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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23-

by 깜냥이 2015. 3. 29.

현실과 소설의 시간이 달라 기분이 묘합니다... 진행을 빨리 해서 현실과 소설의 시간이 맞았으면 재미있을것 같네요..:)

 

 

중학교 시절 방학이란 너무나도 빨리 지나가 꿈만 같던 것 이었지만 지금은 이 작지 않은 집 안에 나 홀로 버텨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 제발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하는 괴로운 시간일 뿐이다. 그렇기에 학기 중 보다 더더욱 공부나 집안일에 몰두하게되어 방학 숙제도 한 과목은 이미 끝낸 상태고 집은 언제 누가 갑자기 들이닥치더라도 안심할 정도로 깔끔했다. 교토에 갈 때 필요한 짐들도 이미 모두 챙긴 상태라 나는 비교적 여유롭게 열차를 타러 갈 수 있었다.
교토에 도착하고 나서부터의 것을 조금이나마 걱정을 했었지만 혹시나가 역시나, 외가에 사는 사촌이 마중 나와 있었다.


"서향쨩! 여기야!"

"와아! 치즈루! 오랜만이야!"


오랜만에 만나 얼싸안고 폴짝거리는 우리를 보고 처음부터 치즈루와 함께 있었던 남자가 손으로 입을 곱게 가리고 키득키득 웃었다. 그제서야 그가 동행임을 인지한 내가 치즈루에게서 떨어져 그에게 관심을 보이자 치즈루가 잘생겼지? 하고 짖궂게 웃었다. 확실히 우리 학교의 보통의 남학생들이나 인기 절정인 후루하시와 하나미야에 비해 이쁘장하게 생긴 그는 확실히 미인이었다.
그가 눈을 곱게 접으며 미소를 지으며 치즈루가 나를 소개하기를 기다렸다.



"이쪽은 나랑 같은 학교의 미부치군! 오빠가 일이 있어서 같이 오자고 부탁했어. 그리고 여기 귀여운 아가씨는 내 사촌인 서향이야."

"만나서 반가워요."

"반가워. 치즈루쨩 말대로 귀여운 아가씨네?"

"아... 칭찬 감사합니다."


180 후반으로 보이는 그의 신장에 비해 여성스러운 어조와 태도가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그의 개성으로 인지하고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우리는 외가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출구로 향했다. 그러면서 미부치는 자연스럽게 내게서 캐리어를 가져가 자신이 들었다. 당황해서 그에게 괜찮으니 돌려달라하자 여자아이는 이렇게 무거운 것을 들으면 안된다며 사양하지 말라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캐리어라서 끌기만 하면 되니 무거운 것운 상관 없다며 몇번 더 그에게서 짐을 뺏아오려 했지만 치즈루의 만류에 결국 짐을 그에게 맡긴 채 버스에 올랐다. 소소하게 일상의 이야기로 여자 둘이서만 조잘대고 있자니 홀로 남자인 그가 공통 주제가 없을까 싶어 운동을 주제로 살짝 틀었다.


"서향쨩 중학교 시절 엄청난 선수였다니까? 캡틴이었다구?"

"어머, 농구 했었어? 정말?"

"지금은 아니지만... 실력은 그냥 보통이었어."

"농구라면, 나 있지. 꽤 유명하다? 잘난 별명은 아니지만 무관의 오장 중 한명이야!"


나는 그저 미부치군에게 스포츠를 좋아하느냐 물었을 뿐인데 바로 이어진 치즈루의 칭찬 세례에 당황스러워 어물거렸다. 그녀의 말에 관심을 보이는 마부치군에게 손사래를 치다가 익숙한 별명을 듣게되어 눈을 동그랗게 떳다. 나
다른 무관의 오장 둘을 알아! 하고 반갑게 받아치자 그는 어머 정말? 하며 기쁘게 웃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의 학교에는 내가 아직 만나지 못한 나머지 둘이 있다는 모양이다. 그럼 천재가 셋이 모여있다는 소리 아닌가? 대단한데?


"뭐 대단하다면 대단하겠지만..."

"테이코중의 기적의 세대 다섯명에 비하면야..."

"그렇게 그 애들이 뛰어나? 직접 본적은 없는데..."


내 말에 조금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인 그가 이내 방긋 웃는다. 왠지 예민한 부분을 건드린 것 같아 미안해져서 그의 안색을 살폈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여유롭게 그야 그 아이들이 있어서 우리가 무관인 거니까? 라며 대답해주었다. 주제를 살짝 바꾸려는지 치즈루가 그러고보니 집에 무관의 오장에 대해 나와있는 책으로 연예인 같다는 느낌으로 그들을 알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직접 만나니 좋았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고보니 서향쨩이 만난 나머지 둘은 어쩌다가?"

"한명은 같은 학교 같은 반, 한명은 집근처 농구코트에서."

"같은 학교? 누구인데?"

"하나미야 마코토, 나 키리사키 고니까."


아아- 하고 둘의 표정이 잠시 미묘해 지더니 혹시 그와 친한지 물었고 나는 별다른 말 없이 고개만 저었다. 미부치군은 그저 조심하라고 충고해 주어서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잠시 이상해진 분위기를 극복하려 했는지 치즈루가 방긋 방긋 웃으며 우리 둘에게 폭탄을 터트렸다.


"그러고보니 하나미야 마코토 말인데, 오타마로 닮지 않았나?"

"풉!"


치즈루의 말에 미부치가 급히 입을 막고 고개를 돌린채 키득거렸고 나는 그대로 몸을 숙여 소리없이 웃느라 고생했다. 간신히 웃음을 추스르고 바라본 치즈루는 당당하게 내 말이 맞지? 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우스우면서도 할 말이 없어 그저 허탈하게 웃고있자 이제 내려야하니 짐을 챙기란다. 곧 차가 멈추어 작은 숄더백을 확인하고 캐리어로 손을 가져가니 나보다 먼저 미부치가 그것을 번쩍 들고 치즈루의 뒤를 따라 버스에서 내렸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그의 뒤를 따라 버스에서 내려 치즈루의 곁에 섰다.


"짐꾼은 미안하지만 여기까지네. 난 이제부터 학교, 다음에 또 본다면 좋겠네."

"초면에 짐꾼 시키고 미안해서 어쩌지. 다음에 만난다면 음료수라도 살게!"

"어머나. 그럼 기대할하고 있을게!"

"연습 힘내! 미부치군!"


나에게 손을 흔들며 서둘러 멀어지던 미부치가 치즈루의 외침에 뒤돌아 손을 흔들고는 다시 열심히 달려갔다. 캐리어의 손잡이를 꺼내 쥐고 치즈루를 따라 쫄래쫄래 따라가니 잠깐 멈춘 그녀가 까치발을 들어가며 내 머리를 쓰다듬고는 다시 노래까지 흥얼이며 앞장섰다. 뭔가 어리둥절해져서 고개를 갸우뚱 해보았지만 앞서 가고 있는 그녀가 알아차릴 리 없오 그저 가만이 따라갔다.
오랜만에 오는 교토의 외가는 언제 보아도 멋진 일본 전통식 건물의 느낌이 물씬 났다.


"할머니 쵸우 왔어요!"

"어머! 우리 아가 왔구나!"

"할머니, 오랜만이라 죄송해요."

"아니야, 아니야, 나라가 다르니 어쩔수 없지 않니? 얘야 소우타. 빨리 짐 들어주렴? 2층 치이의 맞은편 방이란다."


내 이름이 발음이 어려워 할머니께서는 한자 그대로 일본 식으로 부르신다. 그나마도 줄여서 쵸우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서 친가에서도 쵸우라는 애칭으로 불릴 때가 가끔 있었다. 사촌 오빠가 웃으며 오랜만이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내 캐리어를 들고 내가 쓸 방으로 대려가 주었다. 외가에 올 때마다 매번 쓰던 방은 창 밖으로 내 이름과 같은 백서향 나무가 가득 있어 꽃이 필 때 오면 향이 방안 가득했다.


"이번 봄에도 이 방에 향기가 가득했었는데. 그때 왔었다면 좋았을걸."

"네, 아쉬워요..."

"내년에는 꼭 오는거다? 응?"

"그럴까봐요. 어차피 방학일테니까."

"그래, 오게되면 미리 연락해줘."


온화하게 웃는 오빠는 어릴 때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건 치즈루도 마찬가지지만 솔직히 치즈루는 장난기가 늘어난 것 같다. 어릴 때도 장난은 좋아했지만 조금 더 짖궂어진 것 같은데...
오빠가 방에서 나가고 잠시 짐을 풀고 있는데 누군가 방 문을 리드미컬하게 두드리더니 곧 대답을 듣지 않고 문을 열었다.


"예에! 쵸우! 선물 가져왔지!"

"웬 선물?"

"핸드폰 고리인데, 핸드폰 줘봐봐!"


핸드폰 고리의 장식 부분을 손으로 쥔 채 끝까지 내게 어떤 모양의 장식인지 보여주지 않던 치즈루는 핸드폰에 장식을 달때도 뒤를 돌아 가리면서까지 치밀하게 모양을 보여주지 않고 장식을 핸드폰에 달아 내게 건네주었다. 건네줄 때도 장식이 보이지 않도록 꼭 쥔채로.



"뭔데 그렇게 가리는 거야?"

"히히. 짜잔! 귀엽지?"


그녀가 발랄하게 손을 펴보이며 보여준 장식은 아까 버스에서 언급 해서 나와 미부치를 웃게 만들었던 그 오타마로 -한국에서는 동챙이- 모양의 피규어 장식이었다.

 

할머니가 부르는 서향이의 일본 이름은 진쵸우 라고 합니다 :3 그래서 쵸우-하고 불러요~

글을 써둔 것을 보면 류엘언니와 저의 닉네임 길이가 엄청납니다.... 닉네임을 오너캐 이름으로 바꿀까 =ㅅ=.... 잠시 고민했지만 안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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