다. 언제 주문했는지 모를 내 몫의 음료와 함께.
쿠폰의 내용은 햄버거 세트의 음료를 바닐라 쉐이크로 바꿔서 할인까지 해주는 것으로. 기한이 오늘까지라 어쩔까 고민을 하다 날 보고는 마침 잘되었다고 생각해서 억지로 끌고오듯 데려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개를 숙여 사죄를 하는 그를 보며 햄버거를 사주기까지 했는데 그런 사죄를 할 필요는 없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고보니 뱌쿠상은..."

"아니, 미안하지만 서향으로 불러줘. 그런 호칭은 어색해서..."

"그럼 서향상, 지난번에 그 학생수첩은..."

"아, 그거? 잘 전해줬어. 걱정하지마."


제법 발음을 정확히 구하사는 그를 보고 잠시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가 이어지는 말에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고보니 그때 함께있던 여자아이는 매니저? 여자 친구? 내가 그에게 말을 걸었을때의 시선을 생각하면 여자 친구 이려나? 근데 쿠폰을 굳이 나와 함께 먹는건? 헤어졌나?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에게 전지시 물어보니 여자 친구는 아니고 매니저였다는 모양이다. 그에 그렇구나-하고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니 그가 지긋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에내가 같이 마주보자 바닐라 쉐이크를 다시 입에 가져가며 강하시네요. 하고 대꾸 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우리는 잠시 대화가 끊기고 서로 먹는 것에 집중을 했다. 식사가 끝난 뒤 나는 막무가내로 그에게 내 연락처를 쥐어주었다. 손에 라인 ID와 메일 주소가 적힌 종이를 보고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나를 비라보았다.


"얻어먹고 끝낼 수는 없지. 다음엔 절대로 내가 사줄테니까."

"... 네."

"꼭 연락 해야해? 얻어먹고 싶다거나 하는 것 말고 선배의 조언이 필요한 일이 있을때도 연락해도 좋아."

"선배의 조언... 입니까?"

"3학년이면 최고 학년이잖아? 가끔 다른 사람에게 기대려고 해도 어른이나 동년배들 뿐이니까."


내가 그랬고, 선배들도 그랬고 지금 후배들도 그러하니까. 필시 쿠로코도 그러리라고 생각했다. 무표정의,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없는 아이지만, 분명 뭔가 아픔이 있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긋웃으며 선심쓰는 듯이 이야기 하니 그가 다시 옅게 미소를 지었다. 꼭 연락하겠습니다. 라는 대답을 듣고 나서 꼭 해달라고 다시 확답을 받고 그럼 다음에 보자며 우리는 헤어졌다.
오랜만에 먹은 햄버거가 맛있다. 이거 우리 학교 근처에도 있던데 가끔 먹으러 갈까?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집을 향해 타박타박 걷고있으니 저 멀리 쓸데없이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 쳇."

"어머, 안녕? 그러고보니 이제 부활동이 끝날 시간이구나."

"어, 시끄러."


능청스러운 내 태도에 안 그래도 인상을 쓰고 있던 그는 더 인상을 구겼다. 어머, 험악한 얼굴이네. 하며 키득거리자 그가 다시 혀를 차며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혼자 화내며 가버리는 그를  한번 슬적 뒤돌아 보고 옅게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집으로 향하는 신호를 건너려던 그 때, 갑작스럽게 내 몸이 뒤로 당겨지며 시야가 거칠게 흔들렸다. 그리고 자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 나는 째지는 굉음이 들려오면서 내 몸은 누군가에게 감싸진 채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간신히 정신 차리고 내가 본래 서 있던 자리를 보니 검은 승용차 한대가 인도로 돌진 해, 신호등을 들이받은 채로 앞부분이 완전히 박살이 나 있었다. 순간 저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면... 같은 생각에 온몸에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서향쨩 괜찮아? 다친데는? 괜찮은거야?"

"아, 응. 괜찮아. 그보다 너는? 선수면서 몸을 그렇게 험하게 다루면..."

"중요한게 나인 건 아니잖아! 서향쨩 차에 치일뻔 했다고! 저 기둥 꼴 날 뻔 한거야!"

"응... 알아, 고마워. 하라군."


나도 모르게 선수인 그의 몸 상태를 더욱 걱정했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게되어 잠시 당황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데도 나는 지금 걱정을 하고있다 라는 감정이 격렬하게 느껴져서 그를 보며 베시시 웃어보였다. 난 괜찮아. 네 덕에 다치지 않았어. 라는 말을 하고 나서야 그는 내가 어딘가 다친 곳은 없는지 여기저기를 살피는 행동을 그만 두었다. 어느 새 누군가 신고를 한 모양인지 경찰이 나타나 사고를 낸 차량을 치우고 운전자를 연행해 가는 등의 일을 하다가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간단한 상황 설명을 하라가 전부 마친 뒤 나는 그를 데리고 곧장 이모부의 병원으로 달려갔다.


"무슨 일이야? 어... 음. 그 옆의 친구는?"

"사고가 날 뻔 한걸 도와줬는데 다쳤을까봐. 오빠가 좀 봐줘요."

"사고? 무슨 사고!"

"오빠! 쉿!"


다행이도 이모부는 외진으로 병원에 안 계셨기에 하마터면 집안 어른들에게 사고의 일이 전해지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 그랬다가는 교토에 있는 학교로 강제 전학이 되었을 지도 몰라... 오빠에게도 입단속을 단단히 해두고 나서 다친 하라를 진찰실로 밀어넣었다.
오빠는 천천히 하라의 사태를 확인해 주었고, 그는 가벼운 찰과상 이외의 부상은 없는 것으로 진단 되었다. 하라는 경찰에 사건 진술은 자신이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며 먼저 돌아갔고 나는 병원에 남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설명을 해야했다.


"본가 어른들에게 말은 안하더라도, 이모한테는 이야기 하는데 좋을텐데."

"안 그래도 혼자 일본에 있어서 엄마 걱정 많으셔. 절대 안돼, 알았지? 오빠만 믿을게요."


오빠만 믿는다는 말은 의지 할 곳이 오빠 뿐이라는 말도 되지만 엄마가 알게되면 전부 오빠 탓이라는 말도 성립된다. 그것을 알아차린 오빠는 간호사들에게도 적당히 둘러대며 나에게 퇴근 할 때까지 기다리라 말했다. 조금 뒤 간호사 언니들이 먼저 퇴근을 하고 이어서 오빠가 가방을 챙겨 나왔다. 혹시 모르니 진찰실과 가방을 한번 더 체크한 오빠는 나를 데리고 병원을 나와 문 단속까지 확인 한 뒤, 차 조수석에 나를 태우고 운전대에 앉았다. 그리고 한참 말이 없던 오빠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학교에서... 한국인이라고 괴롭히는 녀석은 없고?"

"있었는데, 친구들이 해결해줬어요."

"그거 말고는 아무 일 없는건가?"

"있다면 있는데, 나름대로 해결 중이니까 걱정 마요."


마지막 말에 방긋 웃어보이니 약간 떨떠름한 얼굴이 된 오빠가 곧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아요. 친구들도 다 좋은 아이들 이니까. 하고 안심을 시키려 하니 내 사람 보는 눈은 믿지만 내 주변 환경을 믿지 못하겠다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키리사키는 도련님 학교라 불릴 만큼 우수생들과 좋은 집안의 학생들이 많으니 그만큼 돈으로 어떻게든 하려는 학생들이 없잖아 있다는 것이다. 오늘의 사고가 그런 것을 배제할 수 만은 없으니 좀 더 조심하라고 당부한 오빠는 그 것 말고도 뭔가 더 알고 있는 듯 보였지만 집에 도착할 때까지 입을 그저 굳게 다물 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 > 안개꽃 한다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개꽃 한다발 -23-  (1) 2015.03.29
안개꽃 한다발 -22- [1학년 여름방학]  (1) 2015.03.22
안개꽃 한다발 -20-  (3) 2015.03.08
안개꽃 한다발 -19-  (1) 2015.03.04
안개꽃 한다발 -18-  (0) 2015.03.0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