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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43-

by 깜냥이 2015. 8. 23.

50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50회가 되면 축전준다던 ㄹ모군 보고있나!!!!!(볼 수 없다.)

 

축제가 끝났던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는데 벌써 시험이 다가와 새삼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아침부터 들려오는 아이들의 칭얼거림을 듣고있자니 기분이 묘해서 왠지 책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일본사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어째서 첫날 첫 시험부터 일본사인건지. 그래도 가장 힘든 것이 가장 먼저라 매를 먼저맞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편하다. 고문학이 마지막날만 아니었었다면. 도대체 누가 시험 시간표을 이 모양으로 짠거야?


"누구냐- 시간표 짠 사람!"

"선생님들이지 뭐."

"일본사로 시작해 고문학으로 끝나는건 너무해..."

"시끄러, 공부나 해."


시끌시끌, 기말고사라 그런지 유난히 아이들이 소란스럽다. 그 가운데에 성적이 상위원에 드는 아이들은 입을 굳게닫고 꿋꿋히 공부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나도 딴청을 피울 때가 아님을 떠올리게 된다. 다시 책에 집중하고 싶지만 워낙 소란스러운 주변 탓에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아 억지로 머릿 속에 우겨넣듯 암기를 해야했다.
조례가 시작되어 선생님에 의해 아이들이 조용해지고 나서야 그나마 조금 머리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 이제 다들 책 집어 넣으세요-"

"으아아!"

"조용- 책 다들 넣었나요? 시험지 나누어 드릴게요."


결국 전부 살펴보지 못했다. 곤란하다는 것을 숨기지 않으며 떨떠름한 표정으로 시험지를 받아들자마자 일단 당장 기억하고 있는 부분부터 찾았다. 다른 부분이야 암기를 계속 해왔으니 문제를 보면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이 있을 것이다.
침착하게 푼다고 풀었으나 일본 이름, 그것도 옛날식의 이름은 한자도 어렵고 비슷비슷해보여서 헷갈리는 것이 많았다.
일단 전쟁의 이름이라던가 년도를 헷갈리지 않은 것 만으로 다행이라 여겨야 할까.
이어지는 시험에 천천히 멘탈을 바스라트렸다가 오늘 하루의 시험이 종료되면서 다시 수복했다.


"성적이 많이 안 좋아?"

"아니- 어려워."

"시험이 벌써 네번째인데도 어려워?"

"횟수랑 어려운건 별개지."


그럼, 그렇고말고. 일본사는 그냥 모르겠고 문학은 어렵고 영어는 이중으로 해석해야해서 힘들다. 투덜대는 나를 보며 코하네는 그저 키득거리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 시험 끝나려면 3일이나 남았어. 내일 과목은 그나마 평탄한 과목이지만 그래도 시험이라는 것 자체가 힘드니 한숨이 나왔다. 이번 시험은 유난히 피곤하다. 가방을 챙겨 오늘도 어김없이 도서실에서 공부를 하로 가기위해 교실 문을 열자 오랜만에 비글이 달려든다.


"서향쨩! 나 시험 망쳤어! 위로해줘!"

"나도 기분 안 좋으니까 그냥 가라."

"볼에 뽀뽀해주면 기운 날 것 같아!"

"볼을 얻어맞기전에 그냥 가렴."


다짜고짜 나타나 한다는 소리가 저 따위니, 안그래도 지끈거리는 머리가 더 아파온다. 한숨을 내쉬고 주먹을 꼬옥 쥔 채 웃으며 말하니 조용히 입을 다물고 뒷걸음 친다. 그러다 뒤늦게 나온 하나미야가 후루하시를 시켜 그의 뒷덜미를 잡아 도서실로 끌고갔다. 그냥 집에 가서 공부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돌리자 뒤에서 하라가 왜 도서실로 같이 안가냐며 칭얼대기 시작한다. 하지만 곧 누군가 시끄럽다며 성질을 냄과 동시에 조용해졌다.
귀가 중인 친구들 사이에 끼어드니 오늘은 도서길에 안가냐며 갸웃거린다.


"음. 아까 후루하시군이 시끄러운걸 데려갔어."

"아- 이해 했어."

"도서실에서는 정숙인데. 그래도 시끄러워?"

"가까이 와서 깐족거려..."

"와- 힘들겠다. 어느 쪽이나."


그런 녀석을 가르쳐야하는 하나미야나, 직접적으로 피해가 오는 나나 힘들긴 매한가지 겠지. 갑자기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생각났지만 곧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그는 적어도 혼자 가르치고 있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니까. 쭉 기지개를 펴고 아이들의 뒤에서 따라 걷고 있으니 히마리가 빨리 오라며 내 곁으로 쪼르르 달려온다. 시험 기간에는 서로 신경을 못써서 시험이 끝나야 다시 노닥거리곤 했었는데 2학기가 되고 나니 다들 익숙해진 건지 조금씩 여유가 생겼다. 그래도 나는 도서실에서 공부를 하느라 시험기간만 되면 혼자 떨어져 있었는데 간만레 다함께 있으니 기분이 좋다.


"서향쨩, 오늘 너희 집에 가도 괜찮아?"

"응? 공부는 어쩌고?"

"다같이 하자구! 시험 기간이지만 뭐 어때. 서로 모르는거 물어보고..."

"저번처럼 간식만 먹고 바이바이 하려고?"

"아냐! 공부 할거야!"


와준다면 나야 좋지만 과연 공부를 잘 할것인지가 문제다. 결국 미오가 너는 절대 공부를 안하고 놀을 거라며 히마리를 말려주어 시험이 끝나고 놀기로 했다. 그에 히마리가 토라진 것은 두 말 할 것 없지만. 부루퉁해진 히마리를 토닥이다 시내에 도착해 모두와 헤어지니 오늘 시험을 보았던 것이 생각났다. 아! 일본사 5번의 답 틀렸다! 정답이 헷갈려서 적었다가 고쳤더니 틀린 것 같다. 집에 가서 그것만 확인 해보고 공부 시작해야지. 그 외에도 틀린 것 같은 것들이 계속 터오르자 발걸음을 멈추고 괜히 부루퉁해졌다. 몰라, 이미 지났으니 안 볼거야. 성난 걸음으로 시험 문제를 곱찝고 있으니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내 어께를 붙잡았다.


"왜 이렇게 심통이 나있어?

"오빠!"

"시험 망친거야?"

"아직 첫날인 걸요? 내일부터 힘내야죠!"


오늘은 비번인 모양으로 시험 기간이라 힘들거라며 이모가 보내셨다며 찾아온 오빠는 함께 집에 도착하자마자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부터 열어보는 모습에 키득키득 웃으며 방으로 올라가 옷부터 갈아입고 나오자 막 밥솥을 닫고있는 오빠가 나를 바라보았다. 밥은 잘 먹고있나보네, 하고 안심한 듯 웃는 모습을 보니 일본에 오기 전이 생각났다. 여자애 혼자는 위험하다며 성을 냈다고 하던가.


"점심 식사 하셨어요?"

"너 안 먹었을 것 같아서 안 먹었어. 뭐 먹을래?"

"요리 해주는 거에요?"

"아니. 나 요리 못해."


단영하다는 듯이 돌아온 대답에 어이가 없어진 내가 가만히 비라만 보고 있자 외식하자며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한다.
그러면 집에 들어오기 전에 갔어야죠.
집에서 입는 트레이닝 복에서 다시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가까운 음식점에서 푸짐하게 점심을 먹고 다시 집에 돌아와 오빠에게 공짜 과외를 받으며 시험 공부를 시작했다. 수학 시험 전날에 오빠가 와서 다행이라 여기며 공부를 하고 있으니 조용히 나를 보고 있던 오빠가 질문을 던졌다.


"한국의 고등학교에 안 간 것 후회는 안해?"

"안 해요- 지금 충분히 만족하는 걸요?"

"친구들은 다 한국에 있잖아."

"그래도, 일본에 와서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귀어서 괜찮아요."

"좋은 아이들인가보네."

"네, 음... 아닌 아이도 있지만?"

"누가 괴롭히면 말해. 소우타한테 연락하게."

"절대 말 안 할래."


그 오빠 화나면 무섭다구요? 나는 안 무섭냐? 같은 시답잖은 대화를 이어가다가 둘이 동시에 키득거리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한참 수학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눈이 점점 딴 곳을 바라보기 시작해 오빠에게서 집중하라는 잔소리가 쏟아졌다. 시험,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기다려라 자키찡 누나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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