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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28- [1학년 2학기]

by 깜냥이 2015. 5. 6.

으아아아아 다음펴어어어어어언

 

교토에 다녀오고 나서 친구들과 놀러가기로 한 것은 코하네가 일이 생기는 바람에 무산되었고 매일매일이 한가하고 지루하던 방학은 느린듯 빠르게 흘러 어느새 개학의 날이 다가왔다.
그 사이 쿠로코와는 가끔 메일을 주고받고 가끔 늦게 외출을 할때면 잔소리를 하는 정도로 친해졌고 하나미야는 아주 늦은 저녁에 가끔씩 마주쳐 나를 집에 밀어넣고 도망치곤 했다. 도대체 집이 어디길래 여기까지 와서 연습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사람 얼굴을 보자마자 버럭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 것은 꽤나 유쾌하지만은 않아서 진심으로 한대 후려쳐보고 싶었다.


"서향쨩! 오랜만이야! 나 보고싶지 않았어? 나는 엄청 보고싶었는데!"

"어..."

"보고싶었지? 그치? 우와아!"

"시끄러워. 너네 반으로 좀 갈래?"

"에이이!"


오랜만에 보는 비글 녀석은 적응이 안 될 정도로 신이나 있었다. 그 탓에 당황해서 버벅거리자 더욱 신나서 달려들었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미오가 그를 밀어내었다. 내 대신 미오에게 매달리려는 그를 언제나처럼 나타난 주황머리의 남학생이 낚아채 질질 끌고 사라졌다. 오랜만에 보니 어이없는 그 광경에 허탈하게 웃고있자 코하네가 왜 정신을 못차리고 있냐며 나를 흔들어댄다.


"오랜만이라 그런가... 정신이 하나도 없어."

"에에- 그게 뭐야."

"그럴수도 있지... 방학동안에는 평화로웠단 말이야. 지루했지만."

"평화롭다의 레벨인거야?"

"방학동안 애완동물을 키울까 하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개학하면 신경써주기 힘드니까 그런 무책임한 짓은 하지 않겠지만. 책장을 넘기며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 이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 고개를 드니 갑자기 옆에서 히마리가 달려들었다. 방학때 놀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칭얼거리기 시작했고 미오는 조용히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코하네는 약속을 깨서 미안하다며 처량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그저 이 상황이 당황스러운 나는 히마리와 코하네를 달래느라 전전긍긍했고 그런 내 모습을 보던 다른 학생들은 키득키득 웃으며 여전히 사이 좋구나- 하며 웃었다.


"둘 다 이제 그만해. 서향이 곤란해 하잖아."

"에에..."

"나는 괜찮으니 둘 다 이제 떨어져주지 않을래? 히마리 무거워..."

"너무해!"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에 그저 마냥 신이나서 장난치고 있으니 금새 조례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새학기의 시작에 어수선한 분위기는 금새 사그라들지 않았고 교실에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실 때까지 계속되었다. 호쾌하게 큰소리를 내며 열린 문소리에 교실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아이들은 일제히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 그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신 선생님께서는 그럼 이제 힘차게 중간고사를 준비해볼까 하시며 웃으셨다. 개학하자마자 시험이야기라니... 겸사겸사 곧 치뤄지는 실력 테스트도 있으니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을 거라는 말을 끝으로 조례를 마치고 빠르게 교실을 빠져나가셨다.


"실력 테스트? 그게 뭐야?"

"말 그대로 실력을 테스트하는 거지. 기본적인 과목들의 시험을 보는거야."

"그런게 있구나..."

"한국에는 없어?"

"대학 수험 대비로 몇달에 한번 시험 보는게 있긴 한데..."

"비슷하지 않을까?"


실력테스트라는 것이 어떤 것이 나올지 모르니 당황스럽고 개학 하자마자 시험기간이라는 소리에 머리가 아파와서 책상에 머리를 대고 한숨을 쉬었다. 그런 내 모습게 그렇게 큰 부담은 가지지 않아도 된다며 나를 토닥이던 코하네가 그렇게 걱정된다면 모여서 공부회를 하자며 제의해왔다.
그에 그럴까 하고 고개를 드니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러자며 다른 아이들을 불렀다. 다른 아이들도 찬성하며 겸사겸사 파자마 파티로 방학에 놀지 못한 것에 대한 회포를 풀기로 했다.


"여자애들은 재미있게 노는구나..."

"에- 남자애들은 아닌 것처럼 말하네? 다나카군 늘 마츠모토군이라던가 하라군이라던가 같이 놀잖아? 다른 반 다른 부 면서도 잘 놀러다니잖아."

"뭐... 연습 끝나고 같이 놀만한 녀석들은 같은 부거나 같은 운동부 뿐이니까..."


아침부터 잠에 빠져 놀아주지 않는 옆자리 사사키 때문에 우리의 수다에 참전한 다나카는 본인 역시 졸린지 나른한 목소리로 궁시렁거리듯 말했다. 그러다 곧 시험이 싫다며 늘어지는 그를 보며 우리는 다같이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코하네에게 노트를 빌리지 않을 정도로 공부할거라며 다짐을 하던 다나키는 마침 그 때 깨어난 사사키가 그를 타박하기 시작했다. 마음만 먹으면 성적이 나오는 주제에 노느라 정신없어 성적을 말아먹는다는 모양이다.


"그야... 놀다보면 공부는 생각 안 난다고?"

"놀기 전에 공부해라."

"그게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잖아?"

"나는 집에서 할게 없으니까 공부 하는 거고..."

"뭐야, 서향 안쓰러워."

"동정은 거절합니다."


다나카를 거들을 생각이었는데 지금 뭔가 내 처지가 불쌍해진 모양이 되어버렸다. 일단 나는 괜찮다는 어필을 했지만 전혀 먹히지 않는다. 결국 한숨을 푹 내쉬니 그제서야 키득키득 웃기 시작하는 것을 보아하니 날 놀리는 것에 재미를 붙인 모양이다. 내가 그제서야 성을 내기 시작하자 와하고 웃어버리고는 웃는 얼굴로 내 머리를 쓰다듬거나 등을 토닥이며 어린아이 어르듯 해온다.
왠지 일본에 오고 나서 예전엔 절대 있을 수 없던 어린애 취급을 계속 받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다.


"안도상이 뒤를 봐주니 기고만장 하시나보네?"

"왜 또 시비를 거는거야?"

"너 같은 게 안도상하고 어울릴 것 같아?"

"그건 잘 모르겠지만 너와는 어울리지 않다는 걸 알겠네."


잠시 홀로 매점으로 내려온 내게 지겹지도 않은 지 또 시비를 걸어오는 여학생을 보며 나직히 한숨을 내쉬었다. 대놓고 사람을 깎아내리는 그녀의 모습에 무심하게 한마디를 툭 던지고 그대로 그녀를 지나쳐 매점으로 향했다. 하지만 나 또한 그 발언으로 그녀의 심기를 건드린 터라 그녀가 순순히 나를 보내지는 않았다. 내 팔을 잡아챈 손을 가뿐히 뿌리치자 그녀는 바로 내 머리를 잡아 채었다. 머리카락이 잡아당겨지는 느낌에 놀란 내가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져 우당탕하는 큰 소리가 나면서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무슨 일이야?"

"쟤 전학생 아니야? 그리고 같이 있는 건 저번에..."

"맞아 전학생한테 시비걸다가 안도상한테..."

"그럼 당하고도 또 시비거는거야?"


웅성웅성 매점에 모였던 학생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내 머리채를 잡고 있는 손은 점점 힘이 강해졌고 나는 몸을 일이키지도 엎어져있지도 못한 어정쩡한 자세로 그녀와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한껏 악에 받쳐서 내 머리를 잡아 뜯을 기세인 그녀의 모습에 아무도 날 도우려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수근수근 거린다. 그녀의 손에 쥐어진채 휘둘려지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 가운데 누군가 소리치는 것이 들렸고 그로 인해 내 머리채를 잡고 있던 손이 갑작스럽게 멈췄다. 머리채를 잡은 손에 힘이 조금 풀렸다는 느낌이 듬과 동시에 내 몸이 강하게 그녀와 반대쪽으로 잡아당겨지면서 누군가의 품에 안겨졌다.


"타카시나상. 지난 번에 안도가 경고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저... 저, 그게..."

"변명은 그녀에게 통하지 않을거야. 그리고 넌 제대로 일어서."


귀찮다는 듯한 어투의 하나미야는 처음 그녀와의 사건이 일어났을 때와는 달리 싸늘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그녀에게 할 말을 끝낸 그가 팔을 잡아 당겨 일으켜 주었다. 갑작스럽게 강한 힘으로 당겨져 아릿한 어께를 살짝 돌려보고 앞에 선 여학생을 바라보니 마치 눈빛으로 날 찢어 죽일 듯이 바라본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내가 그녀의 심기를 아주 제대로 거스른 모양이다.
그녀가 어떤 표정을 하던 깔끔히 무시하고 나를 챙겨 교실로 향하던 하나미야가 계단을 반쯤 올라갔을 즈음 내 손을 놓았다.


"일단, 하나미야군 도와줘서 고마워."

"왜 학기 첫날부터 귀찮게 만드는건데, 멍청한 여자야."

"말이 심하네."

"혼자서 싸돌아 다니지 좀 마."


계속해서 귀찮아 죽겠다는 투로 멍청이라던가 바보같다던가 사고를 몰고다닌다며 투덜거리던 그는 내가 발걸음을 멈추자 왜 안 따라오냐며 성을 낸다.
그야 네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으니까. 라는 말은 굳이 언급하지 않고 그저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자 그런 내가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여겼는지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냐며 짜증스러운 목소리를 낸다.
아무것도. 심드렁 하게 던진 말에 그가 살짝 움찔한다. 그러고는 작게 혀를 차더니 따라오던가 말던가 하며 짜증스럽게 내뱉고는 앞장서 교실로 가버린다.

너야말로,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야? 하나미야.

 

으아아아 질러놓은게 너무 많은데 언제 다 쓸까요오오오오오

사실 썰만 풀어놓은건 상당히 많은데 ㅎㅎㅎㅎ... 과연 언제 쓸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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