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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12-

by 깜냥이 2015. 1. 18.

으앙... 지난 주에 올리는 걸 잊었어요....

절대로 일요일 저녁에는 올리니까 안 올라오다면.... 안 올리고 올린줄 안거에여...

 

 
내 집에 끌려오듯 도착하고 들어오자마자 거실에 마주앉아 다짜고짜 들은 말에 잠시 정신이 멍해져서 멍청하게도 그 녀석이란게 누구냐고 되 물었다. 그에 순간 움찔한 코하네가 긴 한숨을 내쉬고 거실 테이블에 팔을 괴고 기대어 잠시 눈을 감고 뭔가 생각하더니 하나미야. 하고 툭 던지듯 그의 이름을 말했다.
그리고 허리를 펴고 팔짱을 끼운 채 정말로 싫다는 표정으로 조금 신경질 적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 집안하고는 자주 얽혀서 말이야. 어릴 때 부터 우리 집의 행사에는 그 녀석이 꼭 왔었고, 그 집의 행사에도 나는 꼭 참석 해야했어. 얼굴을 자주 볼 수 밖에 없었어."

"그럼 소꿉친구...? 같은거야?"

"그런 거랑 친구 아닌데. 난 그 녀석이랑 웬만해서는 대화라던가 하지 않잖아?"


기억 안나? 하고 덧붙이는 그녀의 말을 듣고보니 그랬다. 하나미야와 내가 대화할 때 내게 말을 걸었지 절대 하나미야에게 말을 걸거나 바라보지 않았다. 그것은 하나미야도 마찬가지로 둘은 자리도 바로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마주보지 않았고 대화하는 경우는 더더욱 없었다.
심지어 나를 돌아 볼 때도 창문 쪽으로 돌아보니 그를 보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색하기 그지 없는데 그걸 이제서야 깨닫다니 나도 참 멍청하네, 혼자 속으로 한숨을 쉬는 동안 코하네는 입을 열려다가 말고 다시 생각이 빠져 눈동자만 굴리고 인상을 썼다. 코하네가 말을 정리하는 것이 오래걸릴 모양이라 잠시 그녀에게 말하고 부엌에서 마실 것을 찾았다. 냉장고에 남아있는 오렌지 주스를 한 잔씩 따라서 거실로 나오니 그 사이 정리가 다 되었는지 내가 잔을 테이블에 놓고 자리에 앉자마자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이 험하게 나갈 수도 있으니 이해해달라고 미리 경고하듯 말했다.


"아무튼, 오래 지내다보니 그 녀석도 나도 서로의 원래 성격을 알아. 알고 싶어서 알게 된 건 아니고 그 녀석도 나도 외동이라 애들끼리 친해지라고 자주 붙여둬서 어쩔 수 없이 알게 된거지. 아무튼 원래 그 녀석은 성격이 더러워. 악동이라는 별명은 그냥 귀엽지 실제는 그냥 악마야. 나는 원래 성격이니 하고 말해도 딱히 내숭을 떨고 있는 건 아냐. 웬만한 녀석들은 다 알걸? 나 성격 나쁜거."

"웬만한 녀석이라고 하면 학기 초에 그 여자애들 같은?"

"응. 나는 내 잘난 맛에 사는 여자거든. 그런데 그 놈은 타인의 불행을 즐기는 놈이야. 애초에 농구를 시작한 것도 농구부에 맘에 안드는 녀석이 있다고 괴롭혀 줄 생각으로 들어간 거라니까? 기분 나쁜 놈."


말이 점점 빨라지던 코하네는 결국 폭발해서 따지듯 말을 내뱉고는 나즈막히 욕을 내뱉었다. 그리고 진정하듯 심호흡을 한 뒤 조심스레 내 안색을 살폈다.
그녀의 말에 충격을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애초에 그에 대해 의심을 하고 있었던 터라 딱히 그의 성격에 대해 놀란다거나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농구를 시작한 계기가 농구부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 때문이라니. 그건 무슨 경우지? 도무지 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아 인상만 살짝 쓰고있자 한숨을 살짝 내쉰 그녀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 녀석하고 한 번도 같은 학교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 같은 학교에 심지어 같은 반이라 기분 나빠하고 있었는데 그 녀석이 나한테 다짜고짜 서로 모르는 척 하자고 말해서 그 녀석이랑 말 섞기도 싫었고, 그래서 그러기로 했었어."

"그랬구나..."

"이거 하나는 기억해 줘.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서향 편이야. 그러니까 도움이 될 수 있게 해 줘."


마치 혼나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강아지와도 같은 모양새의 그녀를 보며 잠시 그녀의 말을 되돌이켜 보았다. 내가 아무 말을 않고 있자 점점 불안해보이는 코하네에게 그렇다면, 이야기를 들어줄래? 하며 살짝 미소지어주자 덩달아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몇 부분을 생략할까 생각하다가 기다리고 있는 코하네의 모습을 보고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하기로 했다. 중학생 때 농구부를 했던 것, 마지막 시합에서의 사고와 트라우마, 그리고 일본에 와서 만나게된 세이린의 모두에 대한 것, 마지막으로 얼마 전의 인터하이 예선 결승전에서의 사고. 내가 말을 이어감에 따라 표정이 어두워지던 코하네는 내 말이 끝나자 마자 자신이 생각하기에 절대로 그가 다친 것은 하나미야의 탓이 분명하다고 단정했다.


"그 녀석은 그러고도 남아. 그리고... 안타깝게도 절대 가벼운 부상일리도 없어."

"역시... 그렇겠지."

"미안, 시합을 보러 간다고 했을 때 말렸어야 했는데..."

"아냐, 괜찮아. 말렸어도 갔었을 테니까."


내가 막무가내라는 것을 나 자신도 잘 알고있으니까. 무릎을 끌어안고 코하네를 바라보자 그녀는 절대로 하나미야를 믿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말을 마쳤다.
그렇게 잠시 주스를 마시며 조용히 마주보고 있다가 시계를 바라보니 이미 시간은 저녁 식사를 할 때가 다 되어 있었다. 저녁 먹고 가라고 말하며 부엌으로 들어가자 잠시 조용히 있던 코하네가 오늘 자고 가도 괜찮겠느냐고 물어봐 왔다.
딱히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일도 학교에 가야하고 무엇보다 체격 차이로 코하네가 맞을 만한 옷이 없다. 네가 괜찮다면, 이라고 대답하자 방긋 웃으며 그럼 실례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느긋하게 오늘은 평소보다 많이 만들어야겠네 하고 느긋하게 생각할 즈음 잠시 나갔다 오겠다던 그녀는 손에 큰 쇼핑백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


"사실 애초에 자고 갈 생각이었거든. 비서한테 가져다 달라고 했지!"

"... 내가 거절하면 어쩔 뻔했어?"

"비서가 타고 온 차 타고 그대로 집에 가면 되잖아?"

"그러네."


언제나 똑똑해 보이는데 의외로 적당히 하는 구석이 있구나. 잠시 당황했던 것을 추스르고 재료를 꺼내서 손질을 시작했다. 무슨 요리냐며 주변을 기웃거리는 코하네를 보고 키득거리며 웃다가 순순히 메뉴를 읇어주자 기대된다는 듯이 내가 하고있는 것을 졸졸 따라다니며 구경했다. 요리를 할 때 엄마가 도와주셨던 것 말고 다른 사람이 이렇게 지켜보고 있는 것은 처음이라 엄청난 부담에 제발 식탁에 앉아 있어 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그리고 요리를 끝낸 뒤 식탁으로 옮겨지는 요리들을 보며 신이 나서는 도울 것은 없냐며 목소리 톤 부터 기분이 좋다는 것을 내보이며 물어봐왔다. 그럼 수저 챙기는 것 좀 부탁해 볼까! 하고 말하자 쪼르르 주방으로 달려갔다.
둘이서 사이좋게 식사를 하고 그제서야 옷을 갈아 입은 뒤 빈 방 하나에 코하네의 교복을 잘 챙겨두고 그녀가 잘 수 있도록 방을 정리하는 것까지 마치고 소파에 대충 누웠다. 그러자 내가 돌아다니는 동안 책을 찾아 읽고 있던 코하네가 키득거리며 내 머리를 헝클었다.


"으아! 하지마! 안돼!"

"와아아! 서향 머리카락 부드러워!"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왁왁거리며 한참 바둥바둥거리다가 머리가 산발이 되고 나서야 그녀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신나있는 코하네는 내 머리를 다시 정리해 주면서도 깔깔거리머 웃어댔다.
사실은 어제 아버지랑 하나미야 탓에 크게 다투고 오늘 집에 돌아가기 싫어서 내게 물어보고 냐 집으로 가출을 올 생각 이었는데 내 상태가 안 좋아보여 이유도 물을 겸 슬그머니 자고 갈 계획이었다는 듯 했다.


"아무튼, 그 녀석은 전부 내숭이야. 앞에서는 잘해주고 친절해도 속은 검다니까? 아버지도 속은거야! 그녀석이 예의바르기는 무슨!"

"코하네... 진정...."

"그 녀석이 너한테 무슨 짓을 하면 바로 나한테 말 해야해? 알았지? 응? 요즘 뭔가 낌새가 안 좋아!"

"응. 알았으니까, 진정하자."


평소의 그녀의 모습이 아니라 다혈질적인 모습에 조금 당황했지만 이게 본래 모습일까 싶어 가만히 그녀를 진정시켰다. 잠시 씩씩대던 그녀가 감정을 추스르고 나서 미안하다고 사과해 왔고 별로 내게 피해가 온 건 아니니 괜찮다고 답하며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등교에 지장이 없으려면 자야 할 시간이라고 그녀를 방에 밀어 넣었다. 순순히 들어가지 않고 칭얼 거리는 그녀를 다독이며 옳지 옳지, 잘 시간이에요 하며 잠자리에 눕힌 뒤 나도 방으로 돌아와 자리에 누웠다.
그렇지만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하루였던 탓에 지쳤을 만도 한데 통 잠이 오지 않아 한참을 뒤척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두어시간이 지난 뒤에야 간신히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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