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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39-

by 깜냥이 2015. 8. 3.

노트북이 고장이 났어요 ㅠㅠㅠ 자판이 몇개 안눌리네요 ㅠㅠㅠㅠ

산지 얼마나 됬다고 나쁜 노트북ㅠㅠㅠㅠㅠ 지난주에 안올린건 그냥 잊어버렸어여 죄송해여 8ㅁ8

 

싸움을 말리거나 시비에 시달리는 것이 계속되니 질릴대로 질린다. 그래서 최근 누가 시비를 걸던 어디서 누가 싸우던 무시로 일관 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상황은 아무리 생각해도 가만히 내버려뒀다간 도무지 끝나지 않을 것 같아 결국 제제에 나서야 했다.


"타코야키라고!"

"야! 축제하면 야키소바지!"

"타코야키 E반에서 한다더라."

"어? 네가 어떻게알아."

"하라가 방금 말해주고 갔어."


마침 다녀간 하라가 좋은 정보를 주고 갔기에 수월하게 싸움을 끝낼 수 있었지만 타코야키를 원하던 아이들이 시무룩해져서 분위기가 침침해졌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쫒으려 박수를 두어번 치면서 내게로 시선을 모아 상세 메뉴를 짜는 것에 돌입했다. 일반적인 흔한 메뉴에서부터 한국인의 패기로 퓨전 메뉴까지 널자며 신나게 떠들어대는 모습을 보아하니 그래도 축제라는 것이 즐겁긴 한 모양이다. 그런데 김치라니... 일본에서 맛있는 김치가 있을까?


"그럼 뭐가 얼마나 필요할지 계산하고, 디자인팀한테 전해주고 올 사람?"

"히마리가 갈래!"

"응, 다녀와."


심부름에 신난 히마리가 신나서 디자인을 담당하는 아이에게 달려갔으니 이제 재료비 계산을 시작한다. 일단 면이랑 기본 채소, 그라고 김치랑... 김치 같은 경우 내가 자주 사먹는 브랜드로 사면 되겠지.
대강 내가 기억하는 가격을 줄줄 적어내리자 남학생들이 감탄하며 박수를 친다. 엄마같아서 대단하다는 말은 절대 기쁘지 않은데. 슬적 입을 내밀고 필요한 것을 적어내리다보니 양이 꽤 많았다. 남학생 몇몇이 재료를 사오는 것을 맏을 테고, 이제 우리의 일은 대강 끝났다.


"유니폼 이상한 것만 아니면 좋겠다."

"그러게, 과연 어떤 걸 하려나?"

"일단 우리가 지금 할건 이게 전부인가?"

"응- 혹시 모르니까 요리는 각자 연습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당연히 서빙이리라 여겼던 후루하시는 의외로 요리를 할 줄 아는 듯 요리팀에 와서 내가 불편하지 않게 신경을 써주었다. 일단 어느 정도의 맛은 나와야하니 각자 집에서라도 연습을 해보는 것으로하고 회의를 끝냈다. 디자인 팀은 이제부터 디자인이 시작되어 점점 바빠질테지만 우리는 이제 할 일이 끝났으니 잡일 위주로 도움을 주면 될 것이다. 비교적 빨리 만들 수 있는 포스터를 먼저 준비하려는 듯 둘러앉아 노트에 뭔가 그려대는 아이들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미오에게서 야키소바의 레시피를 받았다. 일단 일본식 요리는 해본 적이 없으니 집에서 연습을 많이 해봐야 할 터라 감사 인사를 전하며 레시피를 살폈다.


"서향은 서빙해도 좋았을텐데..."

"음... 그래도 할 줄 아니까. 혹시 일손이 부족하면 그리로 가면 되지 않을까?"

"서빙 일손이 부족할 정도면 요리쪽도 바쁘지 않을까?"

"그러네-"


시답잖은 대화를 하며 둘이 대강 시간을 때우고 있으니 디자인 팀에서 대강 의논이 끝났는지 포스터 디자인 중 하나로 보이는 페이지를 여럿이서 둘러싸고 이러쿵 저러쿵하며 떠들기 시작했다. 저런 것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그저 대단하다고 생각이 든다. 요리를 잘하니 손재주는 있을텐데 어째선지 그림이나 만들기 같은 미술계열은 젬병이라 신기하기만 하다. 내 손재주는 오로지 가사 계열뿐 인걸까나- 하고 중얼거리니 그나마도 있는 것이 어디냐며 미오가 핀잔을 준다.


"사실, 히마리는 요리 시키면 안돼."

"응? 레시피 대로 하면 되는거 아니야?"

"그렇게 쉽지는 않지..."

"그런가?"


만들 때 무얼 넣는지 지켜보고 있는데도 잠시 한눈을 팔면 새까만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히마리는 아무래도 불조절 같은 것이 미숙한 모양이다. 처음이라면 그럴수도 있지 하고 대꾸하는 내게 미오는 그저 씁쓸히 웃을 뿐이었다. 내가 너무 가볍게 생각하나?
같은 중학교에서 온 아이들이 히마리는 귀여우니까 서빙이라며 웃으면서도 절대 요리를 못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새까맣다는 것이 비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정도길래..."

"사람이 먹을게 아니야."

"엥?"


뭐, 가*리의 비*키 라던가 그런거야? 갸우뚱 거리는 내게 나는 뭐든 잘 할 것 같은 인상인데 그렇지도 않구나 하며 웃으며 주제를 돌린다. 어디의 엄친딸이야? 하는 것은 그저 생각으로만 끝내고 그런게 가능할리가 없지 않냐며 웃었다. 잘하는 것이 있다면 못하는 것도 있기 마련인데.
운동부 주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고, 비록 어머니의 나라라고 하지만 한국에서 살았으니 일본의 교육에 적응하기 힘들었을텐데도 높은 성적을 유지하는 것이 뭔가 대단해보였단다. 말만 알아들으면 수업에 영향은 없고 성적이야 할 일이 없어 공부만 하고 있으니 그렇겠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미오는 여전히 내게 대단하다 말한다.


"서향은 대단하면서도 뭔가... 짐을 지고 있는 것 같아."

"짐?"

"성적이 좋은데도 더 성적에 집중하고, 조금이라도 낮으면 불안해 하잖아?"

"내가 그랬던가? 그래도 성적이 낮으면 불안한게 보통 아니야?"

"그래도 좀 그런 쪽에 예민해보여."


성적에 예민했던가? 고개를 갸웃거리니 미오가 내 머리를 토닥이고는 조금 여유를 가지라며 웃었다. 그게 엎드려 있던 코하네가 벌떡 일어나며 그 말에 동의 했다.


"코하네야말로 더 많은 짐을 가지고 있는 것같은데 무슨 소리야!"

"그건 집안 때문에 그렇지, 학교에서는 전-혀 아닌걸?"

"난 학교에서 밖에 없는 걸?"

"인정했다!"


와아 와아 큰소리로 셋이 신나게 떠들고 있으니 어느새 히마리가 끼어들어 자신을 따돌리지 말라며 칭얼거린다. 디자인팀에서 샘플 북을 받았다며 같이 구경하자며 책상에 책을 펼쳤다. 나름 일식이다보니 개량 유카타를 쓸 모양인지 책 안에는 알록달록한 유카타가 가득이었다. 길이가 짧고 화려한 패턴의 옷들이 많아 신기해하고 있는데 미오와 코하네가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고 있었다. 근데 길이가 너무 짧은 것 같아 마침 지나가는 후루하시를 슬적 불렀다.


"이거 너무 짧아보이지 않아?"

"에이- 서향짱 뭘 모르네! 이정도 길이면 나한테 무릎정도 온다구!"

"응, 그 정도 일거야. 너한테는 짧을 것 같아. 모델이 키가 170정도 였던것 같은데."


여동생이 축제 때 쓴다고 가져와서 본 기억이 있다며 실제로 봤을 때도 예쁘다는 몇가지를 알려준 그는 그런건 미리 알려달라며 디자인팀이 난입해 데려가버렸다. 키가 큰 나는 움직이는 홍보지라며 해맑게 웃는 바람에 치마를 늘려달라 하지도 못하고 한숨만 내쉬어야 했다. 그보다 나는 요리 쪽 아니었나? 저 옷을 입고 요리를 하라고?
내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어느 의상은 결정 되어버렸고 아이들은 가게 인테리어 구상을 시작했다. 한번 컨셉을 잡고나니 그래도 술술 풀리는 듯 금새 끝낸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을 불러모았다.
그래도 축제 준비로 온 학교가 떠들썩 했으니 그저 이 분위기가 즐거웠고 세이린의 모두나 쿠로코를 초대하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다가 결국 실천은 못 한 채로 축제의 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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