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캐어하고 온 건 좋지만, 쌓인 일이 반기는 건 별로 좋지 않네요.[울적]
다시 유우쿄조의 1인칭 시선으로 돌아갑니다.
드디어 행복과 즐거움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바라는 것도 생겼습니다.
덕분에 다들 포근포근한 상태가 됩니다만…….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두달이 지났다. 오늘은 야만바기리만 남기고 전부 출진했다.
사니와통신을 보면 다들 다양한 신을 부르며 일종의 콜렉션처럼 모았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사실 이 멤버로도 충분하리라 생각했었기에 꾸준히 보주나 만들었었다. 혹시라도 몰라서 자원은 전부 저축했다. 꾸준히 모았다. 도움패도 혹시나 모르니까 하나도 쓰지 않고 모았다. 그때 학할배가 쓴거 말고는 전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출진할 때 배웅하고, 다들 돌아와서 토닥여주는 그런 일상이 지나갔다. 조금도 다치지 않고 돌아올 정도로 다들 강했으니까. 응, 그랬으니까.
그게 안일했었다.
다들 중상(中傷)상태로 간신히 돌아왔다. 일단 치료실로 몰아넣었지만, 자리가 부족해 4명은 대기 시킬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좋을지 몰라 우왕좌왕하는데, 학할배가 그래도 이겼다면서 하핫 웃는다. 웃을 상황이냐고 화내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별 도움도 안될 붕대로 상처를 감싸주는 것 밖에 없었다. 달할배가 머리를 토닥이며 장하다고 연신 말해줬다. 울고 싶은데 말라버린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아, 도움패! 그거면…… 허겁지겁 움직이다 옷자락을 밟고 구를 뻔 한 걸 어느틈엔가 따라오던 야만바기리가 잡아줬다. 치료실은? 웃자락을 꾹꾹 당기니 머리를 토닥여준다.
"그쪽은 괜찮다. 도움패를 가지러가는 거라면 당신보다 내가 빨라."
그래도 아무것도 안하고 거기에 있긴 싫다. 머리를 가로져으니 야만바기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날 달랑 들어 올린다. 그렇게 가볍지도 않을 텐데, 꽉 잡으라며 쑥쑥 내 방이었던 창고로 향한다. 엄청 빨라서 감탄하니, 야만바기리가 갑자기 멈춰섰다. 벌써 도착했나 했더니 진짜 내 방 앞이었다. 오오, 과연 굉장해! 가볍게 감탄을 하는데, 야만바기리가 검을 뽑았다. 그리고는 날 방안으로 던져 넣었다.
"도움패를!"
쉿소리가 들렸다.
던져진 탓에 몸이 아파왔지만, 그보다는 먼저 도움패를 전부 꺼내 품에 안았다. 이제 어쩌지? 어떻게 해야하지? 무서워서 옴짝도 못하는 몸을 움직여 억지로 억지로 돌아보니 새까만 무언가를 베는 야만바기리가 있었다. 아, 맞아. 그래. 많은 사니와가 암살로 죽었다고 했었어. 그랬었어. 야만바기리가 편하게 싸울 수 있게 움직여야 하는데, 도망쳐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상처가 늘어나는데 꼼짝도 할 수 없다. 움직여야 하는데, 어서 움직여야 하는데…… 기어서라도 움직여야 도움이 될 텐데 난 결국 꼼짝도 못했다.
야만바기리는 피에 젖은 상태로 내 쪽으로 튕겨지면서도 날 피해 굴렀다. 그러지마. 그러지마. 그러지마. 나 때문이야? 내가 너무 행복해서, 너무 즐거워해서, 그래서 이렇게 된 거야?
검이 날아온다. 곁에서 야만바기리가 검을 막으려 달려든다. 역시 꼼짝도 못하겠다. 움직여야, 조금이라도 움직여야……. 나 때문에 다친다. 싸운다. 피가 튄다. 어쩌지. 어째야하지. 어떻게 해야? 내가 사라지면 될까? 그러면 다들 괜찮아 질까?
사니와가 사라진 후 이곳은 어떻게 되지?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하얀 등이 눈 앞에 나타났다.
정신을 차리니 얼마나 시간이 흐른지 알 수 없었지만, 야만바기리가 자기가 뒤집어 쓰고 다니던 거적을 내게 둘러주고 있었다. 돌아보니 피에 젖은 하얀 옷자락을 날리며 츠루마루씨가 춤추듯 검을 놀린다. 너무 빨라 하얀 궤적과 날카로운 금빛 눈동자만 보였었다. 하얀 검의 궤적을 따라 전부 갈라졌다. 멍하니 그걸 보자니, 야만바기리가 괜찮냐며 걱정스레 묻는다. 그건 내가 할 말이거든? 아, 진짜 왜 울고 싶은데 눈물이 안나오지? 난 그저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야만바기리의 손을 꼭 잡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주위에 몰려들었던 검은 것이 하얗게 사라지고서야 붉게 물든 학이 길게 호흡을 고르며 내게 말을 건다.
"이런, 우리 유조가 많이 놀랐나보군. 하핫, 조금 아슬아슬했지?"
엉망진창인 주제에 해맑게 웃으며 내 머리를 토닥인다. 야만바기리의 머리도 토닥이며 잘했다며 웃는다. 뭐가 어떻게 된건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일단 금빛 보주를 잔뜩 꺼내 둘에게 안겨줬다. 야만바기리는 2개, 츠루마루씨는 3개를 챙긴 후, 일단 넣어둬란다. 멍하니 전부 품에 안고 몸을 일으켰다. 미카즈키씨는? 코우세츠씨는? 소우자씨는? 호타루마루는? 사요는? 다들 어떻지? 뭘 해야하지? 뭘 해야만 하지?
피범벅이 된 하얀 얼굴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웃었다.
"유조는 지금부터 살아남을 생각만 해라. 싸우는 건 우리 몫이니까. 야만꼬마는 유조를 최우선으로 지켜라."
다시 머리를 토닥여 준다. 야만바기리가 날 들었고, 피에 젖은 학이 먼저 반파된 문을 박차고 나섰다. 다시 쇳소리가 울린다.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야만바기리가 불편하지 않게, 떨어지지 않도록 매달리는 것 뿐이었다.
"츠루여, 시기를 맞췄구나. 장하도다."
"야만꼬마가 힘냈더군. 보아하니, 자네도 힘 좀 쓴 모양이야?"
"하핫, 조금 진지해져봤다네."
새까맣게 물든 푸른 옷을 걸친 달이 서늘하게 웃었다. 붉은 옷자락을 털어내며 학도 웃었다. 뭘 해야할지 몰라 그저 손에 쥔 금구슬을 내미니 달이 환하게 웃으며 받아든다. 착하다며 몇번이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뭐가 착하다는 건지 모르겠다. 왜 웃웃어주는지 모르겠어.
갑자기 야만바기리가 날 들어올렸다. 학이 다시 날개짓을 준비한다. 달이 다시 선연하게 웃는다. 다시 쇳소리가 울었다. 학이 뭐라 외치자, 달이 길을 만들었다. 야만바기리는 날 들고 달렸다. 상처가 벌어진다. 피가 튀었다. 차라리 내가, 차라리 나를…….
다시 정신을 잡았을 때, 치료실 앞에 있었다. 상처투성이의 코우세츠씨와 소우자씨가 치료실 앞에 굳건히 서있었다. 둘다 날 보더니 다행이라고 안도하며 머리를 토닥인다. 아, 일단 치료. 치료부터! 급히 도움패를 사용했다. 호타루마루와 사요가 나오자마자 금구슬을 잔뜩 줬다. 이만큼은 있어도 쓰지 못한다면서 각 세개랑 하나를 집어들었다. 곁에서 야만바기리가 코우세츠씨와 소우자씨에게 도움패를 안겨줬다. 잠시 주저하던 둘을 억지로 치료실로 밀어넣었다.
도움패의 효과는 확실해서, 바로 다음으로 야만바기리가 들어갔다. 두 할배는 아직 날뛰는 중이라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적이 아직도 많아 다들 조금씩 상처가 늘어났다. 먼저 치료실로 들어간건 달이었다. 학이 걷어 차 먼저 들어가게 했다. 하하하하 웃던 학은 치료가 끝난 달에 의해 치료실로 던져졌다. 있는대로 다친 상태로 무슨 짓이냐고 외치고 싶지만, 일단 치료가 최우선이다. 도움패를 사용했더니 분노한 학이 뛰쳐나와 날뛴다.
난 사요의 뒤에서 도움패와 금구슬을 꼭 끌어안고만 있었다. 뭘 더 해야할지 모르겠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중상(中傷)을 입은 이들이 나왔다. 난 다시 도움패를 사용했다. 다시 전장으로 가면서 내 머리를 토닥인다. 이래도 괜찮은거야? 정말 이래도 괜찮은거야?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지만, 피투성이의 달님이 날 달랑 들어올린다.
"유조여, 모두 끝났노라. 이젠 괜찮도다."
처음으로 먼저 손을 뻗었던 것 같다. 달님의 온기에, 등을 토닥여주는 손길에, 눈물이 흘러나왔다. 사라지지 않았다. 아직, 곁에 있어. 곁에 있어 준다. 곁에……
화들짝 놀라 일어났더니 치료실 옆 방이었다. 곁에 있던 사요와 호타루마루가 더 자라며 토닥인다. 언제 잠들었던거지? 여긴 어떻게 된거야? 다들 어디에 있지? 전부 끝났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누가 그랬더라? 손에 온기가 느껴져 내려다보니 호타루마루랑 사요가 손을 잡아줬다.
"많이 무서웠어? 괜찮아, 여기 있어."
"이제 괜찮다."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 호타루마루가 불만스레 입을 삐죽이더니 사요를 재촉해 날 일으킨다. 얼결에 일어나니 밖으로 끌고 나왔다. 단시 장지문 하나 차이였는데, 밖은 엄청 소란스러웠다. 어울리지 않게 미카즈키씨까지 소매를 걷어 올리고 엉망이 된 집을 정리한다. 핏자국은 선연했지만, 시체는 어디에도 없었다. 피라서 잘 안진다며 투덜거리는 츠루마루씨가 보였다. 그런 생각이 있으면 그 하얀 옷부터 어떻게 해주세요. 코우세츠씨와 소우자씨는 사이좋게 빗자루를 들고 쓸고, 야만바기리는 아작난 지붕을 뜯어내는 중이었다.
다들 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니 호타루마루가 번쩍 안아든다. 이건 츠루마루씨가 잘못한 것 같아. 짐덩이처럼 들고 다니니까 다들 이러잖아.
"어라? 유조잖아? 이제 좀 괜찮나?"
하얀 학이 쪼르르 달려와 냉큼 반겨주며 머리를 토닥인다. 여기저기서 청소하던 이들이 곁으로 다가온다. 괜찮냐고, 몇번이나 묻는다. 그렇게 안괜찮아 보이냐고 중얼거렸더니, 말이라고 하냐며 호타루마루가 화냈다. 그, 그렇구나아……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미안하다고 중얼거리니, 호타루마루는 오히려 저가 미안하다면서 부둥부둥 해줬다.
그때 뭔가가 들어왔다. 아무 기척도 느끼지 못했던 어제와 달리 이물질이 들어온 감각에 몸을 긴장시키니, 다들 제각각 무기를 집어 들었다. 이윽고 작은 여우가 갑자기 나타났다.
여우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날 발견하고는 냅다 달려들다가 코우세츠씨에게 잡혔다. 그때 이름을 듣고 흘려서 까먹었지만, 처음왔을 때 안내해주던 그 여우다. 날보고 사니와님~ 사니와님~ 거리는 걸 보니 조금 안쓰러워졌지만, 코우세츠씨는 영 놔줄 것 같지 않다. 그저 무심한 표정으로 아등바등거리는 여우를 내려다 볼 뿐이다. 결국 여우는 다가오길 포기하고 조잘거렸다.
[어제 습격이 있었으니 어쩔 수 없겠지요오……. 사니와님이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이후 여우가 보고해준 내용을 요약하자면, 400여명의 사니와가 살해되었고 처음있는 대대적인 공습이라 다들 당황한 상태. 일단 무사한 곳을 확인하고, 지원 및 사니와의 권한을 강화할 예정. 그리고 소수로 운영되던 혼마루에는 보다 많은 '신'과 계약할 것을 촉구할거란다. 이번에 주력 대부분이 원정을 떠난 상태여서 마땅한 대응도 못하고 살해된 경우가 태반이라서다. 확실히 어떤 의미에서 운이 좋았던지도 모르겠다.
어제 가장 불안했던 걸 슬며시 물어보니 여우가 어렵사리 말했다. 비정상적으로 사니와가 사라진 혼마루는 그대로 사라진다. 계약은 신성한 것이라 강제적으로 소거되면 신에게도 그 여파가 간다고 조근히 알려줬다. 어제 내가 죽었다면 이 혼마루는… 슬며시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머리를 토닥여줬다. 이것도 학할배가 전파시킨 것 같아. 슬며시 노려보니 하얀 미인이 해맑게 웃으며 지켜줄테니 걱정하지마란다. 그런거 걱정한 적 없거든요!?
다시 여우에게 시선을 돌리니 어색하게 웃으며 갑자기 전력의 공백이 심하게 생겼으니 분발해 달란다. 그리고 내게 특별 수당이라며 정말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신나게 조잘거린 후, 부적을 잔뜩 주고 갔다. 우와, 이 비싼걸! 아무래도 주력이 전멸했을 걸 감안해서 주는 거겠지만…… 난 하나하나 주위에 있던 이들에게 나눠줬다. 단 한번이지만 파괴를 막아주는 부적이다. 사라지지 않고, 돌아오게 해준다. 다들 말 없이 내 머리를 한참이나 쓰다듬었다. 호타루마루랑 사요는 날 말 없이 꼭 끌어안아 줬다.
엄청 부끄러웠지만, 조금 기뻤다. 아주 조금.
혼마루는 피만 제거한 후 내가 어째저째 원상복귀 시켰다. 그냥 보다 강화한다는 느낌으로 이래저래 했더니 되더라. 사실 원리를 잘 모르겠어. 하지만, 다들 사니와라면 이런게 가능하다고 하더라. 그런 건가? 사요가 말하길, 난 꽤 능력 좋은 사니와라고 한다. 어디가? 운빨이 좋은거? 그런건가?! 응, 역시 그냥 립서비스려니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침부터 기운찬 하얀 할배님에게 들려 지금 소환실로 강제 이송되었다. 나도 발 있어, 있다고! 왜 도움패를 던질 준비부터하는 건데!? 그거 이번에 많이 써서 10개 정도 밖에 안남았단 말이야아아아아아아!! 꾹꾹 찌르며 도움패를 빼앗으려 해봤지만, 하하하하하하하 라는 웃음과 함께 뒤로 달랑 들려 안으로 이송되었다. 내려줘서 돌아보니 달님이 참 아름답게 웃는다. 제엔자아아아아아아앙!! 내 편이 없어어어어어어어어!!!
그러고보니 누굴 소환해야하지? 또 오는 건 싫은데에에에에… 라고 꿍얼거렸더니 내 앞에 사니와 통신이 드리워졌다.
"난 미츠타다와 쿠리도령을 추천하네. 이치고도 괜찮지."
"태도가 많은데 이번에도 태도?"
"아, 이시키리마루씨는 어때? 나랑 츠루형이랑 해서 마루마루마루팀!"
"사몬지 형제처럼 형제도를 우선으로 하는건 어떠한가?"
"확실히 건물 내에서는 협차나 단도 쪽이 유리하지요. 그쪽부터가 어떻습니까."
"일단 실전 경험이 많은 쪽으로 추려야하지 않겠습니까, 형님? 그런 의미에서 미카즈키님의 형제분 부터 부르는게 어떻습니까."
참 적극적으로 의견이 오간다. 결론적으로 태도와 미카즈키씨랑 야만바기리의 형제도부터 부르기로 결정났다. 그런데, 그렇게 골라서 부른다고 해서 불러질 리 없지 않아? 이거 사니와통신을 보니까 랜덤 쩔던데?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준비는 다 끝났다면서 촤르륵 도움패를 돌리는 하얀 할배가 있었다. 아, 그거 비싸고 얼마 안남았다고 했는데에에에!! 아등거리며 빼앗아 보려고 했지만, 귀엽다면서 꼭 끌어안겼다. 아니야, 이거 아니라고. 아니야아아아아아!!!
결국 다들 한번씩 꼭 끌어안긴 후에야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우우우…… 어쨌든 심기일전으로 재료를 대강 넣고 소환을 시키기가 무섭게 도움패가 날아갔다. 멱살잡고 싶어진다, 진짜. 쿡쿡 찌르니까 그냥 하하하하 웃는다. 망할 할배. 망할 하아아아악!!! 야만바리기가 머리를 토닥이며 위로해줬다. 아, 진짜 내 천사아아아아아… 부들거리며 옷자락을 잡으니 다시 토닥여준다. 할배의 웃음소리가 배경으로 들려서 다시 슬퍼졌다만.
어쨌든 벗꽃이 휘날리며 등장한 건 한쪽 눈을 안대로 가린 금빛 안광의 미청년이었다. 그가 뭐라 하기도 전에 학할배가 반갑다면서 냅다 끌고갔다. 역시 유조라면서 껄껄 거리는데, 목표했던 이였나 보다. 그래도 소개는 해줘요. 소개는 해달라고. 뒤로가 머리를 쭉쭉 잡아당기니 그제야 기억났다는 듯 대면시켜준다.
"어이쿠, 잠시 잊었군. 이쪽이 사니와 유조, 이쪽이 미츠타다다."
"츠루쨩때문에 멋없는 소개를 하게 되었네~, 정말이지. 난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 청동 촛대도 자를 수 있다고. …… 으음, 역시 멋이 안 나는데."
"유우쿄조라고 합니다. 사니와입니다……."
"유조라고 부르면 되네. 미츠타다는 언제나 충분히 멋있으니 걱정말게나. 하핫, 이제 식사 걱정은 덜었군!"
왜 애칭을 할배가 정해요? 안그래도 다들 할배때문에 이미 유조라고만 부른다고!! 그리고 식사 걱정? 잠시만요, 미츠타다씨 부른 이유가 그거야?! 내심 경악한 나랑 달리 미츠타다씨는 별 동요없이 조금 시무룩한 기색으로 말을 받았다. 이것이 연상의 연륜인가? 아니면 경험에서 나온 빠른 포기인가!?
"에? 츠루쨩~ 그게 목적이야?"
"음, 보다시피 우리 유조가 심히 빈약해서 말이지."
"OK, 맡겨둬!"
잠시만 거기에서 왜 내가 나오나요, 할배!? 거기다 미츠타다씨는 왜 OK야!? 서로 하하하하 거리면서 잘부탁한다는 둥의 말이 오간다. 그걸로 괜찮은 겁니까!? 괜찮은거야!? 혼란스러운 가운데 갑자기 들려서 다시 소환대 앞으로 이동되었다. 돌아보니 미카즈키씨가 방긋방긋 웃어주신다. 응, 이제 다 포기한 심정으로 한꺼번에 두 군데를 돌렸다. 둘다 시간이 장난 아니게 걸리게 뜨더라. 이번에는 달할배가 던져넣었다. 아니, 왜 댁까지 그래!? 파르르 떨면서 바라보니 해보고 싶었노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만악의 근원은 학할배인거 같아. 제길!
심정상 좌절하는 데, 꽃잎이 파르르 흩날리며 짜잔하고 등장한 건 유난히 긴 무기를 든 이와 하얀 여우같은 이였다. 어음, 둘 다 본적이 있는데에에에에… 사니와 통신을 펄럭이자니 미카즈키씨가 엄청 반가워하며 둘에게 다가간다. 아는 사이인가? 아, 찾았다아아아? 에, 그러니까 통칭 안오기로 유명한 그 여우님이 코기츠네마루? 유일한 나기나타가 이와토오시? 그러니까 저기에서 오랜만이라면서 동창회 분위기로 대화 중인 분들이 그렇다고요? 어음, 머리가 생각하길 거부하는 것 같다. 일단 소개는 받은 거 같은 기분이 든다. 학할배가 다시 유조라고 강조한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될대로 되라지.
좋아, 이렇게 되면 그냥 다 넣어보는 거다!!
라고해서 그날 추가된 멤버는 단검인 이마노츠루기와 와카자시인 호리카와 쿠니히로, 태도인 코기츠네마루랑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 오오쿠리카라, 야마부시 쿠니히로. 거기다 호리카와의 격렬한 요청으로 인한 태도 이즈미노카미 카네사다와 그 형제검인 우치카타인 카센 카네사가. 대태도인 이시키리마루랑 나기나타인 이와토오시였다.
전부 한큐에 성공했다? 내 운이란 어떻게 되어먹은 것인가. 아니, 요청했다고 냉큼 나와준 카네씨 어쩔거야아아아아? 이게 정상인거? 이게 평범한건가? 점점 알 수 없어져 머리를 흔들었더니 학할배가 수고했다면서 머리를 토닥토닥 거려준다. 진짜 뭐가 어떻게 된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응, 잠이나 자자. 터덜터덜 걸어가자니 천사 야만바기리랑 사요가 쪼르르 따라와준다. 응, 이 애들이 있잖아. 힘내자. 힘내자아아아아!!
힘내서 기절했고, 야만바기리가 잠자리까지 옮겨줬단다. 사요야, 그거 가르쳐 줄 필요 없는데…… 없는데…….
조금 울적해하자니, 사요가 머리를 토닥토닥 거려준다. 이건 옮은 걸까. 왜 다들 내 머리를 토닥이는 거야!? 나쁘진 않았기에 얌전히 있었더니, 문이 벌컥 열리며 이와토오시씨와 이마노츠루기가 쨔잔~ 하고 등장했다. 저거 진짜 입으로 말했다.
"여어, 좋은 아침!"
"잘잤습니까?"
꾸벅 인사를 하니 아침 식사 준비가 끝났다면서 이와토오시가 덜렁 들어올린다. 히껍해서 매달리니, 사요와 이마노츠루기를 다른 팔로 달랑 들고선 하하하하 웃으며 성큼성큼 식당으로 향한다. 이마노츠루기가 까르르 웃고, 사요도 재미있어 보였다. 그리고 난 왜 다시 짐짝이 되었는가에 대해 고민해야했다. 그보다 왜 다들 날 들고 옮기는 거야아아아아! 나도 발 있다고오오오오오오오오!! 속으로 결사적으로 향변해본다.
부엌 바로 옆에 있어 자연스럽게 식당이 된 방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다들 와아와아거리며 반겨준다. 잘잤냐면서 한마디씩 던져 주며 다들 재각각의 위치로 향했다. 난 이와토오시씨의 선정에 따라 미카즈키씨와 코기츠네마루씨 사이에 앉았다. 뭐가 그리 기쁜지 미카즈키씨는 내내 함박웃음이다. 코기츠네마루씨도 방긋방긋 웃으며 내 밥위에 반찬을 올려준다. 이거, 무슨 상황이지? 떠먹어주려고까지 해서 그것만큼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왁작지껄한 식사시간이 지나간다. 이런 것도 좋구나.
응, 나쁘지 않아. 쭉 이대로 이러면 좋겠어.
불현듯 츠루마루씨와 눈이 마주쳤다. 투명한 금빛 눈동자가 조금 놀란 듯 보여서 도리어 내가 놀랐다. 뭐가 그리도 기쁜지, 하얀 신이 파안대소하며 내 밥그릇에 이것저것 담아준다. 유조는 너무 가벼우니 좀 먹는게 좋을게다. 그러면서 꾸역꾸역 담아주는데 솔직히 그거 사돈남말이거든요!? 할배가 더 얇거든요?!?! 어쩐지 울컥해서 반찬 몇개를 잡아 입에 들이밀었더니 좋다고 받아먹는다. 옆에서 미카즈키씨가 자기도 해달라며 입을 벌린다. 이거 애정표현 아닌데요!? 에, 그럼 나도~! 라며 호타루쨩까지 달려들었다. 어쩌지. 뭐지 이 상황…? 어째서 내가 먹여주는 상태가 된거지? 이 와중에 학할배가 아앙~ 거리며 밥을 먹여준다. 다시 달할배가 따라서어어어어어 잠깐 이 패턴 계속 반복이지 않아!? 이건 싫은데에에에에에에에…… 하지만 미인의 아앙을 거부할 정신력이 없으니 결국 다 받아먹고 다 먹여줘야했다. 젠장, 젠자앙!!
역시 만악의 근원은 이 하얀 악마다.
신나게 웃으며 날 안아든 악마의 머리카락을 꾸욱 당기니 무슨 일이냐는 듯 말간 금빛 눈으로 바라본다. 그러다 해사하게 웃으며 유쾌발랄하게 말한다.
"하핫, 우리 유조는 걱정이 많군. 이번에도 검비위사를 만나면 깔끔하게 이기고 돌아오지."
깔끔하게 다치지 말아주세요. 입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을 알아들은 듯, 츠루마루씨가 웃으며 유조의 바람이니 다치지 않도록 하지라며 다시 웃는다. 전장으로 향하는 문 바로 앞에서 내려주고는 호쾌하게 전장으로 향한다. 미카즈키씨가 냉큼 날 안아들며 토닥여 줬다. 아주 조금, 그 온기에 안도하며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꿈이 아니었다. 현실이다. 지금이…….
미카즈키씨가 좋구나, 좋아를 반복한다. 뭐가 좋은지 조금도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았으니 이대로 있어야겠다. 라고 했다가 잠들어 버렸다. 깨어나서 미카즈키씨가 해맑게 웃으며 잘잤냐고 하는 말을 또 들어버렸다. 심장에 해로웠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네에에에에… 쯤으로 대답한 것 같다. 왜 안깨웠어, 달할배야아아아아아아아!! 부끄러, 쪽팔려어어어어!!!!
이미 지난 일이니 어쩔 수 없지. 보고서나 써야겠다아…….
모두의 예상대로 처음으로 삶을 갈망하게 된 건 전부 그들을 위해서였습니다.
이래야 유조지.[아님]
얘 안에서 막 호칭이 이리저리 막 바뀌는 건 그때그때의 느낌에 따라서입니다.
야만바리기는 천사입니다[…]
진짜 유일하게 완전히 자기편이라고 느낍니다.[…]
그리고 외모상 또레라고 느껴서 존칭을 쓰진 않습니다.
이건 사요랑 호타루마루도 마찬가지고요.
덧붙여서 사요랑 호타루마루는 착한 아이쯤으로 느낍니다.[…]
소우자와 코우세츠는 무조건 '씨'입니다.
아주 친근하게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친근해서 편하게 부르고는 싶은데 분위기랄까 그런게 방해해서 그냥 '씨'를 붙이는 쪽이죠.[…]
미카즈키는 대게가 미카즈키'씨'지만, 츠루마루를 따라 엉뚱한 짓을 하면 달할배로 격하됩니다.
사실 급하면 튀어나오는 '달님'이 가장 직감적으로 느낀거에요.[…]
그리고 사감이 가장 많은 우리 츠루마루'씨'[폭소]
멀쩡하면 츠루마루'씨'이지만 엉뚱한 짓을 하면 학할배, 하얀 악마, 만악의 근원 쯤으로 바뀝니다.[폭소]
사실 급하면 나오는 '하얀 신'이나 '학'이 가장 직감적으로 느낀겁니다.[…]
그리고 이번에 추가된 이들은 너무 많아서 머릿속의 정리가 덜끝난 상황이라 감상이고 뭐고 없습니다.[…]
요약하면~
야만바기리 = 천사
사요 & 호타루마루 = 착한 아이
소우자 & 코우세츠 = 좋은 분이지만 가까이하기엔 어쩐지 너무 먼 당신(…)
미카즈키 = 달님
츠루마루 = 하얀 학
사실 유우쿄조가 가장 많이 울컥하지만, 가장 많이 의지하는게 츠루마루입니다.[폭소]
그래서 무심코 시선을 가장 많이 보내는 게 츠루마루입니다.[폭소]
그 다음이 미카즈키고 그 다음에야 야만바기리, 사몬지 형제, 호타루마루가 나옵니다.[폭소]
이상입니다!
재미있으셨다면 좋겠네요.[해맑]
다시 유우쿄조의 1인칭 시선으로 돌아갑니다.
드디어 행복과 즐거움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바라는 것도 생겼습니다.
덕분에 다들 포근포근한 상태가 됩니다만…….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두달이 지났다. 오늘은 야만바기리만 남기고 전부 출진했다.
사니와통신을 보면 다들 다양한 신을 부르며 일종의 콜렉션처럼 모았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사실 이 멤버로도 충분하리라 생각했었기에 꾸준히 보주나 만들었었다. 혹시라도 몰라서 자원은 전부 저축했다. 꾸준히 모았다. 도움패도 혹시나 모르니까 하나도 쓰지 않고 모았다. 그때 학할배가 쓴거 말고는 전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출진할 때 배웅하고, 다들 돌아와서 토닥여주는 그런 일상이 지나갔다. 조금도 다치지 않고 돌아올 정도로 다들 강했으니까. 응, 그랬으니까.
그게 안일했었다.
다들 중상(中傷)상태로 간신히 돌아왔다. 일단 치료실로 몰아넣었지만, 자리가 부족해 4명은 대기 시킬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좋을지 몰라 우왕좌왕하는데, 학할배가 그래도 이겼다면서 하핫 웃는다. 웃을 상황이냐고 화내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별 도움도 안될 붕대로 상처를 감싸주는 것 밖에 없었다. 달할배가 머리를 토닥이며 장하다고 연신 말해줬다. 울고 싶은데 말라버린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아, 도움패! 그거면…… 허겁지겁 움직이다 옷자락을 밟고 구를 뻔 한 걸 어느틈엔가 따라오던 야만바기리가 잡아줬다. 치료실은? 웃자락을 꾹꾹 당기니 머리를 토닥여준다.
"그쪽은 괜찮다. 도움패를 가지러가는 거라면 당신보다 내가 빨라."
그래도 아무것도 안하고 거기에 있긴 싫다. 머리를 가로져으니 야만바기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날 달랑 들어 올린다. 그렇게 가볍지도 않을 텐데, 꽉 잡으라며 쑥쑥 내 방이었던 창고로 향한다. 엄청 빨라서 감탄하니, 야만바기리가 갑자기 멈춰섰다. 벌써 도착했나 했더니 진짜 내 방 앞이었다. 오오, 과연 굉장해! 가볍게 감탄을 하는데, 야만바기리가 검을 뽑았다. 그리고는 날 방안으로 던져 넣었다.
"도움패를!"
쉿소리가 들렸다.
던져진 탓에 몸이 아파왔지만, 그보다는 먼저 도움패를 전부 꺼내 품에 안았다. 이제 어쩌지? 어떻게 해야하지? 무서워서 옴짝도 못하는 몸을 움직여 억지로 억지로 돌아보니 새까만 무언가를 베는 야만바기리가 있었다. 아, 맞아. 그래. 많은 사니와가 암살로 죽었다고 했었어. 그랬었어. 야만바기리가 편하게 싸울 수 있게 움직여야 하는데, 도망쳐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상처가 늘어나는데 꼼짝도 할 수 없다. 움직여야 하는데, 어서 움직여야 하는데…… 기어서라도 움직여야 도움이 될 텐데 난 결국 꼼짝도 못했다.
야만바기리는 피에 젖은 상태로 내 쪽으로 튕겨지면서도 날 피해 굴렀다. 그러지마. 그러지마. 그러지마. 나 때문이야? 내가 너무 행복해서, 너무 즐거워해서, 그래서 이렇게 된 거야?
검이 날아온다. 곁에서 야만바기리가 검을 막으려 달려든다. 역시 꼼짝도 못하겠다. 움직여야, 조금이라도 움직여야……. 나 때문에 다친다. 싸운다. 피가 튄다. 어쩌지. 어째야하지. 어떻게 해야? 내가 사라지면 될까? 그러면 다들 괜찮아 질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하얀 등이 눈 앞에 나타났다.
정신을 차리니 얼마나 시간이 흐른지 알 수 없었지만, 야만바기리가 자기가 뒤집어 쓰고 다니던 거적을 내게 둘러주고 있었다. 돌아보니 피에 젖은 하얀 옷자락을 날리며 츠루마루씨가 춤추듯 검을 놀린다. 너무 빨라 하얀 궤적과 날카로운 금빛 눈동자만 보였었다. 하얀 검의 궤적을 따라 전부 갈라졌다. 멍하니 그걸 보자니, 야만바기리가 괜찮냐며 걱정스레 묻는다. 그건 내가 할 말이거든? 아, 진짜 왜 울고 싶은데 눈물이 안나오지? 난 그저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야만바기리의 손을 꼭 잡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주위에 몰려들었던 검은 것이 하얗게 사라지고서야 붉게 물든 학이 길게 호흡을 고르며 내게 말을 건다.
"이런, 우리 유조가 많이 놀랐나보군. 하핫, 조금 아슬아슬했지?"
엉망진창인 주제에 해맑게 웃으며 내 머리를 토닥인다. 야만바기리의 머리도 토닥이며 잘했다며 웃는다. 뭐가 어떻게 된건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일단 금빛 보주를 잔뜩 꺼내 둘에게 안겨줬다. 야만바기리는 2개, 츠루마루씨는 3개를 챙긴 후, 일단 넣어둬란다. 멍하니 전부 품에 안고 몸을 일으켰다. 미카즈키씨는? 코우세츠씨는? 소우자씨는? 호타루마루는? 사요는? 다들 어떻지? 뭘 해야하지? 뭘 해야만 하지?
피범벅이 된 하얀 얼굴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웃었다.
"유조는 지금부터 살아남을 생각만 해라. 싸우는 건 우리 몫이니까. 야만꼬마는 유조를 최우선으로 지켜라."
다시 머리를 토닥여 준다. 야만바기리가 날 들었고, 피에 젖은 학이 먼저 반파된 문을 박차고 나섰다. 다시 쇳소리가 울린다.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야만바기리가 불편하지 않게, 떨어지지 않도록 매달리는 것 뿐이었다.
"츠루여, 시기를 맞췄구나. 장하도다."
"야만꼬마가 힘냈더군. 보아하니, 자네도 힘 좀 쓴 모양이야?"
"하핫, 조금 진지해져봤다네."
새까맣게 물든 푸른 옷을 걸친 달이 서늘하게 웃었다. 붉은 옷자락을 털어내며 학도 웃었다. 뭘 해야할지 몰라 그저 손에 쥔 금구슬을 내미니 달이 환하게 웃으며 받아든다. 착하다며 몇번이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뭐가 착하다는 건지 모르겠다. 왜 웃웃어주는지 모르겠어.
갑자기 야만바기리가 날 들어올렸다. 학이 다시 날개짓을 준비한다. 달이 다시 선연하게 웃는다. 다시 쇳소리가 울었다. 학이 뭐라 외치자, 달이 길을 만들었다. 야만바기리는 날 들고 달렸다. 상처가 벌어진다. 피가 튀었다. 차라리 내가, 차라리 나를…….
다시 정신을 잡았을 때, 치료실 앞에 있었다. 상처투성이의 코우세츠씨와 소우자씨가 치료실 앞에 굳건히 서있었다. 둘다 날 보더니 다행이라고 안도하며 머리를 토닥인다. 아, 일단 치료. 치료부터! 급히 도움패를 사용했다. 호타루마루와 사요가 나오자마자 금구슬을 잔뜩 줬다. 이만큼은 있어도 쓰지 못한다면서 각 세개랑 하나를 집어들었다. 곁에서 야만바기리가 코우세츠씨와 소우자씨에게 도움패를 안겨줬다. 잠시 주저하던 둘을 억지로 치료실로 밀어넣었다.
도움패의 효과는 확실해서, 바로 다음으로 야만바기리가 들어갔다. 두 할배는 아직 날뛰는 중이라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적이 아직도 많아 다들 조금씩 상처가 늘어났다. 먼저 치료실로 들어간건 달이었다. 학이 걷어 차 먼저 들어가게 했다. 하하하하 웃던 학은 치료가 끝난 달에 의해 치료실로 던져졌다. 있는대로 다친 상태로 무슨 짓이냐고 외치고 싶지만, 일단 치료가 최우선이다. 도움패를 사용했더니 분노한 학이 뛰쳐나와 날뛴다.
난 사요의 뒤에서 도움패와 금구슬을 꼭 끌어안고만 있었다. 뭘 더 해야할지 모르겠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중상(中傷)을 입은 이들이 나왔다. 난 다시 도움패를 사용했다. 다시 전장으로 가면서 내 머리를 토닥인다. 이래도 괜찮은거야? 정말 이래도 괜찮은거야?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지만, 피투성이의 달님이 날 달랑 들어올린다.
"유조여, 모두 끝났노라. 이젠 괜찮도다."
처음으로 먼저 손을 뻗었던 것 같다. 달님의 온기에, 등을 토닥여주는 손길에, 눈물이 흘러나왔다. 사라지지 않았다. 아직, 곁에 있어. 곁에 있어 준다. 곁에……
화들짝 놀라 일어났더니 치료실 옆 방이었다. 곁에 있던 사요와 호타루마루가 더 자라며 토닥인다. 언제 잠들었던거지? 여긴 어떻게 된거야? 다들 어디에 있지? 전부 끝났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누가 그랬더라? 손에 온기가 느껴져 내려다보니 호타루마루랑 사요가 손을 잡아줬다.
"많이 무서웠어? 괜찮아, 여기 있어."
"이제 괜찮다."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 호타루마루가 불만스레 입을 삐죽이더니 사요를 재촉해 날 일으킨다. 얼결에 일어나니 밖으로 끌고 나왔다. 단시 장지문 하나 차이였는데, 밖은 엄청 소란스러웠다. 어울리지 않게 미카즈키씨까지 소매를 걷어 올리고 엉망이 된 집을 정리한다. 핏자국은 선연했지만, 시체는 어디에도 없었다. 피라서 잘 안진다며 투덜거리는 츠루마루씨가 보였다. 그런 생각이 있으면 그 하얀 옷부터 어떻게 해주세요. 코우세츠씨와 소우자씨는 사이좋게 빗자루를 들고 쓸고, 야만바기리는 아작난 지붕을 뜯어내는 중이었다.
다들 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니 호타루마루가 번쩍 안아든다. 이건 츠루마루씨가 잘못한 것 같아. 짐덩이처럼 들고 다니니까 다들 이러잖아.
"어라? 유조잖아? 이제 좀 괜찮나?"
하얀 학이 쪼르르 달려와 냉큼 반겨주며 머리를 토닥인다. 여기저기서 청소하던 이들이 곁으로 다가온다. 괜찮냐고, 몇번이나 묻는다. 그렇게 안괜찮아 보이냐고 중얼거렸더니, 말이라고 하냐며 호타루마루가 화냈다. 그, 그렇구나아……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미안하다고 중얼거리니, 호타루마루는 오히려 저가 미안하다면서 부둥부둥 해줬다.
그때 뭔가가 들어왔다. 아무 기척도 느끼지 못했던 어제와 달리 이물질이 들어온 감각에 몸을 긴장시키니, 다들 제각각 무기를 집어 들었다. 이윽고 작은 여우가 갑자기 나타났다.
여우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날 발견하고는 냅다 달려들다가 코우세츠씨에게 잡혔다. 그때 이름을 듣고 흘려서 까먹었지만, 처음왔을 때 안내해주던 그 여우다. 날보고 사니와님~ 사니와님~ 거리는 걸 보니 조금 안쓰러워졌지만, 코우세츠씨는 영 놔줄 것 같지 않다. 그저 무심한 표정으로 아등바등거리는 여우를 내려다 볼 뿐이다. 결국 여우는 다가오길 포기하고 조잘거렸다.
[어제 습격이 있었으니 어쩔 수 없겠지요오……. 사니와님이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이후 여우가 보고해준 내용을 요약하자면, 400여명의 사니와가 살해되었고 처음있는 대대적인 공습이라 다들 당황한 상태. 일단 무사한 곳을 확인하고, 지원 및 사니와의 권한을 강화할 예정. 그리고 소수로 운영되던 혼마루에는 보다 많은 '신'과 계약할 것을 촉구할거란다. 이번에 주력 대부분이 원정을 떠난 상태여서 마땅한 대응도 못하고 살해된 경우가 태반이라서다. 확실히 어떤 의미에서 운이 좋았던지도 모르겠다.
어제 가장 불안했던 걸 슬며시 물어보니 여우가 어렵사리 말했다. 비정상적으로 사니와가 사라진 혼마루는 그대로 사라진다. 계약은 신성한 것이라 강제적으로 소거되면 신에게도 그 여파가 간다고 조근히 알려줬다. 어제 내가 죽었다면 이 혼마루는… 슬며시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머리를 토닥여줬다. 이것도 학할배가 전파시킨 것 같아. 슬며시 노려보니 하얀 미인이 해맑게 웃으며 지켜줄테니 걱정하지마란다. 그런거 걱정한 적 없거든요!?
다시 여우에게 시선을 돌리니 어색하게 웃으며 갑자기 전력의 공백이 심하게 생겼으니 분발해 달란다. 그리고 내게 특별 수당이라며 정말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신나게 조잘거린 후, 부적을 잔뜩 주고 갔다. 우와, 이 비싼걸! 아무래도 주력이 전멸했을 걸 감안해서 주는 거겠지만…… 난 하나하나 주위에 있던 이들에게 나눠줬다. 단 한번이지만 파괴를 막아주는 부적이다. 사라지지 않고, 돌아오게 해준다. 다들 말 없이 내 머리를 한참이나 쓰다듬었다. 호타루마루랑 사요는 날 말 없이 꼭 끌어안아 줬다.
엄청 부끄러웠지만, 조금 기뻤다. 아주 조금.
혼마루는 피만 제거한 후 내가 어째저째 원상복귀 시켰다. 그냥 보다 강화한다는 느낌으로 이래저래 했더니 되더라. 사실 원리를 잘 모르겠어. 하지만, 다들 사니와라면 이런게 가능하다고 하더라. 그런 건가? 사요가 말하길, 난 꽤 능력 좋은 사니와라고 한다. 어디가? 운빨이 좋은거? 그런건가?! 응, 역시 그냥 립서비스려니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침부터 기운찬 하얀 할배님에게 들려 지금 소환실로 강제 이송되었다. 나도 발 있어, 있다고! 왜 도움패를 던질 준비부터하는 건데!? 그거 이번에 많이 써서 10개 정도 밖에 안남았단 말이야아아아아아아!! 꾹꾹 찌르며 도움패를 빼앗으려 해봤지만, 하하하하하하하 라는 웃음과 함께 뒤로 달랑 들려 안으로 이송되었다. 내려줘서 돌아보니 달님이 참 아름답게 웃는다. 제엔자아아아아아아앙!! 내 편이 없어어어어어어어어!!!
그러고보니 누굴 소환해야하지? 또 오는 건 싫은데에에에에… 라고 꿍얼거렸더니 내 앞에 사니와 통신이 드리워졌다.
"난 미츠타다와 쿠리도령을 추천하네. 이치고도 괜찮지."
"태도가 많은데 이번에도 태도?"
"아, 이시키리마루씨는 어때? 나랑 츠루형이랑 해서 마루마루마루팀!"
"사몬지 형제처럼 형제도를 우선으로 하는건 어떠한가?"
"확실히 건물 내에서는 협차나 단도 쪽이 유리하지요. 그쪽부터가 어떻습니까."
"일단 실전 경험이 많은 쪽으로 추려야하지 않겠습니까, 형님? 그런 의미에서 미카즈키님의 형제분 부터 부르는게 어떻습니까."
참 적극적으로 의견이 오간다. 결론적으로 태도와 미카즈키씨랑 야만바기리의 형제도부터 부르기로 결정났다. 그런데, 그렇게 골라서 부른다고 해서 불러질 리 없지 않아? 이거 사니와통신을 보니까 랜덤 쩔던데?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준비는 다 끝났다면서 촤르륵 도움패를 돌리는 하얀 할배가 있었다. 아, 그거 비싸고 얼마 안남았다고 했는데에에에!! 아등거리며 빼앗아 보려고 했지만, 귀엽다면서 꼭 끌어안겼다. 아니야, 이거 아니라고. 아니야아아아아아!!!
결국 다들 한번씩 꼭 끌어안긴 후에야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우우우…… 어쨌든 심기일전으로 재료를 대강 넣고 소환을 시키기가 무섭게 도움패가 날아갔다. 멱살잡고 싶어진다, 진짜. 쿡쿡 찌르니까 그냥 하하하하 웃는다. 망할 할배. 망할 하아아아악!!! 야만바리기가 머리를 토닥이며 위로해줬다. 아, 진짜 내 천사아아아아아… 부들거리며 옷자락을 잡으니 다시 토닥여준다. 할배의 웃음소리가 배경으로 들려서 다시 슬퍼졌다만.
어쨌든 벗꽃이 휘날리며 등장한 건 한쪽 눈을 안대로 가린 금빛 안광의 미청년이었다. 그가 뭐라 하기도 전에 학할배가 반갑다면서 냅다 끌고갔다. 역시 유조라면서 껄껄 거리는데, 목표했던 이였나 보다. 그래도 소개는 해줘요. 소개는 해달라고. 뒤로가 머리를 쭉쭉 잡아당기니 그제야 기억났다는 듯 대면시켜준다.
"어이쿠, 잠시 잊었군. 이쪽이 사니와 유조, 이쪽이 미츠타다다."
"츠루쨩때문에 멋없는 소개를 하게 되었네~, 정말이지. 난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 청동 촛대도 자를 수 있다고. …… 으음, 역시 멋이 안 나는데."
"유우쿄조라고 합니다. 사니와입니다……."
"유조라고 부르면 되네. 미츠타다는 언제나 충분히 멋있으니 걱정말게나. 하핫, 이제 식사 걱정은 덜었군!"
왜 애칭을 할배가 정해요? 안그래도 다들 할배때문에 이미 유조라고만 부른다고!! 그리고 식사 걱정? 잠시만요, 미츠타다씨 부른 이유가 그거야?! 내심 경악한 나랑 달리 미츠타다씨는 별 동요없이 조금 시무룩한 기색으로 말을 받았다. 이것이 연상의 연륜인가? 아니면 경험에서 나온 빠른 포기인가!?
"에? 츠루쨩~ 그게 목적이야?"
"음, 보다시피 우리 유조가 심히 빈약해서 말이지."
"OK, 맡겨둬!"
잠시만 거기에서 왜 내가 나오나요, 할배!? 거기다 미츠타다씨는 왜 OK야!? 서로 하하하하 거리면서 잘부탁한다는 둥의 말이 오간다. 그걸로 괜찮은 겁니까!? 괜찮은거야!? 혼란스러운 가운데 갑자기 들려서 다시 소환대 앞으로 이동되었다. 돌아보니 미카즈키씨가 방긋방긋 웃어주신다. 응, 이제 다 포기한 심정으로 한꺼번에 두 군데를 돌렸다. 둘다 시간이 장난 아니게 걸리게 뜨더라. 이번에는 달할배가 던져넣었다. 아니, 왜 댁까지 그래!? 파르르 떨면서 바라보니 해보고 싶었노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만악의 근원은 학할배인거 같아. 제길!
심정상 좌절하는 데, 꽃잎이 파르르 흩날리며 짜잔하고 등장한 건 유난히 긴 무기를 든 이와 하얀 여우같은 이였다. 어음, 둘 다 본적이 있는데에에에에… 사니와 통신을 펄럭이자니 미카즈키씨가 엄청 반가워하며 둘에게 다가간다. 아는 사이인가? 아, 찾았다아아아? 에, 그러니까 통칭 안오기로 유명한 그 여우님이 코기츠네마루? 유일한 나기나타가 이와토오시? 그러니까 저기에서 오랜만이라면서 동창회 분위기로 대화 중인 분들이 그렇다고요? 어음, 머리가 생각하길 거부하는 것 같다. 일단 소개는 받은 거 같은 기분이 든다. 학할배가 다시 유조라고 강조한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될대로 되라지.
좋아, 이렇게 되면 그냥 다 넣어보는 거다!!
라고해서 그날 추가된 멤버는 단검인 이마노츠루기와 와카자시인 호리카와 쿠니히로, 태도인 코기츠네마루랑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 오오쿠리카라, 야마부시 쿠니히로. 거기다 호리카와의 격렬한 요청으로 인한 태도 이즈미노카미 카네사다와 그 형제검인 우치카타인 카센 카네사가. 대태도인 이시키리마루랑 나기나타인 이와토오시였다.
전부 한큐에 성공했다? 내 운이란 어떻게 되어먹은 것인가. 아니, 요청했다고 냉큼 나와준 카네씨 어쩔거야아아아아? 이게 정상인거? 이게 평범한건가? 점점 알 수 없어져 머리를 흔들었더니 학할배가 수고했다면서 머리를 토닥토닥 거려준다. 진짜 뭐가 어떻게 된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응, 잠이나 자자. 터덜터덜 걸어가자니 천사 야만바기리랑 사요가 쪼르르 따라와준다. 응, 이 애들이 있잖아. 힘내자. 힘내자아아아아!!
힘내서 기절했고, 야만바기리가 잠자리까지 옮겨줬단다. 사요야, 그거 가르쳐 줄 필요 없는데…… 없는데…….
조금 울적해하자니, 사요가 머리를 토닥토닥 거려준다. 이건 옮은 걸까. 왜 다들 내 머리를 토닥이는 거야!? 나쁘진 않았기에 얌전히 있었더니, 문이 벌컥 열리며 이와토오시씨와 이마노츠루기가 쨔잔~ 하고 등장했다. 저거 진짜 입으로 말했다.
"여어, 좋은 아침!"
"잘잤습니까?"
꾸벅 인사를 하니 아침 식사 준비가 끝났다면서 이와토오시가 덜렁 들어올린다. 히껍해서 매달리니, 사요와 이마노츠루기를 다른 팔로 달랑 들고선 하하하하 웃으며 성큼성큼 식당으로 향한다. 이마노츠루기가 까르르 웃고, 사요도 재미있어 보였다. 그리고 난 왜 다시 짐짝이 되었는가에 대해 고민해야했다. 그보다 왜 다들 날 들고 옮기는 거야아아아아! 나도 발 있다고오오오오오오오오!! 속으로 결사적으로 향변해본다.
부엌 바로 옆에 있어 자연스럽게 식당이 된 방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다들 와아와아거리며 반겨준다. 잘잤냐면서 한마디씩 던져 주며 다들 재각각의 위치로 향했다. 난 이와토오시씨의 선정에 따라 미카즈키씨와 코기츠네마루씨 사이에 앉았다. 뭐가 그리 기쁜지 미카즈키씨는 내내 함박웃음이다. 코기츠네마루씨도 방긋방긋 웃으며 내 밥위에 반찬을 올려준다. 이거, 무슨 상황이지? 떠먹어주려고까지 해서 그것만큼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왁작지껄한 식사시간이 지나간다. 이런 것도 좋구나.
응, 나쁘지 않아. 쭉 이대로 이러면 좋겠어.
불현듯 츠루마루씨와 눈이 마주쳤다. 투명한 금빛 눈동자가 조금 놀란 듯 보여서 도리어 내가 놀랐다. 뭐가 그리도 기쁜지, 하얀 신이 파안대소하며 내 밥그릇에 이것저것 담아준다. 유조는 너무 가벼우니 좀 먹는게 좋을게다. 그러면서 꾸역꾸역 담아주는데 솔직히 그거 사돈남말이거든요!? 할배가 더 얇거든요?!?! 어쩐지 울컥해서 반찬 몇개를 잡아 입에 들이밀었더니 좋다고 받아먹는다. 옆에서 미카즈키씨가 자기도 해달라며 입을 벌린다. 이거 애정표현 아닌데요!? 에, 그럼 나도~! 라며 호타루쨩까지 달려들었다. 어쩌지. 뭐지 이 상황…? 어째서 내가 먹여주는 상태가 된거지? 이 와중에 학할배가 아앙~ 거리며 밥을 먹여준다. 다시 달할배가 따라서어어어어어 잠깐 이 패턴 계속 반복이지 않아!? 이건 싫은데에에에에에에에…… 하지만 미인의 아앙을 거부할 정신력이 없으니 결국 다 받아먹고 다 먹여줘야했다. 젠장, 젠자앙!!
역시 만악의 근원은 이 하얀 악마다.
신나게 웃으며 날 안아든 악마의 머리카락을 꾸욱 당기니 무슨 일이냐는 듯 말간 금빛 눈으로 바라본다. 그러다 해사하게 웃으며 유쾌발랄하게 말한다.
"하핫, 우리 유조는 걱정이 많군. 이번에도 검비위사를 만나면 깔끔하게 이기고 돌아오지."
깔끔하게 다치지 말아주세요. 입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을 알아들은 듯, 츠루마루씨가 웃으며 유조의 바람이니 다치지 않도록 하지라며 다시 웃는다. 전장으로 향하는 문 바로 앞에서 내려주고는 호쾌하게 전장으로 향한다. 미카즈키씨가 냉큼 날 안아들며 토닥여 줬다. 아주 조금, 그 온기에 안도하며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꿈이 아니었다. 현실이다. 지금이…….
미카즈키씨가 좋구나, 좋아를 반복한다. 뭐가 좋은지 조금도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았으니 이대로 있어야겠다. 라고 했다가 잠들어 버렸다. 깨어나서 미카즈키씨가 해맑게 웃으며 잘잤냐고 하는 말을 또 들어버렸다. 심장에 해로웠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네에에에에… 쯤으로 대답한 것 같다. 왜 안깨웠어, 달할배야아아아아아아아!! 부끄러, 쪽팔려어어어어!!!!
이미 지난 일이니 어쩔 수 없지. 보고서나 써야겠다아…….
이래야 유조지.[아님]
얘 안에서 막 호칭이 이리저리 막 바뀌는 건 그때그때의 느낌에 따라서입니다.
야만바리기는 천사입니다[…]
진짜 유일하게 완전히 자기편이라고 느낍니다.[…]
그리고 외모상 또레라고 느껴서 존칭을 쓰진 않습니다.
이건 사요랑 호타루마루도 마찬가지고요.
덧붙여서 사요랑 호타루마루는 착한 아이쯤으로 느낍니다.[…]
소우자와 코우세츠는 무조건 '씨'입니다.
아주 친근하게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친근해서 편하게 부르고는 싶은데 분위기랄까 그런게 방해해서 그냥 '씨'를 붙이는 쪽이죠.[…]
미카즈키는 대게가 미카즈키'씨'지만, 츠루마루를 따라 엉뚱한 짓을 하면 달할배로 격하됩니다.
사실 급하면 튀어나오는 '달님'이 가장 직감적으로 느낀거에요.[…]
그리고 사감이 가장 많은 우리 츠루마루'씨'[폭소]
멀쩡하면 츠루마루'씨'이지만 엉뚱한 짓을 하면 학할배, 하얀 악마, 만악의 근원 쯤으로 바뀝니다.[폭소]
사실 급하면 나오는 '하얀 신'이나 '학'이 가장 직감적으로 느낀겁니다.[…]
그리고 이번에 추가된 이들은 너무 많아서 머릿속의 정리가 덜끝난 상황이라 감상이고 뭐고 없습니다.[…]
요약하면~
야만바기리 = 천사
사요 & 호타루마루 = 착한 아이
소우자 & 코우세츠 = 좋은 분이지만 가까이하기엔 어쩐지 너무 먼 당신(…)
미카즈키 = 달님
츠루마루 = 하얀 학
사실 유우쿄조가 가장 많이 울컥하지만, 가장 많이 의지하는게 츠루마루입니다.[폭소]
그래서 무심코 시선을 가장 많이 보내는 게 츠루마루입니다.[폭소]
그 다음이 미카즈키고 그 다음에야 야만바기리, 사몬지 형제, 호타루마루가 나옵니다.[폭소]
이상입니다!
재미있으셨다면 좋겠네요.[해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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