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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34-

by 깜냥이 2015. 6. 14.

그리고 두번째!!

요즘들어 계속해서 반복되는 일상. 쉬는 시간마다 찾아와 짖어대는 비글 한 마리와 그 녀석에게 신경질을 내는 나, 그리고 짜게 식은 시선으로 하라를 바라보는 같은 반 아이들과 그런 우리들을 구원하러 오는 주황색 머리의 남학생. 그리고 가끔 그가 오기 전, 후루하시와 하라의 다툼같은 것들로 하루하루가 소란스럽다.
본격적으로 시험기간이 시작되면서 다들 신경이 날카로운 가운데 남의 반에 와서 소란을 피우니 시선이 곱지도 않다. 더군다나 오늘따라 그 남학생은 왜 이리 안 오는지...


"나 좀 봐줘! 서향쨩!"

"시끄러."

"에에! 공부 도와준다니까? 응?"

"집중이 안되잖아!"


결국 옆에서 쫑알거리는 통에 짜증이 주체가 안되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책상을 내려치니 교실 안에 정적이 흘렀다. 속에서 우러나오는 짜증을 숨기지 않고 하라를 노려보니 무슨 말을 하려는지 뻐끔거리다가 곧 다물었다. 그 조용한 가운데 주황색 머리의 남학생이 나타났다가 너무 조용해서 하라가 없는 줄 알았는지 도로 나가려 했다. 그러다 그 잠깐 들여다본 사이에 하라를 발견 했는지 다시 들어와서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하라의 뒷덜미를 잡고 교실에 사과를 하며 돌아갔다. 이제 사각거리는 소리와 종이를 넘기는 소리만 들려와 조금 안정된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도 한켠으로는 모두를 겁준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되었다.
그래도 한번의 수업 시간이 지나고 나니 다시 활기차져서 조금 안심했다.


"서향쨩 가끔 성격 있다니까?"

"속이 시원해졌어!"

"그래도 조금 심했지 않아?"


하라군, 널 좋아한다고 하던데. 라고 중얼거린 여학생은 하라가 사라진 뒷문을 할끗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 지난 번 교통 사고 일로 그가 나를 좋아하는 것이 진심일거라 생각은 하지만, 이런 식으로 민폐를 끼치는 것은 다른 이야기.
여자 아이들은 작은 소리로 무언가 소근거리더니 하라군 불쌍해- 로 결말을 짓고는 시무룩해졌다. 무슨 일인가 물어보기에는 그녀들과 그리 친하지 않기에 그저 고개를 다시 책으로 돌렸다.
하지만 곧 누간가 나의 집중을 흐트려 놓았다.


"이번에도 노트 빌려줄까? 고전 문학 힘둘지 않겠어?"

"아냐, 이번에는 혼자서 해볼래. 필기는 일단 다 했고... 모르는게 있다면 물어봐도 될까?"

"언제든지."


아직 고전문학을 힘들어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후루하시의 제안은 물론 고맙다. 하라의 관심을 일부러 자신에게 돌린다던가 나름대로 세심히 챙겨주니 보답은 못하면서 받기만 하는 것도 미안하니 일단 거절했다. 그래도 그의 마지막 대답에서 예의상이 아닌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져서 기쁘다. 그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웃어주니 그 또한 옅게나마 웃어주며 내 머리를 토닥이고는 나를 지나쳐 가는 그를 잠시 바라보았다가 공부를 이어하려던 찰나 여자 아이들이 다시 수근 거리기 시작했다.
뭐지? 고개를 돌려 그 아이들을 바라보니 곧 입을 다물고 각자 제 자리를 찾아 흩어졌다.


"내버려두면 이상한 소문 돌지도 몰라."

"그렇겠지? 남의 이야기 하는 건 재미있으니까."

"뭐... 생각이 있다면 적당히 하겠지."


코하네의 어딘가 차가운 목소리를 명랑하게 받아치니 한숨을 쉬듯 나직하게 중얼거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힐끗 아까 그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다시 코하네를 바라보니 무심하게 교실을 바라보던 그녀가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는 조용히 책의 한부분을 짚었고 그녀는 차근차근 설명을 해 주기 시작했다.

오늘 하라의 반응을 보면 다시 나를 찾아올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럼 오늘은 오랜만에 도서실로 갈까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도서실로 향했던 것이 화근이었을까?


"아..."

"우와! 서향쨩! 공부하러 왔어?"

"두 사람 왜 여기 있어? 부활동.... 은 없겠구나."

"시험기간이니까."

"그렇지!"


도서실 앞에서 만난 후루하시와 하라의 모습에 놀라 눈을 크게 뜨자 나를 먼저 발견한 후루하시가 인사하듯 고개를 까닥거렸다. 그에 나를 발견한 하라가 활기차게 손을 흔들어 대었다. 아까 내가 소리를 질러서 풀이 죽었던 것은 거짓말이라는 듯이 활기찬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이나온다. 그래도 달려들어오지 않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네...
도서실 문 앞에서 그 둘을 만나 잠시 머뭇거린것이 그 둘을 붙잡아 놓은 것이 되었는지 안쪽에서 잠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안 들어오고 뭐해!"

"미안, 들어갈게."

"서향쨩 들어가자! 들어가!"

"하? 뭐야 넌."

"뭐. 난 도서실도 못 오니?"


말하는 꼬락서니 좀 봐라? 한대 후려치고 싶은 것을 애써 억누르며 그를 지나쳐 도서실 안으로 들어섰다. 원래 앉았던 자리로 향하려 했지만 농구부원들로 보이는 남학생 몇몇이 이미 입구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결국 나는 그들과 멀리 떨어진 구석 자리에 자리를 잡았고 하라는 내게 달려오려다가 후루하시와 하나미야에 의해 뒷덜미를 잡혀 그대로 끌려갔다.
저 멀리 한 무리가 수근거리며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 조금 신경쓰였지만 나는 가만히 가방에서 노트를 꺼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집 보다야 나으니까하고 노트 두권을 나란히 펼쳤다.
그렇게 한참 노트 정리에 집중을 하고 있던 도중 갑자기 들려온 큰소리에 화들짝 놀라고야 말았다.


"으아아!"

"시끄러!"

"소리 지르면 서향쨩한테 혼난다구?"


아니, 아무리 나라도 모르는 사람을 혼내거나 하지 않아... 테이블에 엎어진 주황색 머리의 남학생의 뒤통수를 하나미야가 후려쳤고 하라가 콕콕 찔러댄다. 아마 공부하다가 막혀서 그런게 아닐까. 집중이 흐려진 김에 핸드폰을 꺼내 잠시 시계를 확인하고 다시 공부를 이어가려다가 흠칫 놀라며 다시 핸드폰을 확인했다.
저녁 6시, 더 늦는다면 어두워진 골목을 걸어야한다. 아직 반 밖에 정리 못했는데... 서둘러 가방에 짐을 챙겨넣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도서실을 빠져나오려 하니 하라가 언제 눈치챘는지 소란을 피운다.


"서향쨩! 가는거야?"

"조용히 하고 집중해!"

"에에-!"

"혼자 괜찮겠어?"

"응. 걱정해줘서 고마워, 후루하시군. 공부 힘내-"


구박받는 하라는 무시하고 후루하시에게 서둘러 손을 흔들어준 뒤 서둘러 학교를 빠져나와 거의 뛰듯이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까워질 수록 하늘은 점점 붉게 물들어갔고 나는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 아슬아슬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점점 무서워 하는 것이 늘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다. 길게 한숨을 내쉬며 부엌의 식탁에 앉으니 아침에 냉장고에 넣는 다는 것을 잊버리고 그대로 올려준 고급 초콜렛이 보였다.
여전히 붙어있는 포스트잇을 떼내어 잠시 지긋이 바라보다가 냉장고로 다가가 눈 높이에 맞추어 자석으로 고정시켰다. 왠지 힘이나는 기분에 기지개를 펴며 나름 가벼워진 걸음으로 방으로 향했다.

 

 

아직 안개꽃은 간신히 1/3 정도고 다른 것도 안 쓰고 있으면서 이런말 하면 안되겠지만

썰이 너무 많아서 빨리 처분하구 시퍼서여 8ㅁ8 여러분!! 세이린, 슈토쿠, 라쿠잔 중 하나를 골라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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