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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외전 [코하네의 이야기]

by 깜냥이 2015. 2. 1.

코하네의 과거 이야기 입니다!

본편과는 무관한 이야긔!!

 

그를 처음 만났던 것은 5살 즈음 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의 부모님과 친하다는 이유로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오랜 친분을 쌓던 집안이라는 듯 해, 그 집에 행사가 있거나 우리 집에 행사가 있을 때면 꼭 참가하곤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어른들과는 달리 그와 나는 처음 보자마자 우리는 절대 맞지 않음을 알아차리고 친하게 지내긴 커녕 부모님 뒤에서 서로를 보며 으르렁 거릴 뿐이었다.
어른들은 그런 우리를 보며 낯을 가린다고 생각하고 아이들끼리 놀다보면 친해질 거라며 놀이방에 넣어두고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노는 것에만 열중했다. 하지만 우리는 친해지긴 커녕 어른들이 돌아올 때까지 멀찍이 떨어진 채로 서로를 노려볼 뿐이었다.


"코하네? 마코토군과 잘 놀았니?"

"코하네는 아직 부끄러운가 봐요."

"어머, 그래? 그럼 마코토군이 우리 코하네에게 먼저 다가가 주겠니? 남자아이니까 말이야."

"네, 그럴게요"


나와 함께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어머니께 착한 아이인 척 하는 녀석이 싫었다. 남 부러울 것 없는 집안의 외동딸인 나는 그 당시에 어른들 조차 내게 함부로 대하지 못함을 알고 오만했었기에 나와 동등한 위치인양 으스대는 그가 껄끄러웠을런지도 모른다. 내가 자신을 유난히 싫어했던 것을 아는지, 하나미야는 내 앞에서는 본성을 굳이 숨기지 않았고 그 때문에 나는 점점 그를 싫어하고 그와 대립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할 즈음 되니, 그와 다투는 모습에 친해서 그러는 것으로 보였는지 몇몇 여자 아이들이 그와 친해지기 위해 내게 친근하게 굴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하나미야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그와 유일하게 동등히 대립하는 내 편에 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하나미야와 친분이 있는 나를 이용해 그와 친해지고자 하는 멍청한 여자 아이들과 그 녀석에 악감정을 가진 내 추종자들 그리고 그저 아무 생각이 없는 멍청이들로 나뉘어졌을 즈음 이었다.


"네가 안도 코하네, 맞지?"

"넌 누구야?"

"내 이름은 요시마사 치즈루. 이쪽은 호시 유우카. 사실 이런 파티는 간만이라 아는 얼굴이 없어서 말이야."


13살이 되던 날, 능청스럽게 초면에 반말로 말을 걸어온 그녀는 그 무렵의 나에게는 이상한 사람으로 분류되었던 것 같다. 요시마사라면 가끔 들리는 바로 익히 알고 있었지만 내 또래의 여자아이가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던 터라 놀라서 그녀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내 반응이 우스웠는지 키득거린 그녀는 우리가 동갑이라는 사실을 말하며 아는 얼굴이 호시 유우카 뿐이라 나와 친해지고 싶다는 어필을 해왔다.
하지만 그녀와 나는 같은 타입이라 친해지기 힘드리라 생각했다. 말하자면 동족혐오라고 할까? 그녀에 비해 호시 유우카는 조용하고 침착한 성격이라 나나 치즈루가 성격대로 막나갈 때면 중제를 해주곤 했다. 나는 그것이 좋아서 다른 녀석들보다 더욱 챙겨주고 보호하려 들었던 것 같다.


"안도상! 이번 주말 저희 집에 초대하고 싶은데 시간 되시나요?"

"미안, 선약이 있네."

"아... 혹시 그.. 호시 유우카 인가요?"

"그 아이랑 치즈루, 왜?"

"아뇨. 아닙니다."


그래봤자 철없는 부잣집 여자애들에게는 그것이 유우카가 나와 치즈루에게  붙어서 잘난척을 하고자 하는 모양으로 보인 모양이다. 나나 치즈루가 있는 곳에서는 같이 어울려주는 척 하고는 우리의 시선을 피해 옷에 음료를 쏱는다던가 발을 거는 등 치졸한 짓거리를 해대더니 끝내 손찌검까지 해대서 가끔씩 얼굴에 상처가 난 것을 발견해 범인을 찾느라 한바탕 난리를 쳤던 일이 있었다.


"안도, 친구가 다쳐서 화가 난  건 알겠지만 그런 식으로 모함은 좋지 못하다고 생각해."

"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니야! 그리고 너, 내게 말 걸지 말라고 했을텐데?"

"호시상이 난처해 하잖아."

"에, 아뇨. 괜찮아요. 하나미야상. 난 괜찮아 코하네."


하나미야의 말 따위 관심 없지만 유우카가 곤란해하니 아이들을 닥달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렇지만 이 일이 있은 후 유우카와 하나미야가 같이 있는 모습은 심심찮게 눈에 들어와 그 둘을 떼어두느라 온 힘을 다해야 했다. 그리고 그 여파로 유우카는 하나미야를 싫어하는 패거리들의 표적이 되어 나나 치즈루가 없이는 외출조차 힘들어했다. 그래도 내가 있는 파티에는 꼭 참석 했는데 그 때마다 하나미야는 일부러 유우카에게 친근하게 굴었다.


"유우카에게 찝적거리는 거, 그만해."

"내 인간 관계까지 신경 쓰는거야?"

"시끄러. 유우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너, 가만두지 않아. 명심해."


유우카가 다치는 일이 늘자 참다 못해 하나미야를 불러내 그에게 일단 경고 삼아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처럼 빈정거릴 뿐, 별 감흥 없다는 듯 무심하게 넘어갔다. 그리고 사건이 벌어지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바로 그 일이 있는지 1주일 후. 하교 중 갑자기 걸려온 낮선 전화에 그저 누구인가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자 치즈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우카가 어떤 패거리들과 말다툼을 벌이다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고 굴러 떨어져 지금 병원에 입원한 상태라는 것이다. 다행이도 계단이 그리 높지않아 크게 다치치 않았다는 말에 일단 안도 했지만 그래도 상태가 어떤지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차를 그녀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돌리게 해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코하네? 어떻게..."

"유우카? 괜찮아?"

"괜찮아. 치즈루가 연락 한거야?"


내가 병실로 들어서자 유우카는 당황해서 눈만 동그랗게 뜨다가  내가 괜찮으냐 물으니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여느 때처럼 웃으며 괜찮다며 나를 다독이고는 내게 자신이 이런 꼴 이라는 것을 말 했을 만한 사람을 추측하곤 그녀를 살짝 흘겨보았다. 그에 치즈루는 시선을 슬쩍 피했고 나는 말 안 했더라면 치즈루랑 크게 싸웠을테니 말 안 할 수 없었을 거라며 나름대로 변호를 해 주니 그제야 하긴, 그건 그렇지. 하고 한숨을 내쉰다.
그렇게 우리 셋이 모여 앉아 조잘거리고 있노라니 유우카의 부모님과 다른 친구들도 한 번 씩 다녀가며 나와 치즈루 하고도 인사를 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찰나였다.


"호시상. 사고가 있었다고 들어서... 어라, 안도?"

"하나미야상? 어떻게 오셨어요?"

"그 학교에 다니는 친구에게 들었어요."

"야. 따라 나와."


뻔뻔하게 병실에 면상을 디밀고는 유우카에게 친한 척 말을 거는 꼬락서니에 순간 열이 받아 그의 멱살을 잡고 병실 밖으로 끌고 나가 인적이 드문 비상구로 향했다. 유명 병원이고 그와 나는 병원의 사람들이 다 알만한 이름 높은 집의 지체이고 내가 이론 행동을 함으로 무슨 추문이 퍼지게 될 것인가 그딴 것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무작정 그를 끌고 나갔다. 그는 내게 순순히 끌려오며 선량한 표정을 지으며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가 사람이 없는 곳으로 오자마자 특유의 그 재수없는 얼굴로 돌아갔다.


"내가 경고 했지! 유우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가만 안두겠다고!"

"그녀가 다친게 왜 내 탓이야? 내가 밀었어?"

"하나미야!"

"후핫! 그러게 왜 가만히 있으려는 사람에게 시비를 걸어."


짜증날 정도로 뻔뻔하게 능청스러운 말을 지껄이던 그는 내가 소리치자 멱살을 잡고 있는 손을 내치며 본성을 드러냈다. 진심으로 한대 후려치고 싶었지만 그런 야만적인 일을 해봣자 이 녀석보다 못난 짓 이라는 것을 알기에 애써 억누르고 이를 악물었다. 진심으로 죽여버릴 기세로 노려봐 봤자 그는 가소롭다는 듯이 후핫! 하고 웃을 뿐 이었고 나는 그런 그에게 어떠한 대응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나를 밀쳐내고는 비웃으며 한마디를 툭 던지고 비상구를 빠져 나갔다. 그 이후 유우카를 다치게 한 녀석들을 찾아가 있는대로 난동을 부리고 집에 돌아와서도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한바탕 소동을 부렸다.


"무슨 일이 있으셨기에 아가씨가 저러셔?"

"귀가 중에 친구 병문안 다녀오셨다는데. 거기서 무슨 일 있으셨던건가?"

"앗! 아가씨! 화병은 위험해요!"


그날의 소동으로 걱정시킨 것 물건을 부숴 힘들게 한 것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때는 사용인이고 부모님이고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그저 주체할 수 없는 패배감과 분노를 어딘가에 표출하고 싶을 뿐으로 울고 불고 난리를 쳤었다. 그리고 그 이후, 유우카를 괴롭혔던 패거리들과 그것을 목격한 이들 덕분에 나를 화나게 할 만한 일을 하게 된다면 지옥을 볼거라던가 사회에서 매장된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 소문 덕에 유우카에게 손찌검을 하는 이들이 사라졌고, 내 주위엔 내가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들 외에 쓸모없는 떨거지들이 떨어져나갔다. 사교계에 퍼진 소문은 여자로서 이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주변에 이로운 사람만 남아 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 하기로 했다.


"어때? 공포의 대상이 된 기분은."

"좀 꺼질래."

"넌 언제나 변함 없네. 그래서? 너는 지키겠다고 장담하던 네 친구는 지키지 못했고. 결국 이런 꼴이잖아? 후핫! 어때. 지금 기분은?"

"난 어느정도 만족해."

"... 그래? 그럼 난 이만. 눈초리에 찔려 죽긴 싫어."


기분 나쁜 소릴 내뱉는 그를 있는대로 노려보며 차갑게 대꾸하자 미묘하게 인상이 일그러진 그가 특유의 능청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사라졌다. 그렇게 그와의 인연을 끝내고 싶었다. 두번 다시 주변 사람이 그에 의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아. 그렇기에 다음에는 기필코 그에게서 구해내리라 다짐했다.

그와는 어떤 악연으로 얽혀있는 건지, 고등학교에서 마주친 그가 또 다시 내 친구의 주위를 맴돈다. 그래도 서향은 유우카처럼 여린 아이가 아닌 강하고 현명한 아이니까. 그리고 하나미야를 보고 현혹되기보다 의심을 하는 아이니까.

이제, 하나미야 때문에 소중한 이가 다치지 않길 바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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