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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14-

by 깜냥이 2015. 2. 1.

올리는 걸 잊고있었던 저란 멍충이...

서실 요즘 게을러졌다던가 하는 기미가 조금 보입니다....

누가 계속 재촉하면 빨리 쓰려고 '만' 하는데 아무도 재촉을 안합니다 ㅇㅂㅇ!! 얄루!

지난주 분, 그리고 외전, 이번주 분 해서 3편 올라갑니당~

나 혼자 어색하기 그지없던 점심 시간이 지나고 교실로 돌아와 언제나처럼 나와 코하네의 옆으로 모인 둘과 이야기를 하던 중 시험 기간에 대한 압박 탓인지 아니면 조례 때에 담임 선생님께서 하신 말 때문인지 다나카가 슬그머니 내게 공부를 어떻게 하느냐 물어봐왔다.


"공부는 평소에 하지. 수업 잘 듣고, 복습 하고. 시험기간에는 내가 취약한 과목 위주로 보고, 물론 다른 과목도 해 가면서."

"평소 행실의 차이 때문에 무리네..."

"실망하지 마, 다나카군. 내가 학생회 선배분들께 노트 받아다 줄까?"

"진짜? 고맙다, 안도!"


내 대답에 안그래도 시무룩해진 다나카는 미오가 슬그머니 얹은 한마디에 더욱 침울해졌다. 그런 그를 가여이 여긴 코하네가 작은 희망을 줌으로 금새 들떠서 그녀에게 절을 할 기세로 벌떡 일어나 연신 고맙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 은혜는 반드시 갚는다! 하고 외친 다나카의 모습에 주위 남학생들이 와- 다나카 축하해- 같은 말을 옛다 받아라 식으로 말하며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다바카도 공부하는데 우리도 해야지, 그래야지 하는 식의 중얼거림도 들려왔지만 그는 별로 개이치 않는 다는 듯이 신나있을 뿐이었다.


"뭐가 그리 신이난거야?"

"오, 하나미야! 세상은 박하지만은 않은 것 같네!"

"응,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기분이 좋아져서 헛소리를 해대는 다나카를 보며 하나미야는 오늘 기분이 좋아보인다며 웃고는 그를 지나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그러던지 말던지 다나카는 코하네의 선의에 신이나서 콧노래마저 흥얼거리고 있었다. 사실 너도 낙제할까봐 걱정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 우리는 그저 키득거리며 웃었다. 다음 수업시간이 끝난 뒤 잠시 어딘가 다녀온 코하네가 노트를 다나카에게 건네주자 그는 다시 흥분 상태가 되어 방과 후까지 그 텐션을 이어갔다.
바로 뒷 자리인 다나카가 즐거움을 주체 못하고 있으니 왠지 나도 기분이 슬그머니 좋아졌지만 최근 이런저런 이유로 공부를 소흘히하고 있었어서 조금 걱정도 되었다.


"서향, 오늘도 너네 집에 가도 괜찮을까?"

"오늘도 집에 안 갈 생각이야?"

"음... 아버지께서 항복하실 때까지 안 들어갈 생각이야."

"뭐... 나야 사람이 있으면 좋지만..."

"고마워!"


오늘은 학생회 일을 뺄 수가 없어 같이 하교할 수 없다던 코하네는 학생회 일이 끝나고 우리집으로 오겠다고 말했다. 무슨 일로 부모님과 다투었는지는 몰라도 빨리 돌아가는 편이 나을 텐데... 내가 참견할 만한 문제는 아니지만 언제나 상대가 누구든 다툰 일이 있으면 얼굴을 보고 해결을 보곤 했기 때문에 가출이라는 선택지는 극단적이라고 생각한다. 하교길에 바로 시장에 들러 양손 한 가득 짐을 들고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나니, 이제 슬슬 코하네가 하교 중일 터였다. 서둘러 저녁을 하고 있으니 조금 뒤 벨소리가 들려왔다.


"네, 누구세요?"

"나 왔어!"


코하네의 목소리를 들으며 문을 열자 환하게 웃는 얼굴의 그녀가 한 손에 간식거리가 가득 담긴 봉투를 들고 이것 보라며 신나서 자랑을 해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제 학생회를 빼먹은 상황을 전부 선배에게 말씀 드렸더니 힘내라며 사주셨다고... 아니 선배라면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 오히려 응원을 하고 있는거야?
내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자 능청스럽게 웃으며 시익 웃는다. 마치 내가 무얼 궁금해 하는 건지 알겠다는 표정을 하던 그녀는 배고프다며 매달려 왔다.


"그런데 왜 가출을 한거야?"

"응? 아... 내가 말을 안 했나?"

"안 했어."

"하나미야 때문에."


그녀의 말을 끝으로 잠시 냄비의 끓는 소리만 들려오다가 내가 슬그머니 그녀에게로 시선을 옮기자 장난스런 미소를 짓고있는 코하네가 무슨 문제가 있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뭐, 뭔가 설명 더 없는거야?


"응? 아... 아빠가 하나미야랑 약혼하라는거야. 말도 안돼. 그래서 그거 취소하기 전 까지는 집에 안 돌아간다고 벼르고 오는 길이야."

"아... 그건 싫겠네."

"그치? 정략인 것도 싫은데 상대가 그 녀석이라니, 진짜 싫어."


코하네는 소름이 끼친다는 표정으로 팔을 비비며 질색을 했다. 하긴, 싫어하는 사람과 결혼 약속을 하라니 나라도 그런 건 싫을 것이다. 그 녀석과 사느니 평생 혼자 살겠다는 코하네는 내가 상에 수저를 올리자 부엌으로 따라들어와 밥을 퍼 담아 식탁으로 옮겼다. 오늘 저녁은 한국 요리라 그녀에게 조금 맵지 않을까 하며 조심조심 찌개를 옮여가자 빨간 김치찌개를 본 코하네가 눈을 동그랗게 떳다. 한국 음식이라고 설명하자 그렇구나! 하고 대답하며 앞에 놓인 각접시에 찌개를 조금 덜어 조심조심 먹기 시작했다. 역시 많이 매우려나하고 걱정한 것과 다르게 코하네는 꽤 맛있게 먹어주었다. 그렇지만 역시 매웠는지 식사가 끝나자마자 물을 찾아대긴 했지만...


"매워... 근데 맛있다."

"맛있다니 다행이네."

"그럼 이제 간식 먹을까?"

"방금 밥 먹었는데?"


간식을 먹기엔 이르지 않을까? 하고 나란히 소파에 앉아 앞에 놓은 간식 봉투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돈 찰나였다. 갑작스런 벨소리에 흠칫하고 놀란 코하네가 소파 옆 테이블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어머니의 전화라는 것을 내게 보여주며 이제 항복하신거라며 신나서 전화를 받더니 곧 인상을 쓰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평소의 그녀는 발랄하고 차분했는데 하나미야과 관련되면 히스테리를 부리는 걸까? 약혼을 취소하기 전에는 절대 돌아가지 않는다며 소리친 코하네가 전화를 끊고도 핸드폰을 부숴버릴 듯이 노려보는 것을 보고 나는 그녀의 기분을 풀기 위해 시선을 간식으로 돌렸다.
내 부름에 옆에 와 앉아서는 전투적으로 간식을 먹고있는 코하네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 하나미야하고 결판을 내던지 해야겠어! 그 녀석이 그 따위로 대응하니까 일이 이렇게 된거잖아!"

"일단 진정해 코하네... 그러다 탈난다?"

"그래. 일단 내일..."


하나미야 이러다가 코하네한테 얻어맞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가 코하네가 때려봐야 얼마나 아프겠나 하며 얻어 맞거나 말거나 하는 마음으로 코하네를 달랬다. 어느정도 간식을 먹어치운 코하네가 기분이 풀려보여 안심하고 있으니 불쑥 시험 기간인데 공부해야지! 하며 가방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책을 몇권 가지고 나왔다. 이 기회에 역사랑 고문 좀 물어볼 요량으로 책을 가져오자 암기 과목 위주로 들고나온 코하네가 고문은 싫다며 테이블에 엎어졌다. 역사부터 같이 하자며 책과 노트를 펴자 천천히 몸을 일으킨 코하네가 자신도 책을 펼쳤다.


"그래도 역사는 그냥 외우면 끝이라 편하지 않아?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좀 헷갈리더라고."

"하긴, 좀 그렇지?"


노트에 정리해가며 외우느라 시선을 책에 고정하고 있으니 서로 열중하고 있어서인지  금새 대화가 끊겼다. 한동안 사각거리는 필기 소리만 들려오다 코하네가 쓰는 것을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도 다시 써내려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아 고개를 들자 코하네가 내 공책을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왜?"

"아니... 일본어 책을 보면서 한글로 적네?"

"아... 읽으면서 요약을 하고 또 그걸 한글로 번역하면 더 잘 외워지더라고. 그래서 공부할때는 한글로 쓰는 편이야."

"정리하는게 좀 느리다 했더니 그래서 그렇구나? 서향은 대단하네."

"응? 아니 별로..."

"아냐 대단해!"


그래도 석차는 코하네가 한참 높은 걸... 학년 수석에게 대단하다는 소리 들어도 별로 내가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내가 자존감이 닞아서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코하네가 더 대단하지 않은가? 일단 그녀에게는 고맙다고 했지만... 어느새 공부하려던 생각은 멀리 던지고 한글에 관심을 보이며 가르쳐 줄 수 있느냐 물어오는 코하네에게 나중에, 시험 끝나고 같은 말로 다시 시험 공부에 집중 할 수 있도록 하느라 안간힘을 써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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