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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안개꽃 한다발

안개꽃 한다발 -6-

by 깜냥이 2014. 12. 2.

뭔가 허전... 하다 했더니 안올렸었네요...
어제는 제 생일이었습니다(빠빰) 미멱국 못 먹고 케이크도 못 먹고 알바는 출근에다가 눈내리고 춥기는 미친듯이 추웠습니다... 원래 같이 일하시는 분 차 타고 출퇴근인데 그날 퇴근을 대중교통으로 했더니ㅠㅠ 지하철 지상 정거장 짱싫어요ㅠㅠ 눈 들어와ㅠㅠㅠ
그리고 역시 오늘도 춥네요... 외출 안하는 날이라 다행이었어요...
여러분 감기 조심하셔요... 저처럼 감기 걸리면 몇날몇일 고생하실거여요ㅠㅠ

입학 후, 부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중책의 임원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도 시간은 정신없이 지나가고 대망의 첫 시험의 날이 다가왔다.
교실 분위기가 침중해 진 것은 물론, 최근 유난히 미오가 피곤해 보이고 히마리는 말이 적어졌다. 코하네는 아직 일본사나 고문에 미숙한 나를 위해 내가 잘 이해했는지를 가끔 확인 해 줄 뿐으로 그 이외의 대화는 적었다. 확실히 시험이 다가오니 아이들이 상당히 예민해지는구나... 하고 나 또한 시험 준비에 열중했다.


"어라, 오늘은 매점 빵이네?"

"응, 어쩌다보니..."

"서향쨩 반찬 맛있는데..."

"히마리는 그만 좀 뺏어 먹어."


그나마 하루중 가장 소란스러움이 허락된 것 같은 점심 시간, 여느 때처럼 미오와 히마리는 투닥거렸고, 코하네가 그걸 보고 그저 흐뭇하게 웃어 나 또한 함께 웃다가 어느 정도의 선에서 두 사람을 말린다. 그 잠깐의 활기참 이라도 충분히 만끽 하고 싶었지만 시간은 무심하게도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다들 아쉽기는 마찬가지 인지 천천히 도시락을 챙겨 예비령이 울리기 전에 교실로 돌아왔다. 하지만 활기참이 아쉬웠던 우리들의 마음을 알았던 걸까, 교실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었다.
탁한 연보라색의 머리카락이 눈을 가릴 정도로 길은 남학생이 하나미야와 후루하시에게 일방적으로 신나게 떠들어대며 교실 분위기를 왁자지껄하게 바꿔놓고 있어 우리는 교실 안으로 들어가도 괜찮은 걸까 하며 문 앞에서 멀거니 그 셋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우리를 발견한 후루하시가 왜 그러냐며 물을 때까지 멍하니 있다가 그의 말에 퍼특 정신을 차린 우리는 천천히 교실로 들어왔다.
코하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 남학생은 문가에 서 있을 때 부터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더니 내가 자리에 앉자 내 옆으로 자리를 옮겨서 쪼그려 앉았다. 다만 어째서인지 하나미야나 후루하시가 아닌 나를 보고 앉아 뚫어져다 바라보고 있어 애써 그에게 시선이 가지 않도록 책을 꺼내 들었다.


"있지, 있지. 네가 지난번에 사사키들이 괴롭히려던 그 애지? 그 때, 너 멋있었다고 소문이 쫙 펴졌다고? 그래서 나도 보러왔지! 그런데 자리에 없었어서 말이야! 있지, 한국에서 왔다며? 굉장해! 나 한국인 처음 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옆에서 쫑알 쫑알 떠들어대는 통에 응, 그래? 그렇구나 정도로 건성건성 대답해 주는데도 뭐가 그리 신나는 지 계속해서 한국인들은 다 너 처럼 키가 큰거야? 한국인은 예쁘다던데, 진짜네. 등등 칭찬 같은 것을 섞어서 떠들기 시작하는 그를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히마리도 말을 많이 하는 편인데도 그녀보다 이 녀석이 더 심하다. 어떻게 알았는지 내 이름을 발음이 힘들어 소햔 서햔 하고 일정치 않은 발음으로 불러대며 신나게 조잘거린다. 그의 너머로 하나미야나 후루하시에게 도움을 청하려 했으나 그들도 이 녀석의 수다를 들어주느라 진이 빠졌는지 책상에 널브러져 있었다.


"야 임마! 남의 교실에서 언제까지 죽치고 앉아 있을거야!"

"끄엑! 너무하잖아!"


이제 슬슬 그만해 주지 않으려나 싶을 때 쯤, 교실에 들이닥친 주황색 머리의 남학생이 내 옆에서 쫑알대고 있는 녀석의 머리를 인정사정 없이 후려치며 빽 소리질렀다. 그에 그 녀석읜 나름대로의 항의를 했지만 그건 그대로 무시당하고 그의 손에 복덜미를 잡혀서 질질 끌려 교실에서 사라졌다.
태풍이 몰아치고 지나간 것 같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소란스럽던 그 녀석이 사라지자 교실 안은 침묵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안에 예비령이 울려퍼지고 나서야 하나 둘씩 다음 수업 준비를 위해 부시럭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향, 다음부터는... 그냥 쫒아내 버리는게 정신에 좋을 것 같아."

"응... 그러게..."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끝나고 다시 조용해진 교실의 분위기는 왠지 필요 이상으로 조용해진 느낌이라 빨리 선생님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일심동체가 되었었는지 선생님이 들어오시자 마자 아이들이 마치 환호성이라도 지를 것만 같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얘들이 왜 이러지 하는 표정을 지으시던 선생님도 아이들이 반짝이는 눈으로 수업을 경청하자 흐뭇한 표정으로 수업을 진행하셨다. 선생님께서 평소보다 해맑으신 표정으로 교실을 나가시고 나서 잠시 조용해지자 아이들은 시험 기간이고 뭐고 신나게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히마리도 선생님께서 나가시자 마자 내게 달려와 안겨서는 앞으로는 시끄럽게 떠들지 않곘다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대었다.


"미안합니다아!"

"괜찮아. 괜찮아."

"아, 서햔 미안.. 우리 부원인데..."

"응? 후루하시군이 사과할 일은 아닌걸? 괜찮아."


평소보다 왠지 피곤해 보이는 후루하시가 히마리와 나의 대화에 끼어들어 사과를 해왔다. 그보다 후루하시군은 아직도 서향 이름을 제대로 발음 못하는 거야? 하며 히마리가 발딱 일어나 후루하시를 놀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소햔 정도면 잘하는 편이지. 별로 많이 친하지 않은 아이들은 부를 때 마다 발음이 바뀌어서 같은 사람을 부르는 것이 맞을까 싶을 정도인 걸. 히마리가 후루하시를 놀리는 것에 질려서 다시 내게 매달려 올 때 쯤 하나미야도 내게 사과를 해왔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사과 할 일이 아니래도?


"그보다 농구부는 재미있어? 내 친구는 아침마다 힘들어 했었는데."

"에? 저번에 부활동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하지 않았어? 농구부는 있었던거야?"

"우리 학교는 있었어, 남자 농구보다 여자 농구로 유명했었지만..."

"그렇구나, 여자 농구라니 뭔가 멋있다."

"딱히 그렇지도 않아. 포악한 여자 아이들이 많을 뿐인 걸."


후배들아 미안, 절대 너희 이야기는 아니란다. 선배들도 그렇고 동기들도 그렇고 대부분이 성격이 유하지 만은 않았던 선수들이 많았다. 내가 후후 웃어 넘기자 그렇구나 하고 넘겨버리는 코하네를 보며 그저 웃었다. 하나미야도 같이 웃으며 얼마 되지 않았지만 좋은 팀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게 아무래도 농구는 과격한 감이 있는 스포츠다 보니 성격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던 건 아닐까 하며 그들을 대변했다. 그런가? 하고 그에게 대답하고 생각해 보니 그렇 수도 있겠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소란스러웠던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조금 돌아가는 길 이기는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니 느긋히 농구장이 있는 길로 들어섰다. 농구부를 개설하는 것에 성공한 뒤로는 부활동을 하느라 늦어서 코트에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역시나 조용한 골목을 걸으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농구장을 들여다보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결국 그 근처를 잠시 서성이다 이게 무슨 바보같은 짓인가 싶어 발걸음을 돌려 천천히 집으로 향했다.
이번 주말에 한 번 세이린에 가 볼까... 집에가서 가는 길을 찾아둬야 겠다.


"그런데 주말엔 연습을 오전에 하려나?"


문제는 연습이 언제인지 모른다는 거지. 보통 언제하는지 애들한테 물어볼까? 학교마다 다르려나? 이번 주말은 세이린에 가는 걸 포기하고 농구장에서 키요시를 만나서 물어보는 걸로 할까?
평일에 가자니 귀가 시간이 너무 늦고, 역시 주말 뿐인데... 생각에 빠져 걷다가 퍼특 정신을 차리니 눈 앞에 전봇대가 보여 화들짝 놀라 뒷걸음을 쳤다. 이건 무슨 바보같은 짓이람. 고개를 절래절래 젓고 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언제나처럼 문을 열면 여전히 썰렁한 집 안이 나를 반기고 있겠지하고 한숨을 내쉬며 열쇠를 끼우려 손잡이를 잡으려던 찰나 문이 열리며 반가운 얼굴이 나타났다.


"엄마!"

"어머, 우리 딸- 학교 다녀왔니?"

"엄마가 무슨 일이야? 엄마 일은!"

"이맘때 쯤이면 시험기간 이니까, 첫 시험 힘내라고 응원해주려고 월차 냈답니다!"


하교 후 집 안 가득 들어찬 따뜻한 훈기가 반긴게 얼마 만이야! 고작 한달하고 보름정도 전의 이야기 일텐데도 기뻐서 방방 뛰고싶어졌다. 엄마의 목을 끌어안고 매달려서 엄마 사랑해!하고 소리치며 떨어지지 않고 있다. 얼른 씻고 오라며 등을 토닥여주셨다. 집 안을 한번 청소를 하셨는지 더욱 깨끗해진 집 안 구석구석 엄마의 손길이 닿아 있음을 한 번 더 실감하며 씻을 준비를 하러 방으로 달려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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