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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2-

by 깜냥이 2014. 11. 16.

한번에 올리자니 점 점 쓸 말이 없어지네요...
하나미야 캐릭터가 가출한 상태입니다!
언젠가 돌아올 예정입니다만... 그게 언젤른지....(음흉)

"독서 부에요! 책을 사랑하는 사름은 누구든 환영!"

 

"야구! 야구 부입니다! 매니저도 모집해요!"

 

 

아침부터 부원 모집으로 떠들썩한 교내가 정신 없다. 가끔 지나가는 학생들을 붙잡고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 마냥 부 활동 홍보에 여념이 없다. 내 앞을 가로막으며 자신이 속한 부의 홍보에 여념이 없는 선배에게 죄송합니다 하고 고개를 살짝 까닥이듯 숙인 뒤 지나쳐오자 다른 부의 선배가 달려왔다. 또래보다 키가 크니 육상부라던가 골프부 같은 운동부에서 주로 붙잡았고 그 외에도 여러 부의 홍보에 정신 없이 시달리다 간신히 교실로 돌아왔다. 아침부터 기운을 쏙 빼놓은 터라 지쳐서 비틀거리며 자리에 앉자 코하네가 키득거렸다.

 

 

"한국에선 이렇게 안 해?"

 

"우리는 동아리 활동이 그다지 활동적이진 않으니까..."

 

"... 그렇구나."

 

 

한국은 그렇구나 하고 중얼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보충 설명을 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 그만두었다. 딱히 안 좋은 인식을 넣은 것도 아니니 괜찮겠지. 한국에 있는 동아리는 대부분 어느 학교나 있는 댄스부나 밴드부 같은 게 많으려나...? 동아리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중학생 때의 이야기가 언급되어 이걸 이야기 할까 말까 잠시 고민했다.

 

 

"나는 문예부했었어."

 

"코하네답네, 나는 그냥 운동부?"

 

"뭔가 그래 보였었어."

 

"그렇게 티 나나?"

 

 

부 활동의 이야기에서 최근 근처에 오픈 한 카페 이야기, 신간 서적이야기 등으로 한참 둘이 이런저런 이야기에 신이 나서 수다를 떨다가 막 등교한 후루하시에게 인사를 건넸다. 말을 길게 하는 편은 아닌 듯, 친절은 하지만 말주변이 없어 보인다고 할까, 아침에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네면 응. 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오늘도 역시나 짧게 끝난 인사를 주고받고 다시 코하네에게 고개를 돌린 찰나 미오와 히마리가 투닥거리며 교실로 들어온다. 무슨 일인가 싶어 돌아보자 역시나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돌아보던 후루하시에게 마침 잘되었다며 히마리가 쪼르르 달려와 그의 책상을 탕탕 쳐대었다.

 

 

 

"미오 정도면 예쁜 편 아냐? 귀엽잖아! 안 그래 후루하시군?"

 

"히마리! 실례잖아. 시끄럽게 해서 미안해, 후루하시군."

 

"괜찮아. . 스즈키 귀엽지. 무슨 일이야?"

 

 

히마리가 미오를 발견 하기 전 웬 남학생들이 멀리서 미오를 보고 이쁘다 하더니 가까이서 보자 별로라며 키득거리는 것을 쭈욱 지켜보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후루하시의 대답이 더 신경 쓰이는데... 히마리는 흥분해서 떠드느라 관심 없고 미오는 히마리를 말리느라 눈치 채지 못한 듯 하다. 아니면 이게 일본에서는 일반적인가? 하는 생각에 코하네를 바라보니 그건 아닌가 보다. 조심스레 나에게 후루하시가 미오를 귀엽다고 한것 같은데 제대로 들은 게 맞냐고 물어오는 그녀에게 아마도 그런 것 같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니 그냥 넘어가자고 대답하자 그녀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이야기를 해?"

 

"안녕, 하나미야군! . 내가 자리 차지했네? 미안!"

 

"괜찮아. 그렇지만 슬슬 선생님 오실 시간이니 자리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

 

"! 미안, 하나미야군!"

 

 

한참 후루하시 옆의 책상에 반쯤 앉듯이 기대어 있던 히마리가 하나미야를 보고 화들짝 놀라 자세를 바로했다.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떠들고 있었던 것에 불만은 없는 듯 히마리와 미오가 자리를 비킬 때까지 그저 부드럽게 웃을 뿐이었다. 늘 누구에게나 친절한 미소를 짓는 그이기에 인상은 확실히 좋다. 하지만 흠잡을 데 없는 그 친절함에서 가끔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느껴지기도 해서 조금 거북하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남학생들과 무리 없이 친하게 지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 인지라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이 생소해서 아직까지 그와는 제대로 된 대화도 없다. 그를 한번 힐끗 처다 보고 뭐, 이런 일도 있는 거지 싶어 시선을 창 밖으로 돌렸다.

 

 

"이놈들아, 선생님 오셨다. 앉아라."

 

"-"

 

선생님이 오시자 여기저기에 모여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아이들이 일사 분란하게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착석 후 조용해진 아이들을 보며 흐뭇한 선생님은 빠르게 출석을 부르고 부활동 신청서는 오늘까지라는 아주 간단히 조례를 마치고 조용히 쉬라고 하시며 교실을 나가셨다.

다시 시끌거리는 아이들을 한번 눈으로 훑고 시선을 창 밖으로 돌렸다. 오늘 H.R때 간단히 학급 임원 선출이 있을 거라고 했던가? 하교하면서 서점에 들렸다가 마트에 가서 장도 봐야 하고 그러는 김에...

오늘의 할 일을 입 안으로 웅얼이며 작은 수첩을 꺼내 구입할 물품 목록을 적었다. 그러고 보니 서점이 어디더라? 눈을 데구르 굴리며 시선을 다시 창 밖으로 돌리며 샤프로 수첩을 몇 번 톡톡 두드리며 멍하니 생각에 잠기려던 찰나 저음의 미성이 도망가는 정신을 붙잡았다.

 

 

"그러고 있으니 벚꽃에 동화된 것 같아."

 

"... , 그래?"

 

"생각하는 걸 방해했나? 미안, 머리카락이 벚꽃 빛이라 예쁘다고 생각했어."

 

"아냐. 심각한걸 생각한 것도 아닌걸?"

 

 

같은 반이지만 말 한마디 나눈 적 없는 남학생이 이렇게 말하면 그린 라이트인가요. 따위의 헛소리를 생각하며 겉으로는 그저 웃어주자 하나미야 또한 마주 웃으며 내가 있는 방향으로 자세를 틀었다. 옆 라인에서 나보다 한 칸 앞, 대각선 앞쪽인 그이기에 자주 눈에 들어왔지만 좀처럼 대화할 기회도 없었고, 대화할 이유도 없었기에 딱히 대화하려고 하지도 않았었는데 먼저 말을 걸어주어서 대화를 하며 제대로 그를 볼 수 있었다.

농구 천재 치고는 그렇게까지 크지 않은 키에 적당히 슬림해 보이는 체격. 인상 만으로는 새초롬할 것 같은데 딱히 그런 낌새는 전혀 없고 누구에게나 친절하다. 저렇게까지 사람이 좋기 쉽지 않은데... 뭔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1, 길면 3년동안 만나야 하고, 그냥 정말로 사람이 좋은 것일 수도 있으니 의심은 접어두기로 했다.

 

 

"한국에서 왔다며? 불편하거나 하지 않아?"

 

"일단 말이 통하니까 아직 크게 불편한 건 없네. 신경 써줘서 고마워."

 

"궁금한 건 언제든 물어봐, 주변 지리라던가."

 

"그럼 미안하지만 정 모를 땐 실례할게."

 

 

누구나 예의상 한번쯤 해 보는 말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껏 신경 써 줬는데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기도 그렇고 고맙다는 표현을 하자 별것 아닌 일에 감사 받는 게 부담스럽다는 듯이 머슥하게 웃는다. 후루하시에게 들었던 천재라는 타이틀 때문에 무언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을 비웃듯 그저 평범한 남고생의 모습을 하는 그를 보며 어쩌면, 꽤 친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뭔가 조금 더 친해진 뒤에 '' 고민에 대해 상담하면 같이 해결책을 찾아 주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내심 그런 마음이 들자 그에 대해 조금 친근한 느낌이 들어 취미라던가 맞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수업이 진행되고, 아니 수업이라기보다 선생님들의 소개가 진행되고 대부분의 남는 시간은 질문 시간을 빙자한 자유 시간으로 지루하게 지나갔다. 마지막 교시가 H.R이라 다행이라 생각하며 신나게 낙서만 해대던 수첩을 가방에 넣고 학급 임원 선출도 그저 선생님이 반에서 아무나 둘을 반장, 부반장으로 정했을 뿐이어서 생각보다 빠르게 끝났다.

그러고 보니 결국 부활동 신청서는 아무것도 쓰지 않은 채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고야 말았네.

 

 

"나는 오늘 학생회 신청 한 것 때문에 좀 남아야 할 것 같아."

 

"- 코하네짱 같이 못 가?"

 

"나도 집에 일 있어서 바로 갈건 데."

 

"미오짱 마저... 배신이야."

 

"서점 들렸다가 장보러 갈거라 나도 배신하겠습니다."

 

"서향쨩 너무해!"

 

 

오늘 역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 가려고 했는데 다들 너무 한다며 부루퉁한 얼굴을 한 히마리를 달래어 다음에 같이 가는 것으로 하고 우리는 각자 일을 보러 헤어졌다. 교문 앞에서 미련을 못 버린 히마리가 잠시 칭얼대었지만 놀려면 다같이 놀아야지 둘이서만 놀면 무슨 재미냐는 말에 포기하고 터덜터덜 돌아갔다.

 

2주가 다 되어가는 이제서야 조금 눈에 익는 시내에서 서점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며 간신히 찾아낸 서점에서 잠시 참고 서적 같은 것을 둘러보고 흥미로워 보이는 소설 한 권만 계산했다. 그리고 그 근처에 있는 마트에서 간단한 아침을 위해 카레를 만들 재료만 간단히 구입해 그다지 무겁지 않은 짐을 들고 역시나 지리 파악을 위해 집으로 곧장 가는 길이 아닌 크게 빙 돌아가야 하는 루트로 발을 옮겼다.

얼마나 걸었을까. 두 번째 골목으로 들어가서 그 다음에 어떻게 가야 하더라 하고 생각하던 찰나 너무나도 익숙한 소리가 들려와 발걸음이 멈추었다. 심장이 죄어오는 기분이 괴롭지만 오랜만에 듣는 그 소리가 경쾌해 나도 모르게 그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공터에 골대를 가져다 두고 만든 작은 농구장의 안쪽에는 갈색머리에 키가 큰 남자가 혼자 농구를 하고 있었다. 잠시 밖에서 머뭇거리다 농구장의 문을 밀어 열자 끼이익 하는 소음이 크게 났다.

농구공 소리가 멈추고 그 남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돌아보았다.

한참 연습 중인데 방해한 걸려나... 나는 괜히 머슥해져서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베시시 웃으며 꾸벅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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