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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20-

by 깜냥이 2015. 3. 8.

여러분 큰일이에요

쓰고싶은게 너무 많아여 8ㅁ8!!! 여름 그림자를 끝내고 거기 아이들로 세이린 루트도 써야하구여 8ㅁ8 카이조로 몰얌 루트도 써야하구여 슈토쿠 루트도 써야하구여 세이린 루트 하나 더 있구여 8ㅁ8 요센루트도 이써여 8ㅁ8 뭐지 개 많다...

요즘엔 아카시 루트도 썰 풀고 이써여

 

기껏 나름대로 상큼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건만 아무런 대답도 반응도 돌아오지 않아 살풋 인상을 썻다. 나와 같이 인상을 쓴 그는 기분 나쁜 걸 봤다는 듯이 혀를 차고는 다시 코트 안으로 들어가 자신의 짐을 주섬주섬 챙겨들었다.


"너무하네, 사람이 인사를 했으면 받아줘야 하는거 아니야?"

"하? 니가 뭐가 이쁘다고 인사를 받아줘. 그보다 이 늦은 시간에 뭘 싸돌아다니는 거야? 집에나 처박혀 있을 것이지."

"어머, 걱정해주는거야?"


능청스럽게 그의 말을 받아넘기며 키득거리자 짐을 챙기던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언짢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웃는 얼굴에 침뱉으랴 방긋방긋 웃고있자 작게 혀를 찬 그가 나를 지나쳐 가버렸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고며 괜히 혀를 내밀고 약을 올렸지만 그런다고 그가 뒤돌아 볼 리가 없으니 다시 자세를 바로하고 집으로 가는 길로 들어섰다.
꼴에 남자라고 걱정해 주는 척하기는, 말하는 꼬락서니는 그게 뭐람?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투덜거리다보니 기분이 괜히 꽁해져서 코하네에게 일러바쳐볼까 하고 잠시 생각 했다가 그만두었다.
시험 기간인데도 나와서 농구 연습이라니 의외로 성실한 걸까, 농구를 좋아하는 걸까. 농구를 좋아하면서 그런 플레이를 한다는 건 말이 안되니까 성실한 쪽일까? 이런 저런 생각에 집에 돌아와서도 공부는 못하고 괜히 늦게 잠들어 일요일 이침엔 늦잠도 자 버렸다.

이렇게 공부를 성실하게 했다고 하기에는 외식도 자주 했고 외식하는 김에 시간 때우기로 산책도 많이 해서 조금 애매한데도 시험 성적은 중간고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석차도 뭐 별반 다르지 않겠거니 하며 다른 아이들은 어떤가 교실을 훑다가 나를 바라보고있던 후루하시와 눈이 마주쳤다.


"후루하시군?"

"아, 시험 어때?"

"중간 고사랑 엇비슷하네, 석차는 유지 하려나 싶어."

"이번 시험 어려웠는데, 유지라니 대단하네. 나는 점수 확실히 떨어졌어."

"에, 그래도 석차 나보다 한참 높잖아?"

"그랬던가?"

"아니, 내가 질문 했는데."


처음엔 어딘가 멍해보이는 모습과 달리 꽤 침착하다고 생각했던 그는 친해지고 나서 몇번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상한 곳에서 나사가 풀려있는 경우가 많았다. 후루하시군 묘한 곳에서 대충이구나- 하고 말했을 때는 그런가? 하고 가볍게 넘어갔었다가 그 뒤로는 잠시 침착하게 지냈었던 적이 있었다. 뭐, 곧 다시 나사를 풀고 다녀서 이제는 그려려니 하고 있지만.
이번 시험에서 어려웠던 것은 없었냐며 친절히 물어봐 주는 그에게 네 덕에 아는 것이 많이 나왔다며 감사의 인사를 하자 웬일로 쑥스러워했다. 표정에 큰 변화는 없었지만 빨개진 귀에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던 코하네까지 그의 귀를 지적하며 키득거리고 놀려댔다. 그에 장난기 많은 주변 남자아이들이 나와 그를 엮어 놀려대다가 한대씩 얻어 맞고 나서야 조용해졌다.


"소햔 처음엔 귀여웠는데."

"폭력적이야."

"안 그랬는데."

"너희가 자초한 거 잖아?"


얻어 맞은 주제에 꼭 한 마디씩 더 얹고야 마는 녀석들에게 웃으며 당당하게 대꾸하니 네에 네에 하며 건성건성 넘어가려 한다. 그들이 장난을 친 것임을 알기에 나도 살살 한 거고 그것을 그들도 알기에 서로 이정도에서 그만 두는 것이다. 하지만 꼭 여기서 한마디 더해서 더 얻어 맞는 녀석이 한명 있지. 시험이 끝났는 데도 조용한 걸 보아하니 오늘은 오지 않을 모양이다 하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니 왠지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기도 하다. 일단 이번 시험에 도움을 받은 것은 확실하니 감사 인사도 해야할텐데. 슬그머니 후루하시를 바라보자 그는 나에게 고개를 갸웃거려보일 뿐 별 다른 반응은 없었다.
중간 고사 때와 같이 시험이 끝난 마지막날은 적당히 놀으라는 말을 끝으로 종례를 마치고 다들 일사분란하게 친구들과 모여 어디로 놀러갈 것이냐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교실을 빠져나갔다. 할머님의 생신이라 빨리 가야하는 히마리 탓에 우리는 다음을 기약해야 했지만 나름대로 시험이 끝남을 즐길 생각에서 인지 발걸음들이 가볍다.


"그래서 서향쨩은 오늘 뭐 할거야?"

"못 읽은 책 보고, 엄마랑 통화도 해야지! 그리고 오늘 저녁은 그간 먹고 싶었는데 손이 많이 가서 포기 했던 걸 해먹던가?"

"오! 역시 서향쨩 여자력 높지?"


오늘 뭐 할지 생각하며 이것 저것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히마리가 끼어들며 칭찬을 해온다. 여자력이 높다기보다 중학교 시절 시험 끝나면 보통 하던 것들을 못하니 다른 것으로라도 시간을 때우려는 것일 뿐이지만 그냥 웃으며 넘길 뿐이다.
예전에는 이제 시험이 끝났으니 농구를 할 수 있다며 즐거웠었는데 이젠 시험이 끝났으니 집에서 뭘 해야할까 같은 생각이나 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주로 밖을 돌아다니는 일이 많아지고 밖을 돌아 다닌다고 해도 혼자서 갈 만한 곳이라고는 서점이나 시장이 전부였다. 그랬기에 서점에서 산 책을 읽거나 시장에서 사온 식재료로 요리를 하는 것 말고는 할 만한 일이 없어 그 덕에 일본어와 요리 실력이 늘어나 성적도 놓게 나오고 밥도 잘 먹고 있다.


"서향쨩! 나 안 보고 싶었어?"

"아, 맞아. 고전 문학 성적 올랐어."

"오! 진짜? 난 떨어졌는데!"

"자랑아니다."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신발 장 앞에 도착해서 보니 먼저 신발을 챙기고 있던 하라가 나를 발견하고 쪼르르 달려왔다. 키도 큰 녀석이 들러붙어서 아양을 떠는 걸 그저 다른 주제로 넘겼더니 말같지 않은 대답을 해온다. 아니, 니가 가르쳐줘 놓고 점수가 떨어지는 건 뭐하자는 거냐. 아무튼 그에 대한 보답은 언젠가 하겠다고 전하자 그럼 주말에 데이트를 해달라며 졸라온다. 그에 곁에 있던 남학생이 시끄럽다며 한대 쥐어박고는 내게 늘 민폐를 끼쳐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왔다.


"아냐, 뭐... 괜찮아."

"매일 오던 애가 아니네? 너도 농구부?"

"응, 매일 가는 녀석은 야마자키고 나는 마츠모토. 다 같은 농구부야."

"서향쨩 농구 놓아해? 좋아하면 가끔 나 보러 놀러와 줘!"

"체육관은 부원 외 출입 금지다!"


매번 보던 얼굴의 그가 아님에도 하라의 뒤치닥거리를 하고 있는 그를 보며 속으로  힘내, 마츠모토군. 야마자키군. 하고 생각했다. 우리는 아마도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을 괴롭히는 건 적당히 하라라는 히마리의 호통을 들으며 신발을 갈아신고 학교를 벗어났다. 모두와 놀고싶다며 칭얼대던 히마리는 도중에 집으로 돌아갔고 미오는 삼촌의 가게 근처에서 헤어졌다. 결국 코하네와 둘이 남아서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다가 서점에 도착하고 나자 결국 혼자 남겨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그녀 또한 돌아갔다. 서점에 오는 것은 언제나 혼자였고 그녀가 미안해 할 이유는 없었기에 괜찮다며 그녀를 안심시키고 무슨 책을 살 것인지 정하지 않은 채 서점을 누비고 다녔다. 오랜만의 서점에서는 그간 신간이 꽤 많이 들어와 눈을 돌리면 탐나는 책들도 많아 신간 코너에서 한참을 서성이게 했다. 그리고 결국에 마음을 굳히고 집어들려 내민 손은 마침 함께 내민 누군가의 손과 맞닿았다.


"아."

"아, 안녕하세요."

"아! 그때 학생 수첩!"

"기억하고 계셨습니까?"

"네, 아... 책 보러 오셨나요?"


맞 닿았던 손을 거두고 멋적게 웃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자 그는 무표정 그대로 고개만 끄덕이고 책을 집어들고 내가 무언가 다른 말을 하기를 기다리는 듯이 아무 말 없이 그저 바라보았다. 어떻게 대화를 이어가야할까 아니면 이대로 대화를 끝낼까 하다가 아무래도 그가 기다리고 있으니 아무 말이나 해야할 성 싶어 책을 집어들며 운동부 인가봐요? 같은 시답잖은 이야기만 건넸다. 그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농구부를 하고있다는 말에 나는 역시 농구랑 무슨 인연이 있는가 보다 하고 생각하며 옅게 웃으며 중학생때는 농구부 였었다는 말을 가볍게 흘렸다.

 

"였었다면, 지금은..."

"부상 때문에 무리래요. 다 낫게 된다면 다시 하게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습니까."


그리고 다시 이어진 정적에 나는 당황스러워서 애써 다른 주제를 생각하려 애를 썼다. 아니, 차라리 이 쯤에서 대화를 그만두는 것이 나을까? 시선을 카운터 쪽으로 돌렸다가 서점 안쪽으로 고개를 다시 돌렸다. 책을 더 사고 싶어! 그런데 지금 이 분위기 어쩌지! 속으로는 안절부절하며 겉으로는 차분하게 신간 서적 중에 내가 살 만한 챙 더 있는가 훑어보았다. 나는 침착하게 두 권의 책을 더 집어 들고 그제서 막 두번째의 책을 집어들고 있는 그에게 나는 이만 계산을 하러 갈 것이다라는 말을 흘렸다. 잠시 눈을 마주친 그가 고개를 끄덕인 것을 확인 하고 카운터로 향하니 그가 조용히 내 뒤를 따랐다. 그저 그도 책을 다 샀겠거니 하며 계산을 마치고 서점을 나와 가방 안에 책을 주섬 주섬 넣고 있으니 그가 뒤를 이어 서점에서 나와 내 옆에 섰다.
가방을 닫고 그의 눈을 마주하니 살짝 시선을 내리 깔았다가 시내 쪽으로 눈을 굴렸다가 나를 다시 바라본다.


"혹시 시간이 있으시면 저와 마지바에 가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면식이 조금 있는 연하로 추정되는 차분한 남학생이 마지바에 가자는데 이거 그린라이트 인가요?

 

그리고 키리사키 루트니까 그린 라이트 아니라 그냥 초록불 입니다. 그냥 건너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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