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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4-

by 깜냥이 2014. 11. 16.

글을 쓸 때마다 이놈은 누구지 하며 씁니다.
이놈은 하나미야가 아니야 하고 쓰면 쓰기 참 쉬운데 하나미야라고 자각하면 이게 어떻게 하니미야야 하고 손이 반항을 합니다.....(먼산)
그래도 창작캐 같다는 느낌이라 나름! 쓰기 편합니다.

본격적으로 부 활동이 시작되는 월요일의 아침은 지난주보다 조용하기도 하고 소란스럽기도 하다. 한참 스포츠계 부 활동을 하고 있는 체육관이나 운동장은 휘슬이니 기합이니 시끄럽기 그지없지만 학생들이 빠져나간 교실은 그저 한산하다.

학생회인 코하네도, 농구부인 하나미야와 후루하시도, 야구부인 뒷자리 다나카군도. 사방이 빈 상태에서 그 가운데에 앉아 있으려니 기분이 묘하다.

책을 펴고 힐끗 운동장을 내다보자 아침 몸풀기로 운동장을 돌고 있는 학생들이 보여 그 학생들 사이에서 아는 사람을 찾아보려 눈을 굴렸다. 하지만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으니 찾아보아야 우리 반 학생들뿐 일까나. 한참 창 밖을 내다보다가 이내 포기하고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기껏 꺼내놓은 책이 조례시간이 다가오는데도 불구하고 고작 한 페이지도 넘기지 못 하고 있으니 책을 읽을 기분이 나지 않아 괜히 파라락하고 책장을 훑고 덮어버렸다. 그리고 다시금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려던 찰나 누군가 내 자리로 다가왔다.

 

 

"있지. 네가 한국에서 왔다는 그 애지?"

 

 

혼자가 아닌 몇몇의 여학생들을 대동하여 내 옆에 선 단정한 단발머리에 도도한 인상의 여학생은 본 기억이 없고 내게 한국에서 왔느냐를 묻는 것으로 보아하니 다른 반 학생일 터다. 말투는 나름대로 상냥했으나 표정이나 태도가 불량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자 그 아이의 어깨 너머로 미오와 히마리가 그 여학생의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많은 수의 아이들 탓인지, 아니면 이 아이들이 그 방면으로 유명한 것인지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다가 곧 조금씩 다가왔다. 그 모습에 나는 그녀들과 눈을 마주치고 살짝 인상을 쓰며 그러지 말라는 표시를 하자 더욱 안절부절하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것을 확인한 나는 그 여학생과 시선을 맞추고 활짝 웃으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여학생은 그렇구나- 하고 방긋 방긋 웃더니 자신의 뒤쪽의 여학생들에게 눈짓을 했다.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내 책상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굳은 얼굴로 천천히 책상이 뒹구는 바닥으로 고개를 돌리고 나는 그대로 침묵했다 . , 그래. 한국인이라고 괴롭히겠다 이건가? 하고 생각하는 내게 그 여학생은 가증스럽다는 어투로 내게 시비를 걸었다.

 

 

"있지, 조센징 주제에 우리 하나미야상에게 들이대지 말아줄래?"

 

"후루하시군이 너 같은 수준 떨어지는 조센징하고 말 섞는 거 기분 나쁘거든?"

 

"거기다 안도상과 주말에 외출했다며? 조센징 주제에."

 

"하나미야상에게 추근대지 말고 너네 나라로 꺼져버려!"

 

 

점점 격해지는 듯싶었던 여학생들의 말은 폭언으로 이어졌고 마지막 여학생의 말이 끝나자 마자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어 겁을 먹었을 것이라 생각 했는지 여학생들은 내가 일어서자 잠시 조용해졌다가 이내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들의 콧대를 눌러줄 심산으로 허리를 꼿꼿이 펴고 처음 내게 말을 걸었던 여학생보다 더 오만한 표정으로 눈을 접어내려 나보다 한참 작은 그녀들을 내려다보았다. 그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하나 둘씩 입을 다물었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교실 안의 분위기도 싸늘해졌다. 팔짱을 끼우고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살짝 기울여 한껏 거만하게 그녀들을 향해 한마디 툭 던졌다.

 

 

"그래서?"

 

"... ... 그래서라니! 조센징 주제에!"

 

"앵무새니? 그 말 밖에 할 줄 몰라?"

 

 

그 놈의 조센징타령 시끄러워 죽겠네. 그녀들의 말을 끊어내며 한마디 더 던지자 익! 이익! 하는 울분에 찬 소리만 내는 여학생들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아무것도 아닌 도발에 더욱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보니 머릿수만 가지고 자신들이 최고라고 착각하는 오만 방자한 아가씨들 인 듯 했다. 교실의 아이들은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맹렬히 고민 중이고 히마리와 미오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 눈앞의 그녀들을 무시하고 슬적 교실을 둘러보고 있자 그것에 더 화가 났는지 무리 중 그나마 키가 가장 큰 여자애가 앞으로 나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아니, 표현은 그리 했지만 그저 새끼 고양이가 맹수에게 하악질을 하는 모양새라 귀엽기 그지없어서 그래 무슨 말을 하나 보자 하고 그저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말이 아닌 손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그것을 가만히 맞을 정도로 운동 신경이 떨어지진 않아 그 손을 막거나 피하기엔 충분 했지만 여기서 한 대 정도는 맞아주어야 선생님들에게 할 말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가만히 그 손을 기다리던 찰나 누군가 그녀의 팔을 붙들었다.

 

 

"적당히 하지 그래? 남의 학급에서 소란 피우는 건 좋지 않은데."

 

"... 하나미야상..."

 

"책상을 저렇게 내던지면 안되지. 기물 파손인데다가 앞자리에 사람이 있었다면 다쳤을 수도 있어."

 

 

자신의 등장에 움츠려 든 여학생들을 한번 쭉 훑으며 자신이 잡고 있는 손을 놓고 천천히 내 앞을 가로 막고 그녀들에게 평소의 다정한 목소리가 아닌 엄한 목소리로 설교를 했다. 그와 함께 왔을 후루하시는 조금 전 하나미야가 서 있던 자리에서 여학생들을 보며 평소의 무표정에서 미간만 살짝 찡그린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런, 모두에게 폐를 끼칠 생각은 없었는데... 하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는데 후루하시의 반대쪽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친구에게 무슨 짓을 하려 했어?"

 

" ... 안도상..."

 

"... 하지만!"

 

"하지만은 없어, 감히 내 친구에게 손대려 하다니, 건방지네."

 

 

하나미야의 등장과 함께 시끌시끌해졌던 교실이 코하네의 말에 다시 싸늘해졌다. 이 와중에 나는 하나미야의 너머로 미오와 히마리의 표정을 살폈다. 그나마 아까보다 나아진 것을 보니 걱정을 많이 한 모양이다. 일단 여학생들이 돌아가고 나면 모두에게 사과해야지.

나를 찾아왔던 여학생 무리는 하나미야의 외면과 코하네의 무언의 압박으로 결국 울며 줄행랑을 쳤다. 후루하시가 조용히 내 책상을 세워주었고 코하네가 내게 달려들어 어디 다친 곳은 없냐며 안절부절못했고 이어서 히마리가 울며 내게 안겨 들었다. 나는 괜찮다며 그녀들을 달래어 자리에 앉히고 나자 하나미야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렇게 많은 수를 어떻게 이기려고 그렇게 도발을 했어? 조금만 늦었어도 다쳤을 거야."

 

"그냥, 나도 모르게 울컥했네. 미안해, 하나마야군. 폐를 끼쳐서."

 

"이럴 때는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이 더 듣기 좋아."

 

"... 고마워. 후루하시군도 고마워."

 

"아니. 그럴 건 없는데."

 

 

고맙다는 말에도 차갑기 그지 없는 대답을 하는 그이지만 옅게나마 웃은 것 같기도 하다.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 가서 앉는 그를 잠시 바라보고 하나미야가 자리에 앉는 것을 보고 나 또한 내 자리에 앉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조례를 건성건성 넘기신 담임 선생님은 평소처럼 덕담 한마디를 남기고 교실을 빠져나가셨다. 조금 전에 있던 일이 그새 선생님들의 귀에 들어가지는 않았으리라. 내가 피해자였다면 피해자이지 가해자는 아니었으니 그저 유유자적하게 평소와 같이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수다들 떨고 수업에는 집중하고 간간히 책도 읽으며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종례시간이 되었을 때 선생님의 표정이 더 심상치 않아졌다.

 

 

"오늘 다른 반 학생들에게 우리반 학생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순식간에 찾아온 침묵. 하지만 이내 방긋 웃으시는 선생님의 모습에 아이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나도.

학우가 당하는 모습을 보고 용기 있게 막아주는 친구가 있어 다행이다 라고 하시며 하나미야에게 다가가시던 선생님은 몇 걸음 더 내디뎌 출석부로 아프지 않게 내 머리를 치셨다. 혼자 날뛴다고 되는 게 아니야. 라고 한마디 하시며 한숨을 내쉰 선생님께 죄송합니다. 라고 풀 죽은 목소리로 대답하자 한 번만 더 걱정시키면 크게 혼낼 거라며 으름장을 놓으셨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을 향해 연약한 여학생은 남자들이 지켜야 하는 거라며 농담을 던지시며 다시 교탁 앞으로 가셨다.

 

 

"일단, 오늘 그런 사건이 있었으니 앞으로 주의하도록."

 

 

종례가 끝난 뒤. 동아리 활동이 있는 코하네와 히마리를 뒤로하고 미오와 함께 하교를 하며 아침에 있었던 일의 이야기를 했다. 이제 고작 1주일 되었을 뿐인데 그새 내가 외국인 유학생이며 누구와 친한 것인지 까지 소문이 나는 건가. 여자 아이들은 무섭네. 하는 내 말에 그때 내가 멋졌다며 미오가 키득거렸다. 170에 근접한 키로 커 봐야 160이 조금 안 되는 아이들을 겁주자니 어린애를 괴롭히는 기분이었다고 투덜거리자 미오가 더 크게 깔깔거리며 웃었다.

사실 얼굴을 보자마자 기분이 나빠서 대판 싸울 각오를 하고 있었다는 것은 비밀로 해두자.

 

 

"그래도 그 애들, 나중에 보복심에 길거리에서 시비 걸 수도 있어. 조심해!"

 

"알았어."

 

"그럼 서향은 이쪽 길이지? 내일 봐!"

 

"그래! 너도 조심히 돌아가!"

 

 

뒤를 돌아보며 내게 손을 흔들며 몇 걸음 걷다가 앞을 돌아 조금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하는 미오를 보며 걱정이 많은 큰 언니 같다는 느낌에 키득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시내에서 집으로 가는 가장 이리저리 헤매지 않고 갈 수 있는 길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길. 그 길을 따라 골목 안 깊숙이 들어와 집으로 가야 하는 골목을 지나치면 지난번 그 아이를 만났던 농구 코트가 있다. 오늘은 농구공의 소리가 들리지 않아 아직 오지 않았나 싶어 농구 코트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안쪽에 보이는 인영을 확인하고 당당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 선객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오늘도 있네? 소리가 안 들려서 없는 줄 알았더니."

 

". 안녕! 조금 쉬는 중이야. 집에 가는 길인가 보네?"

 

 

벤치에 앉아있는 그에게 다가가니 방긋 웃으며 옆으로 조금 비켜 앉아 내가 앉을 자리를 만들었다. 벤치를 톡톡 치며 앉으라고 재촉하는 그의 모습에 키득거리며 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다짜고짜 요즘 몸 상태는 어떠냐는 질문에 어리둥절하다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이야기가 떠올라 푸스스 웃었다. 괜찮아졌다는 내 말에 그렇다면 다행이라며 선하게 웃는 그를 보니 뭔가 울컥하고 속에 억눌린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중학교 시절, 주장으로 활동하던 때, 그리고 그 사건. 점점 어두워지는 그의 표정에 퍼득 정신을 차리고 내가 대체 무슨 소릴 주절주절 해댄 거지 하며 입을 꾹 다물자 그가 그 큰손으로 내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어 댔다.

 

 

"걱정하지 마. 그렇게 농구를 좋아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 지금 학교에 좋은 친구도 많고. 금방 괜찮아 질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다행이네!"

 

 

그렇다면 슬슬 어두워지니 집까지 바래다 줄까! 하며 활기차게 말하는 그에게 아직 해도 안 떨어졌으니 괜찮다고 거절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도 시간이 늦었다고 걱정하는 그에게 집까지 몇 분 안 걸리니 괜찮다고 하고 다음에 또 보자는 말만 남긴 채 코트를 빠져 나왔다. 그러고 보니 농구부에 대해서 묻는 것을 잊었네. , 키요시라면 잘 해낼 테지만.

붉어진 하늘을 등지고 들어온 집 안은 오늘도 싸늘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따스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쓴 것은 요거까지!!! 다음주에 봐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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