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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7

by 깜냥이 2014. 12. 7.

으아아 비가 오려나 무릎이 아프네요(노친네?!)
지난번 리퀘 받은건 아직 쓰고 있어요... 몇번 엎었는데도 마음에 드는 녀석이 안나오네요(먼산)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ㅠㅠ...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시험 마지막날 힘내고!"


엄마가 차려준 아침 식사의 냄새로 잠에서 깨고 엄마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식사를 하고 엄마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선다. 학교가 끝나면 골목까지 엄마가 마중을 나오고 간만에 집에 누군가 나를 맞이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기분이 좋아서 그걸 너무 티를 내고 다닌 모양이다. 아이들이 시험을 그렇게나 잘 봤냐고 물어 볼 정도라면 이미 말 다했지...
사실 첫 시험이라 난이도가 극악의 난이도 인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앓는 소리를 해대는 아이들도 몇 있었지만 우수생으로 보이는 코하네나 하나미야 말고 후루하시나 미오나 히마리도 가채점 점수가 괜찮았던 모양이니 오히려 쉬운 편이 아닐까 생각 했다. 물론,


"서향쨩 기분 엄청 좋아보여! 나도 기분 좋아! 오늘 시험 마지막 날인데 약속 있어? 없음 나랑 데이트안 할래? 시험에 스트레스 쌓였을 텐데 같이 스트레스 풀러 안 갈래?"

"서향쨩 기분 엄청 좋았었는데 안 좋아졌어. 약속 있어. 데이트 하기 싫어. 스트레스 너 때문에 쌓여서 안 갈래."

"오! 쿨해! 역시 한국인 이라서 그런가! 멋져!"

"좀 가라."


그냥 매일이 즐겁고 신나는 이 대형 비글 같은 시험이 어렵고 쉽고 그딴건 모르겠고 놀아줘. 같은 녀석도 있다. 지난번에 너 공부는 하고 있는거야? 하며 후루하시가 어이없어 했지만 공부? 그게 뭐죠. 하는 얼굴을 하는 녀석의 모습에 하나미야와 함께 길게 한숨을 내쉬었었다. 그보다 이 놈의 비글, 주인은 언제 오는 거지. 코하네 또한 같은 생각인지 한숨을 길게 내쉬던찰나 교실의 뒷문으로 언제나처럼 주황색 머리카락의 남학생이 나타나 녀석을 질질 끌고 사라졌다. 이야길 들어보니 그도 같은 농구부로, 부 활동에서도 저런 느낌이라고 한다.
부활동 에서도 그 녀석을 상대해야 하다니 불쌍한 녀석이구나. 라고 생각하다가 내가 지금 누구를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 하고 오늘까지의 가채점 평균을 되돌아보았다. 과연 이 정도 실력으로 석차가 얼마나 높게 나오려나 싶기도 하고... 젠체 석차는 일단 내일 중앙 게시판에 뜬다고 하니 등교하면서 확인 하면 된다.


"첫 시험이라 엄청 긴장했었는데 드디어 끝났구나."

"서향쨩 거짓말 한다- 시험 내내 풀린 얼굴 이었으면서!"

"무슨 좋은 일이 있던 거야? 이제 시험 끝났으니 물어나 보자!"

"엄마 오셨어. 첫 시험이니까 힘내라고 와주셨어."

"뭐야, 우린 시험을 엄청 잘 본 줄 알았지!"


시험이 끝남을 실감 시켜주듯 히마리와 미오가 깔깔거리며 떠들었고 그녀들을 보며 코하네가 키득거린다. 오늘 귀국하시는 엄마만 아니었다면 오랜만의 활기참을 더 즐겼을 테지만 지금은 엄마가 가장 중요하다. 종례를 마치자마자 서둘러 가방을 챙기는 내 모습에 코하네가 방긋 웃으며 주말에 또 함께 놀자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미오나 히마리 또한 놀 수 있는 날을 정할때 연락하겠다며 잘 놀으라고 웃어주었다. 그런 그녀들에게 이번 주말에 시간을 내야겠다고 생각하며 손을 흔들어 주고 집으로 곧장 달려왔다.


"어머, 벌써 온거야? 친구들하고 놀다 올 줄 알았는데."

"오늘 엄마 한국가는데 내가 어떻게 친구들하고 놀아? 엄마하고 놀아야지."

"엄마 생각해서 그런거야? 그럼 우리 딸이랑 오랜만에 데이트나 할까?"


엄마와의 오랜만의 데이트에 신이나서 쇼핑을 할까 영화를 볼까, 지난번에 카페에 갔는데 거기가 맛있더라 등등 쉴새없이 조잘거렸다. 내가 이런 반응을 하는 것이 처음 농구부에 들었던 날 이후로 거의 드물었 던 탓일까 엄마는 그저 웃으시며 내가 이끄는 대로 따라 오셨다. 공항까지 가야하는 시간을 생각해야 해서 영화는 무리고 간단히 쇼핑을 하고 카페에가는 것으로 정하고 신나서 이곳저곳 구경하며 다녔다. 사실 쇼핑을 할 만큼 뭔가 필요한 것은 없었기에 모녀가 함께 아이 쇼핑만 할 뿐으로 쇼핑보다는 수다 삼매경이 중점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엄마랑 노는 것도 얼마만이지. 아니 처음이던가...


"일이 바빠서 딸내미랑 노는 것도 자주 못했는데 이렇게 놀러 나오니 좋네."

"나 졸업하면 신나게 놀러다니자 막 몇박며칠 그렇게."

"어머 그럴까? 아빠는 버리고?"

"오붓하게 모녀끼리?"


아빠 미안. 엄마도 잠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지 눈동자를 굴리더니 아니, 외동딸인데 엄마 혼자 독점하면 아빠가 불쌍하다며 오래 놀러가는 건 아빠도 데려가기로 하기로 했다. 이제 고등학교 입학한지 2달인데 너무 먼 일을 이야기하나 싶었지만 뭐 어떤가 싶어 조잘조잘 떠들었다. 서운하게도 시간은 금방 지나가서 그나마도 아슬아슬하게 서둘러 공항으로 달려가야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즐겁게 놀다가 헤어져서 다행이라고 할까, 조금 더 서운해진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무의식 중에 농구장이 있을 길로 들어서 있어 어차피 이 길이 지름길 이니까.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가 혹시 세이린도 시험이 오늘 끝나서 부활동이 없어 농구장에 오지 않았을까? 하고 조금 빠른 걸음으로 농구장까지 뛰듯이 걸었다. 역시나 누군가 있는지 말소리가 들려오는 농구장의 소리 중 내가 알고 있는 목소리 라고는 키요시네 부장인 휴가 뿐 이었다. 키요시는 없나? 하고 문을 살짝 열자. 역시나 살짝 열은 보람 없이 소름을 내주는 문 덕분에 안에 있는 전원의 시선이 내게 몰렸다.


"오- 서향!"

"안녕, 키요시. 그리고.. 휴가군이었나?"

"어. 안녕."


오랜만에 보는 키요시에게 부활동으로 바빳겠거니 하고 묻자 바쁘다기보다 즐거워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그의 옆구리를 찌르며 옆에 있던 검은 머리의 남학생이 날 소개해 줄 것을 눈으로 재촉했다. 그의 이름은 이즈키, 그리고 그의 뒤쪽에 있던 갈색 머리의 남학생은 코가네이라고 했다. 이제 내일부터 인터하이의 준비로 바빠질테지만 그래도 시험기간 동안 농구를 못 했더니 답답해져서 다같이는 아니고 시간이 되는 사람만 함께 왔다고 한다.


"그런데 인터하이라니?"

"전국 고교 종합 체육 대회야. 줄임말이지."

"그렇구나..."

"소햔은 소햔? 어?"


역시나 발음을 힘들어하는 코가네이의 모습에 키득거리며 발음을 고쳐주자 이제는 발음을 어느정도 하는 키요시가 으쓱거리며 내 이름을 불러댔다. 코가네이는 결국 발음이 너무 힘든지 그냥 소햔이라고 부르는 걸로! 하며 빠릿하게 손을 들고 말해서 푸훗 하고 웃어버렸다. 이즈키 또한 발음이 힘든지 코가네이의 말에 아하하하 하고 웃다가 그래도 그건 아니지. 하며 태클을 걸었다.
나 때문에 수다만 떨고 농구 못하고 있는거 아니냐 묻자 이제 막 쉬기 시작하던 참이라고 대답해주는 휴가의 모습에 그저 방긋 웃어보였다. 그래도 오랫동안 시간을 뺏는 것은 좋지 못해 슬슬 자리를 피해야 할까 생각하던 찰나였다.


"우리 슬슬 연습할건데 구경하다 갈래? 소... 소햔도 농구 좋아하는 것 같은데."

"선수였다며? 몸을 못 움직이니 구경이라도 하는 건?"

"아냐, 방해되니까 난 이만 갈게."

"한 번 보고 가는 건 어때?"


이즈키와 휴가의 권유에 당황해서 거절하자 키요시가 그들을 거들었다. 내가 왜 거절하는 지 알면서도 권유하는 키요시에 더욱 당황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자 그는 그저 방긋 웃어보일 뿐 이었다.
트라우마로 인한 공포심이니까 부딪혀보는 게 좋지 않느냐는 말을 자주 하던 그였다. 그의 의도는 파악 했지만 그래도 조금 겁이 나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망설이는 동안 코가네이가 나를 끌어다 벤치에 앉혔다. 어벙벙한 상태로 그들이 연습에 들어가며 농구공의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고보니 내가 벤치에 앉아 코트를 바라보았던 적이 있던가. 포지션 적으로 코트의 중앙에서 선수들을 컨트롤 해야했었고 에이스라던가 주장이라는 타이틀로 1학년 초반을 제외하면 벤치에 있던 적도 없었다. 애초에 1학년 당시 부원이 적었던 탓도 있었지만...
초조함과 불안감은 있는데도 즐거워 보이는 그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고개를 숙이자 덜덜 떨리는 손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손으로 슛을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울컥하는 마음에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가 다시 펴 무릎에 가만히 올려두었다.


"소햔? 무슨일이야?"

"응? 아냐. 미안, 나 이만 가볼게."

"어? 응. 그래. 다음에 보자!"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보는 것, 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손이 미친듯이 떨린다.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 어떤 것 보다 좋아하는 것이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을 오랜만에 다시, 확실하게 인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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