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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29-

by 깜냥이 2015. 5. 11.

나중에 몇학기 무슨방학 이렇게 소제목을 달아 둘 계획이에요!

지금 대로라면 1학기 여름방학 2학기 정도네요 :)

1년도 2년도 아닌 3년 스토리라서 엄청 길어질 것 같네요:0 여러가지로 생략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짧지는 않을 것 같아요!

ㅎ... 다 생략하고싶다.....

 

개학하자마자 터진 사고에 학교가 떠들썩해졌다. 교내에 내 이름과 그 여학생의 이름인 타카시나 사사키는 모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으며 선생님들은 사건에 대한 정리와 그에 따른 체벌을 결정하시느라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고 한다. 그 상황에서 내가 엄연한 피해자이며 그녀는 가해자인 것은 어떤 각도로 보아도 왜곡할 수 없는 진실이었으니 체벌 받아 마땅하지만 이런 일이 처음이라 말이 많은 모양이다. 그 때문에 소수의 반한 감정을 지닌 선생님과 학생들의 불만이 내게 은근슬적 내비쳐졌다.


"유학생 주제에 학교 분위기를 망치고 있습니다."

"이 일로 학교의 명성에 타격이 클 겁니다."


듣고자 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있다는 것을 알아챈 그들이 일부러 들으라는 듯 말하는 것 처럼 큰 소리로 들리기에 기분이 나빠졌다. 그래도 어른들을 상대로 내가 개념없이 대들수도 없는 노릇이니 조용히 그 자리를 피했지만 조금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피해자는 나인데 가해자 취급이라니...
그래도 1학기 초의 사건 때문에 내 곁에 코하네가 있음을 많은 이들이 알기에 직접적으로 해코지 하는 일은 없었지만 수근거리는 소리가 굉장히 듣기 거북했다.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 타카시나는 정말 보잘것 없는 졸부일 뿐이니까."

"나는 그 졸부도 아닌걸..."

"내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이럴 때 보면 코하네쨩도 대단하지..."

"가문을 내세우는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필요할 때는 유용하게 쓰는게 좋잖아?"

"아무튼 대단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나도 동감."

"미오까지 그런 말 하기야?"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히마리와 미오가 키득거리자 코하네가 성이나서 툴툴거린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친구들 끼리의 장난이지만 내용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가문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에 나와 저 아이들이 서로 다른 세상에 있는 것만 같은 이질감이 어딘지 모르게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드라마나 만화, 소설 같은 것이 아니라면 접하기 어려운 단어들을 실제로 듣고 눈 앞에 그런 이가 있다는 것을 절실히 실감하고 나니 어색하기 그지 없다.


"무슨 생각해? 걱정하지 말라니까?"

"아니, 걱정 안해. 매번 코하네에게 도움만 받아서 어쩌나 싶어서."

"뭐 어때? 친구인걸?"

"그래도 고마워."


내 말에 코하네는 그런 말은 부끄럽다며 수줍어했고 그런 그녀를 보며 마음을 추스렸다.
생각해보면 이제와서 신분의 차이에 부담스러워 하는 것도 웃기다. 여태 잘 이야기하고 놀았던 데다가 부담스러워 할 거였다면 1학기 초 그 사건에서였어야 하지 않을까. 잠시 생각하느라 입을 다무니 히마리가 냉큼 달려들어 안겨왔다. 내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재미 없다며 칭얼대고 있지만 그것이 이유라기 보다 그냥 장난을 치고싶었을 것이다. 내가 히마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만 매달리고 떨어지라 달래고 있으니 미오가 그녀의 목덜미를 잡아당겨 내게서 떨어트려놓고 아무 말 없이 한숨을 내쉬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고보니 하나미야군이 도와줬다며?"

"그 녀석 무슨 속셈인거지?"

"에이, 너무 부정적이다. 호의 일지도 모르잖아?"

"설마!"


미오는 열심히 하나미야의 편을 들고 있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코하네의 말에 동의하는 터라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그래도 그와 우리가 다투는 모습을 자주 봐왔던 그녀 인지라 딱히 더 말하지 않고 한숨 만 내쉬었다. 나 같은 경우 다퉜다기 보다 서로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을 뿐 이지만 뭐... 그게 그거려나?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하지만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좋지 않겠냐는 미오 다운 말을 마지막으로 그 이야기는 그만두고 언제 모여서 공부 하느냐에 대한 주제로 넘어갔다.

교내에 온통 수근거리는 소리 뿐이어서 인지 하라는 하루 종일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고 하나미야는 제 심기가 불편한 것을 숨기지 않았다. 후루하시는 그런 그와 나의 눈치를 살필 뿐 별다른 행동이나 말 없이 조용했다. 담임 선생님도 그 일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으셨지만 반한 감정이 있는 다른 교사들과 작은 트러블이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와 나도 마음이 편지 않았다.


"... 그렇다니까? 엄연히 내가 피해자인데. 외국인, 아니 한국인이라서 차별 하는 건가?"

"힘드시겠네요..."

"정말! 아, 바닐라 쉐이크 맛있다."

"저 여기 바닐라 쉐이크 좋아합니다. 단 것 드시면 기분 좋아지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행입니다."


더운 날씨에 달고 시원한 것을 먹으니 불쾌했던 기분이 풀리는 것만 같다. 원래 기분 풀겸 오늘 모여서 카페에 가지로 했었건만 코하네가 학생회 회의가 갑작스럽게 잡혀서 자연스레 약속을 미뤄야 했다. 그 탓에 딱히 오늘 일을 투덜거릴 사람이 없어 에라 모르겠다 하고 쿠로코군에게 안 좋은 일이 있었다 메일을 보내니 바로 만날 수 있느냐는 답장을 받아 신이 나서 만나러 왔다.
지금쯤 코하네는 회의 중 일것이고 히마리는 부실에서 논다던가? 미오는 집에 갔겠지... 그러고보니 쿠로코는 부 활동을 어떻게 한거지? 3학년이니 수험 때문에 은퇴 한 걸까? 물어볼까 싶지만 왠지 그 부분에 대해 물어서는 안 될 것 같아 추측한 것이 맞겠거니하고 넘겼다.


"음. 나도 좋아질 것 같아. 마지바의 바닐라 쉐이크."

"단언컨데 최고입니다. 마지바의 바닐라 쉐이크는."

"쿠로코군 정말로 많이 좋아하는구나?"


유난히 쿠로코의 눈이 반짝이는 것 같아 키득키득 웃고있으니 핸드폰에서 메일 도착 알림이 들렸다. 쉐이크의 빨대를 입에 물고 핸드폰을 꺼내어 확인하니 츠카사 오빠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아차, 정기 검진! 정신 없는 통에 하마터면 깜박 잊을 뻔 했다. 언제쯤 오냐는 내용의 메일에 이제 곧 출발한다는 답장을 보내려하니 크로코가 마음에 걸렸다. 내가 불러냈는데 일이 있어 먼저 간다고 하기도 그렇고... 잠시 로민을 하느라 밍기적 거리는 사이 오빠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결국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어디야?]

"지금 시내에 마지바..."

[너 오늘 병원 오는 날 이잖아!]

"죄송해요! 깜박 했어요..."

[깜박할게 따로 있지! 데리러 갈테니 기다려!]

"네..."


으아... 혼났다... 츠카사 오빠는 화나면 무서운데...
내 대답과 동시에 전화가 끊긴 것을 보아하니 바로 출발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얼굴을 벚마자 잔소리를 하겠지? 잘못은 했지만 잔소리는 싫다. 오빠에게 혼나고서 기운이 빠진 채로 핸드폰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걱정이 되었는지 조용히 있던 쿠로코가 무슨일이 있느냐 묻는다. 그에게는 정말 미안해서 연락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다고 미안하다 거듭 사과하니 괜찮으니 더 혼나기 전에 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되려 걱정해 주었다. 정말 미안하니 다음에 쉐이크를 사주겠다고 약속하며 다시 사과를 하고 있으니 가게 밖으로 오빠의 차가 보였다. 서둘러 쿠로코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일어서 다음에 연락한다는 쿠로코의 말을 뒤로 한 채 오빠의 차로 달려갔다.


"뛰지 마!"

"네, 네!"

"시간 없으니 잔소리는 가서 듣자. 벨트 제대로 했어?"

"네..."


내가 제대로 벨트를 맨 것을 확인 한 후 차가 출발하며 이어진 침묵은 병원까지 가는 내내 좌불안석으로 있기에 충분 했다. 진찰실에 들어설 때 까지도 아무 말도 없던 오빠는 간호사 언니들을 불러 내 검진을 시작했고 검진에 필요한 말 이외에는 일절 언급이 없어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2학기가 시작되고 고작 이틀인데 몇달은 지난 것 같다는 착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
검진 결과는 양호. 회복 속도도 순조로워서 이제는 무리가 안 될 정도의 운동으로 재활을 겸해야한다.


"자, 또 검진 날자 깜박해라?"

"죄송해요..."

"개학이라 정신 없었겠지. 다음에는 연락 미리 해 줄게."

"네!"


검진 결과가 좋았던 덕인지 기분이 풀어진 오빠가 평소 같은 목소리로 투덜거리듯 말하며 머리를 토닥여주셨다. 잠시 컴퓨터의 화면을 바라보던 오빠가 집에 데려다 줄테니 잠시 기다리라며 대기실에 날 앉혀두고 원장실로 들어갔다. 무슨 이야기을 하는 지 모르겠지만 한참동안 들어가 있던 오빠가 가운을 벗은 채 뭔가 신이 난 표정으로 나타났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지만 무뚝뚝한 저 오빠가 대답 해 줄리 만무했음으로 잠자코 주차장으로 따라갔다.

 

그리고 오빠는 서향이 핑계대고 조기 퇴근 했다고 합니다.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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